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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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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미칠듯한 적막을 깬 것은 4인조 복면 강도단의 몸매를 본능적으로 확인하고, 그들이 모두 남자임을 알게 된 진우의 성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어이, 니들 뭐냐?"
그는 노아에게 턱짓을 하며, 하라는거 계속하라는 체스쳐를 보내고 뻥찐 표정을 짓고 있는 4인조 강도를 향해 불량하게 다가갔다.
"뭐? 이 새끼좀 보소? 귓구멍에 총알좀 박아주려 했는데 누가 이미 박았나보네? 우리는 헬 프리즈너라고. 헬 프리즈너."
헬 프리즈너.
최초의 시작은 유럽에 지배력을 넓혀가던 그랜드 아크는 유럽의 국가 소속 이능력자들을 상대하는데 모든 인력이 사용되었기에, 미국이나 중국의 방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흉악범들이나 이능력 범죄자들을 감금해둔 감옥만을 타켓으로 잡아 테러를 일으켰고, 그 테러의 여파로 안에 있던 죄수들이 무더기로 탈옥하면서 시작되었다.
원래 자신이 속한 조직이 있던 자들은 조직으로 돌아갔지만, 그러지 못한 이들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더욱 큰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뭉치면서 조직을 하나 만들기로 하였고, 그것이 바로 헬 프리즈너다.
그들이 각국에서 테러를 일으키면 그만큼 자신들의 정복 작업이 수월해진다고 생각한 아크로스에서 헬 프리즈너와 거래 라인을 만들었고, 일정 금액을 주면 아크로스에서 개발한 여러가지 무기들을 건내주기로 하였다.
아크로스는 세계 정복이라는 목표가 있고 다른 조직들도 조직의 미래를 위해, 혹은 발전을 위해 여러가지 목표가 있으나, 헬 프리즈너의 목표는 단지 돈, 마약, 쾌락, 범죄였다.
게다가 애초에 타인의 생각따윈 신경도 쓰지 않던 범죄자들이다보니 일단 같이 일은 하긴 하지만, 언제 갑자기 뒤통수를 칠지 모르고 위험하다 싶으면 아무런 망설임없이 동료를 버리는 이들이다.
그럼에도 조직이 기적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혼자서 할 수 없는 범죄에 동원할 수 있는 협력자를 손쉽게 모을 수 있다는 편리함을 이용하기 위해서 모이다보니 조직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 순간에도 헬 프리즈너는 아크로스의 사주를 받고 교도소나 흉악범만 가두는 악명높은 감옥을 테러하면서 자신들의 인원을 늘리는 중이었다.
흉악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이들인만큼, 그들의 악명은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정도였기에 인질들은 더더욱 공포에 질려버렸다.
PC방에서 얻은 정보중에서 헬 프리즈너에 대한 것도 있었기에 세계 최악의 범죄 집단임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라고? 니들이 헬 프리즈너라고 해도 상도덕이 있어야지, 이 씨발 새끼들아! 아까 총소리 못 들었어? 앙!? 여기는 우리가 침뱉었으니까 니들은 다른데로 가! 쉭! 쉭!"
진우는 더러운 잡것을 보는듯한 표정으로 바람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가라는 손짓을 하였고, 그 모습에 헬 프리즈너 강도단은 헛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엔 그들도 총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설마 자신들이 털고자 하는 은행에서 들려온 것이라곤 생각치 못하고 주변에서 다른 범죄가 일어났다고만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두 팀의 은행 강도가 동시에 한 은행을 털려다가 만나는 것은 하이재킹 당한것과 비슷한 확률이기 때문이였다.
어쨌든간에 그의 욕설에 어이를 상실하며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이 새끼가 지금 분위기 파악 못하나 본……."
철컥-
"한발자국 더 움직여봐. 뇌호흡 체조를 평생 하게 해줄테니까."
철컥! 철컥!
진우는 앞으로 나선 남자의 미간에 총을 겨누었고, 그와 동시에 다른 세명의 강도들도 총구를 진우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이 새끼 대체 뭐지? 말투로 보면 우리를 알면서도 이딴식으로 행동한다는 건데?'
AK-12의 총구가 머리에 겨눠진 남자는 진우의 정체를 추측하고자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고, 지금도 꾸준하게 은행원들을 협박하여 돈을 쓸어담고 있는 노아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동료가 총에 겨눠지고 있는데 응사할 준비를 하지 않는다고? 뭔가 믿는게 있다는건가?'
언제 누가 방아쇠를 당길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거들떠도 안보는 그녀의 모습은 4명의 강도들에게 혼란을 주기 충분했다.
이것은 둘 중 하나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악의 상병신이 두명이나 태어났거나, 뭔가 믿고 있는 무엇이 있다는 뜻.
강도들은 서로 자주 행동했었는지,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어이, 저 녀석들이 먼저 왔다는건 경찰이 이미 출발했다는거 아냐?'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빨리 '그것' 부터 챙기자고.'
'저 새끼 죽이고 싶긴 하지만, 여기서 경찰들과 대면할 생각은 없어. 처리는 후에 하자고.'
"어이, 일단은 서로 할말이 많겠지만, 일단 목표는 같으니까 일단 공동 작업하는게 어때?"
일단은 경찰들이 오기전까지 자신들이 목표로 삼은 물건을 훔치고 도망칠 계획을 세웠던 헬 프리즈너 강도 한명이 조금 다급한 음색으로 입을 열었다.
게다가 자신의 머리통을 향해 총구들이 겨눠졌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있는 그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일단 처리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지금 당장은 고개를 숙이기로 결정하였다.
자존심이 상하긴 해도 해결만 하면 십수억 달러가 들어오는 대형 건수를 이런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실패하기엔 너무나 아까웠기 때문이다.
"좋아. 이쪽도 이런 시덥잖은 일때문에 시간 허비하기 싫으니까."
진우는 상대방이 먼저 협력 제안을 하자, 그것을 받아들이며 총을 자신의 어깨에 매며 유유하게 몸을 돌아섰다.
'대체 뭐지? 신체 강화잔가? 뭐가 저리 당당해?'
원래라면 서로를 믿지 못해 조금씩 총구를 내리며 공격 의사가 없다는 것을 몸으로 알려줘야 하지만, 그는 자신을 향해 겨눠진 총구가 미쳐 내려가기도 전에 총구를 돌리고 등까지 돌렸다.
4인조 강도들은 상대방이 뭔가 단단히 믿고 있는게 있다고 판단하였고, 그것을 확실하게 알기 전까지 뒤통수를 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로 하였다.
어쨌든간에 강도들은 미리 준비한 다이너마이트를 들고 은행 본사에 있는 대형 금고에 비하면 아담한 금고에 재빨리 설치하였다.
'헤에? 꽤나 본격적인데? 그런데 저렇게 준비를 제대로 한 녀석들이 이런 작은 은행에 무슨 볼일이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우는 의아해하며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람들은 은행의 크기와 관계없이 금고 안에 돈이 많을거라고 착각하지만, 하루에 유통되는 양 이상의 현금이 잠자고 있으면 수익성과 경제 활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많아봤자 3~5억 정도가 전부다.
진짜 돈을 제대로 털고 싶으면 본사를 털어야 하는데, 그들의 무장은 중규모 은행을 터기엔 너무 화려했다.
일단, 한명씩 권총집에 예비용 권총이 하나씩 있고, 하나같이 방탄복, 돌격 소총으로 무장한데다 다이너마이트까지 준비했다면 이보다 더 큰 규모도 가능했으리라.
'호오, 이거 혹시 어떤 종류의 이벤튼가?'
그들이 평범한 은행 강도가 아니라는 결과를 내놓은 진우는 일단은 기둥 뒤에 몸을 숨기며 폭발의 영향을 대비하였다. 자신이 신체 강화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안되기 때문에 겨우 이런일로 밝혀질 순 없었기 때문이다.
콰아앙!
다이너마이트의 폭발과 동시에 은행의 문이 열렸고, 두 명은 인질들과 바깥쪽을 경계, 나머지 두명은 금고 안으로 들어가 안에 있는 것들을 쓸어담기보단 무언가를 찾는데 몰두하고 있었다.
"너희들에게도 기회를 줄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뭐, 그쪽 아니였으면 들어가지도 못했을테니까 그정돈 양보해야지."
진우는 딱히 돈 욕심을 부리지 않고 바깥쪽을 경계하던 강도와 유유히 대화를 나눴지만, 이 대사로 이들이 어떤 물건을 노골적으로 원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
그 때, 모든 은행 강도들의 간을 덜컥 내려앉게 만드는 그 소리가 들려왔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젠장! 짭새들이다!"
경찰차들이 몰려오는 소리를 들은 은행 강도들은 행동이 분주해졌지만, 경찰차의 경보등의 소리는 쉽게 가까워지지 못하였다.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한 뒤쪽의 차량들이 경찰들의 진행을 방해하였기 때문이다.
'흐음, 이거 생각보다 일이 쉽게 끝나겠는데?'
경찰들은 차량에 막혀 진입을 하지 못하니 시간이 넉넉하다 못해 대변까지 눠도 충분할 정도다.
하지만, 그의 은행 강도 놀이는 다른 동업자들과 만나게 되면서부터 모든게 틀어지기 시작했다.
쿠드드드득---!
"응? 이건 대체 뭔 소리……."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거친 소리에 유리로 이루어진 은행의 정문으로 고개를 돌리던 진우는 복면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턱이 빠졌을 정도로 쩍 벌릴뻔 하였다.
십수대의 차량이 거침없이 돌진하는 불도저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가, 하나의 덩어리처럼 뭉쳐져 있고, 그 곳에서 열려있는 창문속에 경악어린 운전자의 눈동자와 마주쳤기 때문이다.
"뭐…뭐야!? 우리나라 경찰들이 원래 이렇게 패기가 쩔었나!?"
진우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 경찰들의 모습은 이게 아니였다.
사람이 칼빵에 맞아 뒤지는한이 있더라도, 다른 일반 시민의 차량과 접촉 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 안전운전 하는 대한민국 경찰들이 겨우 중간 규모의 은행 강도들을 잡고자 불도저로 차량을 밀고 들어오다니!?
미국 경찰들도 보이지 못하는 패기에 진우는 팬티를 갈아입어야 하는 참사를 일으킬뻔 하였다.
위이이잉~~~! 끼이익!
뒤이어 불도저가 차량을 밀어내면서 공간을 확보하자, 검은색 방탄 처리된 경찰 특공대의 차량 여러대가 등장하여 방탄복과 K-1으로 무장된 특공대원이 우르르 내렸다.
일반적인 은행 강도 사건에서는 경찰과 경찰 특공대가 함께 은행을 포위하지만, 경찰들의 모습은 코빼기를 봐도 찾을 수 없었고, 오로지 경찰 특공대들만이 속속들이 도착하였다.
'이거 아무래도 보통일이 아닌가 본데.'
중형 규모의 은행을 털기엔 상당히 과도한 무장을 한대다, 돈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찾는 강도들.
겨우 중형 규모의 은행을 턴 은행 강도들을 잡기 위해 불도저로 일반 시민의 차량을 미는 경찰들.
평소의 대한민국 경찰들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절대 나오지 않는 이상 행동을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지금의 상황은 평범한 은행 강도 이상의 문제라는 것을 눈치 챌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경찰들과 이 녀석들은 돈이 아닌 무언가를 노리고 있어. 그게 뭔지 몰라도 지금은 조용히 장단을 맞춰주는게 좋겠군.'
일단은 이들이 원하는 물건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내기까진 은행 강도들과 협력적인 자세를 취하기로 결정한 진우는 조용히 상황을 보기로 결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