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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불도저가 일반 시민의 차량을 미는 모습을 목격한 은행 강도들은 설마 자신들이 습격한 곳이 '그 곳' 이라고는 생각치 못하였다.
'칫! 여기가 빙고였나!'
진우 일행은 모르겠지만, 현재 여러 중소규모의 은행을 상대로 한 동시 다발적 은행 강도가 산발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전원 헬 프리즈너의 멤버들이고, 아크로스로부터 어떤 물건의 강탈을 의뢰받은 상태다.
일단 기본 참여금으로 1인당 5십만 달러를 받는데다, 대한민국 정부가 허허실실 작전으로 중소 은행에 숨겨놓은 어떤 물건만 찾아준다면 50억 달러를 해당 팀에게 포상을 주고, 떨이로 같이 훔쳐온 금액은 보너스로 마음대로 처분하라는 의뢰 내용에, 한국에 숨어있던 헬 프리즈너 조직원들은 동시 다발적으로 은행 강도 사건을 일으키기로 결정하였다.
그래야 서울의 경찰들과 이능력 부대의 전력이 최대한 분산되어,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방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은행 강도에 우왕좌왕해야 할 경찰들이, 그것도 처음부터 불도저를 준비하고 K-1으로 무장한 특공대를 출동시켰다면 아크로스가 원하던 물건이 바로 이 은행에 보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은행 강도들은 전원이 나름 중무장하였으나, 특공대가 출동했다면 이능력 부대도 출동한다는 뜻이였기에 잔뜩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그들의 짜증을 돋구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와오! 진짜 경찰 특공대잖아!? 크하하하핫! 내가 모르는 사이에 한국에는 초보 은행 강도들을 위해 경찰들이 특별 이벤트를 열어주는 풍습이 생겼나본데!"
'이 머저리 새끼는 대체 뭐가 좋다고 지랄이야!'
마치 놀이 공원으로 놀러온 천진난만한 어린애처럼 들뜬 어조로 은행을 포위한 경찰 특공대를 향해 환호하는 진우의 모습에 헬 프리즈너 강도들은 지금이라도 당장 미간에 총알 구멍을 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저기…이거 좀 위험한거 아닐까요?"
돈을 자루 안에 가득 채워놓은 노아는,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강한 화력으로 무장한 경찰 특공대의 모습에 긴장한듯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진우야 최소 9등급 이상의 신체 강화자니까 괜찮겠지만, 염동력을 제외하면 일반인이나 마찬가지인 자신에겐 이만한 숫자의 경찰 특공대를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리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여기서 총격전을 즐기면 100% 확률로 내가 이능력자라는 사실이 까발려지겠구만.'
상대방들이 일반 경찰이라면 방탄복을 입었다는 설정으로 총격전을 즐기려 하였지만, 군용 무기까지 들고 있는 경찰 특공대의 화력 앞에서 자신이 신체 강화 능력자라는 사실이 밝혀질것이다.
'칫. 하는 수 없지. 계획 수정이다. 아주 제대로 난동 쳐주겠어.'
원래의 계획을 수정, 자신의 모든 능력을 선보이기로 결정할 무렵, 금고 안에 있던 은행 강도들이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아크로스가 원하던걸 찾았어! 역시 여기였던거야!"
은행 강도들이 들고 나온것은 폭이 팔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좁고, 자신의 윗배까지 올라오는 긴 형태의 검은색 상자임을 확인한 진우는 뭔지 몰라도 그것이 은행 강도들과 경찰 특공대가 원하는 공통된 물건임을 확신하였다.
"젠장! 이럴줄 알았으면 다이너마이트를 하나 더 챙겼어야 했는데!"
아마도 이들은 자신들이 설마 빙고를 잡을거라곤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은듯 하다.
"여기서 시간이 더 허비하면 위험해! 정면을 뚫는거다!"
물건을 찾은 은행 강도는 미리 가져온 밧줄로 검은색 박스를 등에 매달았고, 다른 은행 강도들은 거추장스럽기만 한 상의를 찢어내렸다.
찌이익--!
옷이 찢어지면서 드러난 것은 자주 사용하였는지, 여기저기 때와 음푹 패인곳이 많은 회색빛의 파워 슈츠였다.
그들은 경찰의 등장에 환호하는 진우를 뭔가 숨겨둔 한수가 있는놈이 아니라 머저리 정도로만 판단하고, 애초에 전력 외로 평가하며 자기네들끼리 은행 밖으로 나갔다.
콰창!
파워 슈츠에는 기본적으로 근력을 늘려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리를 가볍게 깨부신 그들은, 자신들이 들고온 돌격 소총으로 난사를 하기 시작했다.
투타타타타타---!!
투퉁 투투퉁!!
갑작스런 강도들의 난사에 경찰 특공대는 방탄 차량의 뒤쪽으로 몸을 숨기자, 방탄 차량은 퉁퉁 소리를 토해내며 총알을 단 한발도 관통시키지 않았다.
철컥 철컥
그 때, 난사하던 강도들의 탄알이 모두 떨어지면서 재장전을 하자, 경찰 특공대측에서 기회를 잡으며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타탕! 탕!
은행 강도들과 달리 경찰 특공대들은 압도적인 숫적 우위를 이용해 정조준을 하며 단발로 발사하면서 높은 명중률을 보였으나, 복면 너머로 헬멧까지 착용한 이들은 총에 맞을때마다 조금씩 비틀거리기만 할 뿐이였다.
"젠장! 머리까지 감쌓고 있잖아!"
"어이! 아직 기동까지 멀었어!?"
경찰 특공대들은 자신들의 소총으론 데미지를 입힐 수 없자, 누군가를 닥달하기 시작하였다.
기이잉--! 철컹! 기이잉--! 철컹!
그 때, 다른 차량보다 크기가 큰 방탄 차량 안에서 기계음과 함께 차량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차량 내부를 꽉 채우고 있던 거대한 인간형 병기가 튀어나왔다.
-기동 완료! 내부 엔진 그린! 내부 절연 상태 올 그린! 모두 비켜! 두억시니 나가신다!-
방탄 차량에서 튀어나온 병기는 기동력을 희생하고 화력과 방어력에 집중한 헤비 아머로, 일반 파워 아머의 4~5배 수준으로 거대하고 여러가지 무기로 중무장한 화력 위주의 파워 아머였다.
그 헤비 아머는 한국의 기술력으로 개발한 대테러 방위용으로 설계된 KP-3 두억시니다.
오른쪽 팔에는 게틀링 건, 왼쪽 팔에는 유탄 발사기, 어깨에는 다연장 미사일을 무장하고, 등에는 제트팩이 있어 유사시엔 시속 50km의 속도로 날아가는게 가능하다. 물론, 지상에서 1m이상 뜨는게 한계지만, 어딘가를 돌파할때는 확실한 위력을 보장한다.
두억시니는 건물안에 틀어박혀 농성중인 테러리스트를 상대할때와, 그들의 가장 유력한 도주로를 차단하는 역활을 맡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한 최신식 헤비 아머보다 살짝 급이 떨어지긴 하지만, 오로지 순수 한국의 기술만으로 개발하였다는데 그 의미를 둘 수 있는 두억시니의 문제점은 워낙 크고 연료를 많이 먹는다는 것과, 그만큼 엔진의 시동도 늦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기동만 하면 테러리스트들이 전차를 끌고 다니거나 수소 폭탄을 휴대하고 있지 않는 이상, 100%의 전멸율을 자랑하는 병기였다.
철컹! 철컹!
"빌어먹을! 두억시니다!"
"도망쳐!"
두억시니에 탑승한 경찰 특공대는 자신의 길을 막는 방탄 차량들을 양쪽으로 밀어재끼며 공간을 확보하여 강도들을 향해 걸어가며 게틀링이 달려있는 오른팔을 겨누었다.
기이잉~~드드드드드드---!
카카카카캉!
"으아악!?"
두억시니의 게틀링은 가장 먼저 앞쪽에 서서 달려가던 은행 강도를 맞췄고, 게틀링건의 위력에 그의 파워 슈츠 장갑은 빠르게 분해되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끄에에엑!"
장갑이 뚫리면서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은행 강도 한 명이 죽어버렸고, 자신들의 퇴로를 향해 조준하고 있는 두억시니가 왼팔을 대각선 방향으로 올리자 다급히 은행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통! 통! 통!
콰콰쾅!
왼팔에 설치된 유탄 발사기에서 특유의 소리와 함께 은행 강도들을 향해 날라들더니 폭발하였고, 아슬아슬하게 폭발 범위에서 벗어난 그들은 은행 안으로 다시 돌아왔다.
"흐헉! 헉! 헉!"
"빌어먹을! 씨발!"
거친 숨소리와 함께 돌아온 은행 강도들은 눈앞에서 죽은 동료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듯이 눈알을 굴려가며 어떻게든 자신의 목숨만큼은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초에 테러따윈 안중에 없이 설계된 구조인지라 통풍구는 비좁고, 후문은 정문에서 조금 돌아가면 있는 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들이 가진 파워 슈츠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닌지라 벽을 파괴하기엔 너무나 약하고, 설령 파괴할 수 있다손 쳐도 그 소리를 들은 경찰 특공대가 배치한 매복조의 먹잇감이 될 뿐이였다.
"어…어떻게 하지? 도…도망칠 곳이 없다고!"
"씨발!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니가 여길 털자고 했잖아, 이 개새끼야!"
두억시니의 위용 앞에 헬 프리즈너의 조직원답게 동료애라곤 1g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서로에게 화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그래! 인질! 우리에게 인질이 있잖아! 일단 인질로 퇴로를 확보하자고!"
그 때, 한 명이 인질을 사용하여 도주의 기회를 잡자는 주장을 하였고, 그와 동시에 자신들에게 살기등등한 눈도자 3쌍이 돌아오자 인질들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자, 거기까지. 다들 릴렉스~ 릴렉스~"
짝짝짝짝!
그 때,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우가 박수를 치며 은행 강도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어우~ 선배님들 너무 클리셰 하시다~? 인질을 잡아봤자 쟤네들이 포위를 풀어주겠어? 일반 시민의 자동차를 불도저로 밀어버리는 애들한테?"
"이 씨발 새끼야! 생각해보면 다 네놈 때문이야! 네가 우리 먼저 오지만 않았으면 이딴꼴은 안 당했을거라고!"
"맞아! 우리 계획대로였다면 저것들이 오기 전에 상황 끝이였을거다!"
능글맞은 그의 말투에 안그래도 열이 뻗칠대로 뻗친 은행 강도들은 진우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책임을 전가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능글맞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는 강도들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뭐가 뭔지 몰라도 댁들이랑 쟤네들이랑 그 물건 노리고 있는거 맞지?"
"그래! 그래서 뭐!"
"워워, 진정좀 하라니까. 댁들 목숨 살릴 사업 얘기를 하는데 흥분하면 어쩌자는거야? 이건 상식운운하기 이전에 매너라고?"
"목숨……?"
"사업이라고……?"
너무나 유유자적한 그의 표정에 열이 받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1%의 확률이라도 있으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그들은 조금씩 흥분을 가라 앉혔다.
"일단 정리좀 하자고. 댁들은 지금 그 물건을 빼돌려야 하는거 맞지? 문제는 자신들이 설마 그 물건을 찾으리라곤 예상치 못했고?"
"존나 열받지만…그래 맞다."
"보아하니 댁들은 누구에게 의뢰를 받은거 같단 말야? 보수가 얼마야?"
"…너도 끼워달라는 거냐?"
"얘기가 빨라서 좋네~! 그리고, 쟤는 내 몸종같은 애라서 쟤랑 나랑 합해서 1인분으로 쳐줄께. 방금 죽은 댁들 동료 있지? 그 사람 몫을 그대로 내게 주는거라고? 내 계약 조건은 이거야. 일단, 댁들은 댁들만이 알고 있는 은신처가 있을테지? 내가 저거 뚫어줄테니까 거기까지 함께 도주한 후, 의뢰에 대한 보상을 받고 내게 방금 죽은 댁들 동료의 금액을 준다. 그리고 서로 빠빠이~ 어때? 이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다면 말해봐."
은행 강도들은 두억시니의 위용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그의 모습에 눈치를 보기 시작하였고, 그의 곁에 있는 노아의 복면속 눈동자를 훔쳐봤다.
방금전까지 불안감에 눈동자가 흔들리고 몸을 움찔거리며 불안감에 떨던 그녀가, 자신이 나서겠다는 진우의 대사에 안도감을 느끼고 진정하고 있음을 확인한 강도들은 그가 가진 능력에 운명을 걸어보기로 하였다.
"조…좋아! 네가 퇴로만 만들어주면 죽은 녀석의 돈을 네게 주지!"
한 은행 강도가 동의하자, 다른 은행 강도들은 더이상 방법이 없다고 여겼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 성립. 아참, 나는 거짓말쟁이를 싫어하거든? 화장실 들어갈때랑 나올때가 다르다고, 위기에 벗어나니까 입 싹 닦고 뒤치기 하면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라며 후회할거야. 지금부터 내 뒤통수를 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똑똑히 보여주지."
그리고선 한 손에는 AK-12, 다른손에는 USAS-12를 들고, 인질 때문에 섣불리 진입을 하지 못하는 경찰 특공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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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분량은 여기까지 ㅇㅁ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