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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자신만만하게 나가는 그의 뒷모습에 은행 강도들은 이미 눈빛으로 도망칠 기회를 교환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왠 듣보잡이 두억시니와 수많은 경찰 특공대의 벽을 뚫겠다고 하니 진흙탕에서 구르고 구르던 범죄자인 그들이 순순히 믿어줄리가 없잖은가?
'저 놈이 어느정도 시간만 끌어주면 저 년을 죽이고 도망치자고.'
'좋아.'
겉으론 순순하게 그와 약속을 하였으나, 어차피 뒤질놈과 굳이 약속을 지켜야 할 정도로 의리가 있을리 없는 그들은 일단, 진우가 어느정도 시간을 끌어줄지 기대하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잘그락- 잘그락-
깨진 유리 파편을 밟으며 은행 밖으로 향한 진우는 얼굴 전체를 뒤집은 복면의 답답함을 이기지 못했는지 턱 아래 부분을 최대한 벌리며 시원한 바람의 감촉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휘유~ 이거 대단한데. 어이, 안에 들어가 있는 양반. 그거 꽤 덥지 않수?"
경찰 특공대는 목을 좌우로 까딱이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은행 밖으로 나오는 은행 강도의 모습에 살짝 벙찐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도 그럴것이 살기등등한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너무나 가벼운 어투였기 때문이다.
철컹!
하지만, 두억시니에 탑승한 경찰 특공대는 진우를 향해 게틀링의 총구를 겨누며 항복을 권고하였다.
-지금 당장 인질을 풀고 항복한다면 죄질이 어느정도 줄어들 수 있다. 당장 무장을 해체해라!-
"에~ 분위기 없이 내가 할 말을 그쪽에서 먼저 하면 어떻게 해?"
-뭣?-
곤란하다는듯이 뒷머리를 긁적인 진우는 이내 자세를 고쳐잡고, 경찰 특공대를 향해 외쳤다.
"지금부터 학살극이 시작된다! 싸우기 싫은자! 죽기 싫은자들은 들어라! 무기를 해체하고 무릎을 꿇어라! 그렇게 한다면 목숨만큼은 살려주겠다!"
…….
…….
갑작스런 목소리에 경찰 특공대, 그리고 안전선 밖에서 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던 시민들의 웅성거림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아주 제대로 미친 놈이군.-
두억시니를 탑승한 경찰 특공대는 어이가 없다는듯한 목소리로 나지막히 중얼거렸고, 일반 시민과 경찰 특공대 몇몇은 목숨이 오가는 살기등등한 상황임에도 피식거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전에도 설명했듯이 진우의 능력이라면 어떤 조직에서든 모셔가지 못해 안달일 정도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능력은 있으나, 남들에게 인정받을 정도로 강하지 못하면 다른 방법으로 먹고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은행 강도를 하는 범죄자들의 이능력 레벨은 평균 1~4 등급.
어떤 능력이든지 5등급 이상이라면 어디서든 안정된 자리를 꿰찰 수 있기 때문에, 경찰 특공대들과 시민들은 진우의 외침에 비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은행 강도 주제에 압도적인 전력차이에도 불구하고 마치 슈퍼맨인마냥 지껄이는 모습은 웃음이 나오다 못해 기가 찰 지경이다.
-마약 중독자였나. 너희들을 굳이 살리지 않아도 된다는 명령을 받은게 오늘만큼 다행인적이 없군. 너같은 미친놈을 생포하는것만큼 힘든일은 없으니까.-
키이잉! 부우웅!
그리고선 진우를 향해 다가간 두억시니는 팔을 크게 들어올리며 힘차게 내리찍었다.
왠만한 차량도 곤죽으로 막들 수 있는 두억시니의 힘과 무게는 진우의 머리를 파괴할 것이라고 모두가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창!
콰아앙!
금속이 '파괴' 되는 소리와 함께, 등지고 있던 방탄 차량과 부딪히면서 함께 뒤집어지는 두억시니의 모습에 방금전과는 다른 의미의 고요함이 감돌았다.
"뭐…뭐야……?"
"바…방금 무슨 일이……?"
방탄 차량과 부딪힌 두억시니쪽으로 돌려져있던 경찰 특공대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은행쪽을 바라보자, 발을 쭉 뻗고 있는 복면 강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 이제부터 본 게임을 시작해보실까."
자세를 바로 잡은 진우가 총구를 겨누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경찰 특공대원 하나가 경악하듯 소리쳤다.
"쏴…쏴! 쏘라고!"
"으아아아아!"
투타타타타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그들은 조준 사격보단 탄막을 만들기 위해 난사를 하기 시작하였으나, 신체 강화 10등급의 이능력자에겐 애들 장난감이나 마찬가지였다.
후웅--!
다리에 힘을 가하며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가자, 일반인의 눈에는 잔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났고, 두 눈을 뜨고 있는 상황에서 표적을 잃어버린 경찰 특공대는 당황하며 주변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할로~"
그 때, 은행을 중심으로 왼쪽편에 있던 특공대원은 귓가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지르거나 총을 난사하려 하였으나, 그 전에 느낀 것은 자신의 복부가 사라지는 고통이였다.
투쾅!
"커……."
샷건에 의해 복부가 날라간 특공대원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몸이 축 늘어지려 하였으나, 진우는 그의 뻥뚫린 배에 샷건을 끼워넣고 한손으로 번쩍 들며 반대쪽으로 빙글 몸을 돌렸다.
투타타타--!
파파파파팍!
그와 동시에 동료의 죽음과 자신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능력자라는 본능적인 공포에 사로잡혀 있던 경찰 특공대는 누가 사격 명령을 내리기 전에 방아쇠를 당겼으나, 그들의 총탄은 동료의 몸에 무자비하게 꽂혀들어갔다.
샷건을 쑤셔박은 경찰 특공대의 시체를 바디벙커(방탄방패)처럼 사용하며 삐죽 튀어나온 AK-12의 총구가 불을 뿜자, 방탄 차량의 뒤에서 숨어있던 특공대들은 피를 토하며 죽어나갔다.
투드드드드---!!
카카카캉!
"끄아악!"
"크허억!"
방탄 차량의 장갑을 꿰뚫은 탄환은 특공대의 방탄복까지 뚫으며 구멍을 만들었으나, 방탄 장갑과 방탄복을 뚫는데 힘을 거의 썼는지 즉사하는 이는 재수없게 머리를 맞은 이를 제외하곤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투쾅!
게다가 동료의 복부를 뚫고 나온 샷건이 굉음을 토해낼때마다 아무리 철저하게 숨어도, 모든것을 꿰뚫으며 특공대의 몸을 박살냈다.
일방적인 살육극.
아무리 사격해도 총탄은 전우의 시체에만 박히고, 어떻게든 박힌다 해도 옷에 구멍을 내는 것 외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에 반해 상대방의 총에서 화염이 분출될때마다 아군이 한명씩 반드시 죽어나가자, 경찰 특공대는 공황 상태에 빠지면서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벌이고 말았다.
"아…으아…아아아아아!"
"어…엄마! 엄마아아!"
은행 강도를 눈 앞에 두고 도주를 선택한 것이다.
꼴사납게 엄마를 부르며 도망가는 자, 눈물 콧물 짜면서 달려가는자,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가는 자.
한 명의 남자가 2분만에 만들어낸 참상에 안전선 밖에 있던 시민들의 눈에도 공포가 맴돌기 시작하였다.
그 때, 전황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깨어났다.
-으…으으……? 뭐…뭐지…….-
건물벽에 부딪히면서 충격을 받고 잠시 기절한 특공대원은 머리를 붕붕 휘두르며 정신을 차리고 벽에 박힌 몸체를 꺼내자마자 목격한 것은.
"끄…끄으윽…살려…줘……."
타앙!
동료의 시체에 총을 꽂아넣고, 자신의 눈 앞에서 부상을 입은 또다른 동료의 머리를 향해 확인 사살을 날린 테러리스트의 모습이였다.
-이…이게 대체……!?-
"어라? 너 아직도 살아있었냐? 히야~ 한국의 기술력 우습게 봤는데 엄청 좋구마잉~?"
어설픈 사투리를 날린 진우의 주변을 확인한 특공대원은 피를 꿀럭꿀럭 토해내는 동료들의 시체와, 작은 웅덩이가 여기저기 고여있는 참혹한 참상의 모습에 그는 눈이 뒤집혔다.
-으아아아! 이 개새끼가아아악!-
철컥! 철컥!
두억시니를 탑승한 특공대의 비명과 같은 분노와 함께 어깨의 뚜껑이 열리자, 그곳에 소형 미사일 탄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랍쇼?"
푸슈우우--!
두억시니의 무기 제원에 대해 잘 모르는 진우는 어디선가 본듯한 물체가 어깨에서 나타나자, 멍하니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와 동시에 두억시니의 어깨에서 다연장 미사일이 하얀 꼬리를 만들어내며 진우의 몸통으로 날라가 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콰쾅!
-크으윽!-
근접거리에서 미사일을 사용한 두억시니의 탑승자는 미사일의 파괴력 떄문에 몸체가 뒤로 살짝 밀려나가며 어느정도 충격을 받았으나, 그만한 폭발속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고통을 먹어치웠다.
투둑- 투두둑-
이윽고, 폭발로 인한 연기와 먼지가 사라지자, 미사일의 파괴력으로 그가 서 있던 자리가 음푹 파여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하아…하아…시체조차 남기지 못한건가……. 빌어먹을……! 내가…내가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났더라면……!-
함께 훈련받고, 함께 웃고 떠들던 이들이 고통스런 표정으로 죽어있는 모습에 눈물을 흘린 두억시니의 탑승자는 아직 은행 강도들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손으로 확실히 마무리 짓기 위해 은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네놈들은…절대로 용서 못해……! 모조리 죽여버린다! 죽여버릴거라고!!-
분노로 눈이 뒤집힌 두억시니의 탑승자는 은행안에서 농성중인 은행 강도들이 항복을해도 모조리 곤죽으로 만들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으나.
터엉-
-응?-
갑자기 터엉 하는 소리와 함께 몸체가 흔들리는 작은 진동을 느끼고 주변을 확인하기 위해 목을 돌린게 그가 이승에서 한 마지막 행동이 되고 말았다.
빠지지직!
촤아악!
미사일이 발사함과 동시에 두억시니의 인식 능력을 초월하는 속도로 사각 지대로 몸을 숨긴 진우가 빠르게 두억시니의 몸체로 올라타 탑승자의 머리를 뽑아올린 것이다.
탑승자의 몸을 고정시켜주는 단단한 고정대와, 1톤을 가볍게 들어올리는 괴력의 승부는 탑승자의 머리가 뽑혀지면서 결말이 나고 말았다.
뽑혀진 머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고, 더이상의 행동이 없어진 두억시니는 그대로 멈추었다.
진우는 머리를 뽑아내기 위해 잠시 버려뒀던 자신의 총들을 회수하더니 자신과 노아가 확보하기로 결정한 퇴로를 점령하고 있는 시민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투드드드드---!!
"꺄아아아악~~!"
"으아악~!"
"크헉!"
경찰 특공대가 모두 죽는 모습에 숨을 죽이고 있던 시민들은 은행 강도의 갑작스런 공격에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꺄악!"
그 때, 한 여성이 발을 헛디뎌 넘어졌으나, 공포에 전염된 군중은 그녀를 부축해주기 보단 도망가느라 무참히 짓밟아 버리며 괴물같은 테러리스트에게 벗어나느라 정신이 없었다.
"크크큭! 카하하하하핫!!"
투타타타탕--!
자신의 총질 몇방으로 수백의 시민이 공황상태에 빠져 도망가는 모습에 희열감과 쾌락을 느낀 진우는 허공을 향해 총을 난사하며 광기어린 외침을 토해냈다.
"이게 끝이냐! 겨우 이딴게 서울의 치안을 지키는 특공대냔 말이다! 크하하하하!"
"꺄아아악!"
"꺄아아아!"
그의 총성과 함께, 도망치던 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뿔뿔히 흩어졌고, 더이상 시간을 허비하면 일이 귀찮아진다고 여긴 그는 머리가 마비될것같은 희열감 속에서도 빠르게 냉정을 되찾으며 탈출을 하기 위해 은행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은행 강도의 또다른 스릴은 차량 추격전이지. 이번엔 겨우 이정도로 끝내지 말아달라고.'
이번에는 경찰 측에서 비겁하게(?) 두억시니라는 반칙을 사용했으니 자신도 반칙을 사용했으나, 차량 추격전에는 오로지 총으로만 쏴야하기에, 이번만큼은 스릴있는 총격전을 기대하는 진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