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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탕!
방금전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기에 갑작스런 동료의 죽음에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또다른 강도는 어느새 뽑아든 노아의 권총에의해 머리통에서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다.
"히…히익……!"
다른 한 명은 머릿속에 '어째서' 라는 질문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공포에 질려 등을 돌려 도망치려 하였으나, 순간 이동 수준으로 빠르게 접근한 진우는 손날을 세우며 목을 쳐내자 손날의 파괴력에 의해 목이 거칠게 잘려져나갔다.
푸슈웃--
목위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지만, 이미 이런 광경은 익숙한 그는 강도들의 파워 슈츠를 해체하고, 시체를 한쪽에다 대충 던져놓았다.
"후우~ 어이, 노아. 한동안 잠잠해질때까지 여기 숨어있을테니까 너도 편히 쉬어."
"예. 그런데 저기…오늘처럼 은행 강도같은걸 계속해서 하실 생각이신가요?"
그녀가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내자, 혹시나 싶어 노아의 상태창을 확인해보니 복종도가 90에서 82까지 내려가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의 성격상, 의뢰를 통해 목표를 죽이는건 괜찮지만, 힘없는 일반 시민까지 학살하는 범죄 행각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설정된듯 하다.
진우가 계속해서 노아를 대리고 범죄 행동을 하려면 복종도를 100을 찍던가, 아니면 정신이 망가질정도로 범하고 범하고 범하고 범해서 인격을 변모시키던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리라.
하지만, 자신이 원하던 은행 털이를 했으니, 한동안 악의 조직에 들어가기 전까진 착실히(?) 용병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은 진우는 그녀를 끌어당기며 소파위에 드러누웠다.
"꺗?!"
갑자기 자신을 끌어당기며 소파위로 드러누운 진우의 몸위에 올라타게 된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그의 손길에 혹시나 싶은 불안감이 조금씩 사라졌다.
"걱정마라. 앞으론 일반인에게 이런짓은 하지 않을테니까. 내가 어릴때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개인적인 소원이라서 한풀이좀 하다가 흥분해서 그런거였어."
그리곤 그녀의 턱을 들어올려 입을 맞추자, 노아는 눈을 감고 혀끼리 마찰되는 감촉을 즐기며 진우의 뒷목을 끌어안았다.
그렇게 몇분간 서로의 혀를 탐하며 진한 키스를 즐기던 진우는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밀어내고 소파에 다시 걸터앉았다.
"그건 그렇고 이 녀석의 정체가 뭔지 미치도록 궁금하단 말야. w-1급 유물이라……. 크크큭! 이 세상에 과연 1급 유물을 개인 소유로 가지고 있는 놈이 존재는 할려나?"
아무리 부자라 할지언정,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유물은 4급, 천문학적인 재산을 퍼붓는다면 3급까지도 가능하다.
물론, 그건 한 국가의 정치가들이 눈치를 봐야 할 정도의 거부여야 가능한 일이고, 일반적으로 3급부터는 모든 유물을 국가에서 관리하게 된다.
그 이유는 3급 이상의 유물이 가진 힘은 일개 개인이 가지기엔 너무나 큰 힘이기 때문이다.
9급 유물은 일반적인 강철보다 단단하다는 정도라던가, 소지자에게 아주 약간의 힘을 부여해주는것이 전부지만, 급수가 올라갈때마다 그 힘은 커져나가면서 3급 유물부터는 수미터를 초토화 시키는 힘이나, 아무런 능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에게 종류마다 다르지만 5~6등급의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줄 수 있다.
그렇기에 1급의 유물은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핵폭탄같은 무기가 될 수 있고, 아무런 힘이 없는 일반인에게 9~10등급의 이능력을 줄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세계의 밸런스를 단번에 바꿀 수 있기 때문에 1급 유물을 가지고 있는 모든 국가에선 그 힘을 최대한 활용하기 보단 안전하게 보관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자아가 있는 유물은 살아있는 인간처럼 필요할때 평소보다 강한 힘을 보여주기에 w-1급 유물은 반드시 국가의 관리속에서 엄중히 관리되어야만 한다.
그런 위험한 병기를 강탈한 진우는 밀봉된 검은색 상자 뚜껑을 거칠게 뜯어냈고, 그 안에 놓여진 고급천 위에 고스란히 올려져 은빛을 발하는 한 자루의 검과 고풍스러운 금실이 수놓아진 검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충 85cm정도 되어보이는 검의 길이와, 검신이 곧게 뻗어져 예기를 발하는 모습은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일단 이 아이템이 뭔지부터 볼까나.'
그가 전에 했었던 게임에서는 아이템을 식별해야만 그 가치를 제대로 꿰뚫어볼 수 있었으나, 그러한 시스템이 없었기에 그는 곧바로 아이템 확인을 통해 유물의 정체를 파악하였다.
-용광검-
-종류 : 도검류-
-유물 등급 : w-1급-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아버지인 해모수가 사용한 검. 천제의 아들이자 태양의 신인 해모수의 3대 징표중 하나다. 태양의 정수가 결집된 신검.-
'와우? 내가 알기론 해모수는 기원전 인물이라고 배웠는데? 그렇다면 이건 최소 2천년이나 더 된 물건이라는거잖아?'
자세히는 모르지만, 기원전 인물이라는것만 알고 있는 진우는 2천년이나 된 철제 검이 녹 하나 슬어있지 않고, 흠집 하나 없이 예기를 뿌리는 모습에, 확실히 1급 유물답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일단 무기의 성능을 확인해보기 위해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무기의 자아가 거부합니다-
"…어쭈?"
무형의 기운에 손이 튕겨버린 진우는 무기가 자신을 거부한다는 시스템음에 표정이 굳어졌다.
"왜 그러세요? 혹시 유물이 거부하는건……."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노아는 자아를 가진 유물인만큼, 주인을 따지는게 아니냐는듯한 뉘앙스로 조심스래 물어왔고, 거기서 살짝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그는 어깨를 풀어주며 굳은 표정으로 억지 웃음을 지어보였다.
"하, 하하하. 이게 꽤 앙탈을 부리네."
그리고선 힘있게 손잡이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고, 또다시 자신을 거부한다는 시스템음과 함께 손이 뒤쪽으로 튕겨나가려는것을 힘으로 견뎌내며 조금씩 전진해 나갔다.
"크…그그극……! 끄으으으윽!"
팔뚝에 힘줄이 도드라질 정도로 힘을 주며 조금씩 손잡이를 향해 전진해 나간 진우는 이를 악물며 모든 힘을 짜내 앞으로 내밀어 가까스로 손잡이를 잡을 수 있었다.
검의 손잡이를 잡고나자 그를 거부하던 무형의 기운은 사라졌고, 그제서야 원래의 표정이 돌아온 그는 검신을 손가락으로 힘있게 튕겨내며 신경질을 부렸다.
"키킥. 얌마, 니가 아무리 대단해봤자 이 몸보다 하겠냐?"
팅! 팅! 탱!
검면을 때리자 깨끗한 쇳소리가 울려퍼졌고, 유물이 자신의 것이 되었다고 생각한 진우는 검집에 검을 넣으려는 순간.
-이 놈! 그 더러운 손을 놓지 못할까!-
쩌렁--!
"윽!?"
"꺅!?"
방 전체가 울릴정도의 노인의 고함이 터져나오자 깜짝 놀란 진우와 노아는 귀를 막으면서도 적의 기습인가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허! 빨리 그 더러운 손을 놓지 못할꼬!-
마치 사극에나 나올듯한 말투가 생각보다 가까이 들리자, 두 남녀의 시선은 용광검에 모였다.
"헤에? 검에 자아가 있다고 해서 검명을 토해내거나 뭐 그런 수준인줄 알았는데 왠 아저씨가 들어가있네? 기왕이면 소녀 목소리가 더 좋은데."
-고얀놈! 이 몸은 천왕랑天王郎 해모수이니라! 이 검은 너같은 더러운 악적따위에게 물려주기 위해 하계에 하사한게 아니다! 당장 원래대로 놓지 못할까!-
스스로를 해모수라 밝힌 노인의 음성은 자신을 원래대로 되돌리라고 명령하였으나, 진우는 비웃음 섞인 표정으로 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진짜 그래도 되겠수? 세상에 나오자마자 저 상자에 갇혀있어서 아직 상황을 잘 모르는것 같은데, 댁은 내가 아니였으면 미국이나 아크로스라는 조직에서 연구당해 힘이 쪽쪽 빨리고 있었을거라고."
-……!-
상자에 밀봉되어 있긴 했지만, 바깥의 소식을 전부 모르는건 아니였는지 해모수는 놀라기 보단 입을 다물고 말았다.
"보아하니까 노인장도 알고 있었나 보구만. 자신이 팔려나간다는걸."
-…….-
"한가지 더 말해줄까? 당신은 당신의 후손의 국익에 도움이 되기 위해 팔려나가는게 아니야. 자신의 재산만 챙기길 원하는 더러운 정치가들의 비자금을 채워주기 위해 팔려가는 몸이였지. 정말로 당신이 그들의 의도대로 팔려나가길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반환하지."
-하아…어찌하다 위대한 태양신의 자손들이 이렇게까지 타락해버렸단 말인가…….-
결국, 해모수는 더이상 돌려놓으라는 말을 포기하였고, 한탄을 하고 말았다.
-다시 한번 소개하지. 나는 천제의 아들이며 태양의 신이자 천왕랑 해모수이니라. 자네와 저기있는 참한 처자의 이름은 무엇인가?-
그가 밖의 상황을 알 수 있다면 진우와 노아의 이름을 모르는건 아니기에, 해모수가 정말로 원하는것은 그들의 직업이나 하는 일을 말하는것이 분명하다.
"이 몸의 이름은 손 진우. 세계 정복을 노리는 악당 지망생. 지금은 자유를 즐기기 위한 용병 지망생이라고 해두지."
"제 이름은 유 노아라고 합니다. 저…죄송하지만…정말로 해모수님이 맞으십니까?"
해모수는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량스러운 말투와 반말을 사용하는 진우를 무시허고 공손하게 질문을 던지는 노아에게만 대답해주었다.
-유 노아라……. 보아하니 심성이 그리 나쁜 아이는 아닌것 같은데 이런 난봉꾼과 같이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크악!?-
채캉!
순간, 진우는 검면을 향해 주먹으로 강하게 때렸고, 그 충격으로 비명을 지른 해모수는 다시 한번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이 놈! 이 무슨 짓이냐!!-
"쟤는 내 종이나 마찬가지거든? 질문할게 있으면 종보다 주인에게 해야 하는게 당연한거 아냐?"
-말세로다, 말세로다! 이런 난봉꾼 따위는 심성 고운 처자가 곁에 지켜주면 감사하다고 삼시세끼마다 절을 해도 모자를 판이거늘! -
해모수는 자신이 하계에 내려와, 대화를 나눈 최초의 인간이 진우라는데 탄식하였다.
"아아, 노인내의 칭얼거림에는 관심없어. 자기 소개는 이쯤에서 했으니까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왜 내가 이 검을 쓰는데 댁이 방해하는거야? 댁이 팔려나갈것을 막아줬으니 이 몸은 오히려 고마움을 받아도 모자르다고!"
-닥쳐라! 내가 이 검을 하계에 내린 이유는, 나의 후손들이 외국으로부터 눈치를 보지 않기 위해! 설령 장식용이 된다 해도 후손들의 어깨가 조금이라도 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 같은 사악한 악당 따위가 천랑왕 해모수의 용광검을 사용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리고 그 후손들은 댁을 팔아먹었지. 악당인 나는 당신을 구해주었고."
-큭…….-
그 부분에 관해서는 해모수도 할말이 없는지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무래도 이 꼬장꼬장한 노친내를 설득해야 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나보구만. 어떻게 내가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담?'
진우는 그냥 사용하면 끝일줄 알았던 용광검의 원 주인을 설득해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기다리고 있자, 속으로 한 숨을 내쉬며 해모수를 설득시킬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의 주무기중 하나.
개인적으로 아이언맨같은 미래형 무기들도 좋지만, 이런 근접전 종류의 무기를 사용하는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연재 초기부터 주인공의 주무기중 하나로 설정해두었습니다.
작가가 진우의 모든 특성을 총기류로 올린것은 조금이라도 밸런스를 맞추려는 음모였던것이다!
뭐, 그래도 용광검이 단칼에 베지 못하는 것은 신체 강화 12등급의 재해급 괴수 뿐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