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34화 (34/923)

0034 / 0923 ----------------------------------------------

1장

랜덤 버튼을 계속해서 누르는 지루한 행동을 수십번 반복하던 중, 진우의 손가락이 멈춰졌다.

"어, 이거 꽤 괜찮다?"

지금까지의 파워 슈츠들은 하나같이 인간이 슈츠를 입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 눈 앞에 있는 파워 슈츠는 마치 SF에 나올법한 로봇에 가까운 형태였다.

일반적인 파워 슈츠는 단순하게 보자면 두꺼운 옷 같은 느낌을 주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파워 슈츠는 각 부위마다 평평한 금속 위로 무언가를 덧댄듯한 추가 장갑이 부착되어 있고, 그 부분들은 이음새 부분이 그려져 있어 기계같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특히, 그가 이 파워 슈츠를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는 동력원과 팔에 있었다.

커스텀에 의한 제작은 특정 부위만 단단하게 만든다던가 내장 무기를 추가할 수 있는데(물론 재료도 더 들어간다), 슈츠 가동시에 특수한 이펙트를 줄 수 있는 부품도 존재하고, 동력원이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제작탭에서 시험 동작이 가능하다.

심장에 위치한 가슴 부위(대부분 명치를 중심으로 왼쪽)에 에너지원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은 에너지원이 들어가면 붉은 빛이 뿜어지고, 붉은 소용돌이는 그대로 왼팔로 향하게 되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오른팔은 평범한 파워 슈츠인데, 왼팔의 팔꿈치 아래쪽은 마치 거대한 건틀렛을 낀것 마냥 일반인의 팔보다 3배는 더 큰 팔이 자리잡은 상태.

제작 탭에서 동력원을 넣어주자, 가슴의 소용돌이 문양은 중심에서부터 붉은 빛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하였고, 빛이 그대로 왼팔로 뻗어나가자 왼팔에 부착된 거대한 기계 손에서 하얀 수증기가 치익 소리와 함께 토해내는 모습은 딱 그의 취향이였다.

"오오, 이거 쩔어주는데."

도드라지게 큰 왼팔을 손가락으로 확인해보니, 크래쉬 해머라는 명칭과 함께 주먹으로 가격할때 부스트가 점화되어 강력한 일격이 가능하며, 제작자의 기계학 등급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고 쿨타임 30초, 동력 에너지를 1500을 먹는다는 부가 설명이 적혀 있었다.

'상당히 쓸만할지도 모르겠는걸.'

외양도 마음에 들고, 나중에 힘을 써야 할 일이 있으면 근력을 올려주는 거라고 속일 수 있기 때문에 이 팔은 다음 슈츠를 제작할때도 참고하기로 결정하였다.

'좋아. 이제 만들자.'

-추가 제작 옵션을 통해 슈츠의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옵션을 넣겠습니까? Y/N-

'추가 옵션이 가능하다고? 흐음…나중에 노아의 파워 슈츠를 만들어줄때 넣어줘야겠다. 지금은 N.'

어차피 그다지 좋은 금속으로 만든놈이 아니기에, 장난감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티타늄 합금이라던가 세라믹 합금같은 뛰어난 금속을 얻으면 제대로 된 파워 슈츠를 제작하면서 제작 옵션을 넣어주기로 결정한 진우는 N 버튼을 눌렀다.

-필요 금속 312, 기계 부품이 628개 필요합니다. 제작하시겠습니까? Y/N-

커스텀에 의해 여러가지가 더 붙어서인지 일반 슈츠보다 좀 더 많은 재료가 들어갔지만, 어차피 4~5대 정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있기에 가뿐한 마음으로 제작을 완료하였고, 순식간에 하나의 파워 슈츠가 제작대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게임답게 순식간에 나타난 슈츠를 들어 한쪽 구석에 세워둔 그는 철과 같은 색깔의 파워 슈츠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여기다가 도색도 하고, 나중에 꼭 써야 할 일이 있으면 태양열 발전기를 개조시키고 해야겠구만.'

슈츠의 색상은 슈츠 제작후에 직접 페인트를 구하여 제작대 위에 올리면 제작탭에서 염색이 생겨난다는 것을 확인한 진우는 슈츠에 대한 제작은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하였다.

되도록이면 빨리 저 심장에 위치한 공간에 원동력을 집어넣을 수 있기를 간절히 빈 그는 내일부터 자신이 사용할 무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돌격 소총이나 샷건같은건 너무 강하니까 안 되겠지? SMG나 권총 종류로 나가야겠구만.'

거기다가 동시 다발 은행 강도 사건 때문에 총소리가 나면 문제가 생기니까 소음기도 달아줘야만 한다.

-MPX 단축식-

-종류 : 기관단총-

-사용 탄환 : 9 x 19mm parabellum, 357 slg, 40 S&W

-네이비씰, 미국 대통령 경호부에서 사용하는 총기를 제작하는 총기의 명가, 시그 자우어에서 롤아웃한 새로운 신형 기관단총. mp5계열과 비슷한 단축식, 소총 형식의 카빈식, 권총과 비슷한 크기의 권총식 모델이 존재한다. 단축식은 휴대성과 정확성을 올린 모듈로, 기존의 기관단총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총기 부품 x 46, 기계 부품 x 62-

AK-12보다 더 많은 기계 부품이 사용되지만, 어차피 은행 강도들의 모든 총기들을 분해하여 이정도 지출은 새발의 피 수준이였기에, 이정도라면 꽤 괜찮다고 생각한 진우는 총열에 소음을 90% 잡아주는 소음기를 부착하고, 탄알의 속도와 관통력을 20% 상승시켜주는 격발구 강화까지 마치면서 용병 활동때 써먹을 무기를 만들었다.

'일단 이것만 들고 가볼까. 필요한게 더 생기면 그때그때 만들면 되니까.'

그렇게 총기 개조까지 마무리 짓고 다음날을 위해 바닥에 이불을 깔아둔 자신의 방으로 향하였다.

-------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몸 조심하세요."

"너무 크게 무리하지는 말게나."

날이 밝자 노아와 이실리아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씻은 후에 아침을 먹은 진우는 노아에게 보고를 들었다.

엄마의 가슴을 애무하자 터져나온 작은 신음성과,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신을 밀어낸 일까지 모두 들은 그는 계속해서 애무를 하면 거부 반응을 가질테니, 오늘은 계획에 신경쓰지 말고 한가하게 놀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아침 일과를 끝내고 노아의 슈퍼 바이크위에 올라타며 마중을 나와 자신의 안전을 충고해주는 두 모녀를 향해 미소로 대답하였다.

'큭큭. 지금은 그렇게 말하겠지만,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면 그 입에서 극존대가 튀어나올거다.'

이실리아는 장모로서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지만, 자신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모녀가 함께 무릎을 꿇고 문안 인사를 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데 다시 한번 욕망이 치솟아 올라오게 되었다.

그는 가까스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헬멧을 눌러썼다.

"걱정 마, 노아. 첫날이니까 간단한 임무로 가볍게 분위기를 익히는 정도만 할테니까. 장모님도 너무 걱정 마세요."

부우웅--!

그렇게 슈퍼 바이크의 엔진에 시동을 걸자 호쾌한 엔진음이 울려퍼졌고, 바이크 손잡이 아래쪽에 있는 스위치를 눌러 차고의 문을 열었다.

철컹!

'후우, 오토바이는 타봤지만 이런 슈퍼 바이크는 완전 처음인데. 뭐, 타다보면 익숙해지겠지.'

차고의 문이 모두 열리자, 밖으로 나가면서 그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남게 된 모녀는 오늘의 일과를 정하기 시작했다.

"그럼 우린 들어가요. 괜찮으시면 저랑 같이 여기저기 놀러갈까요?"

"그럴까? 그치만 나는 딱히 취미같은게 없는데……."

"그럼 오락실에 가봐요. 영국에는 없는거라서 꽤 재밌으실거예요."

지금은 오락실이라는 이름 대신, 게임 센터라던가 게임장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PC방이 생기기전까지 동네마다 하나씩 있었던 오락실 덕분에 20살이 넘은 사람들에겐 여전히 오락실이라는 입에 달라붙은지 오래다.

영국에선 엘리자베스 여왕의 호위를 위해 버킹엄 궁에서 지내던 이실리아는 그날, 생애 처음으로 오락실이라는 곳을 가보게 되었다.

이실리아 모녀가 오락실로 향할 채비를 하는 동안, 차량 사이로 슈퍼 바이크를 몰며 빠른 속도로 나아가던 진우는 금방 서울역에 있는 머셔너리 지부에 도착하였다.

"휘유~ 이게 바로 슈퍼 바이크란 놈이구만!"

자신이 타던 오토바이는 그리 좋은 종류가 아닌지라 시동을 걸고 움직일때 조금 무거운 느낌이 들고 힘이 부족하였지만, 노아의 슈퍼 바이크는 가볍게 눌러줘도 힘있게 쭉 앞으로 달려가는 느낌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노아의 복종도를 100으로 올린후에 잠시 게임을 끄고, 현실의 인터넷으로 리미트 브레이커의 조교 난이도가 내려가 있다는 사실과 노아의 슈퍼 바이크는 실제로 존재하는 모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슈퍼 바이크의 가격은…더이상 말하면 진우가 비참해진다. 그만 하자.

어차피 대리만족을 위한 가상 현실이기에, 슈퍼 바이크의 미칠듯한 속도감을 즐긴 그는 나중에 시간내서 원없이 달려보겠다는 다짐을 하며 슈퍼 바이크를 주차장 한쪽에 주차해두었다.

열쇠를 돌려 엔진을 끄고, 헬멧을 벗으며 머셔너리 지부로 향하려던 찰나, 갑자기 4명의 남자가 사방을 조여오듯이 다가오는게 아닌가?

'에…나 이 장면 판타지 소설에서 존나 많이 봤는데. 딱 봐도 시비걸려는 포지션이잖아?'

양판소에서 엄청 예쁜 여자들을 대리고 있거나, 비리비리해 보이는 주인공이 주점에 들어갈때 반드시 등장하는 단골 시츄에이션이 조금 변형되어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자, 조금 묘한 기분이 든 진우는 느긋한 자세를 취하며 남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지금 널 좆같이 패고 싶어' 라는 분위기인데, 혹시 내가 올때동안 여기서 기다리고 있던거요? 근성 짱짱맨인데?"

모두 한 덩치씩 하는 남자들은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며 다가왔고, 그 중 낯익은 얼굴의 남자가 다가왔다.

"니가 노아 년의 애인이라고?"

"에…그런데?"

"그것만으로도 네 놈이 피투성이가 될 이유는 충분해."

진우는 노골적으로 노아에게 살기를 드러내는 그의 모습에 기억났다는 듯이 눈을 살짝 떠올렸다.

'아, 그때 노아에게 염동력으로 쳐박혔던 똘마니 아냐?'

아무 이유없이 시비를 당하고, 그녀의 명성에 주늑들어 꼬리를 내렸던 남자였던것을 기억해낸 그는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이쿠~ 여자를 상대하기 무서워서 그 애인이라도 떡실신 만들고 시퍼쪄요?"

"크…닥쳐! 잘못은 그 년이 먼저 내게 했다고!"

"그러겠지. 그래서 노아에게 상대는 안될것 같고, 좆같은 분노는 풀어야겠고, 덩치가 산만한 새끼들이 네명이나 모여서 여자가 무서워 서로 좆잡고 대리만족감 느끼려는 꼬라지들이 참 볼만들 하구만."

"…그래, 네 놈의 주둥이부터 뭉개주마."

그의 도발에 한 인상하는 남자들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진우는 거기다가 쐐기를 박아 넣었다.

"판타지나 무협 소설같은데 보면 분위기 파악 못해서 존나 강한 먼치킨 주인공에게 덤볐다가 떡은 인간이 되지 못하지만, 인간은 떡이 될 수 있다는걸 몸소 실천해주는 3류 깡패들에게 옛날부터 말하고 싶었던게 있었어. 드디어 오늘, 그 대답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왔구만."

그리고선 잠시 헛기침을 한 그는 가운대 손가락을 올리며 씨익 웃어보였다.

"니들 정리하는데 쓰이는 1페이지가 아깝다, 병신들아."

============================ 작품 후기 ============================

참고로 진우가 말하는 저 대사는 실은, 작가 본인이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_-ㅋㅋ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