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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사람들이 대부분의 공정을 자동화, 기계화를 한다곤 하지만, 기계는 인간의 감각을 따를 수 없기에 어떤 곳이든지 반드시 인간의 힘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경영학에서 마케팅, 재무관리, 회계 같은 분야도 중요하지만, 인사 관리야 말로 조직이든, 회사든, 공장이든간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실.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신입생들을 향해 인사 관리를 담당하는 교수는 수업을 하다가 사람을 다루는것의 중요함을 각인시켜주고 있었다.
드르륵-
그 때, 한 여학생이 몸을 일으켰다.
등허리까지 내려오는 분홍빛의 장발과, 붉은색의 눈동자, 날카로운 이목구비와 서구적인 늘씬한 몸매를 가진 여성은 도도함과 얼음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기에, 수업시간 도중에 그녀를 힐끗 엿보던 남학생들이 절반 이상일 정도였다.
게다가 복장도 살짝 들여다보이는 타이트한 블라우스에, 미니 스커트와 각선미를 돋보여주는 하이힐까지 신고 있었던 터라, 동양미인에게선 볼 수 없는 서구적인 몸매와 각선미는 관심이 없는척 하던 남학생들의 눈길과 여학생들의 질투를 불러올 정도였다.
백인보다 더 하얀 창백해보이는 피부를 가진 그녀가 갑작스래 가방을 챙기자, 교수가 입을 열었다.
"리피 에스텔 학생, 갑자기 무슨 일이지?"
"볼일이 생겨서요. 당신에겐 관계없는 일이니까 지루한 수업, 계속하고 계세요."
"뭐…뭣……?"
만약, 그녀가 평범한 대학생이라면 기분에 따라 자신의 학점을 높게, 혹은 낮게 줄 수 있는 교수에게 필사적인 표정을 지으며 급한 볼일이 있다며 사정 사정을 했겠지만, 리피 에스텔이라고 불린 백인 유학생은 교수를 향해 모욕적인 언사를 날리며 밖으로 나갔다.
"크……! 당장 돌아오지 못해! 사정이 있다면 말하고 나가야지! 그런식으로 하면 결석 처리 할테니까 그렇게 알아!"
교수는 대학생들이 대리 출석을 할 정도로(이제는 카드 출석으로 힘들어졌지만) 민감한 결석 문제를 언급하였지만, 리피는 미니 스커트를 팔랑이며 무시하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하아암~ 정말 이 나라는 너무 따분해."
그녀는 팔을 쭉 펴면서 기지개를 폈고, 수업중인지라 조용한 복도를 지나쳐 서울대 정문으로 향하였다.
"정말이지, 아버님은 이런 보잘것 없는 동양의 촌구석 따위에 유학을 보내신건지 모르겠어. 그렇지 않니, 페리샤?"
그녀의 물음과 동시에 리피의 옆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제 의지로 대답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흥."
아무도 없는데 흘러나온 무감정한 목소리에 리피는 새침하게 코웃음을 치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려보았다.
-의뢰 접수, E급 용병 1명 출발함-
그녀는 머셔너리 서울 지부의 메세지를 읽으며, 잠자리의 날개를 뜯는 악동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가씨, 힘없는 이들에게 너무 심한 장난은……."
"그럼 페리샤, 네가 내 무료함을 달래줄래?"
"……."
페리샤라고 불린 목소리는 리피의 물음을 침묵으로 답하였다.
"너는 아버님이 내 경호를 위해 붙여준 경호원이니까 경호원답게 주제넘는 조언 따윈 할 생각말고 하던 일이나 제대로 하렴."
페리샤에게 자기 주제를 가르켜준 그녀는 이번에 날라오는 벌레는 얼마 만큼이나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지 기대하며 서울대 정문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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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서울대는 서울역에서 가까운줄 알았는데 상당히 머네."
참고로, 서울역에서 서울대 입구역으로 가려면 호선을 바꿔 타는것까지 합해 6~7개 역을 지나쳐야만 한다.
지금까지 '서울' 이라는 단어가 붙은것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오던 그로선 예상치 못한 문제인지라 물어물어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휘유~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샤' 대학인가?"
생각보다 시간은 걸렸지만, 서울대 정문에 세워진 '샤' 모형물의 모습에 자신이 정말로 서울대에 왔다는 것을 확인한 진우는 묘한 기분과 함께 그 아래로 바이크를 몰던중, 자신을 제지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보안 요원에 의해 브레이크를 당겼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무리 봐도 이 학교의 학생으론 보이지 않았기에 그를 잡은 보안 요원은 당연한 질문을 하였고, 그는 자신의 지갑에서 용병증을 꺼내 보였다.
"E급 용병, 손 진우다. 이 학교 학생인지 교수인진 모르겠지만, 경호를 의뢰한 사람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온다고 했거든? 혹시 알고 있……."
"으악! 당신 미쳤어요!? 당신 전에도 많은 수의 용병들이 왔다가 반병신 되서 돌아갔단 말입니다!"
사무적인 태도의 경호 요원은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렀고, 머셔너리 지부에서 들었던 대사를 또 듣기 싫은 그는 손사례를 치며 입을 막았다.
"아아, 그런건 알고 온거니까 걱정 마쇼. 내가 오늘 그 의뢰를 성공시킬 첫번째 용병이 될테니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는게 좋을걸? 팝콘이라도 사다 드릴까? 영화보다 더 재밌는 광경을 볼텐데?"
"나…나는 이능력자가 아니지만…그래도 용병들을 습격하던 이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란건 알 수 있을 정도로 용병들과 실력 차이가 너무 컸어요. 언제나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습니다. 그러니까 빨리 돌아가시……."
"어머, 그쪽이 제 의뢰를 승낙해주신 용병이신가요?"
그 때, 보안 요원의 말을 한 여성이 등장하면서 잘라먹었다.
분홍빛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정리하며, 도도하면서도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백인 미녀의 모습에 진우의 반응은.
'뭐지? 난 분명히 한국에서 시작을 했는데 만나는 것들마다 모조리 혼혈, 서양인 쪽이야?'
한국에서 시작했음에도 동양 미녀를 만나지 못한 그는 표정을 바로잡고 의뢰에 대해 입을 열었다.
"댁이 의뢰를 낸 사람이요?"
"예. 스웨덴에서 유학생으로 온 리피 에스텔이라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리피는 자신이 미인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용해 남자를 마음대로 조정할 줄 아는 여성이였다. 사이코 메트리 능력이 있는건 아니지만, 천부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데 재능이 있다고 할까?
'후후후, 내 미모에 반해서 어떻게든 마음을 사로잡고 싶지? 그 만용으로 최대한 열심히 버텨주길 바래.'
순간, 살며시 눈웃음 치던 그녀는 자신의 위아래를 자세히 훑어보는 그의 노골적인 시선에 이미 거의 넘어왔다고 생각하였지만,
"풋-"
"……."
코웃음을 치며, 마치 덜 자란 애송이를 보는듯한 시선과 함께 코웃음을 치는 그의 모습에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미모는 꽤 괜찮지만 노아와 이실리아 모녀도 만만치 않지. 특히 지금 공략중인 이실리아의 완숙미를 따라오질 못해. 안타깝구만. 내가 그녀를 공략하지만 않았으면 작업을 걸어줬을텐데.'
진우는 상대방이 자매, 모녀, 매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동시 공략을 하지 않는 주의이기 때문에, 리피의 모습을 새겨두면서도 공략을 위한 작업은 걸지 않았다.
'괜시리 친해져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이실리아를 공략하는데 애로사항 꽃피거든. 무엇보다, 가슴이 너무 작아.'
그리고 그가 굳이 코웃음까지 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리피의 가슴은 모양이 이상적으로 제대로 잡혀 있고 C컵으로 나름 큰 편이지만, 노아, 이실리아 모녀에 비하면 왜소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뭐지, 이 남자……?'
지금까지 자신의 마음을 건들이기 위해 열렬한 구애를 보내거나 일부러 무관심하는 척 하는 남자들은 자주 봤지만, 이렇게 대놓고 면전에서 비웃는듯이 코웃음 치는 남자는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그녀는 내심 당황하였다.
"자,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예? 흠흠, 우리 가문은 스웨덴에서 적이 좀 있어서요. 아버지께선 상대적으로 테러리스트의 세력이 약한 한국으로 유학을 보내주셨는데, 그 적들이 여기까지 따라붙더라구요. 물론, 제게도 상시 대비중인 경호원이 있지만 숫자가 부족해요. 제 경호원들이 얻은 정보에 의하면, 습격자들은 정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숲에서 모인다고 합니다. 당신에게 맡길 일은 정문 근처의 숲을 순찰해주시는 거예요."
어디서부터 딴지를 걸어야 할지 모를정도로 빈틈 투성이로 무장된 리피의 설명에, 하나하나씩 조목조목 따질까 싶었지만, 그만두기로 결정하였다.
주변을 살피면서 정문에 걸려있는 캠퍼스 맵을 확인해보니 서울대학교를 둥글게 말아넣듯이 작은 산림지가 구성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하였다.
'보아하니 저런식으로 남자 용병들에게 꼬리쳐서 속이는거구만.'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할때마다 '저는 너무 불행해요' 라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모습에, 그녀의 미모에 정신이 팔린 남자들은 보호 본능에 의심조차 하지 못하고 그녀가 말하는대로 행동하다가 노리개로 전락했으리라.
"어디보자…현재 시각 오전 11시 48분. 오후 2시 48분까지 순찰을 돌면 끝이라 이건가?"
"예. 하지만, 그만한 보수를 드리니 실패를 하시면 보수는 없답니다."
"오케이, 그 부분은 이미 들었지. 아참, 이건 개인적인 질문인데 말야, 그 습격자 놈들을 싸그리 죽여버려도 그쪽에서 알아서 처리해주는거지?"
"…예……?"
순간, 여유로움을 잃지 않던 리피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웃음기가 사라졌다.
"왜? 그쪽 가문의 적이라며? 이 몸이 대가리좀 줄여줄테니까 뒷처리는 그쪽이 알아서 하는거 어때?"
리피는 진우의 말투에서 그가 이미 자신의 취미 생활을 눈치 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겨우 E급 용병 주제에, 그것도 혼자 왔으면서 무슨 깡으로 이런 발언을 하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죽여도 된다는 말은 즉, 자신도 죽을 수 있는 위험을 동반하겠다는 뜻이기에.
"…좋아요. 뒷처리는 제가 알아서 하지요. 그럼 지금부터 숲을 순찰해주세요."
"아, 잠깐. 오토바이좀 주차하고. 이거 꽤 비싼놈이란 말야."
진우는 보안 요원에게 3시간동안 주차할테니 잠깐만 통과시켜 달라 부탁하였고, 승낙을 받은 그는 정문을 통과하여 서울대학교 주차장으로 향하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리피의 표정은 당혹감에서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변하였고, 마지막에는 최고의 장난감을 발견한 악동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페리샤."
"예."
"우트가르드 예블라를 보내."
"아…아가씨……!"
리피의 곁에 있지만, 여전히 모습이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려오는 페리샤의 목소리는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최대한 잔인하게, 잘근잘근 썰어버리라는 나의 전언을 전달해라. 장소는 항상 하던 곳으로."
"…아가씨, 겨우 E급 용병입니다. E급 용병 따위에게 우트가르드는 너무……."
"저 재수없는 얼굴이 압도적인 힘 앞에서 어떻게 절망할지 너무나 기대가 돼. 아참, 염동력자에겐 평소보다 강하게 왜곡 결계를 펼치라고 전해. 이번 소음은 지금까지중에서 가장 시끄러울테니까."
리피의 뜻이 확고함을 느낀 페리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어디론가 향하였고, 그녀의 움직임에 의해 공기가 굴절되면서 공간이 일그러지는듯한 현상과 함께 사라졌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에서 자유스러운 용병 생활을 원하던 그가 힘을 드러내기로 결정한 이유가 나옵니다.
근데 거창하거나 '아, 그럴수밖에 없었구나' 라고 이해가 될만한게 아니라는것이 함정 ㅋㅋㅋ
참고로, 국가별로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설정을 정해뒀습니다.
한국은 그다지 큰 특징이 없고, 일본은 전대물 같은 악당과 영웅들이 있습니다.
중국은 기형적인 괴생물체가 많고(소설보다 더 판타지적인 국가니까ㅋㅋ), 유럽과 미국은 마블같은 영웅들과 악당들이 자유분방하게 싸우고 있는중.
아마 주인공이 제대로 힘을 드러내며 활동할때는 한국에서 벗어나 미국이나 일본, 혹은 전쟁이 많은 중동에서 활약할 예정입니다만...어디로 갈지는 아직 못 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