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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까드득……!"
수업중에 무단으로 교실에서 이탈하였기에 인적이 드문 공터에서 스마트폰으로 CCTV의 화면을 전송받고 있던 리피는 자신을 향해 가운대 손가락을 세우며 사라지는 진우의 모습에 분통을 터트렸다.
"미개한 노란 원숭이 따위가 감히 내게 모욕을 줘!?"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쉽게 욱하는 성격적 결험이 있는 리피는, 자신이 우습게 보고 있는 황인종 따위에게 한방 먹었다는 사실에 자신도 모르게 저열한 욕설을 퍼붓고 말았다.
그녀는 황인, 특히 동아시아(중국 한국 일본) 황인들을 우습게 보고 있었다.
중국은 미개한 문화 수준밖에 안되면서 세상의 중심이라 소리치는 자존심만 살아있는 놈들이고, 일본은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원숭이, 한국은 맨날 당하기만 하고 큰소리 한번 치지도 못하는 머저리들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그 머저리들중 하나에게 당했다는 것이 그녀에게 있어선 크나큰 굴욕이나 마찬가지.
안그래도 자신의 아버지인 그랜드 아크의 명령에 이런 촌구석 같은 나라에 온것만으로도 짜증나는데 노란 원숭이가 자신을 얼굴에 먹칠까지 칠해버리니 그녀의 표정은 급격하게 썩어들어갔다.
"돌아왔습니……."
퍽!
"커흑!"
그 때, 일을 마치고 코벤과 함께 돌아온 페리샤의 모습에 리피는 설명을 듣지도 않고 그녀의 복부를 향해 발길질을 하였다.
격투기를 배운듯, 아무렇게나 힘있게 내지르는게 아니라 정확하고 흔들림없는 동작이였다.
"지금 뭘 잘했다고 당당하게 돌아오는거야!"
"…죄송합니다, 아가씨. 하지만, 그 남자는 평범한 용병이 아니……."
퍽!
"큿……!"
"닥쳐! 당장 아버님에게 연락해. 우트가르드 예블라를 더 지원해주지 않으면, 이 빌어먹을 마늘 냄새 나는 촌동네 따윈 당장에 벗어날거라고!"
"하…하지만 그랜드 아크께선 계획이 있기에 아가씨를 한국에 잠시동안……."
"아니면 최소한 그 계획이라도 알려주고 부려먹던가! 빨리가서 아버님에게 가서 내 말을 전해!"
"…예…알겠습니다."
리피는 씩씩거리며 분을 이기지 못해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 모습에 남몰래 한 숨을 내쉰 페리샤는 코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코벤, 그와 직접 싸워본 경험에 의하면 우트가르드 예블라를 몇명 더 지원해주면 이길 수 있을것 같나?"
"모…못이겨…그 놈은…악마야…진짜 악마라고……!"
진우에 의해 몸뿐만 아니라 공포까지 새겨져버린 코벤은 도리질을 치며 싸우기를 거부하였고, 페리샤도 거기에 동조하였다.
"후우…전원이 한꺼번에 습격하면 이기긴 이기겠지. 문제는 이쪽의 피해도 반드시 나올거야. 일단 그랜드 아크께 연락을 드려야겠어. 아가씨껜 죄송하지만, 지금은 그 자를 적으로 돌리기엔 숫자도, 장비도 턱없이 부족해."
만약, 그를 적으로 돌린다면 아크로스에서 충분한 지원과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생각한 페리샤는 그랜드 아크에게 진우의 존재를 알리고 지시를 받기로 결정하였다.
한편, 숲 밖으로 나온 진우의 모습에 보안 요원이 반갑게 반겨주며 위로하였다.
"포기하신거군요. 다행입니다. 아무리 당신이 몸으로 먹고 사는 터프한 용병이라지만 현대인이라면 물러설때를 아는것도……."
"오늘부로 이 임무 때문에 오는 용병은 없을거야. 걱정해줘서 고맙구만."
진우는 자신을 향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보안 요원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의뢰가 끝났음을 알렸고, 보안 요원의 눈이 희둥그래졌다.
그리고선 2시간 30분동안 시간을 때우기 위해 서울대 밖으로 나가고자 한 그는 주차장에 세워둔 오토바이를 끌고 왔다.
'쯧. 존나 아깝긴 하지만, 지금은 공략중인 캐릭터가 있으니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솔직히 진우는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받아낼 수 있었고, 일부러 시비를 걸어 아크로스의 조직원들을 죽이면서 그들이 가진 장비들을 노획하여 새로운 장비들을 만들어내면서 강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됐다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죽은 남편을 끝까지 사랑하는 미망인' 을 조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어버리고, 아크로스와 쉴틈없이 전투를 벌여야 하는 나날이 시작될 것이다.
아마도 그가 이실리아를 타킷으로 잡지 않았다면 페리샤를 능욕하고 리피의 가랑이까지 벌리면서 아크로스와의 전면전을 선포하였을 것이다.
'운 좋은줄 알아라. 내가 모녀 덮밥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너희들의 처녀막은 찢어졌을테니까.'
그가 적당히 가벼운 사항으로만 합의를 본것은 되면서 방해를 받아 모녀 덮밥을 즐길 수 없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였다.
그래도 적당히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고, 아크로스와의 거래선을 틀 수 있게 되었으니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을 구할 수 있게 되리라.
물리적인 면으로만 따지자면 진우는 자신의 힘을 잠깐 보임으로서 피해 보상금까지 얻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라 할 수 있겠다.
2시간 30분동안 시간을 때워야 하는 그는 오토바이를 몰고 서울대에서 벗어나, 인근의 PC방으로 향하였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크로스와 얽히게 되었으니 아크로스에 대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와, 거기에 얽힌 다른 조직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만약에 아크로스에서 자신을 공격하기로 결정하면 아크로스를 적대하는 조직에게 정보를 제공할 생각인 것이다.
'아무리 내가 강하다지만 개인에 불과해. 조직화된 수십명의 이능력자들이 전술적으로 공격한다면 꼼짝없이 붙잡힐 가능성이 높아.'
최소한 아크로스의 적대 세력이 약해도, 자신이 그 조직에 가담함으로서 밸런스가 맞춰질거라 예상한 그는 거기서 아크로스에게 아버지와 남편을 잃은 노아, 이실리아 모녀까지 가담시킬 계획까지 꾸며두었다.
PC방으로 향한 그는 곧바로 아크로스에 대한 정보를 중점적으로 파해쳤다.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공개된, 그것도 극히 일부의 정보만 가능하기에 적의 전력을 파악하는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아크로스에서 유명한 간부들이나 아크로스를 적대하는 조직들에 대해서도 정보를 체크해나갔다.
조금이나마 적에 대해서 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앞으로의 전개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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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셔너리 서울 지부, 지부장실.
최 찬호 지부장은 전화기를 들고 노아에게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잠시 그가 볼일이 생겨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진우가 모든 용병들의 용병 인생을 끝장낸 아가씨의 질나쁜 의뢰를 받아들이고 떠났다는 소식을 이제서야 듣게 된 것이다.
진우와 노아의 관계에 아직 의심을 가지고 있는 찬호는 진우가 용병 이전에 뭐하던 사람인지, 노아와 어떻게 만났는지 조사하는 일에 착수하다가 그와 1:1로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어쨌든, 일반적으로 용병은 자신의 행동에 제약이 걸리는것과 정보를 누설당하는 것을 싫어한다.
노아도 잔뼈가 굵은 용병이였기에 아무리 걱정 때문이라지만 용병의 행동을 다른 이들에게 누설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게 되면 그녀가 가진 머셔너리의 신용도가 깍여나간다.
"지부장님."
그렇기에 그녀를 걱정하면서도 머셔너리의 신용도 문제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중, 한 직원이 그를 찾아왔다.
진우가 맡은 의뢰의 소식을 알게 되면 곧바로 전하라고 지시해뒀던 직원임을 확인한 찬호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어떻게 되었다고 하던가?"
"예, 의뢰자는 용병이 임무에 성공하였다고 확인 전화를 해주었습니다."
"성공했다…고……?"
"예. 분명히 그렇게 전화가 왔습니다."
"……."
찬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직원을 향해 손짓을 하였다.
"고맙네. 이제 원래의 업무로 돌아가게."
"그럼……."
직원은 조용히 지부장실에서 나갔고, 찬호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상황 파악에 나섰다.
'확실히 보통은 아니라 이건가. 수많은 용병들의 인생을 끝장낸 임무를 혼자서 완수하다니…….'
참고로 수많은 유명 인사의 얼굴을 알고 있는 그가 리피의 얼굴을 봤다면 곧바로 아크로스의 수장, 그랜드 아크의 딸임을 알 수 있었겠지만, 페리샤가 가면 속에 숨겨둔 얼굴을 사용하여 대리인 자격으로 신상명세를 바꾸고 의뢰를 등록하였기에 아크로스의 정예 조직원과 싸워서 간단히 이겼다는 것을 알게 되면 눈이 뒤집혔으리라.
'하지만, 조사를 하면 할수록 더더욱 의심이 가는 자야. 어째서 노아와 만나기 이전의 일이 이토록 깨끗할 수 있지?'
아니, 깨끗할 수 있다.
평범하게 살다가 어떤 계기로 몸속에 잠재된 이능력을 각성하여 이능력자 사회에 데뷔하거나 용병으로 활동하는 사례는 매우 흔한 편이기 때문이다.
지부장도 진우가 혼자서 등장했다면 '조금 건방진 청년' 정도로만 인식하고 무시하였겠지만, 남성 혐오증을 가진 노아의 애인으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기에 그는 진우가 마인드 컨트롤쪽 이능력자가 아닐까 라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전투 실력을 보아하니 신체 능력자의 힘도 어느정도 가진듯 하고 있었기에, 확실하게 그의 능력을 단정지을 수 없었다.
'일단은 두고봐야겠군. 하지만, 네 놈이 노아의 마음을 조종하는거라면 네 놈은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
강간당할뻔한 충격으로 남성 혐오증을 얻게 된 불쌍한 여성이다. 그런 여성의 마음을 조종하여 애인 행새를 하는것은 강간범보다 질이 나쁜 최악의 성범죄자라고 생각한 최 찬호 지부장은 일단 신중하게 좀 더 노아와 진우에게 다가가기로 결정하였다.
그는 악을 용서 못하는 정의감 넘치는 인물은 아니였지만, 최소한 눈 앞에서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인간성은 가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거듭 말하지만 지부장이 노아를 위해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는 후에 알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