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43화 (4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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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명함의 주소대로 찾아간 진우는 여러 회사가 밀집되어 있는 고층 빌딩의 숲에서도 상당한 크기와 규모를 지닌 10층 빌딩 앞에 도착하였다.

창문은 모두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코딩되어 있고, 높은 담벼락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입구쪽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크네? 하긴, 많은 물건들을 보관하려면 이정도는 되야겠지."

게다가 이런곳에서 당당하게 허가받지 못한 불법 무기같은게 밀거래를 하고 있으리라곤 아무도 상상치 못하리라.

일단 지하 주차장에 주차해두기로 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입구를 막고 있는 검은 양복의 사나이들이 그를 제지하였다.

"죄송하지만 이곳에 허가받은 사람을 제외한 외부인은……."

진우는 주머니에서 명함과 카드를 꺼내 보였고, 검은 양복의 사나이들은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고 입구에 설치된 카드 체크기를 가리켰다.

스윽-

삐빅-

카드 체크기에 카드를 갔다대자 초록불이 반짝였고, 그제서야 검은 양복들은 양쪽으로 지켜주었다.

'보안이 생명인 곳이라서 그런지 경계가 삼엄하군.'

담 안쪽에는 검은 양복들이 주기적으로 순찰과 경계를 하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지하 주차장으로 향한 그는 생각보다 많은 차량이 주차하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한쪽에 바이크를 세우며 빌딩의 정문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1층 로비에 도착하자, 미모의 여성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어서오십시오, 손 진우 고객님. 처음으로 오셨으니 이 카탈로그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카탈로그를 받아든 그는 안의 내용을 간략하게 훑어보았다.

카탈로그의 내용은 지극히 상식(?)적인 부분이였다.

밀거래에 대한 정보를 외부인에게 밝히지 말것, 건물 내에서 그 어떤 소란도 일으키지 말것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자잘한 규칙과, 이에 불응할시에는 안전 요원들에 의한 무력 진압이 있을것이라는 경고가 적혀져 있었다.

경고문 옆에는 각 층마다 판매하는 물건들이 존재하였는데, 1층은 로비와 경호원들을 위한 휴게실과 만약을 대비하기 위한 무기고가 있기 때문에 허용된 영역 밖으로 나가는 것은 안된다.

2~9층에서는 기계 제품, 총기류, 파워 슈츠, 초능력 증폭기 같은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을 층별로 분류하여 팔고 있었기에, 카탈로그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제작 재료라고 써져 있는 8층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찌잉-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험상궃게 생긴 남자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오자,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영수증을 확인하고 박스를 나눠주기 시작하였다.

저 안에는 분명히 무기가 들어있을거라는데 진우는 자신의 오른쪽 겨털을 걸 정도로 확신했다.

'과연. 내가 죽인 그 놈들도 파워 슈츠와 무기를 여기서 구입했나보군.'

자신이 직접 머리통을 부숴버리면서 처리한 은행 강도들이 이 곳에서 무기와 슈츠를 구입했을거라 확신한 그는 8층 버튼을 누르며 느긋하게 기다렸다.

찌잉-

8층에 도착하면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마치 어두운 골목길의 암거래 시장같은 분위기를 자아낼거라는 예상과 달리, 인기많고 잘 정리된 대형 마트 같은 풍경이 나타났다.

"…해서 총 289만원 나왔습니다."

"카드로 일시불로."

"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엘리베이터와 가까이 설치된 계산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시동안 자신이 건물을 착각한게 아닐까 싶었지만, 진열대에 걸려있는 물건들은 마트에서 파는 일상 용품같은게 아니라 금속 덩어리나 합성 수지, 그리고 밀폐 보관되어있는 에너지 원석들이였다.

처음으로 서울 상경한 촌놈같은 꼬라지는 자존심상 보이기 싫은 그는 겉으론 느긋하게 걸어다니며 진열대 위에 올려진 물건들을 구경하는척 하였지만, 속으론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리된 암거래 시장의 모습에 놀라고 있었다.

'소형 원자로? 플루토늄? 미치겠구만, 이거……. 돈만 있으면 여기서 뭐든지 구입할 수 있다 이거잖아?!'

비록, 진짜 원자로와 플루토늄이 아니라 비슷하게 생긴 모형이었지만,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다. 그런 위험한 물건을 아무나 손을 댈 수 있는 곳에 부주의하게 둘리가 없잖은가.

하지만, 기술 없는 작자가 함부로 구입했다간 엄청난 사태가 야기될게 분명하긴 하다.

진우는 생각보다 큰 규모의 암거래 시장의 모습에 자신의 돈이라면 지금 당장 금속을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금속쪽을 확인해본 진우는 금방 기분이 우울해져버렸다.

-티타늄 합금 x 1 = 1백만원-

실제로 그가 금속 관련을 일을 하는게 아닌지라 현실에서의 가격이 어떤지 몰라도, 이건 너무 비싸다는 것 정돈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불법 단체에 의한 악용을 막기 위해 정식 등록된 사업체에 한해서만, 그것도 한계를 정해서 거래가 가능하도록 법으로 지정하였기에 일반인이 강도가 뛰어난 금속을 구하는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당장 직원들 멱살 잡고 항의할 뻔 하였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금액은 2억 5천만과 은행 강도짓을 통해 얻은 천만원, 의뢰 완수금 300만원이 전부였다.

슈츠 제작에 필요한 금속은 275. 그가 전재산을 털면 구입할 수 있는 티타늄 합금은 263개.

아슬아슬하게 부족하지만, 노아의 카드까지 사용하면 슈츠 하나 정돈 구입할 수 있다.

허나, 제작 옵션을 통해 강화하려는 그의 계획에는 최소 150개의 금속이 여유분으로 존재해야 하기에 포기하기로 하였다.

'쯧. 하는 수 없군. 지금은 합성 수지나 구해두자.'

일단은 조교용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합성 수지를 구입해두기로 결정한 진우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합성수지 목록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른 문제가 생겨났다.

'페놀수지? 아크릴수지? 이런 씨바랄…이딴 전문 용어를 쓰면 내가 어떻게 알아 쳐먹냐! 정보 확인!'

합성수지는 생활에 많이 쓰이지만, 어떤 용도에 어떤 이름을 가진 합성 수지가 사용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진우도 거기에 부합되는 일반인이였지만, 그에겐 스마트폰 검색보다 더 뛰어난 아이템 정보를 확인하는 플레이어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폴리우레탄

-종류 : 제작 재료

-기계적 강도가 우수하고 가공성이 좋아 의류, 신발, 산업용, 건축용으로도 폭 넓게 사용되는 합성 수지.

다른 합성 수지들은 항공, 우주용이라던가 산성, 자외선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합성 수지들로, 방탄조끼에 필요한 내용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 그에겐 조교용으로 사용될 합성 수지였기에 의류용과 건축용을 겸용하고 있는 합성 수지인 폴리우레탄만 구입해두기로 하였다.

-폴리우레탄 x 1 = 3만원-

티타늄 합금과 달리 구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은 합성수지는 가격이 매우 저렴한 편이였기에(금속에 비하면), 나중에 언제 쓰일지 모르니 500개 정도만 구입해두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진열대에는 표본 형식으로 물건의 종류만 보여주고 있었기에, 진우는 진열대 근처에 탭북과 계산기같이 생긴 물건 옆에서 대기중이던 여직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보쇼, 이 녀석 500개 정도만 구입하려 하는데."

"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직원은 탭북으로 무언가를 체크하고, 계산기에서 무언가를 두들기더니 바코드 한장을 뽑아냈다.

"이걸로 계산을 하시고 건물 밖으로 나가시면 직원이 물건을 가지고 대기하고 있을 것입니다. 만약, 배달을 원하신다면 2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흐음, 배달비가 꽤 비싸네. 하긴, 남들에게 들키면 안되는 물건이니까 그만한 위험 수당이겠지.'

진우는 바코드를 가져가며 계산대로 향하였고, 007 가방에서 돈을 꺼내 지불하였다.

'다음에는 카드 하나 만들어서 계산해야지. 난 또 카드 계산이 될거라곤 상상도 못했단 말야.'

불법적인 암거래에는 오로지 현찰만 주고받던 범죄 스릴러물 영화의 영향으로, 카드로 계산할줄은 몰랐던 그는 결국 본의 아니게 처음으로 이곳을 이용한 초짜티를 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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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는 자신의 가방에 담긴 돈을 빼앗으려는 범죄자들과의 마찰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지만, 은행 강도 사건으로 아직도 어수선함이 가시지 않는 이 때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머저리같은 짓거리는 하지 않았다.

'쳇, 뭐야. 잔뜩 기대했는데.'

그의 머릿속 계산은 이러했다.

범죄자가 자신의 돈에 탐욕심을 드러내고 쫓아온다 -> 일부러 으슥한곳으로 유도한다 -> 툭탁퍽! -> 그들의 은거지를 안내하도록 협박한다 -> 툭탁퍽! -> 은거지의 아이템들을 모조리 해체한다

'라는 스토리로 흘러야 했는데!'

양판소같은 스토리대로 흐른다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부수입이 상당하기 때문에 내심 기대하고 있던 진우로선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어쨌든, 배달에는 몇시간이 걸린다는 말에, 이실리아가 돌아오기전에 작업을 마쳐야 했던 그는 50개의 합성 수지가 들어간 박스 하나를 어깨에 들쳐매며, 한 손으로 바이크를 운전하여 노아의 집으로 돌아왔다.

박스와 함께 돌아온 그는 곧바로 지하실로 내려가 작업대에 합성 수지와 기계 부품을 올려두어 제작을 하자, 완성과 동시에 슈츠를 제작하면서 확인했었던 제작 옵션에 대한 메세지가 떠올랐다.

-저주파 올인원 속옷을 제작하였습니다. 당신의 천부적인 기계학 지식에 의해 마치 피부처럼 편한 마에스트로 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추가 제작 옵션을 통해 의류의 기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옵션을 넣겠습니까? Y/N-

'흐음…좋아. 일단 내용물이나 보자. Y.'

슈츠를 만들때는 나중에 제대로 된 금속으로 제작할 생각이였기에 제작 옵션을 넣지 않았지만, 올인원 속옷은 자신의 계획에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였기에 확인한 것이다.

-저주파 진동 강화 : 저주파의 진동을 강화시켜 다이어트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기계 부품 x 4, 합성 수지 x 2-

겨우 단 하나밖에 없는 제작 옵션이였지만, 진우에게 있어서 최고의 옵션이였다.

'겨우 이 재료로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쩔어주시는데?'

더더욱 이실리아의 몸을 자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데 눈이 희둥그래진 진우는 곧바로 저주파 진동 강화 옵션을 넣었고, 제작이 완료되자 검은색과 하얀색이 조화된 아름다운 저주파 올인원 속옷이 제작대 위에 만들어졌다.

저주파 올인원 속옷을 노아의 장롱속에다 고이 걸어둔 그는 이실리아의 배덕심을 키울 수 있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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