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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키시이익!"
"찌찍!"
호랑이급의 맹수와 동일한 덩치를 가진 쥐때들, 그리고 인간의 상반신만한 각양각색의 다양한 종류의 벌레들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자신들을 처치하러 온 인간들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었다.
투타타타타--!!
"빌어먹을! 계속 움직여! 멈추면 모든게 끝이야!"
동시다발적 은행 강도 사건때 이능력자들에게 책임을 회피하면서 해외로 많은 수의 한국 이능력자가 빠져나가게 되었다는 것은 전에 설명했을 것이다.
그 여파로 인해, 원래라면 이능력자 7, 그들을 호위하고 보조하는 특수 부대원이 3의 비율로 괴수를 처리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이능력 전력이 빠져나가면서 이능력자 2, 특수부대가 8 이라는 비율로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하수구의 넓은 범위로 인해 특수 부대 4개 중대가 흩어지면서 맹수와 요귀 위주로 처리에 나섰으나, 최소 수백 단위의 괴수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평범한 괴수로 생각하고 있던 특수 부대원들은 각개 격파를 당하기 시작했다.
현재, 뒤에서 몰려드는 괴수 무리에게 쫓겨나가는 5명의 특수 부대원들은 그 각개격파에 간신히 살아남은 소대원중 일부였다.
타타탕!
피피핑!
"빌어먹을! 중간에 요귀급이 섞여있다!"
"맹수급 위주로 처리해서 길을 막아!"
맹수급만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하지만, 중간에 요귀급이 섞이면서 맹수급을 처리하여 출구쪽으로 도망가던 특수 부대원들은 탄알의 소모가 급격하게 빨라져갔다.
"카하아아!"
그 때, 바퀴벌레가 괴수화한 것이라 생각되는 곤충이 달려오면서 타액을 내뱉었고, 맨 후열에서 달려가고 있던 특수 부대원의 다리에 맞았다.
"으악! 뭐야 이건!"
철퍽 철퍽!
그는 자신의 다리에 엉겨붙은 타액의 무게 때문에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고, 손으로 그것을 뜯어내려 해도 액체처럼 구성된 덩어리는 뜯겨지지 않으며 오히려 그의 손을 미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아…안 돼……! 사…살려…크아아악!"
찌찌직! 우드득 콰직!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쥐때와 벌레들이 그의 몸을 덮쳐들어갔고, 그의 비명은 괴수 무리에게 뼈와 살이 찢겨지고 부서져나가는 소리에 묻혀져버렸다.
동료의 잔혹한 죽음에 애도할 틈도 없이 살아남기 위해서 계속해서 달려나가던 중.
"대가리 숙여!"
앞쪽에서 라이트가 켜지면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들은 일말의 희망을 품고 그의 말대로 고개를 숙였고, 그들의 머리 위로 총탄이 날라갔다.
퓨퓨퓩! 타탕! 타탕!
파파팍! 화르륵!
"끼이익!"
"찌이--ㄱ!"
특수 부대원들의 K-1 소총으로도 머리를 맞췄을때 3~5발은 먹여야 할 맹수급 괴수들이 순식간에 나동그라지고, 요귀급 괴수들까지 몸체에 눈에 띌 정도로 총탄에 의한 상흔이 퍼져나간데다 괴수들의 몸에 불이 붙자, 맹렬하게 돌진해오던 괴수 무리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무뎌졌다.
"아오 썅, 쥐새끼만 있는게 아니라 벌레 새끼들도 있잖아? 저것들 목을 어떻게 챙겨? 문명을 가진 현대인이잖아? 기계라던가 그런 방법으로 체크는 불가능한거야?"
"어쩔 수 없어요. 기계로 체크하는 것은 해킹의 우려가 있으니까……."
"옘병할이구만."
라이트와 함께 다가오는 두 명의 남녀는 멍하니 있는 특수 부대원을 지나치며, 시체를 밀어내면서 다가오는 괴수들을 향해 다가갔다.
"자, 그럼 간만에 몸좀 제대로 풀어볼까!"
후웅!
남자는 총을 집어넣더니 맨손으로 괴수들을 향해 뛰어 들어갔고, 그 모습에 특수 부대원들이 기겁을 하였으나, 그들의 놀라움은 다른 종류의 것으로 바뀌어버렸다.
콰득!
"네놈이 첫빠따다!"
괴수 무리 안쪽으로 뛰어든 그가 축구공을 차듯이 휘두른 발길질에 맞은 벌레형 괴수의 몸이 간단히 반으로 갈라져버렸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목덜미를 찢어발기려는듯이 점프한 쥐의 턱을 손날을 세워 빠르게 휘두르자 턱에서부터 뇌까지 관통당하며 나동그라졌다.
콰직! 퍽!
사방에서 날라오는 괴수들의 움직임을, 마치 슬로우 비디오마냥 몸을 숙인다거나 반정도 빙글 돌리면서 회피해 나간 그는 그 와중에 팔과 발을 아무렇게나 휘두르는것 같아도 거기에 적중당한 괴수는 한방에 절명하고 말았다.
타탕!
그 때, 여성의 권총에서 뿜어져 나온 탄알이 몸에 박힌 쥐는 몸속에서 내장이 익어가는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즉사하면서, 괴수들의 숫자는 두 남녀의 활약으로 빠르게 줄여져 나갔다.
"찌익!"
"키시잇!"
여성의 총알보다 남자가 처치하는 속도가 몇배는 빠른지라, 그녀가 탄창을 다 비우기도전에 원래보다 지능이 상승되어있는 괴수들은 자신들이 4~5마리 수준밖에 남지 않게 되자 등을 돌리고 도망쳤다.
"아오 씨발. 쥐 새끼들은 그렇다쳐도 벌레들은 톡 터지는 그 느낌이 존나 좆같네."
남자는 자신의 손에 묻어있는 벌레들의 초록색 체액에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팔을 휘저어 체액을 털어냈다.
"다…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자신들의 동료를 먹어치우고, 복수도 하지 못해 도망가야만 했었던 특수 부대원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함께 행동했었던 이능력자들보다 월등히 강한 진우의 모습에 그의 정체를 물어왔다.
"E급 용병 손 진우님이시다. 그것보다 손에 묻은거 닦을만한거 뭐 없냐?"
진우는 그들의 놀라움보단 손에 남아있는 껄끄러운 체액이 더 중요한 문제라는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들에게 입을 열었다.
"A급 용병 유 노아다. 어째서 여기에 당신들만 있는거지?"
그가 말을 하면 다른대로 얘기가 셀것이라 생각한 노아는 말을 끊으며 특수 부대원들을 향해 자기 소개와 동시에 다른 이들의 행방을 물어왔다.
"유 노아라면…작열의 마탄……!"
"제발 부탁드립니다! 다른 동료들도 구해주십시오!"
노아의 유명세는 군부대에게도 상당히 널리 퍼져있는지, 그녀의 이름을 듣자마자 살아남은 특수 부대원들은 동료들의 구출을 부탁하였다.
"알겠으니까 허둥대지 말고 상황을 설명해. 그래야 우리가 움직이는 방향도 빨리 정해질 수 있으니까."
약간 사무적인듯한 노아의 요구에 특수 부대원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사건을 설명하였다.
이하린을 포함한 6명으로 구성된 이능력 부대와, 그녀들을 서포트해줄 특수부대 4개 중대가 내려온 사실.
좁은 공간에서의 밀집은 오히려 이쪽의 전투력 급감을 불러오기에 각 중대별로 나뉘어져서 맹수와 요귀급만 퇴치하고, 요마급 괴수를 발견하면 무전기로 알려주기로 하였으나, 단체로 활동하는 괴수 무리에게 각개 격파 당하면서 많은 동료들이 자신들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정신없이 쫓겨나오느라 위치를 잘 모른다고?"
"예……. 지도를 볼 틈도 없이 무조건 출구를 찾아서 뛰어 다녀서……."
"일단 그 지도를 줘봐."
지도를 가진 특수 부대원은 그녀에게 자신의 지도를 넘겨주었다.
시작 위치와 각 소대가 움직이는 루트가 잘 정리된 하수구의 지도를 얻은 그녀는 특수 부대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왔던 방향으로 일직선으로 가면 출구가 나올거야. 보아하니 탄알 소비가 큰 듯 하니까 퇴각하도록 해. 아참, 무전기도 줘. 당신들 동료를 구할려면 그게 필요할테니까."
"고…고맙습니다."
"살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동료들을 꼭 구해주십시오!"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있었던 그들은 노아를 향해 무전기를 내주며 감사의 인사와 함께 그녀가 말한 방향으로 뛰어갔다.
"칫. 살려준건 난데 인사는 다른 사람한테 하네."
"좀 부끄럽지만 제 명성이 더 높으니까요. 너무 그런데 신경쓰지 마세요. 진우님이 마음먹고 활약하신다면 저같은것보다 훨씬 높은 명성을 얻으실거예요."
"흠흠, 당연하지. 일단 지도와 무전기부터 체크해볼까?"
이런곳에선 계획성없이 무작정 움직이면 헤메기 쉽기 때문에, 지도부터 확인하기로 한 그들은 지도를 펼쳐 자신들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파악해두었다.
치직--
"아아, 여보세요? 모시모시? 헬로우? 웨이? 알로? 올라?"
다국적 전화 받았을때의 인사말을 나열한 진우는 치직거리는 소음만 내는 무전기의 전파 상태에 인상을 찌푸렸다.
"다 뒈졌나본데? 하나도 안 받는걸 보니까."
"전파 상태가 안좋은것일수도 있구요. 일단 움직이면서……."
[치직- …대……! 살아…부…보고…치직--!]
그 때, 무전기에서 끊길것처럼 아슬아슬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우와 노아는 무전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조금씩 깨끗해져가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어느정도 알아들을 수 있는 무전 내용이 들려왔다.
[치직-- 각 소대…로…살아남은…존 보고를……! 치직-!]
"아무래도 이 방향이 맞는것 같군. 계속 가보자고."
특수 부대원들이 도망쳤던 방향으로 계속해서 움직이니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무전의 내용이 완벽하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해졌다.
[각 소대별로 살아남은 자는 보고하라! 반복한다! 각 소대별로……!]
뭔가 필사적인 여성의 목소리에 진우는 노아에게서 무전기를 빼앗아 무전 스위치를 눌러 입을 열었다.
"안녕하신감? 아무래도 우리 외에는 이 무전을 받는 놈이 없나 본데?"
[당신은 누구지!? 누군데 이 무전을……!]
"이쪽은 머셔너리에서 파견나온 용병이다. 우리와 조우했던 특수 부대원 4명은 우리가 들어왔던 출구로 빠져나갔지만, 다른 소대는 어떤지 모르겠군."
[큭…….]
여성의 목소리는 다른 무전이 들려오지 않자, 낙담한듯한 신음성을 흘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 우리는 G 구역에서 생존자를 모으고 있다. 그쪽도 우리와 합류해라.]
"허? 니가 뭔데 명령질이냐?"
[뭐…뭣……?]
"우리들은 용병이지 니 년을 상관으로 모시는 따까리가 아니거든? 게다가 우리는 우리대로 요마 퇴치의 임무를 받고 온거지, 너희들의 임무 보조를 위해 내려온게 아냐. 그럴때는 같이 힘을 합치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라고 부탁해야 하는거야. 자자, What did you say."
그와 동시에 무전기가 꺼지면서 저쪽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이윽고 다시 무전이 켜졌을땐 똑같은 목소리지만, 정중해진 목소리와 어조였다.
[죄송합니다. 우리와 함께하던 이들이 죽었다는 충격에 무례하게 대한것 같습니다.]
"아아, 미안하면 됐어. 이쪽도 기본적인 상호간의 예의정도는 지키자는 뜻이였거든. 방금전의 도발적인 내 언사를 사과하지."
[만약, 지도가 없으시다면 위치를 설명해드리…….]
"아니, 아까전에 우리가 도와준 녀석들에게 지도랑 무전기를 달라고 했거든. 이 무전기도 걔네들거야. 그 쪽으로 갈테니까 기다리라고."
그리고선 무전기를 끝낸 그의 모습에 노아는 예상외라는 듯한 눈빛으로 물어왔다.
"조금 의외네요. 진우님이였으면 우리가 사냥할테니까 꺼지라고 하실줄 알았는데."
"맞아. 무전기의 상대가 남자였다면 그랬겠지. 그런데 목소리가 꽤 예쁜게 미녀처럼 느껴지더라고. 그래서 일단 면상을 보고 결정하려고."
그리고선 낄낄거리며 색욕어린 천박한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그녀는 그럼 그렇지라며 피식 웃어보였다.
"그럼 빨리 가요. 1분이라도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빨리 2억짜리 대가리 들고 나가자고."
하수구의 지독한 냄새에 조금 적응하였지만, 여전히 고역인것은 여전하였기에 두 남녀는 지도를 확인해나가며 지도에 그려진 하수구 내에서 상당히 넓은 공터인 G 구역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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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부대 1개 중대는 일반병 1개 분대급 인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