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49화 (49/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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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괴수들은 무리지어서 움직이는듯, G 구역까지 가는데 별다른 장애물은 없었고, 진우와 노아는 손쉽게 G 구역에서 각 통로를 경계하고 있던 특수 부대원들의 제지를 받아야했다.

"정지! 움직이면 쏜다!"

"연대장이다! 닥치고 문열어!"

"……."

모든 경계 초소의 암구호를 피할 수 있는 마법의 문장이 튀어나오자, 갑작스런 인기척에 긴장하고 있던 특수 부대원들과 이능력 요원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 뭐? 이렇게 말하면 다들 웃던데 여긴 왜 이리 분위기가 싸~해?"

긴장감이라곤 0.0001%도 느껴지지 않는 진지함이 완전히 결여된 목소리로 다가온 진우의 모습에 특수 부대원들은 어이가 없지만, 일단 방금전에 무전으로 연락을 받은 용병들임을 확인하고 길을 비켜주었다.

화악!

그 때, 진우의 뒤쪽에서 젋게 보면 10대 후반, 아주 늙게 봐도 20대 초반 정도 되어보이는 신경질적인 인상의 남자가 나타나더니 경찰봉 비슷한 물체를 그의 뒤통수를 향해 휘둘렀…….

탁!

지만, 자신에 대한 살기를 느낀 그는 간단히 경찰봉처럼 생긴 방망이를 힘있게 낚아채면서 그의 목덜미를 붙잡아 압박하였다.

"끄…꺽……!"

"나를 공격하려한 이유는 나중에 듣지. 최우선은 이 몸을 뒷치기하려던 댓가가 뭔지 알려주는게 먼저거든."

젊은 남자의 얼굴이 새빨개질 무렵, 갑자기 공기가 일그러뜨려지며 진우의 팔을 채찍처럼 휘어졌고, 재빨리 손을 놓고 뒷걸음질하여 간단히 피한 그는 더이상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듯이 양 손을 들어보였다.

"거기까지 해두시죠."

"워워, 채찍으로 때리는건 좋아도 맞는건 싫거든? 우리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평화적으로."

진담반, 농담반어린 대사와 함께 텔레포터 능력자인듯한 젊은 남자의 목덜미를 잡아 그쪽으로 내던지자, 남자는 텔레포트하여 몸을 바로 잡고 땅에 착지하였다.

'흐음, 내게 잡혔을땐 저렇게 피하지 못한걸 보니까 쿨타임같은게 존재하는가보군.'

"크…이 개새끼가……!"

"박호진! 그만하라니까!"

"……!"

박 호진이라 불린 젊은 남자를 일갈하여 진정시킨 여성이 천천히 다가오자, 진우는 노아와 비슷하지만, 동양적인 색이 강한 미녀의 모습에 남몰래 속으로 그녀를 다음 먹잇감으로 체크하였다.

"죄송합니다. 방금전의 무전 때문에 저희쪽 요원이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서……."

"뭐, 지난일은 잊자구. 일단 자기 소개부터 하지. 나는 손진우. 이쪽은 A랭크 용병 유노아."

"제 이름은 이하린입니다. 유노아라면…작열의 마탄이라고 불리는……."

"맞아. 그쪽은 풍사 이하린이지? 소문은 많이 들었어."

노아는 자신보다 상위 랭크의 이능력자인 하린에게 별로 꿀리지 않는다는듯이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하린의 이명을 거들먹거렸다.

'호오, 이 년이 해모수 할배가 선택했었다던 그 이능력자란 말이지?'

자신이 나중에 냠냠해주기로 결정했었던 이하린이라는 이능력자가 바로 눈 앞의 여성임을 확인한 진우는 속으로 만족스런 미소를 내지었다.

'서구적인 노아와 달리 동양적인 미인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게다가 나름 침착해보이고. 저 침착함이 내 몸에 깔리면서도 유지될까나? 큭큭큭!'

속으로 그녀를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계산하던 진우는 이내, 자신은 지금 공략중인 이실리아가 있음을 상기시키며 현재는 얼굴도장좀 찍어주고 플래그만 만드는것으로 만족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이 곳으로 오신 용병은 두분이 전부이십니까?"

"엉. 요마급이라니까 머셔너리 지부장이 노아를 딱 꼬집어서 보내드라고. 나는 거기서 겉절이로 함께 온거고."

"겉절이……?"

"아까 자기 소개할때 깜빡했지만 나는 E급 용병이걸랑."

"!?"

원래는 노아와 함께 자신의 랭크를 소개하려 하였으나, 박호진이라 불린 남자가 자신의 뒤통수를 치려는 것을 막아낼때 일부러 자신의 존재감을 돋보이고자 랭크를 일부러 나중에 소개하였다.

그의 의도는 제대로 먹히면서, 텔레포트 능력자의 기습을 능숙하게 막아낼 정도의 실력자가 겨우 E급 용병이라는데 깜짝 놀란 그들의 표정에 자신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겨주는데 성공함을 직감했다.

"자자, 잡담은 여기까지만 하고 작전 회의에 들어가자고. 이런식의 쓸대없는 시간 낭비는 딱 질색이란 말씀이야."

자신의 정체에 대해 캐묻으면 일이 귀찮아지기에, 재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그의 말에 하린은 하려던 말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 지도를 확인하겠습니다."

하린은 경계를 위한 특수 부대원을 제외한 모든 인원들을 불러모아 지도를 펼쳐들었다.

"현재, 우리들의 위치는 G구역으로, 각기 다른 구역으로 1개 중대가 소대별로 나뉘어져 탐색을 감행하였으나, 괴수들의 원인모를 집단 행동 때문에 각개격파를 당한 상태입니다."

여기까지 설명한 하린은 속으로 침울함을 억지로 삼켜냈다.

정치가들의 행태에 대다수의 이능력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서울을 담당하는 이능력 전력은 바람을 이용하는 염풍력 8등급의 자신과 5등급 텔레포터 박호진, 6등급 신체 강화자 한박구, 3등급 텔레파시 배용조, 이렇게 4명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박구와 배용조는 여러가지 임무를 과도하게 수행하면서 휴식을 취해야 했기에 하린과 호진만이 요마 퇴치 임무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다른 지역을 지키는 이능력자들의 숫자도 많이 사라지면서 각 지역마다 인원의 충당을 호소하였으나, 인구 천만의 안전과 정치인들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는 하린이야말로 다른 곳에서 인원을 빼오고 싶을 지경이였다.

그 사건이 일어나지만 않았다면 불을 다루는 능력자와 전기를 다루는 능력자에 의해 이정도 임무는 간단히 처리했으리라.

"현재 인원은 12명. 외부자 2명, 여기서 인원을 쪼개면 각개격파를 당할것이 분명하기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함께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저기, 괜히 딴지걸려는건 아닌데, 좁은 통로를 이동하다보면 14명이나 되는 인원이 문제가 될텐데 괜찮겠어?"

하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정도 질문은 예상했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예. 그래서 우리는 G구역처럼 절대적으로 큰 통로만을 이용하며 이동할 생각입니다. 제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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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후욱……."

극도로 긴장된 숨소리.

형광봉 하나만을 의지하며 어둡고 좁은 통로를 지나가던 특수 부대원은 극도로 민감해진 청각에 작은 벌레 소리같은게 들려왔고, 그는 조심스래 형광봉 하나를 더 꺼내들어 힘있게 반으로 꺽었다 피면서 붉은색으로 빛나는 그것을 앞쪽으로 내던졌다.

툭- 투툭…….

"키시이익!"

"찌찌찍!"

형광봉이 벽에 튕기면서 앞쪽으로 튕겨나가자, 형광봉의 붉은 빛에 노출된 수많은 쥐들과 벌레형 괴수가 그의 존재를 인식하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첨벙! 첨벙!

애초에 총을 가지고 있찌 않던 특수 부대원은 자신이 들고 있던 형광봉까지 내던지며 밝게 빛나는 출구로 무작정 뛰어나갔다.

목숨이 걸린 일이다 보니, 방탄복과 방탄헬멧, 무거운 군화를 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사인 볼트와 맞먹을 정도의 속도로 뛰쳐나가 출구로 빠져나가자, 그 뒤를 따라 괴수들도 따라나왔다.

"지금이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신호로 모든 특수 부대원들은 일제히 좁은 통로를 향해 사격을 시작하였다.

투타타타타---!!

"키이이익!"

"찌익!"

모든 인원의 집중 사격을 받게 되자, 좁은 통로에서 빠져나오던 괴수들은 공격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나동그라졌고, 간혹가다가 총알비를 뚫은 괴수들은.

후우웅!

바람의 압력을 집중시켜 채찍처럼 만든 하린의 염동력이 괴수의 몸을 관통하자, 날카로운 칼날에 잘려진것처럼 깨끗하게 반토막이 나버렸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더이상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부대원 한명이 내뱉은 말에 모든 부대원들은 거의 일제히 난사를 멈추었다.

투드득…….

난사로 인해 돌 부스러기가 떨어져나갔지만, 괴수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부대원들의 얼굴에 희망이 감돌기 시작했다.

"후우, 벌써 세번째인가. 그런데 풍사라는 이명을 받을 정도면 그냥 네가 싹다 처리하면 쉽지 않아?"

세번째의 괴수 무리를 퇴치한 진우는 많은량의 탄창을 소비하면서 예비용 탄창까지 사용하게 되자, 염동력자인 그녀에게 투덜거렸다.

'칫. 제대로 된 염동력자의 힘을 보고 싶었는데.'

노아의 힘은 세밀함에 치중되어 있었기에, 뭔가 우당탕탕 스러운 염동력의 힘을 구경하고 싶었던 그는 예상과 틀려지자 심통을 부린것이였으나, 어떻게 보자면 그녀의 힘을 의심하는 것처럼 들려왔다.

이하린은 상대방의 기분과 사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툭툭 내던지는 그의 모습에 짜증이 났다.

'뭐야, 이 남자는? 초면인 사람한테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해대고……?'

그는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중 하나였다.

예의없이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사정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지껄이는 사람.

'작열의 마탄 노아는 혼자 다니는걸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해서 함께 다니는걸 보고 어느정도 교양은 있을거라 예상했는데……. 노아양은 어째서 저런 남자와 함께 다니는거지?'

언제나 혼자 다니는걸 선호하는 작열의 마탄과 함께 다니는 사람이라고 해서 어느정도 기대했었건만, 상대방의 신경에 거슬리는 말만 하는 남자 따위와 함께 다니는 그녀의 안목에 한숨을 내쉰 하린은 입을 열어 설명하였다.

"염동력이라는 것은 정신력의 힘이니까요. 염동력뿐만 아니라 사이코 메트리, 텔레포트 같은 능력자들은 정신력에 많은 부담이 가면 제대로 능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요. 머리에 작은 충격이라도 가해지면 원하던 상황과 다른 결과를 얻게 되죠. 제가 본격적으로 싸울때는 이보다 더 대규모의 괴수 부대거나 요마와 결판을 지을때뿐입니다."

"흐음……."

진우는 그녀의 설명에 염동력같은 의지관련 능력보단 자기 취향에 맞는 신체 강화쪽을 선택하길 잘 하였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힘을 쓰는데 저렇게 신경쓸게 많다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제대로 플레이조차 하기 힘들었으리라.

"그런데 이쪽이야 그렇다쳐도 저쪽 부대원들은 슬슬 탄창이 떨어져가는것 같은데."

그의 말대로, 만약을 대비해 평소보다 많이 탄창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특수 부대원들의 탄창은 2~3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였다.

더도말고 덜도 말고 딱 한번만 더 괴수 무리를 유인하여 처리하면 완전히 바닥을 보일것이다.

"……."

이들의 역할은 맹수와 요귀급 맹수의 처리를 돕는것. 이정도면 상당한 숫자까지 줄여놨으리라 예상한 하린은 더이상 그들을 대리고 다니면서 위험에 빠뜨리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이능력 부대가 처리할테니 여러분은 돌아가세요."

"아닙니다! 아직 저희들은 더 싸울 수 있……!"

"요마급과의 싸움에서 여러분을 지키면서 싸울 수 없어요. 여기까지만 한것으로도 여러분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겁니다."

"큿……."

이능력자들이 설치고, 괴수들이 난무하는 세계관에서 특수 부대원을 자원했다는 것은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뚜렷한 한계에 신음성을 흘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들은 돌아가겠……."

쿠르르르--!!

그 때, 하수구 전체를 울리는 거대한 진동이 일어났다.

"뭐…뭐야!?"

"진동이 가까워지고 있어!"

"사주경계하라! 당황하지마!"

진동이 가까워지자 그들은 흩어지면서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하였으나,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결과를 불러 일으켰다.

두드드드--!

마치 수백의 부대가 돌진하는것 같은 진동감에 주변을 경계하던 부대원중 하나가 자신의 앞쪽에 있는 통로에서 붉은색 원형이 신호등처럼 깜빡이는 것을 발견하면서, 뭐라 말을 하려던 찰나.

콰콰콰콰--!!

"끄아아악!"

붉은빛 몸통을 가지고 수십짝의 다리를 가진 거대한 지네가 날카로운 독니로 그의 몸을 찍어내면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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