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52화 (5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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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톡! 으직!

지네는 수십여개의 알을 만들기 때문에, 천장에 붙은 것들은 총으로 쏴서 떨어뜨리고, 손이 닿는 곳에 있는 알들은 직접 발로 짓이겨가면서 터트려나가는 작업을 마친 일행은 마무리 뒷처리를 마치자, 하린은 꼴보기 싫은 진우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자신의 입장을 저주하며 입을 열었다.

"저기…한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요."

"뭔데? 괜찮으면 빨리빨리 해주지 않겠어? 이 냄새가 몸에 찌들어버리면 농담 아니라 니 머리 위에다가 이걸 씌어버릴거야."

그는 자신이 한 손으로 들고 있는 지네의 머리통을 붕붕 휘두르며 체액을 휘날렸다.

하린은 손을 흔들어 자신에게 흘러나오는 지네의 체액을 바람으로 흘려보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요마의 시체를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이신가요?"

"응? 시체?"

"당연히 우리가 처리했으니 소유권은 우리에게 있어요, 하린양. 일단 머셔너리에 가져가서 제 가격에 팔테니까 걱정마세요."

갑자기 자신의 말을 치고 나오는 노아의 대사에 그는 괴수의 시체가 쓸대가 많다는 것과, 괴수의 시체는 막타를 친 쪽이 소유권을 가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용병으로서의 경험이 많은 그녀가 눈치채고 말을 막지 않았다면 그냥 알아서들 처리하라고 했으리라.

혹시나 싶어서 지네의 머리통을 향해 아이템 확인을 하자,

-요마 지네의 외피

-종류 : 재료

-크기 : 10

-요마로 변한 지네의 외피. 일반적인 강철보다 십수배 강한 강도를 가지고 있기에 일반 무기로는 흠집조차 내지 못한다. 생물학 지식이 있다면 제대로 가공하여 금속을 대신하여 사용할 수 있을것 같다.

-필요 지식 : 생물학 지식 4

-가공시, 크기 1당 금속 5로 변환

라는 메세지 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네의 머리에 있는 외피만 뽑아쓰면 50개의 금속을 구할 수 있다는 계산에 그의 눈동자가 희열로 가득찼다.

'오? 뭐야! 그렇다면 존나 개같이 고생하면서 굳이 합금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잖아!?'

설마 생물학 지식이 이렇게 쓸모가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한 진우는 땅을 치고 후회하고 싶은 기분이였지만, 앞으로 레벨업을 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보너스 포인트로 생물학 지식을 올리면 되기에, 너무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지식 계열은 진짜 쓸모가 많네. 하나부터 열까지 버릴게 하나 없잖아?'

일반 플레이어가 기계학 지식, 생물학 지식, 의학 지식까지 모두 올리기엔 무리가 있기에, 생물학 지식을 올리지 못했다면 마음이 맞는 다른 동료를 구하는 수 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이미 먼치킨이 되어 전투 계열쪽은 더이상 올리지 않아도 되는 진우에겐 빨리 보고를 통해 경험치를 받으면서 착실하게 레벨업하면 충분하였다.

어쨌든, 괴수의 시체를 활용하는데 생물학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노아와 하린의 논쟁을 지켜보았다.

"물론, 그 부분은 알고 있습니다. 단지 정가가 아니라 조금 할인을 해달라는 것……."

"우리가 요마를 처리할때 그 쪽의 도움을 받은게 없잖아요? 설마 몸통에 상처 하나 냈다고 이러시는건 아니시겠죠?"

"……."

자존심 상하지만, 하린이 붙잡을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괴수는 일반적으로 단단한 외피를 가지고 있기에, 갑각류 요마는 가공하기도 쉽고, 가벼우면서도 단단하다.

그것만 있다면 괴수를 담당하는 특수 부대원들의 희생도 그만큼 줄어질것이 분명하기에 하린으로선 억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붙잡을 수 밖에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재밌는 상황이네요. 치명타도 아니고 평범한 상처 하나 만들었다고 이러시면 곤란……."

자유를 위해 용병 생활을 오래동안 해왔던 노아는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에, 하린에게 한마디 쏘아 붙이려 하였으나, 진우가 그녀의 몸을 살짝 뒤로 밀었다.

"진우씨?"

"너무 그러지 말라고. 저쪽도 저쪽 나름의 입장이 있을거 아냐?"

"??"

그의 행동에 정작 놀란것은 하린 일행 쪽이였다.

하린 일행에게 있어서 진우라는 인종은 안하무인, 오만, 건방짐 등등, 안좋은 수식어가 모두 달라붙어 있어도 표현이 모자랄 정도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기분좋게 헤어져야 다음 만남도 기분좋은 법이지. 안그래도 좁은 땅덩어리인데 나중에 만나서 얼굴 붉힐 일은 필요 없잖아? 안그래?"

그리고선 노아의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그녀는 지금이 바로 그가 말했던 나쁜 남자의 효과를 시작할때라는 것을 확신하였다.

"그쪽은 몇% 할인을 원하고 있지?"

A급 용엽인 노아의 의견을 간단히 잠재우는 그의 모습에, 절대로 평범한 E급 용병이 아닐뿐만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의 존재를 알리면 각 조직에서 스카웃 제의가 나올법한 능력자임을 직감하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괜히 상대방을 의심하는 말을 하여서 기적같이 일어난 상대방의 호의를 걷어차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

"15% 정도로……."

"40% DC 해주지."

"!!"

갑작스런 그의 호의에 깜짝 놀란 하린은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을 입 밖으로 내고 말았다.

"자, 잠시만요. 제가 알기론 한국의 머셔너리에게도 10%의 수수료를 줘야 해요. 그렇게 되면 당신이 받아야 할 돈은 반절밖에 되지 않는데……."

노아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지 말라고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으나, 진우는 그래서 뭐 어쩌라는 느긋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돈? 돈이야 많으면 좋지. 그런데 쓸때도 없이 모아두기만 하는 돈은 필요없어. 돈이라는 것은 가치가 있는 곳에서 사용해야 하는 법이지. 안그래?"

"……."

"대신, 이쪽도 저걸 쓸 생각이라서 말이야. 딱 잘라서 절반만 판매할테니까 그렇게 알라고. OK?"

요마의 절반을 60%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면 그것만 해도 남는 장사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남자는 대체…경박하면서도 예의없는데, 인연을 중시하면서 돈에 초연하고…대체 어떤 뇌구조를 가진 남자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복잡한 성격을 가진 그의 모습에 당황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느낀 진우는 속으로 웃으면서 그녀의 고뇌를 즐겼다.

'큭큭큭! 그래, 그렇게 나의 호의에 당황스러워 해라. 내가 어떤 남자인지 고뇌해.'

처음부터 호의를 준다고 바로 호감을 가지는게 아니다.

이런식으로 자신의 행동에 당황스러워 하는게 정상적이기에, 그는 다음부터 일어난 자신의 호의에 조금씩 플래그가 세워질 모습을 기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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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의 시체는 노아가 부른 머셔너리의 운반책에 의해 옮겨졌다.

머셔너리에게 보관료, 운반료, 판매시 10%의 수수료가 붙어야 했기에, 최찬호 지부장은 운반책의 차에 합승하여 돌아온 노아에게 정식 계약 용병이 된다면 보관료와 운반료가 사라지고, 수수료 또한 5%로 깍인다고 제의를 하였으나 그녀의 대답은 여전히 'NO' 였다.

또다시 자신의 제의가 거절당하자, 진우쪽으로 눈이 돌아간 그는 진우의 온 몸을 더럽히고 있는 지네의 체액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어째서 온 몸에 저렇게 체액이 묻어 있는거지? 마인드 컨트롤 이능력자라면 체액을 저렇게 묻힐 필요성이 없을텐데?'

원거리전이 주특기인 노아의 몸은 멀리서 튄듯한 자국이 있었으나, 진우는 아예 샤워를 하고 있었기에 그를 마인드 컨트롤 이능력자라고 80% 확신하고 있던 지부장은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혹시 일부러 그런건가? 자신의 능력을 들키기 싫어서? 만약 그렇다면 단순히 상대방의 마음을 조정하는게 아니라 '그 놈' 과 같은 부류라는 건데…….'

자신이 마인드 컨트롤 이능력자를 극도로 혐오하게 된 계기를 준 어떤 인물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게 아닐까 싶은 그는 이내 머리를 내저으며 잡념을 치우고 지부장으로서의 의무적인 대사를 읊었다.

"자네들 몸이 더러우니까 지부에 내설된 목욕탕을 쓰는게 어떤가? 가격은 일반 목욕탕의 10배지만, 괴수의 체액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체액을 씻어낼 수 있는 특수한 비누가 있지. 아! 물론 정식 계약 용병이 된다면 무료……."

"됐습니다."

"됐네요."

"……."

이구동성으로 거절하는 두 남녀의 모습에 최찬호 지부장은 한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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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딸아이가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알리가 없는 이실리아는 간만의 서울 나들이에서 적잖은 실망감을 느꼈는지 한 숨을 내쉬며 소파에 눕듯이 쓰러졌다.

"모두 사라졌네……. 그 이와의 추억이 전부……."

유창호는 이실리아와 결혼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영국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하였다.

어차피 고아인데다 누군가를 보살펴야 하는 부양가족도 없었고, 집에 대한 애착도 없었기에 그녀를 위해 자신이 영국을 제 2의 고향으로 삼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렇게 영국에서 아무도 축복해주지 않는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후, 서울로 신혼 여행을 보내면서 한국에 대한 모든것을 떨치기로 마음먹은 두 남녀는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서울에서 창호와 함께 쌓아왔던 추억이 서린 건물들과 지역은 대부분 사라지면서 삭막한 빌딩숲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래선 미국과 다를게 없잖아……."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는 자국의 문화라고 할만한게 없으니 그렇다 쳐도, 자신들만의 고유의 문화를 가진 한국에서 그 문화를 즐길려면 도심에서 벗어나 시골같은 곳까지 내려가 돈을 주고 즐겨야 한다는 사실에, 미국처럼 변해가는 서울의 모습에 그녀의 분위기는 아침과 달리 다운되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얘들이 좀 늦네?"

시간은 오후 7시를 가리키고 있는데도 연락 하나 없는 딸의 무소식에 조금씩 조급함을 느끼기 시작한 그녀는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딩동---

그 때,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재빨리 인터폰으로 향한 그녀는 어지간히 급했는지 염동력을 사용하면서까지 전화기를 가져오면서 1초라도 빨리 딸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였다.

"노아 왔니?"

"문 열어줘요 엄마."

왜인지 모르게 노아의 목소리는 무뚝뚝하였으나, 조금 힘든 임무를 해결해서라고 생각한 그녀는 문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딸과 사위가 돌아오길 기다렸지만, 문 밖에서 들려오는 그들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꺼져! 다 필요 없으니까 꺼지라고!"

"노아! 제발 부탁이야!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얘기를 들어줘!"

"에? 이게 대체……!?"

갑자기 들려오는 말싸움에 깜짝 놀란 이실리아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목격한 것은 노아가 진우를 향해 힘껏 손찌검을 하는 모습이였다.

짜악!

얼마나 쎄게 때렸는지 크게 울려퍼지는 듯한 소리에 이실리아의 눈이 희둥그래졌고, 노아는 입술을 악 물며 그녀를 밀쳐내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노아! 모두 오해야! 제발 내 말을 들어줘!"

진우는 절규하듯이 노아를 향해 애타게 외쳤으나,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버렸다.

"이…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노아가 어째서 저러는거야!"

오늘 아침에만 해도 기분좋게 나갔던 딸아이가 저렇게까지 분노한 모습은 그녀로서도 처음이였는지, 당황한 목소리로 진우를 추궁하였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게. 그리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명하게."

밖에서 소란을 피우면 이웃에게 폐를 끼치게 되니 일단 안에서 자초지종을 듣기로 한 그녀는 문을 열며 들어오라는 눈빛을 건냈고, 진우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힘없이 터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갑자기 어떤분께서 저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뭔가 싶었는데 제가 노블레스 투베 1위래요!

후다닥 확인해보니까 진짜 투베 1위...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 저같은 2류 마이너 작가의 글 따위를 이렇게까지 좋아하실줄은 몰랐어요.

원래는 49편까지만 올릴려고 했는데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3편을 더 올려 52까지 올려두었습니다.

저같은 녀석의 글을 보시고 기뻐해주시는 여러분의 모습을 상상하니 저도 이보다 더 한 행복은 없습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그것이 어떤 물건이든지간에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길 원하는데, 제 소설이 인정받았는것이 지금 너무나 기쁩니다.

너무 기뻐서 그런지 앞뒤 생각없이 글을 막 싸재꼈네요. 어쨌든 전 지금 너무나 행복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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