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76화 (7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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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자신이 뚫었던 구멍을 통해 연구소 밖으로 빠져나온 진우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와우, 괴수물 영화 찍고 있었네?"

"캬하아아악!"

부분부분 상처를 입고 있는 거대한 뱀이 사방에서 쏘아대는 총탄을 몸으로 받아내면서 괴성을 지르는 모습은 어렸을적 보았던 괴수 영화의 한장면 같았다.

'그런데 저렇게 하면 위험할텐데. 어설프게 상처 입은 짐승은 위험한 존재니까 한 방향으로만 집중 공격해서 똑같이 상처를 줘도 피해가 크게 만들어야지.'

예를 들자면, 맹수에게 꼬챙이나 돌을 휘둘러 어설프게 상처를 주는것은 성공률 높은 자살 방법중 하나지만, 확실하게 한 쪽 다리만 공격하여 움직임을 둔화시키면 아무리 사나운 맹수라 할지라도 어느정도 쉽게 공격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똑같은 부상이라 해도 상처의 부위에 따라 적의 전투력을 감소시켜야 하는데, 지금 그의 눈 앞에 보이는 거대한 뱀은 이곳저곳에 상처가 입혀져 있지만 치명상이라고 부를만한 상처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괴수의 흉폭성만을 부채질 할 뿐.

"키시이잇!"

"아악……."

그의 예상대로 고통을 느끼게 된 뱀 괴수는 대가리를 흔들면서 합금벽 뒤에 숨어있던 요원을 벽째로 뜯어삼켜버렸고, 뱀의 입속으로 들어간 그는 비명조차 끝까지 내지르지 못하고 뱃속으로 직행하였다.

"젠장! 화력! 화력을 더 쏟아부어라!"

"경위님! 탄약이 모두 떨어졌습니다!"

-그슨새들의 내장 무기들도 모두 써버렸습니다!-

소,중형 괴수와의 전투 경험은 많지만, 이러한 특대형 괴수와의 전투 경험이 부족한 장신국 경위는 화력으로 괴수의 몸을 타격하려 하였으나 방어 병력의 탄약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쉴틈없이 사방에서 쏟아지던 총탄은 잠잠해져버렸고, 인간들의 공격이 없어지자 어느정도 지능이 있는 뱀 괴수는 여유를 되찾고 마치 뷔페에서 음식을 고르듯이 인간들을 하나 하나씩 훑어내렸다.

"하악…하악…크으으읏……!"

그 때, 후방에 물러나 원호만 하던 하린이 힘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탄환도 모두 떨어진 이상, 자신만이 유일한 타개책이였기 때문이다.

푸욱!

하지만, 거대한 태풍을 만들면서 아이리와도 싸웠기에 그녀의 뇌는 더이상의 염동력을 감당하지 못하였고, 코에서 피가 터져나오면서 작은 뇌출혈 증상이 일어났다.

"아으윽!"

그와 동시에 뇌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무릎을 꿇으며 자신의 머리를 두 손으로 쥐어안았고, 그녀의 비명 소리에 시선을 그쪽으로 돌린 뱀의 모습에 장신국 경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충격을 받았다.

그녀가 이 전투로 죽게된다면 욱일승천의 테러를 막아내는데 막대한 피해가 생겨버릴테고,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모든 경제가 그들의 손에 의해 망신창이가 되어버릴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장신국 경위는 일생 일대의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이 개새끼야! 이쪽이다! 이쪽을 보라고!"

투타타타--!!

"!!"

뱀의 눈을 조준하여 마지막 탄알을난사한 경위는 두 눈을 감으면서 깜짝 놀란듯이 목을 휘젓는 뱀 괴수의 모습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키이잇!"

자신을 향해 흉성을 드러내는 괴수가 서서히 다가오자, 장신국 경위는 자신의 멜빵끈에 매여져 있던 수류탄들의 핀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뱀이 자신을 잡아먹으면 그 안에서 수류탄들을 모조리 터트릴 생각인 것이다.

후들 후들……

뱀 괴수가 서서히 다가올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이대로 허망하게 뱀의 한끼 식사거리가 되느니 차라리 죽더라도 부하들과 한국의 미래라 할 수 있는 하린이 살아남을 확률을 높여주는 것이 죽는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 그는 마음을 다 잡았다.

"그래! 나를 잡아먹어! 내가 이래뵈도 헬스 존나게 많이 해서 살코기가 많다고!"

"쉬리리릿--"

"경위님! 안 됩니다!"

"지금 그슨새들이 탄약을 보충받으러 갑니다!"

뱀이 자신을 잡아먹는건 1초면 충분한데 이제와서 탄약을 보충받아봤자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지만, 자신의 자살 공격으로 괴수놈에게 타격을 입히고, 탄약을 보충받은 그슨새들이 화력을 퍼붓는다면 하린의 목숨만큼은 살릴 수 있으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긴 장신국 경위는 자신을 향해 아가리를 벌리는 뱀의 모습에 수류탄의 핀을 뽑으려는 순간.

"숭고한 분위기 만들고 있는데 미안하게 됐수다~"

"응?"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장난스런 남성의 목소리에 장신국 경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위로 올렸다.

그야말로 한줄기 빛처럼 뱀의 대가리를 향해 날라간 복면인은 영화에 나올법한 광선검마냥 하얀색으로 빛나는 환두대도를 가볍게 휘둘렀고, 검에서 느껴지는 예기가 위험하다고 본능적으로 눈치챈 뱀은 고개를 흔들며 회피 동작을 하였다.

촤악!

하지만, 그런 뱀의 회피 정돈 가볍게 읽어낸 복면인은 추격하여 검을 크게 휘두르면서 뱀 괴수의 목을 3분의 1가량 베어내었다.

"캬아아아아!"

목의 일부분이 잘려나가자, 고통과 분노어린 비명을 내지른 뱀은 다시 한번 흉폭한 눈빛을 띄면서 거대한 꼬리를 움직여 복면인의 몸통을 후려치려 하였으나.

스컥!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뱀의 꼬리를 향해 검을 위아래로 베어내자 뱀의 꼬리는 단숨에 잘려나가면서 몸과 떨어져 연구소 벽에 부딪혔다.

"뱀이다아~ 뱀이다아아~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뱀이다아아~"

훙훙!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면서 가볍게 검을 허공을 향해 휘두르자, 날카로운 검의 예기로 인해 바닥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았음에도 쩍쩍 갈라졌지만, 장신국 경위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그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키이잇……."

흉폭한 본성이 고통에 의해 사그라들면서 기민한 뱀의 감각이 그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을 느끼면서, 움츠려든 뱀 괴수는 몸을 슬슬 뒤쪽으로 빼기 시작하였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문자 그대로 고래만한 괴수가 자신의 100분의 1도 안되는 작은 인간을 두려워하면서 몸을 빼는 모습은 그들의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되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왜만하면 너랑 같이 놀아주고 싶었는데 우리 엄마가 착한 아이는 밤늦게까지 놀지 말고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 하셨거든. 우리 엄마 등짝 스매싱은 진짜 아프단 말야."

"시이잇……."

"그러니까……."

순간, 말을 하다 멈춘 복면인은 자세를 낮추더니,

쿠웅!

서 있던 바닥을 중심으로 크레이터 같은 흔적이 남더니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뱀의 반대편에서 검을 휘두른 자세로 착지하였다.

"마마보이인 나를 만난걸 불행이라 여기라고."

철컥!

쩌적…쩌어억--

피 한방울 묻지 않은 검을 검집에 집어넣는 소리가 울려퍼지자 뱀의 목이 어긋나더니, 진득한 핏덩어리들과 함께 땅에 떨어졌고, 그 충격에 의해 뱀의 얼굴이 다시 한번 4등분으로 쪼개지면서 피가 사방으로 촤악 튀어졌다.

"큭큭큭. 역시 저항감 없이 베어내는 맛이 일품이라니까."

"……."

"……."

일단 눈 앞의 상황을 보자면, 검을 든 복면인이 괴수의 머리를 향해 두차례의 검격과 목을 단숨에 베어낸 것으로 확인되지만, 보이지도 않는 가공할 스피드, 혹은 텔레포트로 몸을 움직인것 처럼 그가 몸을 움직이는 모습은 커녕, 검을 휘두르는 것조차 볼 수 없었다.

믿기 어려운 현실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수류탄에 손가락을 집어넣은 자세로 굳어버린 장신국 경위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네…네놈의 정체가 대체 뭐냐!"

"응? 나 몰라?"

"얼굴이 가려져 있는데 어떻게 알라고!"

"그래도 내 정체를 알텐데?"

"아!"

그 때, 한 SWAT 요원이 생각났다는 듯이 손가락을 그를 가리켰다.

"아까 연구소로 침입했었던……!"

"!!"

그러고보니 무전으로 욱일승천과 아군을 모조리 죽이면서 연구소 안쪽을 침범한 수수께끼의 침입자의 보고를 들었던 장신국 경위도 뒤늦게 깨닫았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복면인, 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딩동댕. 자, 연구소를 침입한 범죄자가 여러분의 눈 앞에 있습니다. 이에대한 여러분의 반응중 가장 올바른것은 무엇일까요? '1, 범죄자다! 잡아라! 2, 어라, 사라졌네? 일단 괴수 시체부터 처리하자.' 자자, 모르겠으면 찍어! 찍어도 정답 확률 50%! 그리고 저승과 이승의 확률도 50%."

"크……."

시종일관 장난스런 목소리로 말하던 그가 마지막 저승과 이승 부분에서 착 가라앉는 목소리로 말하자, 장신국 경위는 현실을 직시하는 수 밖에 없었다.

거대한 뱀 괴수를 어떻게 죽였는지도 모를 정도의 스피드를 가진 그를 체포하겠답시고 나대는 순간, 이 안의 모든 인원들이 그의 검에 잘려져 나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괴수를 사살했다! 욱일승천 놈들을 추척하기엔 너무 시간이 지체되었으니 사망자와 부상자를 추스리고 정리를 시작한다! 움직여!"

"예!"

현실과 타협한 장신국 경위의 명령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던 요원들은 눈 앞에 범죄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마치 없는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사상자를 챙기기 시작하였다.

"큭큭큭.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데, 아저씨?"

"착각하지 마라. 풍사 이하린 양만 멀쩡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테니까."

"에이, 너무 그렇게 삭막하게 굴지 말라고. 이래뵈도 댁들 목숨 살려줬잖아."

"그리고 내 부하들도 죽였지."

"어머나~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시옵소서. 소첩은 부끄럽사옵나이다~"

현실과 타협하였지만, 눈빛만큼은 살아있는 장신국 경위의 분노어린 눈동자에, 억지로 만든 여성의 목소리로 대답한 진우는 몸을 돌리며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건데, 사망자 더 늘리고 싶지 않으면 나를 추적하라고 명령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아까 저 뱀새끼 토막내는거 봤지? 어차피 내가 마음먹고 도망가면 경찰이 아니라 군대가 출동해도 못 잡아. 댁의 보고 한마디에 최소 수십, 최대 수천의 인명이 오갈수도 있으니까 지금처럼 신중하게 입을 열라고."

그리고선 바닥을 차면서 높이 점프하여 연구소 외벽 밖으로 향하였고,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 장신국 경위는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푸하아아…살았다……. 대체 저 놈은 뭐하는 괴물이지?"

털썩.

순간, 뒤쪽에서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오자, 장신국 경위는 진우라는 존재 때문에 잔뜩 긴장한터라 그제서야 하린의 존재를 깨닫고 다급하게 외쳤다.

"들것! 빨리 들것을 가져와! 인근 부대와 119에도 연락하고! 빨리 움직여! 하린 양이 살아남아야만 우리들의 승리란 말이다!"

하린이 죽는다면 욱일승천의 습격을 격퇴하였어도, 이 전투의 승리는 욱일승천쪽이나 마찬가지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경위는 코에서 붉은 피를 흘리는 하린의 몸을 부축하였다.

장신국 경위를 협박하는 진우의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던 그녀는 희미해져가는 의식속에서 굳은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아이리…그리고 이름모를 은행강도…다음엔…반드시 너희들을…잡겠…어…….'

그 다짐을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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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실패했다고?-

"죄송합니다, 쇼군!"

욱일승천이 마려한 아지트로 돌아온 아이리는 무릎을 꿇은채로 욱일승천의 총책임자라 할 수 있는 '쇼군' 이라는 남자와 화상 통신을 통해 임무의 실패를 보고하였다.

-흐음……. 조센징들이 그토록 힘이 강했단 말인가?-

"예상외의 방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선 그녀는 간신히 챙긴, 낫 족제비의 앞다리로 만들어진 자신의 이도류를 보여주었다.

-이럴수가? 어째서 그 검이 부러진건가!?-

"적도 아군도 아닌 제 3자가 등장하였습니다. 그 남자만 아니였다면 풍사 이하린의 목을 전리품으로 취했을겁니다."

그녀의 말은 거짓이 아니였다.

진우만 아니였다면 부스터가 고장날 일도 없었을테고, 호신용 소도로만 싸워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부스터가 멀쩡하고 이도류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하린의 목을 쉽게 베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흐으음…하지만, 너의 실책은 실책. 이 일로 너에게 상당한 '불이익' 이 가해질 것이다.-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만약, 쇼군께서 억지로 저에게 위안을 주셨다면 할복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마음 가짐, 역시 위대한 대일본 제국의 사무라이라 할 수 있어 기쁘군.-

그렇게 아이리의 자세를 높이 평가한 '쇼군' 은 자신이 묻고 싶었던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에 퇴각하면서 매복 시켜두었던 괴수를 불러들였다고?-

"예. 퇴각을 위해선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건 알고 있지만 다음에는 좀 더 신중을 기하도록. 이번 일로 조센징 놈들이 우리가 요마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곤란해진다.-

쇼군의 말을 제 3자의 누군가가 들었다면 경악하다 못해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세계 최악의 테러리스트 조직중 하나인 욱일승천에서 요마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동아시아와 미국의 안전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말 아쉽군. 요마의 시체에서 핵만 회수하면 동일한 요마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텐데…….-

"죄송합니다, 쇼군. 더욱 정진정명하여 다음에는 이와같은 실수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리를 포함한 욱일승천 조직원들의 목적은 요마 지네의 핵을 회수하는것과 혹시나 요마가 '생산' 되었다는 것을 연구원들이 알아냈을것을 대비하여 모두 학살하는 것이였다.

만약, 진우가 하루 일찍 습격을 가했다면 요마의 핵을 가져간 그가 욱일승천의 타켓이 되었을테고, 하루 늦게 습격을 가했다면 이미 욱일승천에 의해 가져갈 것이 없었으리라.

그야말로 절묘한 타이밍이라 할 수 있겠다.

-후에 지원 병력을 보내주겠다. 그때동안 수양을 하여 자신을 갈고 닦도록.-

"핫!"

지이잉--

쇼군이 마지막 말을 마치자 화상이 사라졌고, 무릎을 꿇고 있던 아이리는 피가 터져나오도록 입술을 악물며 분노를 가까스로 삼켜냈다.

============================ 작품 후기 ============================

떡밥 하나와 의문점을 해소시키는 편.

한국에 체류하고 있을동안 진우의 주적은 욱일승천 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아마 한국을 떠날때는 하린과 아이리를 조교한 후에 가능하겠군요.

흐음...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영웅 하나랑 악당 하나씩 포로로 잡아서 조교하는 스토리로 갈까나...?

PS: 제가 요즘 검수 안하고 바로 올립니다. 댓글로 알려주시면 나중에 고쳐놓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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