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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 브레이커-87화 (87/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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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새로운 이벤트의 낌새를 느낀 진우는 한번 찾아갔었던 서울 대학교로 다시 한번 찾아오게 되었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무슨 용무로 찾아오…어라?"

일반인이라 보기 힘든 두 남녀가 슈퍼 바이크를 타고 정문쪽으로 향하자, 정문을 지키고 있던 보안 요원이 형광봉을 들면서 다가오다가 진우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래, 간만일세?"

자신이 리피의 악취미를 끝장내주기 위해 찾아왔을때, 자신을 순수하게 걱정해줬던 보안 요원의 얼굴이 다시 등장하자 살짝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며 인사하였다.

"아시는 분이예요?"

"아, 저번에 여기서 의뢰할때 잠깐 만났던 사람."

진우가 성격이 지랄맞긴 하지만, 아무런 조건없이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줬었던 사람한테까지 못되게 굴정도로 막장은 아니였는지, 보안 요원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친근하게 굴었다.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친하게 군다는 것은 그가 보일 수 있는 최상의 호의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보안 요원은 평소와 같은 분위기였다.

"그 일 이후에 용병들은 안 찾아왔지?"

"예. 그 때 이후로 편안 그 자체였습니다. 사람들이 피를 토하면서 널부러지는걸 일주일 단위로 목격할때마다 정말 노이로제가 걸릴뻔 했거든요. 아, 그런데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그의 직업 의식이 투철한지 잡담을 나누다가 어째서 찾아왔는지 용건을 물어왔고, 진우는 간단하게 자신의 목적을 설명하였다.

"아, 그때 그 아가씨가 이번엔 진짜 위기에 빠져서 호위 의뢰를 받게 되었거든."

"엑? 또 호위요? 혹시 또 질나쁜 장난을……."

"그런건 아닐걸? 하지만 그렇게 혼쭐이 났는데도 만약에 또 그런다면…큭큭큭……."

오히려 그쪽이 더 재밌을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음침하게 큭큭거린 그의 모습에 보안 요원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분위기를 바꾸려 하였다.

"맞다. 도착하면 전화하라캤지? 노아, 전화해서 우리가 도착했다고 전해."

"응."

노아는 스마트폰을 꺼내 미리 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하기 시작하였고, 그 사이에 보안 요원이 조심스래 다가왔다.

"그런데…혹시 두 분 애인이세요?"

"맞는데, 왜?"

"크으으……! 인생의 승리자가 여기 있구나……!"

노아의 외모를 한번 보게 된 그는 앞으로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오징어로 보이게 될 정도였기에, 그녀와 애인이라는 당당한 선언에 보안 요원은 안될놈은 안된다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으와…몸매 봐라……. 쩔어주시네.'

몸에 착 달라붙는 라이더 슈츠 너머로 느껴지는 아름다운 여성의 몸매에 자신도 모르게 눈이 위아래로 돌아가던 중, 노아의 상의 부분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목격하였다.

'응? 속옷이였나? 검붉은색의 뭔가가 살짝 비춘것 같은데?'

커다란 가슴 때문에 그 위로 지퍼를 올리지 못하는 노아는 그 위에 슈츠와 똑같거나 비슷한 색상을 가진 민소매티를 입으면서 노출도를 줄였는데, 그 민소매티 윗쪽에서 검붉은 무언가가 힐끗 드러난것을 목격한 보안 요원은 여자의 가슴 부위를 빤히 쳐다보면 그만한 무례도 없기에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진우씨, 페리샤라는 사람이 '그 곳' 에서 만나자고 하는데? 진우씨에게 말하면 알아들을거라고."

"거기가 어딘지 아주 잘 알고 있지. 아마 이쪽도 알고 있을걸?"

자신을 가리키는 그의 모습에, 보안 요원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분풀이를 하려고 그러는거 아닐까요?"

"에이, 설마. 그렇게 본때를 보여줬는데 또 덤비면 병신 혹은 또라이지. 걱정 말고 할일 하라고."

그렇게 보안 요원의 안내를 받아 대학교 안에 바이크를 주차해둔 노아는 '그 곳' 의 길을 알고 있는 진우를 따라 산길로 걸어나갔다.

"그런데 의외시네요."

"응? 뭐가?"

"진우님이 일반인이랑…그것도 성인 남성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게요."

"켁? 그럼 나는 '나 외에 남자따윈 다 뒈져버려!' 라면서 칼질하고 다닐줄 알았어?"

"예."

"……."

노아속에 있는 자신의 이미지가 그런것이였나 싶은 그는 잠시 뒷목이 땡겨오는듯한 감각에 목을 어루만지면서 자신이 그정도로 막장은 아니라고 자위하려 하였으나, 절반쯤은 맞다는게 그를 더욱 슬프게 만들었다.

"오셨군요."

그 때, 예전처럼 몸을 숨기지 않고, 공터에서 기다리고 있던 페리샤가 진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여전히 해골 가면을 쓰고 있기에, 그 안쪽이 궁금해지는 절도섞인 아름다운 목소리에 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간만이구만. 그동안 잘 지냈남?"

"…죄송하지만 저희쪽 사정이 좋지 않아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얼레? 그정도로 상황이 심각해?"

똑똑하고 분위기를 잘 읽는 페리샤라면 자신의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게 이득이라는것을 알면서도 곧바로 의뢰의 내용을 브리핑하자, 이들의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직 직접적인 분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중국과 미국의 이능력자가 시시각각 압박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 분석이 맞다면 한국의 대표 대학교라 할 수 있는 이 곳을 난장판으로 만드는건 그들에게도 무리라 생각하기 떄문에, 아가씨의 귀가 시간을 노릴 것이라 예상됩니다."

"흐음……. 그렇다면 우릴 어떻게 써먹을 생각이지?"

"원래라면 우리쪽 인원으로도 막을 수 있습니다만…정예 호위 한명을 죽이셔서 전력의 구멍이 난지라……."

"휘휘휫~~"

페리샤가 말끝을 흐리면서 추궁하듯 말하였지만, 진우는 능글맞게 휘파람을 불면서 뭐 어쩌라는식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가면으로 인해 안쪽의 얼굴이 보이진 않으나, 분위기상 조금 짜증내고 있다는게 느껴진 그는 그녀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이 재차 입을 열었다.

"어잌후, 혹시 삐지셨어효?"

"…진우님과 작열의 마탄, 유노아 양께서는 아가씨를 호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녀는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말을 돌리면서 최대한 사무적인 태도로 일 내용을 얘기하면서 회피하였고, 노아가 혹시나 싶어 한가지 경고를 미리 전해주었다.

"그전에, 그쪽에게 전할 말이 있어. 우리가 의뢰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현재 저쪽에서 체포 영장이 발급받지 않았기 때문이야. 나머진 무슨 소린지 알고 있겠지?"

"예. 하지만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도 혹시나 싶어서 한국의 법을 확인했는데 참 재밌는 나라더군요."

"응?"

그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마지막에는 웃음기가 들어간듯이 작게 쿡쿡 거렸다.

"이 나라에서는 사이코 메트리가 발언을 하려면 명확한 물적 증거가 있어야 한답니다. 왜냐하면 사이코 메트리의 힘을 이용해서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서로 안면이 없고, 신뢰가 높은 사이코 메트리를 3명 정도 동원하여 객관적으로 재확인하는데 말이죠."

사이코 메트리는 사물의 기억을 엿본다는 비과학적인 수사방법을 통해 진실을 얻는다.

문제는 그 진실을 사이코 메트리 능력자가 왜곡하거나 개인의 성향, 가치관, 지식 수준에 의해 잘 못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진실을 추려 낼때는 신용이 있는 사이코 메트리를 동원하고, 법정같은 곳에서 중요 증언으로 참고할때는 페리샤의 설명처럼 안면이나 친분 관계가 없는 다른 사이코 메트리를 동원하여 객관적인 진실을 밝혀낸다.

하지만, 유일하게 한국만큼은 이런 암묵적인 룰을 무시하고 물적 증거를 가지고 있어야만 사이코 메트리의 증언을 받아들여주는데, 물적 증거를 가지고 증언을 해야 한다면 사이코 메트리라는 이능력이 있을 이유가 없어지고 만다.

게다가 안그래도 빈약한 이능력 교육시설에서도 사이코 메트리만 빠져 있다고 한다.

진우는 어째서 그렇게 한국에서 사이코 메트리의 육성을 포기하고, 그 능력을 법으로 막아내는지 알 수 있었다.

"정치가들이 자신들의 더러운 면이 공개당하기 싫었나 보군. 하긴, 해먹은게 워낙 많다보니 그게 밝혀지면 국민들이 폭동을 일으킬지도 모르니까."

"예. 덕분에 지금 이 나라의 국회의원들은 미국과 중국에서 파견나온 사이코 메트러들이 체포 영장을 발급해달라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합니다. 만약, 그들의 주장만으로 아무런 증거 없이 체포 영장을 발급한다면 선례가 남게 되니까요. 쿡쿡."

페리샤는 재밌다는 듯이 연신 쿡쿡거리면서 이 나라의 부패한 위정자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이렇게 족쇄로 다가오리라곤 생각치 못하여 당황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만으로도 즐거워하였다.

아크로스는 무력으로 타국을 제압하기 때문에 악의 조직이라 불리우지만, 나름 괜찮게 나라들을 통치하는 편이다.

물론, 아주 완벽하지 않고 조직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세뇌교육도 있으나,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패악을 부리지도 않고 제압한 국가들간의 국경선을 폐지,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토록 하고 경제 발전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 능력이 없는 일반 시민들을 위해서 불필요한 법안을 개정하는등, 처음엔 두려움에 벌벌 떨던 시민들은 이능력자들이 많이 보이는것만 제외하면 평상시와 똑같은 일상에 만족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슬슬 시민들의 반감이 사라질 무렵, 아크로스는 시민들의 완벽한 호의를 얻기 위해 부패한 정치가들을 붙잡아 그들의 죄악을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하나씩 설명하여 그들의 모든 재산을 빼앗고 시민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부패한 정치가들에게 벌을 내린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아크로스의 조직원이 대학생으로 잠입해 있다는 미국과 중국의 사이코 메트러들의 주장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아크로스가 한국을 지배하면 자신들은 죽을 목숨이지만, 소식통에 의하면 아크로스에선 그 어떤 군사적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하니, 단순히 유학을 왔을 뿐인데 괜히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릴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에 정말로 아크로스가 한국을 발판으로 하여 동아시아 진출을 노린다면 아크로스의 조직원을 붙잡아 방패막이라도 삼아야겠으나, 그렇게 된다면 자신들을 추악한 면을 지키기 위해 만든 사이코 메트리 관련 법을 스스로 깨부셔야 하니, 부패한 정치가들로선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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