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95화 (9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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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한국을 중심으로 거대한 판이 만들어지려던 순간에 리피 경호 2일째를 맞이한 진우는…….

"후화아아아암~~~"

나무 밑 그늘가에서 늘어지게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쩝. 존나 심심하네. 뭔가 졸라 짱쎈 리액션이 올거라 생각했는데."

그의 예상대로 중국 이능력자들이 반 병신이 되면서 정부쪽에선 난리가 났지만, 아크로스의 조직원들로 의심되는 이들에게 당한것이 아니라 머셔너리에서 파견나온 용병들에게 깨지고 돌아왔기에 리피를 체포할 수 있는 명분이 매우 취약하였다.

아니,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말로 아크로스에서 군사적 움직임을 보인다면 리피가 아크로스의 조직원이라 확신하여 체포하려 들 생각이였기에 유럽쪽의 동향을 주시하게 되었다.

여기까진 진우의 예상대로였지만, 정말로 예상외인것은 미국의 이능력자들이였다.

거 왜 소설마다 그런거 있잖은가, '뭐? XXX가 당했다고? 그렇다면 주인공을 우리가 처리하면 XXX보다 뛰어나다는게 알려지겠군!' 라고 생각하면서 달려드는 놈들.

그렇기에 미국의 이능력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나름 차분한 준비(라고 쓰고 땡땡이라 읽는다)를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미국의 이능력자들은 생각이 깊은건지, 아니면 자신들만으론 리피를 체포할 수 없다고 여긴건지 몰라도 생각하던 습격이 이뤄지지 않아 나름 따분한 모습이였다.

'뭐, 그래도 오늘만큼은 이렇게 느긋한게 좋겠지. 왜냐하면 어떤 거대한 이벤트가 오늘안에 일어날테니까.'

여전히 그랜드 아크의 정체를 모르지만, 반드시 오늘 안에 어떤 이벤트가 일어날 것이라 예상한 그는 모든 신경을 리피의 경호보단 외부쪽으로 쏟아붓고 있었다.

어찌보면 진우가 자신의 역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애초에 페리샤도 그가 성실하게 경계 임무라던가 그런걸 해주길 바래서 고용한게 아니다.

저택은 조직원들과 엄중한 경비 시스템에 의해 감시되고 있기 때문에, 진우 하나가 빠진다고 해서 원래의 감시 시스템에 구멍이 생기지 않는다.

즉, 진우의 역활은 조직원들이 적을 발견하면, 잠깐 시간을 버는 사이에 그가 도착하여 침입자를 격퇴하게끔 만드는 것.

아마 그 또한 페리샤의 의도를 알고 있기에, 이렇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리라.

노아는 오랫동안 용병 생활을 해와서인지, 의뢰를 받고 이렇게 느긋하게 있는게 오히려 더 불안해 하였기 때문에 페리샤로부터 경계 루트를 지급받아 그 곳을 순찰하고 있다.

그렇기에, 혼자가 된 진우는 이 지루함이 사라지도록 빨리 이벤트가 터지길 학수 고대 하였다.

하지만…….

……

……

……

……

"끄아아아악! 지루해 지루해 지루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 거린다는게 얼마나 지루한 일인지 세삼 느끼게 된 진우는 항상 곁에 붙어서 봉사해주는 이실리아의 존재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아아……. 이실리아는 정말 시간만 나면 헌신적으로 날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었구나……. 이번 임무만 끝내면 좀 더 잘 대해줘야지.'

"제발 누가 시비좀 걸어줘……. 살살 해줄테니까 제발 누가 나한테 시비좀 걸어달란 말이야~~!"

진우는 왠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먼저 시비를 걸지 않으며, 아무 생각없이 약해보이는 사람을 패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상대를 묵사발로 만들어 내는것.

왜냐하면 시비를 건다는 것은 상대방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진우는 바로 그 확신을 가지고 있는 상대의 자존심을 무차별하게 짓밟는것을 최고의 쾌락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약해보이는 힘없는 사람을 괴롭히는 깡패들은 자신의 힘에 겁먹는 상대방을 괴롭히면서 쾌감을 얻지만, 진우는 오히려 그런 이들의 자존심을 박살내는걸 쾌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먼저 시비를 걸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그런 성격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된 아크로스의 조직원들은 그의 성질을 건들지 않기 위해 설설 기니, 괴롭혀도 자존심에 상처를 받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흥미를 잃은지 오래.

"젠장……. 예비군 훈련 만큼이나 시간이 안가는구나."

그 때, 저택의 안쪽에서 중앙을 통솔하고 있던 페리샤가 기척을 일부러 드러내면서 다가왔다.

"야, 여기서까지 그 가면을 써야겠냐?"

그녀는 복장을 바꿔도 끝까지 해골 가면을 고수하고 있었다.

"원래 아크로스의 조직원들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한 가면같은것의 의무 착용을 규정으로 하고 있습니다."

"뭐? 그럼 쟤네들은 반역자냐? 아크로스 조까! 나는 한국 땅에 있어! 이런거야?"

지금도 저택 외벽을 순찰중인 아크로스의 조직원들은 검은 양복으로 통일된 복장을 하고 있으나, 그들은 얼굴을 가린다거나 정체를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저들은 대외적으론 스웨덴에서 유학을 아가씨의 경호원들이니까요. 굳이 얼굴을 가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너는?"

"저는…그냥 당신 앞에서 가면을 벗으면 위험한 일이 생길것 같아서……."

비상하다고 밖에 설명이 안되는 그녀의 예리한 감각에, 진우는 나지막하게 '쓰잘대기 없이 감만 좋네' 라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무슨 볼일이지?"

"한시간 후에 조직쪽에서 추가 경호 병력이 도착한다는 공문이 도착했습니다."

"그러니까 외부인은 어디론가 사라져달라?"

"굳이 그렇게 퉁명스럽게 대답하지 않아도 되잖습니까."

"내 천성이 원래 이래."

어찌됐든간에 뭐든지 할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잘 됐다고 생각한 진우는 페리샤에게 문득 떠오른 의문점을 말하였다.

"그런데 말야, 아크로스라고 의심받고 있는 이때에 경호 병력이 더 늘어나면 문제가 생기는거 아냐?"

"저도 그 부분이 걱정되서 물어봤는데, 욱일승천이 무슨 짓을 벌이지 몰라 경비를 강화시키기로 결정하였답니다. 그들은 이때를 위해 한국에 등록한 유령 경비 회사의 직원으로 신분을 세탁했으니 그 부분은 걱정 마시길."

리피쪽이 아크로스라는게 들통나면 그들의 의뢰를 받았던 진우와 노아의 입장이 곤란해지기 때문에(정확히는 그가 뭔짓을 할지 모르기에 리피쪽이 곤란해지지만), 페리샤도 그 부분을 중점으로 신분을 세탁해둔 상태였다.

아마 이쯤에서 어째서 페리샤가 새로운 동료가 도착하는데 진우를 숨기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새로 도착한 아크로스의 조직원들은 못보던 얼굴인 진우와 노아의 모습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할 것이고, 용병이라는 설명을 들어도 열심히 일하는 노아와 달리 대놓고 땡땡이를 치는 모습을 곱게 지켜볼리 만무.

더이상의 습격은 없을거라 예상한 페리샤는 지원 병력이 도착하기 10분 전쯤에 진우를 내보낼 예정이였다.

현재 시각은 오후 2시 10분. 딱 3시가 되면 나가면 된다는 설명을 들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50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게 되었다.

어찌어찌 시간을 보내면서 2시 58분이 되자, 이미 페리샤로부터 사정을 들었던 노아가 되돌아왔다.

"끄으으응~~! 다음부터는 절대로 경호 임무 따윈 받지 않을거야. 너무 심심하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걸 느꼈다고."

"다른 용병들이 들으면 배아파 할걸요?"

일단 용병들에겐 아무런 문제 없이 경호, 호위 임무를 수행하였다는건 행운이나 마찬가지.

그런데 진우는 오히려 트러블이 일어나길 원하고 있으니, 일반 용병들이 들으면 배가 불렀다고 욕할지도 모르리라.

"두 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의뢰는 시간이 되면 완료 메세지를 보낼테니 시간에 맞춰 보수를 가져가세요."

"그러지. 어이~ 우린 이만 간다! 잘 지내라고!"

잠시 산책을 하고자, 잠시 밖으로 나선 리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친한 친구 사이처럼 해맑은 표정이였지만, 그의 본성을 알고 있는 리피는 고개를 휙 돌리며 모른척 하였다.

2 : 59 : 01

'후우…저딴 남자에게 그런 기술력이 있을줄이야…….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차라리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나을텐데…….'

리피는 스텔스 기술을 어떻게 빼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랜드 아크가 늙거나 전투중 전사할 시에는 그녀가 아크로스를 물려받을 후계자 후보 1순위였기 때문이다.

공기와 빛의 굴절 현상을 해결해낸 스텔스 아머만 있다면, 자신들을 적대하는 이능력자들의 수를 줄일 수 있고, 국가에 중요한 위치를 가진 장관을 암살하여 잠시나마 군사적 활동을 마비 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해야 스텔스 기술을 빼앗을 수 있는지, 대체 왜 저런 이에게 이만한 기술이 있는지 추리하면서 골머리를 썩히다가, 특별한 일이 없을때 오후 3시가 되면 산책을 하는 습관으로 인해 진우와 얼굴을 마주치고 말았다.

2 : 59 : 39

'큭큭큭, 나가면 가장 먼저 이실리아랑 노아를 덮덮 해서 잡숴줘야지. 욕구 불만을 푼 다음에 이벤트가 일어나길 기다리고…또…….'

그런 리피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우는 당장에라도 폭발할것 같은 욕구 불만 상태를 이실리아 모녀의 몸으로 푼 다음에 이벤트가 터지길 기다릴 생각이 한 가득인 진우는 퇴소 직전의 예비군 마냥, 빨리 나가는데만 신경을 쓰고 말았다.

2 : 59 : 52

"그럼 이만 바이바이 하자고. 나중에 의뢰하려면 호위말고 퇴치 같은걸로 맡겨. 답답해 죽는줄 알았단 말야."

"뭐, 다시 볼일은 없을 겁니……."

3: 00 : 00

푸슉!

그 때, 진우의 감각에 소음기 달린 총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의 신경은 오로지 밖에 나가는데만 치중되었던지라 어디서 발사되었는지, 누구를 향해 날라가는지 알 지 못하였기에 무조건 엎드리라 외치려 하였다.

"모두 엎드……!"

푹!

털썩-

하지만, 그의 외침보다 빠르게 총탄이 한 명의 미간을 꿰뚫고 지나가게 되었고, 방금전까지 의식과 이성을 가지고 있던 '인간' 에서 단백질 덩어리가 되어버린 시체는 그 충격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

……

"아…아…아가씨이이잇!"

잠깐동안의 숨막힐듯한 침묵후, 페리샤의 찢어질듯한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미간과 뒤통수에서 피를 분출하며 쓰러진 여성, 페리샤가 모시던 아크로스의 차기 후계자.

리피 에스텔이 암살당한 것이다.

============================ 작품 후기 ============================

한동안 스토리 진행을 하기 때문에 응응씬은 나중에 이뤄질 예정.

솔직히 이런 분위기에서 응응씬 하기엔 괴리감이 좀 크게 느껴지잖아요.

그리고 맹장전과 루나틱돈을 쓰면서 느낀점이 있는데, 캐릭터 죽이는걸 너무 꺼리면 안되겠더라구요.

좀 아까워도 죽일애들은 팍팍 죽이는게 스토리 쓰는데 편해서 좋음.

그리고 주인공의 여자들은 너무 많아도 후반부에는 다 그 여자가 그 여자같은 문제점이 있으니 이번작에서는 주인공이 먹을 캐릭터 숫자를 줄여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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