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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저격한 놈을 잡아야 한다! 모두 따라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코벤은 리피의 머리를 뚫고 지나간 총알의 궤도를 따라가면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고층 건물에서 발사되었음을 확인하고 그 쪽으로 추적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암살자를 놓치면 리피의 경호원인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하다 생각한 그들은 필사적으로 뛰어갔다.
"빌어먹을!"
진우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신의 눈앞에서 암살당한 리피의 모습에 욕설을 내뱉었다.
빨리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기에, 신경이 그쪽으로 쏠린터라 방지할 수 있었던 암살을 허용당했다는 치욕감이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게다가 리피의 정체를 아는 사람도 없다보니, 모든 경호원들은 외부의 침입만을 경계했을뿐, 암살에 대한 대비책은 세워두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암살이라는 위협 자체를 받아본적이 없었으리라.
그도 그럴것이, 아크로스에선 외부 활동을 할땐 얼굴을 가리는 가면이나 헬멧을 사용하여 정체를 숨기고 있기에, 대외적으로 얼굴이 알려진 고위 간부는 매우 극소수.
게다가 세력권 안에서는 철통같은 보호 아래에 있는데, 아크로스의 중심부까지 잠입하여 암살 할 수 있는 암살자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전투 중일때도 부하들이 알아서 암살의 위협을 처리하니, 암살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약하여 방어 경험이 미약한 것이 그녀가 허망하게 사망한 이유였다.
'잠깐. 혹시……?'
오늘 일어날 이벤트가 혹시 이건가 싶은 그는, 대체 이런짓을 해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세력, 조직이 있는지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켜가며 범인을 좁혀나갔다.
'한국 정부는 절대로 아냐. 한국에서 암살을 당했다면 가장 먼저 아크로스의 공격을 받을테니까. 짱개놈들? 아냐, 그녀석들중 성한 놈들은 없었어. 게다가 무술가라는 놈들이 저격용 총을 가지고 올리 만무하잖아?'
한국 정부와 중국을 제외한 그는 가장 확률이 높은 미국쪽으로 추가 기울어졌다.
한국을 제물삼아서 아크로스의 분노가 동아시아를 덥칠때, 사전에 EU와 연계를 맺은 미국이 북유럽을 점령한 아크로스의 본거지를 공격한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현실성이 느껴졌다.
그 때, 범인이 미국이라 생각하던 그는 문득, 생각보다 가까이 들린 소음기 소리의 존재를 눈치챘다.
'잠깐, 내가 아무리 신체 강화 10등급이라지만 멀리 떨어진 저격총의, 그것도 소음기가 달린 총의 발사음까지 들을 순 없어. 그렇다는 것은…암살자는 이 근처에 있다는 뜻이다!'
코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하였는지 각도상으로 리피를 저격한것처럼 보이는 멀리 떨어진 고층 건물로 뛰어갔지만, 진우는 저택을 둘러싸고 있는듯한 높은 나무들쪽에서 암살자가 숨어있음을 직감하였다.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어! 지금 당장 추적한다면!'
"노아! 암살자는 저 나무들 사이에서 몸을 숨기고 있을 확률이 높아! 저쪽을 수색하자!"
"응!"
진우와 노아는 암살자가 탄환을 날린 방향으로 향하였고, 리피의 죽음에 절규하고 있던 페리샤는 진우의 외침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죄송합니다…아가씨……. 저를 거두어 주신 은혜…당신을 죽음으로 몬 이들의 목으로 반드시 되갚겠습니다."
리피가 자신을 거두어준 덕분에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었던 페리샤는 자신의 죽음조차 인지 못한채, 놀란듯이 크게 치켜올라간 눈을 스르륵 감겨주면서 그녀에게 안식을 가져다 주었다.
아무리 죽음이 갑작스럽게 찾아온다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린 그녀의 모습에 다시 한번 오열할뻔한 것을 참아낸 그녀는 진우와 노아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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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사삭--
'임무 성공. 이대로 퇴각 지점까지만 가면…….'
스텔스 아머로 몸을 감추며 지정된 퇴각 지점까지 달려가던 암살자는 신체 강화자를 암살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나이퍼 라이플의 위력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신체 강화자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총기류는 하나같이 위력을 강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반동도 그만큼 강하고 소음도 시끄럽지만, '조직' 에서 만든 신형 스나이퍼 라이플은 위력과 소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오로지 신체 강화자의 단단한 피부를 대상으로 한 저격총이였다.
'신체 강화 5등급 리피가 한순간에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죽었다. 이걸 양산한다면 '조직' 을 적대하는 어리석은 놈들에게 철퇴를 내릴 수 있어!'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지, 암살자는 이 저격총으로 전쟁의 양상이 새롭게 바뀌는데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임무 성공으로 '조직' 에게 주어질 수많은 이득과 승리의 영광 또한.
퓨퓨퓨퓩!
파파파팍!
'!!'
그 때, 암살자의 앞쪽에서 탄환이 땅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암살자는 깜짝 놀라며 그 자리에서 멈추고 말았다.
탁!
"이상하군. 분명히 이 근처에서 공기가 일그러지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 놈은?!'
노아와 찢어지고 나무위를 점프하면서 적이 도주했다고 생각되던 방향으로 추적하던 중, 공기의 일렁거림 현상을 목격한 진우가 예측 사격을 가하였다.
그러자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던 암살자는 달리던 포즈 그대로 멈추었다. 공기와 빛의 굴절 현상은 주로 움직일때 심해지기 때문에, 가만히만 있다면 주변 환경과 동화되어 왠만큼 집중해서 봐도 놓치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인력 부족으로 고용한 용병 치곤 감이 좋군. 나무 위를 날렵하게 타는것을 보니 2~3등급 신체 강화자인가? 주제도 모르고 나선 댓가를 치루게 해주지.'
암살자는 조금씩 조금씩 총구를 내려, 자신의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흔적을 확인하려는 진우의 미간을 향해 겨누었다.
'돈의 노예인 용병 주제에 성실한 편이긴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는 알고 나섰어야했어.'
그렇게 방아쇠를 천천히 누르며, 주제모르고 나선 용병의 이마를 향해 발사되려던 찰나,
끼릭-
덥썩!
"암살자가 요기잉네?"
"큭!?"
방아쇠가 살짝 당겨지는 소리를 포착한 진우는 곧바로 암살자의 위치를 확인하고 손을 뻗어 무조건 덥썩 쥐어 잡았다.
우드드득!
"끄아아아악!"
"빙고."
그의 살인적인 악력이 들어간 손가락이 안면을 붙잡자, 뼈가 으스러지는듯한 고통을 받은 암살자는 맞추기 편한 복부쪽으로 총구를 맞추고 발사하였다.
푸슉!
퍽!
"으큭?!"
그는 자신의 뱃살이 찢겨지는, 조금도 예상치 못한 고통에 깜짝 놀라며 손을 놓고 말았다.
평소라면 상처를 입는 순간 니죽고 나죽자식으로 난타전을 벌였겠지만, 지금까지 이 게임을 하면서 살가죽이 찢겨지는 상처가 생긴일은 처음 있었던 일이였기에, 그도 나름 당황한 것이리라.
'신체 강화 10등급의 이능력자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설마 자신에게 상처 입히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진우는 살가죽만 찢어진 상처가 순식간에 아무는것을 찢어진 옷 구멍 사이로 확인하였고, 그 순간 다시 거리를 벌리기 위해 암살자가 도망치려 하자, 공기의 일그러짐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 있었기에 단숨에 따라붙어 옆구리라 예상되는 부위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퍽!
"쿨럭!"
복부에 얻어맞으면서 나동그라질뻔한 암살자의 뒷목을 붙잡은 그는 총열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옆구리에 끼우고 무릎으로 상대방의 허벅지를 찍어냈다.
우드득!
"끄하아악!"
"네놈이 지금 내게 상처를 줬단 말이지? 오냐, 오늘 한번 날 잡자."
암살자의 복부를 때리면서 대충 상대방의 키와 덩치를 감잡은 그는 그를 내팽개치면서 다시 도망갈 수 없게 무릎 부분을 강하게 찍어 밟았다.
콰득!
"끄어어억!"
"자, 감히 이 몸의 배때기에 총빵을 놓은 새끼가 어떤 면상인지 확인해볼까나?"
암살자의 몸을 뒤적이면서 스텔스 아머의 형태를 손의 감각으로 익힌 그는 무차별적으로 옷을 쥐어뜯듯이 분해하였고, 스텔스 아머가 망가지면서 스파크 소리와 함께 암살자의 면상이 드러났다.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짧은 머리의, 군인같은 인상을 한 백인 남성의 얼굴이 드러났지만, 이미 상대방이 남자임을 눈치채고 있었던 그는 자신의 배에 상처를 만든 저격총을 빼앗았다.
"흐음……."
'신체 강화 10등급의 이능력자에게 미약하나마 상처를 줄 수 있는 저격총……. 이런걸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지닌 존재는…….'
게다가, 자신이 뜯어낸 스텔스 아머 뒷목 부분에 작은 성조기가 그려져 있기에, 이들의 존재가 미국이라 예상했던게 맞았다고 생각한 진우는 쓰러진 남자의 몸에 올라타 마운팅 자세를 취하며 그의 멱살을 잡았다.
"어이, 어떻게 리피가 아크로스의 조직원이라는걸 알아낸거지?"
일단 그의 정체보다 중요한것은 어떻게 리피의 정체를 알아냈냐는 것이었기에, 그에게 물어왔으나.
"크크큭……!"
남자는 자신이 죽을 목숨이란걸 알고 있는지 비웃음 섞인 웃음을 터트렸다.
"어쭈, 웃어? 다리 두짝이 병신 됐는데도 웃는다 이거지? 좋아, 아까도 말했듯이 오늘 날 잡았어. 느긋하게 면담좀 해보자,고!"
퍽!
끝말에 힘을 주면서 적당히 힘조절된 펀지로 남자의 얼굴을 내리쳤고, 남자는 고통에 의해 신음성을 흘렸으나 그 와중에도 비웃는 표정으로 진우를 올려보았다.
"크…크크크……!"
"오오미, 마치 소설에나 나올법한 캐릭터가 여기에 있었네? 그 캐릭터성, 어디까지 가나 한번 지켜보마."
소설에서 아무리 고문을 가하여도, 불굴의 의지로 고문을 끈덕지게 버티는 캐릭터들이 몇몇 있다.
진우는 그 소설에서 볼법한 캐릭터를 눈 앞에서 보게 되자, 대체 어느 수준이 되어야 입이 열릴까 싶어 다시 한번 주먹을 내리치려던 찰나,
"페트릭 대위?!"
뒤늦게 암살자의 흔적을 추적하여 따라붙던 페리샤가 진우에게 마운팅 자세로 깔아뭉개진 남성의 얼굴을 보고 경악하듯이 소리쳤다.
페트릭 대위, 특별한 이능력은 없으나, 파워 슈츠를 활용한 임무 수행력이 높게 평가되어 아크로스에서 주로 중소 규모의 전투에 투입되어 탁월한 전공을 세우는 인물.
자신과 똑같이 이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파워 슈츠의 힘을 활용하여 높은 자리에 올라왔기에, 그의 얼굴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페리샤는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어? 아는 놈이냐? 하긴, 미국에서 암살자를 보냈는데 듣보잡은 안 보냈……."
"어…어째서…어째서 아크로스의 조직원인 당신이 아가씨를 암살한 것입니까!"
"!!"
페리샤의 경악어린 외침에 놀람으로 두 눈이 희둥그래진 진우는 자신이 마운팅 자세로 깔아뭉갠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였다.
"……."
방금전까지 큭큭 거리며 비웃던 그가 눈과 입을 꾹 닫고 고개를 돌린 모습에, 그가 정말로 아크로스의 조직원임을 확인한 진우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닫았다.
'잠깐, 이건 뭔가 이상하잖아? 세력 내부의 권력 다툼인가? 성조기가 그려진 스텔스 아머를 입고 있었는데…혹시……?!'
머릿속으로 추리를 다시 하기 시작하려할 때,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나왔다.
부우웅!
"!!"
퍽!
"크그윽!"
콰직! 우지끈!
신체 강화 10등급인 진우가 미쳐 대응하지도 못할 정도의 스피드로 발을 휘둘러 얼굴을 가격하자, 그대로 붕 날라간 그는 나무 기둥 몇개를 부순 후에야 바닥에 나동그러졌다.
"흠, 어디서 본듯한 얼굴이였는데…뭐, 이런 곳에서 그런 얼굴을 만날리 없으니……."
"그…그랜드 아크님……!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페리샤는 여기에 없어야만 하는 사람이 등장하자, 리피가 죽었을때보다 더 경악에 찬 얼굴로 진우를 공격한 남자를 향해 외쳤다.
거대한 근육질 몸매와 2m 20cm의 거대한 체구, 사자와도 같은 분위기의 그 남자는 그녀가 모시는 리피의 아버지, 그랜드 아크였다.
"호오, 페리샤로군. 페트릭을 추적해 온건가? 안타깝군. 이정도로 유능한 자네를 '처벌' 하게 되었으니 말이야. 뭐, 너무 억울해 하진 말도록. 어차피 막스를 잃은 죄도 있지 않은가?"
아크로스쪽에는 진우에 대한 정보가 상당히 적은 편인데, 이는 페리샤가 그의 존재를 공개하지 않아서였다.
그랜드 아크에게 보고할 때, 한국의 정체도 모르고 신원 파악도 안된 정체불명의 은거 기인에 의해 전사하였다고만 보고하였는데, 이는 아크로스의 전선을 지키는 이능력자가 복수를 위해 한국으로 오게 되면 그만큼 이능력 전력이 약해지게 될테고, 최소 코벤 급의 강자 2~3명이 와봤자 역으로 죽거나 병신이 될거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페리샤는 경솔하게 막스를 잃은 죄로 아크로스에 돌아오게 되면 죗값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 되었으나, 그것이 아크로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자기 하나만 참아내기로 결정하였었다.
"왜…대체 왜 입니까……. 리피님을 죽인 암살자는 어째서 페트릭 대위고…그랜드 아크께서는 그런 그를 비호하냔 말입니다!"
그녀는 그랜드 아크에게 따지듯이 물어왔으나,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버린 말인 자네에게 일일이 설명할 이유는 없지. 그동안 내 조직에서 오랫동안 헌신 해왔으니 고통없이 죽여주겠네."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랜드 아크는 딸을 암살한 암살자를 비호해주면서, 암살자를 추적하러 온 페리샤를 향해 다가가려던 찰나.
후웅!
"?!"
갑작스런 기습 공격에 날라간 진우가, 이번엔 자신이 기습적으로 달려나와 그랜드 아크의 옆구리를 향해 힘껏 주먹을 후려쳤다.
콰아앙!
"크윽!"
오랫동안 고통이란것을 겪어보지 못했던 그랜드 아크는 인상을 찌푸리고 신음성을 흘리면서,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충격을 버텨내지 못하고 주르륵 밀려나갔다.
"씨발! 안그래도 오늘 날 잡았다 생각했는데 존나 잘 됐다 이 개새끼들아! 오늘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
얼굴이 아직도 욱씬거리는 고통을 안겨다준 이능력자를 향해 소리친 진우는 그동안 이실리아 모녀의 봉사로 순한 성격으로 변하였으나, 연달아 일어난 고통에 의해 그동안 잠재워뒀던 자신의 흉폭성을 모조리 개방하였다.
============================ 작품 후기 ============================
아마 리피의 죽음이 너무 허무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겁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할머니, 가족을 두 번이나 급사로 잃었던(두번 모두 제가 없을때 일어난 사건들)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죽음이란 원래 허무하고 갑작스럽게 찾아오더군요.
덕분에 급사(갑작스런 죽음)란 녀석은 분위기를 잡을 수 있다거나 하고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너그러운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었습니다.
게다가 치밀하게 리피의 능력, 코벤의 능력까지 계산된 암살이라서, 허무하다고 생각되시면 제 글을 제대로 보신거 맞아요. 이상한거 아님.
PS:90편에서 그 지랄을 했는데 그게 순한 성격...내가 썼지만 독자분들에게 욕 쳐먹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