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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콰앙! 크드드득!
서로의 주먹을 맞부딪히자, 그 충격파로 인해 그들을 중심으로 땅이 쩍쩍 갈라지면서 거대한 풍압이 터져나갔다.
뿌드득--!
서로의 주먹이 강타한 상태에서 힘겨루기를 시작한 두 남자는 팔에 힘줄이 도드라지게 튀어나올 정도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자신들의 전심 전력을 쏟아부었다.
"흐…흐하하하핫! 대단…하구나……! 동방의…작은 나라에서…나와 힘으로 맞설수…있는 자가 있을 줄이야……!"
"댁도…헛된…명성을 가지고…있는게…아니였구만……!"
상대방이 자신과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들은 부들부들 떨면서 서로를 힘으로 밀어내기 위해 이를 악 물었다.
드드드득! 쩌억! 쩌저적!
"이럴수가…그랜드 아크님과 막상막하로 싸울 수 있는 괴물이 존재하다니……!"
다리가 부러졌기에, 팔로 엉금엉금 기어가 최대한 거리를 벌린 페트릭은 지진이라는 자연 재해를 일으키는 그들, 특히 그랜드 아크와 정면으로 맞서서 싸우고 있는 진우의 모습에 경악하였다.
그들을 중심으로 땅이 갈라지는 균열이 더더욱 커져갔고, 그렇게 자존심이 걸린 힘싸움에서 아주 미약하게 진우쪽이 밀리기 시작하였다.
'어째서 내가 밀리는거지?! 저 놈도 나와 똑같은 10등급인데!'
"크하아아앗!"
"큭!"
조금씩 팔이 밀려나가기 시작한 그는, 그랜드 아크의 기합성과 함께 힘싸움에 패배하면서 몸이 주르륵 밀려나갔다.
"씨발!"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큰 데미지는 입지 않았으나, 힘 싸움에서 밀려버렸다는데 굴욕감을 느낀 진우는 욕설을 퍼부었다.
"무슨 수작을 부린거냐!"
"수작? 아니, 이건 수작이 아니라 단순한 문제다."
그랜드 아크는 여유있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놀랍게도 너와 나의 능력은 비등. 하지만, 네가 너보다 더 우세한게 있지. 바로 체격과 무게다."
진우의 키는 188cm, 몸무게는 91kg.
그랜드 아크의 키는 반올림까지 하면 2m 21cm, 몸무게는 153kg.
둘의 근력이 똑같이 10이라고 쳐도 키가 높기 때문에 힘을 가하기 쉬운, 위에서 아래쪽으로 찍어누를 수 거대한 체격과 진우보다 무거운 몸무게가 미세하게 진우를 힘으로 이겨낼 수 있었던 차이점이였던 것이다.
"최소한 네 키가 나와 비등하다면 모를까, 이 근소한 차이가 있는 이상, 너는 내게 힘으로 이길 수 없다! 흐하하하하핫!"
"그래? 그러면 단순한 힘겨루기를 하지 않으면 된다는 소리군."
하지만, 진우는 자신의 능력이 이거 하나만이 아니였기에, 그에게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고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오히려 이유를 알게 되자 여유를 되찾았다.
'침착해라. 나는 아무도 모르는 비장의 무기, 재생 능력이 있다. 서로에게 데미지를 가할 수 있는 난타전을 펼쳐 단기전으로 결판을 내든, 장기전으로 결판을 내든 결국 재생 능력이 압도적인 내 승리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진우는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이 힘에서 약간 밀린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방법으로 공격하기로 하였다.
'호오? 자신의 능력이 밀렸는데도 저토록 빠르게 스스로를 진정시키다니? 단순히 강력한 힘을 가진 애송이인줄 알았건만, 생각보다 뛰어난 전사이지 않은가?'
단순히 힘만 강한게 아니라, 상당한 실전을 겪은것처럼 스스로를 빠르게 진정시키는 모습에, 이 전투가 생각보다 길어질 것을 직감하였다.
"진우씨!"
그 때, 소란을 듣고 찾아온 노아가 진우와 대치하고 있는 그랜드 아크의 모습에 총구를 겨누었으나, 진우가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끼어들지 마! 지금부터 이 새끼의 얼굴을 뭉개버릴테니까 멀찍이서 구경이나 하고 있어!"
"크하하하핫! 대단하다! 정말로 대단해! 지금까지 그 누구도 내 앞에서 1:1로 승리를 자신하지 못하였거늘!"
"흥, 댁이 그동안 잘 나갔던 이유는 단 하나 뿐이야. 바로 나를 만나지 못했던 것! 오늘 이자리에서! 네 놈의 전설은 이 몸이 가져간다!"
후웅!
그 말을 끝으로 그랜드 아크를 향해 달려나간 진우는 몸을 낮추며 그의 하반신을 공격하려는 모션을 취하였다.
하지만, 그랜드 아크 또한 자신의 하체를 공격하려는 적들의 공격을 수없이 맞이해왔기에, 땅을 걷어차면서 돌 파편들을 날려보냈다.
쉬익!
그 때, 몸을 낮추며 달려가던 진우가 갑작스럽게 뛰어오르면서 반사적으로 휘두르는 그랜드 아크의 팔과 목을 붙잡으며, 힘껏 상체를 내리 눌렀고, 레슬링 기술중 하나인 DDT처럼 그의 머리가 땅에 쳐박혔다.
콰드득!
"으오오오오!"
하지만, 진우는 거기서 공세를 멈추지 않고 그랜드 아크의 다리를 붙잡아 힘껏 리피의 저택 방향으로 내던졌다.
쉬이이이익--!!
콰앙!
마치 총탄처럼 날라가는 그랜드 아크를 향해 전력으로 달려나간 진우는 몸을 날리면서 그의 얼굴을 후려쳤고, 그랜드 아크는 더욱 빠르게 리피의 저택으로 날라갔다.
쿵! 우르르르!!
외벽을 부수고, 호화스런 유럽식 저택은 그랜드 아크라는 이물질을 받아들이면서 건물의 일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계속해서 후속타를 날리기 위해, 그가 날라간 흔적을 따라간 진우는 그랜드 아크가 쓰러졌다고 예상 되는 지점을 향해 날라들어 걷어차려 하였으나,
덥썩! 콰앙!
"큭!"
그랜드 아크의 굵은 팔이 돌더미에서 솟아올라, 날라오던 진우의 발목을 낚아채며 바닥을 향해 패대기 쳤다.
쾅! 쾅! 쾅!
콘크리트 먼지로 더러워진 상태로 돌더미를 해치며 모습을 드러낸 그랜드 아크는 진우의 발목을 붙잡고 저택의 기둥, 벽을 향해 거칠게 후려치면서 우아함이 깃들어 있던 리피의 저택은 순식간에 폐허가 되어버렸다.
콰아앙! 쿠구구궁!
그랜드 아크가 그를 그나마 성한 건물쪽으로 내던지자, 건물 벽은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져내리며 진우를 깔아뭉갰다.
자신과 똑같은 수준의 신체 강화자라면 절대 이정도로 죽지 않을거라 생각한 그랜드 아크는 쪼그리면서 양 손을 땅속 깊숙히 박아넣더니, 그대로 힘껏 들어올리자 집채만큼 거대한 '땅 덩어리'이 그랜드 아크의 손에 들려졌다.
"흐오오오오!"
그랜드 아크는 그대로 점프하면서 진우가 묻혀진 건물 잔해를 향해 힘껏 내던졌으나,
콰아앙!
건물 잔해에서 튀어나온 진우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듯이 주먹으로 자신을 향해 낙하하고 있는 땅 덩어리를 후려쳤다.
쿠드드드드--
그의 주먹에 의해 파괴된 바위만한 잔해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그 중심에 서 있던 진우는 자신의 어깨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건물 잔해에서 내려왔다.
"……."
"……."
서로를 마주본 그랜드 아크와 진우의 모습은 흐트러지고 더러워졌으나, 거친 숨 하나 몰아쉬지 않으면서 오히려 차분한 기색이였다.
'이…이것이 신체 강화 10등급의 힘…….'
부스터로 날라올라, 공중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노아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단 세번.
단 세번의 공방으로 리피의 호화로운 저택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서져버렸고, 거대한 크레이터가 형성되었으며 주변은 완전히 초토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노아는 신체 강화 10등급의 힘을 조금 우습게 보고 있었다.
분명, 압도적인 강함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으나, 그 위력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생각하여 대인전에서만 쓸모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체 강화 10등급의 이능력자 둘이 붙는 모습을 목격한 노아는 자신도 모르게 한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자연 재해.
태풍. 지진. 그밖에 자연이 가하는 무서운 자연 재해들.
흔히들 위와같은 자연 재해들을 이유로 설명하면서 인간이 아무리 강해봤자 거대한 자연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라고들 주장하지만, 노아는 그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두 명의 남자가 맞붙음으로서 자연이 가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재해가 실시간으로, 다양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크…크크크……."
"후…후후후……."
순간, 서로를 바라보던 두 남자는 조금씩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광소를 터트렸다.
"카하하하하핫!"
"후하하하하핫!"
그렇게 서로를 보면서 미친듯이 웃던 두 남자는 즐겁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최고야! 너야말로 나의 모든것을 쏟아부어 죽일만한 가치를 지닌 최강의 적수다!"
"이것이 전의! 이것이 희열! 이것이 고양감인가! 그 어떤 적수를 상대해도 느낄 수 없었던 이 감각! 최고라는 말 외에 설명이 불가능한 나의 빈약한 어휘력이 오늘만큼 안타까운적은 없구나!"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도 쓰러지지 않는 상대방의 모습에, 자신의 모든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호적수의 존재를 발견하게 된 두 남자는 마치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은것처럼 웃어재꼈다.
그 때, 웃음을 멈춘 두 남자는 전의를 불태우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자, 상대방이 왠만해선 망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탐색전은 이쯤으로만 하고 본 게임에 들어갈까?"
진우의 도발어린 목소리에, 그랜드 아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한다. 이제부터 진심으로 가지."
건물 하나를 완벽하게 폐허로 만든것이 탐색전이라는 말에, 하얗게 질려버린 노아는 진우가 자신을 향해 외치는것을 들었다.
"노아! 지금 당장 돌아가서 이실리아와 대피해! 방공호 따위에 들어가지 말고 그냥 서울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
"으, 응!"
노아는 진우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황급히 자리를 떴고, 그랜드 아크는 그녀의 모습에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호오,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나보군."
"그래. 우리가 싸우는데 링이 이것밖에 안되선 너무 좁잖아? 아마 필연적으로 서울 도심쪽으로도 우리들의 싸움이 번져나갈걸?"
"크흐흐흐흐. 맞다. 아니, 오히려 내가 그쪽으로 유도하겠지. 내가 그랜드 아크임을 도심 한복판에서 알려야 하니까 말이다."
대화를 마친 두 남자는 천천히 상대방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하였고,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가깝게 맞딱뜨리게 되었다.
"이제 잔소리는 필요 없겠지?"
"그렇다. 이제 남은것은 누가 세계 정복에 더 어울리는 절대자인지 자웅을 겨룰 뿐."
"……."
"……."
다시 한번 전의를 불태운 두 남자는, 서로를 노려보다가 동시에 팔을 휘두르며 상대방을 가격하였다.
파각!
퍼억!
그랜드 아크는 머리를, 진우는 복부를 후려쳤고, 고통을 무시한 진우는 자신의 얼굴을 후려친 팔을 붙잡으며 그것을 디딤대 삼아 뛰면서 그랜드 아크의 목을 붙잡으며 땅바닥으로 내리 찍었다.
"으오오오오!!"
쿠드드드드드득---!!
기합성과 함께 그랜드 아크의 머리가 땅에 긁혀지도록 달려나가자, 십수미터 정도로 그랜드 아크의 등 크기만한 깊은 배수로가 파여졌다.
그 때, 그랜드 아크가 진우의 옆머리를 후려쳤고, 그 충격에 의해 진우는 쭈욱 날라가며 건물의 잔해쪽으로 쳐 박혀들어갔다.
"크하하하하핫!"
"후하하하하핫!"
두 자연 재해급 괴수들은, 서로의 힘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호적수를 만나게 되었다는데 미친듯이 기쁜듯이 광소를 터트리며 서로 치고 박는 난타전이 시작되었고, 그 진동은 서울 시내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 작품 후기 ============================
이 싸움 이후로 주인공은 중동으로 가서 조직을 만들 예정.
중동에 가게된 계기는 그랜드 아크와의 전투 도중에 생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