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3 / 0923 ----------------------------------------------
2장
진우가 리 장홍의 도전을 받아들였을 무렵의 일본.
욱일승천의 지도자이며 일본의 총리인 야마토 헤이세는 잠시 짬을 내면서 욱일승천의 고위 간부들만이 아는 비밀 연구실로 향하였다.
몇단계나 되는 엄중한 보안을 일일이 해체하는 수고로움 끝에, 비밀 연구실에 도착한 그는 눈 앞에서 펼쳐지는 연구실 광경에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키에엑!"
"크워워웍!"
쿵! 쿵! 쿵!
방탄 유리 너머에서 고릴라나 전갈 같은 흉폭한 동물들이 거대화 된 상태에서 난동을 피우는 모습과, 약물이 투여되어 변이를 일으키는 괴수들의 모습을 미술품 감상하듯 천천히 발을 옮기며 감상하였다.
참고로, 여기서 사용되는 모든 방탄 유리들은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아수라급 괴수까지 가둬둘 수 있는 최신 설비였다. 대신 그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이 들긴 하지만.
야마토는 자신에게 고개를 꾸벅이면서 할일을 하는 연구원들의 인사를 받아주며, 흰 백발과 꾸부정한 허리를 가진 노인을 향해 다가갔고, 노인은 그의 방문을 사전에 연락받았는지 그가 자신으로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오로즈키 박사, 연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아크로스에서 받은 지원 덕분에 급진전중이네. 이 속도로 나가면 괴수들의 '보관함' 이 부족해질 지경이지."
일본의 생물학관련 과학자들중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오로즈키 니시죠.
세계 제 2차 대전때, 조선인을 상대로 펼쳤던 마루타 실험을 통해 생물학의 지식을 쌓았던 그는, 실제 인간의 신체로 해보고 싶었던 모든 실험을 하면서 다른 과학자들보다 빠르게 급성장하여 지금의 위치에 오른 인물이였다.
또한, 옛 군국주의가 낳은 또 하나의 망령이기도 하고.
어쨌든, 우연찮게 생포한 괴수를 상대로 생채 실험을 벌이다가 괴수의 정수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개발한 오로즈키 박사는 욱일승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인원이기도 했기에, 야마토 총리조차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인물이였다.
"정확히 몇 마리나 됩니까?"
"어디보자…요귀급 괴수가 36마리, 요마급 괴수는 11마리, 준 아수라 1마리 라고 말해둘 수 있겠구만."
"아수라급 괴수를 만들어냈단 말입니까?!"
솔직히 말해서 야마토 총리는 요마급 괴수를 만드는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었는데, 아수라급 괴수를 만들어냈다는 소식에 놀라움과 기쁨으로 물든 목소리로 되물었다.
"방금 말했듯이 준 아수라급이네. 요마보단 강하고 아수라보단 약하지."
"그래도 그게 어디입니까? 이 전력이라면 충분히 한국을 망가뜨릴 수 있을겁니다!"
"한국이라면 백전백승이겠지. 하지만, 우리의 진정한 적은 한국 따위가 아니네."
"물론입니다. 우리의 진정한 적은 중국과 미국이지요."
군국주의 집안에서 태어나, 그 사상에 오염되면서 성장한 야마토 헤이세는, 다시 한번 옛 일본 제국의 영광을 실현하기 위해 한번 전멸의 위기를 겪었던 욱일승천을 자신의 손으로 다시 한번 일으켰다.
예전의 욱일승천은 새로운 피를 영입하는데 꺼려했다는 것이 가장 큰 패착이라 생각한 야마토 총리는 재능이 있으나, 세상에 불만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일본제국의 위대함을 전도하고, 일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세상의 부조리함으로 그들의 분노를 일으키면서 욱일승천에 젊고 혈기넘치는 피를 수혈시켰다.
하지만, 자금 문제 만큼은 그가 아무리 부자라 해도 일개 개인이 모두 해결할 수 없었기에, 정치가 생활을 하면서 은연중에 뒷돈을 챙길 수 밖에 없었다.
옛 욱일승천의 조직원이나 지원을 해주었던 정치가들과 손을 잡고 대대적인 로비 활동을 벌이면서 일본의 총리가 된 야마토는 국가의 세금 일부분을 욱일승천에 넘기게 되었고, 자금 부족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야기되면서 부패 총리로서 악명이 자자하게 되었다.
하지만, 옛 일본제국의 영광을 되찾을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한 악명도 감수할 각오가 된 야마토는 눈 앞의 이득에 눈이 머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그런데 괴수들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하셨습니까?"
"안타깝게도 아직 그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네. 냄새나 체취같은것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유도하거나 포악하게 만들 순 있지만, 세밀하게 우리가 원하는대로 조정하는건 힘들더군."
현재, 욱일승천의 최대 관심사는 괴수의 통제 방법이였다.
인간과 비등, 혹은 더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으나, 매우 야만적이며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괴수들은 일반적인 동물처럼 고통을 가한다거나 채찍과 당근으로 달래는 방법 또한 통하지 않았다.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사회화 훈련을 충분히 받은 개를 괴수화 시켜도, 이 문제는 개선되지 못하였다.
말은 알아듣는듯 하지만, 자신이 인간보다 우수하고 우월한 종이라 생각하게 된 개 괴수는, 더이상 인간을 동반자로 여기지 않고 먹이, 식량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스위치로 전기 자극을 가할 수 있거나 코가 예민한 동물들에겐 고문이나 마찬가지인 독한 액체를 분사하는 개목걸이를 씌우면, 복종하기보단 오히려 더더욱 길길이 날뛰면서 공격적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중간에 포기하니까 오히려 기세등등해지는게 아닐까 싶어서 마음먹고 계속해서 전기 자극과 악취를 가하자, 순순히 말을 듣는듯 하였으나 인간들을 속이려고 일부러 복종한 척한 개 괴수는 인간쪽이 방심하며 우리의 방비를 소홀히 하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를 뚫고 나오게 되었다.
다행히 조기 사살에 성공해서 망정이지, 개 괴수가 다른 괴수를 풀어주었다면 욱일승천은 그 자리에서 폭싹 주저앉게 되었으리라.
사회화 훈련도 받은 개를 통한 실험에 실패하게 되면서, 오로즈키 박사는 괴수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불가능하다 여기고 있었다. 그나마 괴수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약물중에서 괴수들을 흥분시키는 흥분제를 발견해낸 것이 유일한 득이라 할 수 있을 정도.
참고로, 그 흥분제는 아이리가 국방 연구소에서 후퇴할때 뿌린것과 동일한 물건이다.
"괴수를 통제 할 수 있다면 그 이익이야 어마어마 하지. 하지만, 개인적으로 괴수들을 인간에게 복종시키는것은 불가능하다 생각하네."
"으음……."
오로즈키 박사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야마토는 계속해서 그 연구를 지속하길 원하였다.
"언젠가는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겁니다. 좀 더 노력해주십시오, 박사."
"뭐, 노력은 해보겠다만…큰 기대는 말게."
괴수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다면 아크로스와 비등한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으리라 예상한 야마토는 괴수 통제 방법을 찾아내는데 강한 의지를 표출하였으나, 오로즈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차라리 그 시간에 다양한 괴수를 만들어내는것이 더 이득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괴수의 통제 방법 또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몇가지 미확인 아이디어를 좀 더 찔러보기로 결정하면서, 괴수의 배분 문제를 의논하기 시작하였다.
"어쨌든, 내 예상대로라면 계획일 안에 요귀급은 46, 요마급 괴수가 17마리쯤 만들 수 있을것 같네. 한국쪽에는 얼마나 보내겠는가?"
"반 아수라 괴수와 요마급 괴수 셋이나 넷 정도면 될것 같습니다."
"음? 한국이 망가뜨리는것이 목적이긴 하지만, 그 정도 전력이면 차라리 중국이나 미국쪽에서 날뛰도록 만드는게 더 나을텐데?"
한국의 이능력 전력은 경제 선진국 사이에서 최약체라는 것은 세계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였기에, 오로즈키 박사는 요귀 10마리와 요마 셋이면 충분하다 여겼다.
"한국의 군사 전투력 때문에 그런가?"
유일한 분단 국가인 남한과 북한은 언제든지 다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휴전 상태였기에, 군대의 질은 상당히 높은 편이였다.
야마토의 계획은 이능력 전력이 취약한 한국에서 괴수로 인해 고생할때, 이웃나라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일본에서 손을 내미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괴수들로 하여금 공격하게끔 만들어 한국이 일본에게 군사적으로 의존하게끔 만들고, 일본은 그것을 빌미로 작은 권리부터 차근차근 빼앗으면서 21세기의 새로운 식민지로 만들 예정이였다.
그러기 위해선 중국과 미국쪽에서도 괴수때문에 혼란스럽도록 만들어야만 한국이 일본의 손을 잡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것도 있습니다만…그랜드 아크가 우리에게 지원을 하면서 남긴 말이 마음에 걸립니다."
"혹시 우리의 계획에 발을 담가서 어부지리를 취할 생각인건가?"
"그런게 아닙니다. 단지…그랜드 아크가 '한국보다 중국, 미국을 먼저 지배하는게 몇십배는 더 쉬울것이다' 라고 말해서……."
"뭣이?"
순간, 오로즈키 박사의 머릿속에 여러가지 최악의 가정이 떠올랐다. 그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우리의 계획을 방해할 생각인건가?"
겉으론 이렇게 지원을 해주면서 뒤쪽에서 배신을 하는 것인가 싶어 눈빛이 싸늘해져갔고, 야마토는 고개를 내저으며 좀 더 자세히 말해주었다.
"저도 그게 대체 무슨 의미냐고 되물어보니까 한국에 자신과 동급의 신체 강화자가 있다고 하더군요."
"허! 겉으론 꽤나 호탕한척 하면서 뒤로는 방해하겠다 이거군?"
말도 안되는 소리다.
이능력 전력이 최약체인 한국에서 그랜드 아크와 동급의 신체 강화자가 있다고? 누가 그딴 헛소리를 믿는단 말인가?
한국의 전력이 약한 이유는 한국에서 이능력자들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능력자들을 제대로 대우 해주지 않는 나라에 그랜드 아크와 동급의 이능력자가 존재한다? 이건 머리가 좋던, 나쁘고간에 말이 안되는 헛소리였다.
"하지만, 문제는 아주 헛소리가 아닌것 같습니다."
그 소리에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낀 야마토는 한국쪽의 정보를 수집하였고, 그 와중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그랜드 아크라 주장하는 남자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난동을 피웠고, 검붉은 갑옷과 가면을 쓴 수수께끼의 인물이 나타나 그와 막상막하로 싸웠다는 얘기.
"미국의 이능력자이거나 한국의 숨겨진 전력이거나, 둘 중 하나로군."
"그런데 둘 다 아니라는게 문제입니다."
좀 더 파고들어가보니 검붉은 갑옷의 이능력자는 한국의 정치가들을 암살하였고, 자신들을 포위한 군인들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면서 그랜드 아크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이용하였다는 정보를 입수 할 수 있었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나는 내 눈으로 목격하지 않는 이상 믿을 수 없네. 어떻게 그랜드 아크와 동급인 이능력자가 미개한 조센징 중에서 태어났단 말인가?"
오로즈키 박사는 과학적인 분야에는 현명하고 시야가 넓지만, 한국인에 관련된 일에는 극우의 시선과 좁은 마음으로 내리본다.
2차 세계 대전때, 한국인을 상대로 마루타 실험을 자행했던 그는 처음엔 비인도적인 짓에 죄책감을 가졌으나, 마루타 실험실의 책임자가 죄책감을 가진 연구원들에게 자기 합리화를 할 수 있도록 짧게 연설하였다.
-조선인은 미개한 문명을 지닌 인간들로, 짐승이나 마찬가지인 족속들이다. 우리는 인간을 상대로 실험을 하는게 아니라 인간이 되다만 미개한 짐승으로 실험을 하는것이다-
어디서부터 트집을 잡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비문명화적인 발언이였으나, 오로즈키 박사는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연설을 의심할 수 없는 진리인마냥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자신은 인간을 상대로 실험한 비인도적인 범죄자가 아닌, 동물들로 실험을 하는 다른 과학자들과 별반 다를게 없어지기 때문이다.
처음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이였지만, 계속해서 그 사상에 물들다보니 정말로 한국인을 미개한 민족이라는 고정관념까지 만들어져버린 오로즈키 박사는 한국인들 중에서 신체 강화 10등급의 이능력자가 태어났다는데 강한 부정을 보였다.
"일단, 그 둘의 싸움을 목격한 군인들을 상대로 얻은 정보입니다. 언론 매체쪽에서 영상이라도 찍어뒀으면 좀 더 확실하게 알아낼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아크로스와 진우는 기자들이 도착하기 전에 싸움을 끝마치면서 이들의 싸움은 당시 현장을 목격한 군인들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예상은 붉은 갑옷의 이능력자는 속도와 관련된 이능력을 가지고 있는듯 하네. 그랜드 아크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는 재주는 되어보이다만, 딱 그 정도일걸세. 이능력자들의 싸움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군인들의 눈으론 주먹질 한방에 건물을 부수는 그랜드 아크의 공격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막상막하로 보였겠지."
그렇게 진우의 능력을 속도 타입으로 확정지은 오로즈키 박사였지만, 야마토 총리는 그래도 혹여나 모르니 반 아수라급 괴수는 한국에 투입시키겠다고 주장하였다.
어차피 욱일승천의 최종 결정권자는 야마토 총리였고, 한국인들에게 압도적인 절망감을 주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여긴 박사는 2주일 후에 있을 거사일에 맞춰 괴수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욱일승천의 계획을 알리는 중요한 떡밥 투척!
그건 그렇고...저 요즘 글이 너무 안써져서 미치겠습니다.
슬럼프는 아니구요...머릿속에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알고 있는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집중이 안 되요.
내용은 다 잡혀있는데 쓰려고 하면 그 내용들이 주구난방 날뛰는것 같은 기분이랄까...
대체 뭐가 문제인건지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