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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 브레이커-114화 (11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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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아 맞다. 이걸 깜빡할뻔 했네."

정무맹 한국 지부에 거의 도착한 진우는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오토바이의 머리를 돌려 약국으로 향하였다.

"약국은 왜 가시는거예요?"

"정력제좀 살려고."

"!!"

설명이 꽤나 늦었지만, 이능력자들은 일반적인 성행위만으론 임신이 불가능하다.

게임상 설정에 의하면 '이능력자가 되면 유전자 배열이 꼬이면서 남자는 정력제를, 여성은 배란유발제를 복용해야만 임신이 가능하다' 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유전자가 꼬이면 이렇게 바람직한(?) 현상이 일어나는건지 모르겠다만, 임신을 원하는 유저와 원하지 않는 유저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임을 분명하다.

배란유발제의 가격도 게임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진우는 가벼운 마음으로 정력제를 구입하였다.

'그런데 원래 정력제가 약물 형태였던가?'

정력제 같은게 없어도 혈기왕성한 성욕을 가지고 있는 진우는 정력제를 생전 처음 보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라면서 주머니에 챙겨놓았다.

"저…건방진것 같지만…그 정력제는……."

진우가 정력제를 사는 모습에, 이실리아가 우물쭈물해 하면서 조심스래 물어왔다.

그도 그럴것이, 이야기의 흐름대로라면 그가 구입한 정력제는 중국에서 온 정무맹의 대사부 부부에게 사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싫어……! 나도 아니고, 노아도 아닌 다른 여자 따위에게 진우씨의 아기가……!'

자신들을 임신시켜주지 않았으면서, 얼굴도 모르는 여자를 임신시키기 위해 정력제를 구입한 그의 행위에 이실리아는 강한 실망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에게 꾸중을 받은지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겉으론 표출하진 않았으나 표정에 그녀의 심정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응? 아, 이거?"

아무래도 오해가 생기기전에 빨리 처리하는게 좋겠다 싶은 진우는 가까운 편의점에서 생수 하나를 사왔다.

그리고선 정력제의 내용물을 버리더니 생수로 채우는게 아닌가?

"에? 정력제를 버리실거면 왜 사셨어요?"

"정확히는 정력제가 아니라 정력제가 담긴 이 병을 구입한거지."

"??"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누군가를 악의적으로 괴롭혀본적이 없는 그녀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이였고, 그는 이실리아를 위해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생각해봐. 자기 자식들 때려눕힌 놈팡이를 벌하려고 부부가 왔는데, 부부까지 그 놈팡이에게 당하는 굴욕감을. 게다가 그 놈팡이 놈에게 사랑하는 아내가 임신 강간 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남편의 절망감을. 큭큭큭!"

"……."

확실히 요즘에 많이 착해져서(?) 그렇지, 기본적으론 상대방이 싫어하는 짓만 골라서 하는 가학심의 화신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지에와 장홍을 쓰러뜨리고, 장홍의 눈 앞에서 정력제 병안에 들어간 생수를 마신다음에 마지에를 강간할 생각인 것이다.

진실을 모르는 그들 부부로선 당장이라도 죽고 싶어질 정도로 수치스럽고 절망스러우리라.

이실리아는 안도와 동시에, 자신의 눈 앞에서 그런 참상이 일어난다는데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녀가 아크로스를 적대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적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한적은 없었고, 포로에게 비인도적인 처사를 행한적도 없을 정도.

하지만, 지금부터 눈 앞에 펼쳐질 광경은 자신의 이상과 사상에 반하는, '고문' 보다 더 잔인한 행위라는 것이 그녀의 마음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았는지, 진우는 바이크에 올라타며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싫으면 그냥 이대로 돌아가도 돼. 나도 굳이 싫다는 사람 억지로 끌고 가는거 안 좋아하니까."

"…아뇨. 가겠어요."

무언가를 굳게 다짐한 이실리아는 진우의 뒤쪽에 앉으며 그의 등에 눕히듯이 몸을 기대며 입을 열었다.

"당신은 제가 사랑하기로 결정한 남자예요. 당신이 어떤 짓을 하든, 저는 아내로서 오직 당신만을 따르겠어요."

이실리아의 전 남편, 유창호가 들었다면 피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였겠지만, 그녀의 현 남편인 진우는 마음에 든다는듯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큭큭큭. 좋아, 그렇다면 부부 대면을 시작해볼까!"

모든 준비를 끝마친 진우는 감히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는 그들 부부를 징치하기 위해 정무맹 한국 지부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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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기선 제압을 위해 정무맹의 문짝이 날라가도록 거칠게 걷어찬 진우는 정말로 사람이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하자, 내심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쩝. 다들 놀라서 토끼눈 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만약, 매복이라도 했다면 그대로 달려나가 몽땅 때려눕힌 다음에 '여기 짱 나와!' 라고 소리칠 계획이였던 그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진짜 개미 새끼 하나 없네."

"역으로 생각하면 당신을 아무도 모르게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려는 작정인것 같아요."

이실리아의 말대로, 아무도 없다는 것은 목격자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흥, 감히 나를 살인멸구 하겠다 이건가?"

정무맹 한국 지부는 거대한 돔 형태의 건물이였기에 실전같은 대련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방음 처리가 된 대련장이 여러개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우와 이실리아는 자신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있었다.

"나중에 여기 지부장씨가 보면 눈물좀 나겠는걸? 그냥 종이같은데 그려서 붙여두면 되지, 꼭 저렇게 해야 하남?"

악력으로 벽면을 -> 모양의 화살표로 뜯어내, 자신들이 기다리고 있는 대련장의 위치를 가르켜준 대사부 부부의 행동에 시덥잖은 농담을 내던진 진우는 이실리아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이실리아, 너는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마."

"예? 어째서죠? 저도 함께 싸우고 싶어요!"

"넓은 공터라면 피할 공간도 많으니까 문제는 없겠지. 하지만, 제한된 공간의 대련장에서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신체 능력자들쪽이 염동력자보다 훨씬 유리해."

"……."

이능력자들간의 싸움은 힘의 종류에 의한 상성보단, 전장의 환경에 상성을 타는 경우가 강하다.

스스로의 몸을 띄어올려 마음대로 허공을 날 수 있는 염동력자나 다양한 방향으로 순간이동이 가능한 텔레포트 능력자는 넓은 장소에서 싸우는 것이 유리하고, 신체 강화자, 신체 변형 능력자는 좁은 공간에서 싸우는 것이 유리하다.

이실리아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지금까지 적들이 좁은 공간으로 유인하면 아무리 먹음직스러운 미끼가 달려있어도 무시하였다.

"하지만…당신 혼자서 싸우게 할 순 없어요!"

"그 마음만큼은 고맙게 받지. 그러면 이렇게 할까? 둘 중 하나라도 도망가려고 하면 당신이 제압하는거야. 한쪽이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들면 아무리 내 능력이 강하다지만 만약의 경우라는게 있거든."

"으음…알겠어요."

아무 도움도 안되고 가만히 있는것보단 훨씬 낫기에, 고개를 끄덕인 이실리아는 그와 함께 화살표가 가리키고 있는 대련장으로 향하였다.

철컥-

문을 부수면 방음 장치가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 진우는 이번엔 조용히 손잡이를 당기며 문을 열었고, 생각보다 넓은 대련장과 그 곳에서 중국식 무복을 입고 있는 두 명의 중년 부부가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자쪽은 킵킵! 여자쪽 외모를 봐야한다!'

자신이 능욕하려는 미망인(이 될 예정인)여성쪽의 외모를 확인한 진우는 그야말로 광속의 스피드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활동하기 편한 개조형 옆트임 차이나 드레스 너머로 언뜻 드러나는 허벅지와 각선미는 무술가로서 단련되었는지 살짝 근육이 붙어있지만, 여성적인 육체미를 가지고 있으니 합격.

아이를 둘이나 낳았다고 보기 힘든 잘록한 허리와 처지지 않은 엉덩이, D컵 정도 되어보이는 가슴. 몸매 또한 합격.

일반적으로 무술을 하는 여성들은 거추장스러운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편인데, 링 마지에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댕기머리처럼 묶으면서 붉은색 실로 치장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숱이 많은건지, 아니면 일부러 한건지 몰라도 앞머리 또한 풍성하였다.

계란형 얼굴라인, 얇은 눈썹과 오똑하진 않지만 갸름한 콧날, 암청색 눈동자와 살짝 올라간 눈꼬리, 이실리아가 얼굴이 서양식 미인처럼 살짝 각져있다면, 진우가 체크한 링 마지에는 각지지 않고 뭉툭하면서도 부드럽게 라인이 이어져 있는 동양 미인이였다.

세가지 모두 합격한 미녀의 모습에, 진우는 속으로 언더 드림의 개발자들이 너무나도 뻔뻔한 작자들로만 이루어졌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히야, 이 게임 만든 놈들도 진짜 뻔뻔해. 적게는 20대 후반, 많게는 30대 초반쯤 되어보이는 여성을 만들어놓고선 40대 중후반의 유부녀라고 우기네.'

아무래도 언더 드림 또한 20대 여성을 그려놓고선 유부녀라고 주장하는 일본 만화와 비슷한 수준인듯 싶다.

"동영상에 나와있던 그 얼굴…네놈이 손 진우로군……!"

그 때, 링 마지에의 옆에 있던 리 장홍이 입을 열자, 진우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그의 표정은 '어디서 더러운 남캐 따위가' 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지만, 어차피 이 자리에서 그를 죽일 각오로 기다리고 있었던 리 장홍은 자신을 향해 짜증내는 표정으로 도발하는 진우에게 입을 열려는 순간,

"음? 이실리아 맥스웰……?!"

그는 진우와 함께 온 여성의 얼굴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제 얼굴을 아시군요. 죄송하지만, 저는 당신들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무례를 용서해주시길."

이실리아 맥스웰은 세계적으로 얼굴이 알려져 있으나, 정무맹의 대사부들은 자신들의 얼굴을 딱히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에 이실리아로선 이들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자신이 활약하지 않는 동아시아쪽에서만 활동하는 링 마지에와 리 장홍에게 신경을 쓸 정도로 여유 있는 생활을 보내지 않았기에, 이실리아는 고개를 숙이며 리 장홍에게 사과하였다.

"나는 정무맹의 대사부중 한명, 리 장홍이라고 하오. 이쪽은 내 아내인 링 마지에…아니, 그것보다 당신이 어째서 저런 작자와 함께 있는것이요?"

이실리아의 기품있는 사과에, 자신도 모르게 자기 소개 시간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넘어갈뻔한 장홍은 정신을 차리며 어째서 그녀가 진우와 함께 있는건지 물어보았다.

순간, 이실리아는 진우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그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승낙을 받은 이실리아는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당당하게 대답하였다.

"저는 라운드 나이츠의 이실리아가 아닌, 여기있는 손 진우씨의 아내로서 이 자리에 나온것입니다. 그쪽이 부부로서 제 남편을 찾으니, 이쪽 또한 부부로 당신들을 맞이하는게 도리겠지요."

"!?"

"!?"

이실리아는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중국에서 발언권이 강한 장홍과 마지에를 향해 공개적으로 자신과 진우가 부부임을 선언하였다.

============================ 작품 후기 ============================

공개적이긴 하지만, 곧 비공개적이 되겠지.

어쨌든 저에게 있어서 고난의 달 7월도 거의 가는군요.

8월에는 다 필요없으니까 평범하게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아파보니까 그냥 건강한게 최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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