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127화 (127/923)

0127 / 0923 ----------------------------------------------

2장

페리샤와 마지에가 복종하고 하루 후, 그녀들의 합류로 무력과 지력이라는 카드를 얻게 된 진우는 4명의 노예들을 불러 회의를 시작하였다.

노아와 이실리아는 전날에 그녀들이 진우에게 복종 선언을 하고 '맹세의 키스' 를 하였다는 것을 들어뒀기에, 새로운 신입들을 최대한 부담없이 대우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자, 서로 자기 소개는 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런데 어떤 의제를 논의할 회의인가요?"

이실리아가 조심스럽게 물어오자,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머리를 싸매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내놓았다.

"마지에와 페리샤는 모르겠지만, 그랜드 아크는 만약 자신을 쓰러뜨린다면 이라크에서 지하드의 잔재, 살라딘의 유산을 찾으라 말했었지. 뭐, 본의 아니게 방해를 받아서 대결은 무산되었지만 말이야."

페리샤는 살짝 무안한듯 고개를 돌렸지만, 진우는 그녀를 책하고자 이 회의를 연것이 아니였다.

"그래서 이라크로 가긴 가야겠는데, 이라크는 외교부에서 여행 금지 구역으로 정해뒀단 말이지. 그쪽으로 가는 항공편이 하나도 없어서 어떻게 이라크로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가 않아."

참고로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예맨, 시리아는 이라크와 함께 여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된 위험 지역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여행 금지 구역으로 떠날 수 있는 방법이 도통 보이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끝이 났다.

"그러면 이라크와 비교적 가까운 이란이나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국경을 넘어가면 되지 않습니까? 국경을 넘어가는 방법이야 이 인원이라면 큰 일도 아닌것 같은데요."

"……."

페리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하자, 진우는 카운터 펀치를 먹은것같은 표정으로 바보처럼 입을 벌렸다.

"…저기…혹시 정말 몰랐던거예요……?"

그녀와 같은 답을 생각했었던 노아는 황당하다는 듯이 물어오자, 진우는 오히려 발악하듯이 소리쳤다.

"그래! 해외여행 한번도 가지 못한 토박이 한국인이라서 미안하다! 비행기라곤 한번도 타보지 못한 글로벌 촌놈이라서 미안하다고!!"

"……."

"……."

"……."

"……."

알아서 스스로 자폭하는 그의 모습에, 한 숨을 내쉰 네 명의 여성은 뭔가 중요한 일이 있는줄 알았건만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니 살짝 어이가 없는 표정들이였다.

설마 해외 여행을 한번도 가보지 못해서 생긴 경험의 부재로 생각의 폭이 좁아지리라곤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건 그렇고 살라딘의 유산이라면 아크로스에서 한 때 눈에 불을키고 찾으려 했었죠. 마찬가지로 살라딘의 유산을 찾으려던 테러 조직 연합, 미국 정부와 치열한 삼파전이 일어났었지만, 지하드의 잔재를 조금 얻고 마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아크로스의 조직원이였던 페리샤는 아크로스의 시선에서 살라딘의 유산을 찾으려던 때를 회상하였다.

"얻는것에 비해 피해가 너무 크고, 살라딘의 유산을 찾긴 커녕, 단서조차 찾지 못해서 삼파전은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기고 끝이 났지요."

페리샤는 '살라딘의 유산 따윈 근거없는 헛소문이다, 그러니까 그런곳을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다' 라는 뜻을 어필하였지만, 플레이어의 입장인 진우에겐 이런 소문은 반드시 대박 이벤트와 연결되는 플래그중 일부였다.

'다른 게임에서도 유니크 아이템에 대한 소문은 근거없는 헛소리라고 치부하지만, 막상 파고들면 반드시 단서가 나오기 마련이지.'

"내 목표는 최소한이 아크로스와 버금가는 거대 조직이다. 하지만, 자원도 없고, 인원도 없는 우리들로선 세력 성장의 발판이 반드시 필요해. 설령, 살라딘의 유산이 없다 해도 이라크에 있는 테러 조직들과 손을 잡을 수 있다면 꿩대신 닭이라도 잡는 격이지."

"여보, 하지만 현재 테러 조직들은 거의 괴멸되기 직전이예요."

그 때, 라운드 나이츠 시절에 여러가지 정보를 들었던 이실리아가 이라크의 테러 조직들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지하드의 등장과 10등급 염동력자인 살라딘의 위용에, 대부분의 테러 조직들도 지하드에 가담하였으나, 수많은 국제 연합 이능력자들에 의해 지하드가 파괴되면서 간신히 도망친 테러 조직들 또한 피해가 막심하였다.

예전에는 조금 잠잠해졌다 싶으면 곧바로 폭탄 테러를 자행하였으나, 이실리아가 1년전에 마지막으로 정보를 확인하였을때는 미국 정부의 공격에 방어하거나 숨기에 급급한 민병대 수준으로 전락한 상태임을 설명했다.

모두들 이라크 밀입국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진우는 여전히 이라크에서 살라딘의 유물을 향한 욕망을 밝혔다.

"아무리 헛소문이라 해도 무언가 그럴싸한 사실이 있으니까 소문이 시작되는 법이지. 책임은 이 몸이 질테니까 너희들은 이라크로 떠날 준비나 하라고."

솔직히 말해서 이들은 자신의 노예들이니까 그냥 강압적으로 따라오라고 하면 매우 간단하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충언을 하는 충신들을 스스로 내치는 멍청한 폭군의 꼴이 되어버리고 만다.

아무리 경험 많은 플레이어라 할지언정 실수를 할때도 있고, 계산 미스로 계획을 실패할 수 있기에, 그것을 옆에서 바로잡아줄 노예들의 발언권을 최대한 살리는쪽으로 방향을 잡는 진우는 강제로 입을 다물게 만드는 대신, 절반의 강압과 절반의 설득을 통해 이라크 밀입국을 계획하였다.

"그렇다면 조금 빨리 가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이예요."

그 때, 마지에가 이란이든 사우디 아라비아든 어디든지간에 빨리 가는게 낫다고 주장하였고, 이실리아가 거기에 동의하였다.

"정무맹에서 저와 장홍ㅆ…의 실종이 오래 된만큼, 새로운 대사부를 파견하여 진우님을 찾으려 들겁니다."

"지금까지 라운드 나이츠에서도 지속적으로 복귀 명령을 내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제 이후로 복귀 명령이 끊겼다는건……."

마지에를 노예로 붙잡은지 13일이나 지난 지금, 마지에와 이실리아의 우려대로 정무맹에서는 새로운 대사부를 파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고, 라운드 나이츠에서는 그랜드 아크가 한국에 등장할때 어떤 문제가 일어났다고 생각하여 조사대를 파견할 예정이였다.

"일단 이란이나 사우디 아라비아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항공편을 알아놔."

"예."

페리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고, 노아는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더니 무언가 의견을 내놓았다.

"진우님, 그런데 만약을 대비해서 본거지를 바꾸는게 어떨까요?"

"뭐, 그쪽이 안전하긴 하겠다만, 그렇게 쉽게 자리를 바꿀 수 있는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어차피 이사를 해봤자 기록이 남고."

"꼭 합법적인 이사를 할 이유는 없잖아요. 예전에 은행 강도들의 은신처같은 곳도 괜찮지 않을까요?"

"오?"

진우는 은행 강도 때의 사건을 용광검 부분을 제외하면 모두 잊어먹고 있었는데, 노아의 의견에 입술을 오므리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거 괜찮겠는데? 지금이랑 달리 환경이 척박하긴 하지만,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는데 그정도 문제야 별거 아니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의견에 강한 긍정을 비쳤던 진우는 이내 무언가 생각났는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데 어차피 조만간 중동으로 떠날테니 지금 당장은 급할거 없어.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서 장기 체류를 하면 또 모를까. 그래도 좋은 의견이였다."

노아의 의견에 긍정을 보이면서도 당장 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진우는 칭찬을 마무리로 그녀의 의견에 끝을 맺고 무언가 곰곰히 생각을 하였다.

'흐음…그런데 평범하게 이란이나 사우디 아라비아로 가서 밀입국 하는건 너무 '평범' 하지 않을까? 좀 더 빵~! 터트려주는 그런게 필요한데…….'

…역시나 죽어도 평범하게는 못 하겠다는 심보로 가득찬 그는 최대한 비비꼬아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비행기로 할 수 있을만한거…비행기 안에서 할 수 있는 어떤 사건…….'

비행기와 관련된 범죄적인 행동을 궁리하고 생각하던 그는, 갑자기 소파 위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중대 발표를 하겠다!"

"??"

"??"

각자 무언가를 하던 네 명의 여성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외침에 주목하였고, 자신에게 충분히 시선이 모여졌다고 생각한 진우는 씨익 웃으며 다시 한번 소리쳤다.

"지금부터 우리는 하이재킹 계획을 짠다!"

"예?"

"에?"

"하?"

"엑?"

갑작스런 뜸금없는 발표에 각기 다른 네 개의 반응이 터져나왔지만, 그는 여인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남자라면 태어나서 하이재킹 한번은 해봐야 할거 아냐? 은행 강도는 해봤으니 이번엔 하이 재킹에 도전해봐야지!"

"저기…밀입국이 몇십만배는 더 쉬운데요……."

지금까지 여러 테러집단이 여객기를 상대로 하이재킹을 했지만, 자살 테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하이재킹은 특공대에 의해 진압되는것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텔레포트 능력자에 의해 특수 부대원이 진입을 하는것이 더욱 쉬워졌기 때문에, 뛰어난 이능력자가 많이 없는 테러 집단의 전력으로는 하이 재킹은 자살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지금의 인원이라면 하이재킹은 가능하겠지만, 브로커를 찾아가 밀입국을 하는 것이 페리샤가 말한대로 몇십만배는 더 쉽다.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이 몸은 언제나 스펙타클한걸 좋아하거든. 게다가 뭔가 특별한 요구를 하는것도 아니고 이라크땅 아무곳이나 착륙하라는게 전부잖아? 가벼운 여흥으로 여기자고."

"앞뒤 다 자르고 성공했다손 쳐도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치안 유지용 미군 부대에게 공격을 당하겠죠."

역시나 머리가 좋은 페리샤는 성공 후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상기 시켜줬으나, 이미 하이재킹으로 마음을 굳힌 진우는 요지부동이였다.

"거 좋구만. 이라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들의 존재감을 단번에 부각시킬 절호의 찬스를 얻게 되었으니까 말야. 아무리 의심 많은 테러 조직놈들이라 해도 미국 군대를 초토화 시키면 맹목적인 적대감은 품지 않겠지."

"…후우……."

페리샤는 리피 이상으로 말을 안듣는 새로운 주인님의 주장에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관자놀이를 손가락 끝으로 매만지며 한 숨을 내쉬었다.

일단 노예들중에서 가장 발언권이 큰 이실리아에게 눈빛으로 어떻게 해달라 호소하였지만, 그녀는 싱긋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진우의 의견에 호응하였다.

"당신이 그렇게 원하신다면 아내된 도리로 힘껏 도와드릴께요."

"자, 그러면 나도 금속 탐지기에 걸리지 않게끔 무기를 만들어 보실까나. 페리샤 말대로라면 착륙후에 군대와 붙을 수 있으니 중화기 종류가 좋겠지? 일단 계획은 너희들끼리 짜고 있어."

기계학 스킬이라면 금속 탐지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무기나 기계 장비를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한 진우는 다른 여성들에겐 하이재킹에 필요한 계획을 짜도록 지시하면서 지하실로 내려갔다.

진우의 막장짓을 처음 겪어본 마지에와 페리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으나, 그와 오랫동안 함께 한 이실리아와 노아는 능숙하게 당황하는 그녀들을 리드하면서 하이재킹에 필요한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하였다.

============================ 작품 후기 ============================

진우의 '남자가 죽기전에 해야 할 101가지' 는 일반적인 101가지와 다릅니다 -_-ㅋㅋ

이번화에 설명했다시피 이라크에 있는 테러 조직들은 지하드의 멸망과 함께 지역 민병대 수준이 되어버리면서, 미군에게 개털리는중.

3부에서는 살라딘의 유물을 찾고, 테러 조직들을 규합하는 과정과, 세계적인 악의 조직으로 성장하는 스토리가 흐를 예정.

거듭 말하지만, 악당이 악의 제국을 건설하고 '선' 의 영웅들을 괴롭히는 모습에서 혐오감을 느끼신다면 백스페이스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PS:실제로는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하였지만, 여기에서는 여전히 주둔하여 테러리스트를 관광시키는 중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