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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진우는 하이재킹에 필요한 무기들을 여객기 안으로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작업실에서 모든 기계 장비들을 하나둘씩 확인해 나갔다.
지랄맞게 많다고 밖에 설명이 불가능한 기계학 지식의 아이템들을 일일이 확인해보는 것도 상당한 고난이였지만, 그래도 그런 고행을 자처한 댓가는 얻을 수 있었다.
-안티 마그네틱 코어 Anti Magnetic Core
-등급 : 마에스트로
-종류 : 기계 장비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부착형 버튼처럼 생겼지만, 이것이 부착된 금속 장비는 금속 탐지기에 잡히지 않는다. AMC의 등급에 따라 커버할 수 있는 금속 장비의 크기도 달라진다.
-기계 부품 x 125
금속은 쓰이지 않고 오로지 기계 부품만 사용되는 안티 마그네틱 코어, AMC의 존재를 확인한 진우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계학 지식은 개사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음…아무래도 아크로스의 암시장에 한번 다녀와야겠는걸?"
아무래도 철물점에서 기계 부품을 사는것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양도 적은데다가, 노아가 근처 철물점을 싹쓸이 해서 당분간 재고도 없는 상황.
결국, 아크로스의 암시장에 가보기로 결정하였으나, 이실리아가 그런 그를 만류하였다.
"당신은 강하시니까 문제는 없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적진 가운대로 들어가겠다는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진우는 명실공히 그랜드 아크가 인정한 최강의 적수. 그렇기에 아크로스의 암시장에서는 진우를 공격하거나 함정으로 이끌 확률이 높았기에, 이실리아의 걱정도 무리는 아니다.
"큭큭큭, 아크로스와 나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지. 희열 넘치는 혈투를 좋아한다는 것과, 같은 10등급 신체 강화자라는 것. 마지막으로 쫀쫀한 성격이 아니라는 것 정도 랄까?"
…한번 꿍하면 며칠이나 삐지는 주제에…….
설득력 없는 사람이 설득을 하는 모습이였지만, 진우가 파악한 그랜드 아크의 성격이라면 쫀쫀하게 암시장에다가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 거래를 할 수 없도록 만들 작자는 아니였다.
"아마 암시장에 간다고 해서 뭔가 문제가 생길리는 없을거야. 그러니 걱정 말라고."
"하지만……."
트라우마 라는것은 역시 쉽게 고쳐지는것이 아닌지, 그가 얼마나 강한 이능력자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현관까지 따라가 여전히 불안어린 목소리로 걱정하는 이실리아의 모습에, 진우는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다.
"아……."
뺨에서 느껴지는 사랑하는 남편의 손길에, 얼굴이 발그래진 그녀는 양손으로 그의 손등을 붙잡으며 그의 온기를 느끼고자 자신의 얼굴쪽으로 밀착시켰다.
그 모습이 마치 외로움에 굶주린 새끼 고양이같아 보였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격하게 귀여워해주고 싶었지만 정무맹과 라운드 나이츠의 조사단이 한국에 돌아오기전까지 이라크로 떠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자각한 그는 그녀의 뺨에서 자신의 손을 회수하였다.
"내가 그런 함정에 빠질만한 놈은 아니잖아? 그리고 후딱 다녀올테니까 걱정 말라고."
진우는 그녀를 안심시키며 현관문을 열어 밖으로 나갔고, 이실리아는 그의 온기로 조금 진정된 자신의 가슴을 끌어안으며 그가 돌아올때까지 이라크로 떠날 체비를 준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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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또 기밀 작전중이야?-
"미안해요, 쿄스케씨."
-아냐, 거의 2주동안이나 쉬었는데 그걸로 만족해야지. 그러면 열심히 해. 다치지 말고.-
"예. 그럼 이만 끊을께요."
-응. 여유가 생기면 그 때 전화해 줘.-
뚝-
남자친구인 쿄스케와 국제 전화를 끝낸 아이리는 폰을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하하핫, 남자 친구와 깨가 쏟아지시는군요, 아이리 소좌."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고 있던 30대 중후반의 남자는 평상시와 완전히 다른 목소리와 분위기로 남자 친구를 대하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시끄럽다. 운전이나 제대로 해."
욱일승천은 군대같은 계급제를 사용하고 있기에, 아이리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의 농담을 반말로 응수하였다.
"예이예이. 그런데 한국의 운전대는 왼쪽에 있어서 그런지 적응하기 어렵군요."
"우리가 다시 이 땅을 식민지화 한다면 오른쪽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 그때동안 참도록."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좌측통행을 전제로 잡고 있기에 운전대 또한 오른쪽에 있다.
괴수의 행동을 조정하는 훈련만 받아온 운전자는 처음으로 한국에 온건지, 좌측에 있는 운전대에 적응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중이다.
현재, 아이리와 괴수의 조정을 위해 파견된 운전자는 잠재워진 괴수가 들어간 컨테이너 트럭을 몰고 한국의 수도, 서울의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냥 괴수들을 청와대에다가 풀어놓으면 끝 아닙니까? 차라리 국가를 통치할 정치가들이 없는게 식민지화 하는게 더 쉬워보입니다만?"
운전대를 잡은 욱일승천의 조직원은 이해가 안간다는 듯이 물어왔지만, 아이리는 오히려 그를 향해 눈쌀을 찌푸리며 역정을 냈다.
"바보자식! 정신 교육때 대체 뭘 들은거냐!"
욱일승천의 조직원들은 정신 교육을 통해 일본 제국의 위대함과 다시 한번 제국을 건설해야 하는 사명감을 안겨다주는 세뇌 교육에 가까운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들이 식민지로 만들어야 할 한국, 중국에 대한 역사 공부도 소홀히 하고 있지 않았다.
물론, 그 역사 공부라는것이 욱일승천의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는 큰 일이 생기면 항상 나라를 책임져야 할 고위 인사들이 먼저 도망을 치지. 게다가 겁까지 많아서 자신들보다 강하다 싶으면 곧바로 꼬리를 내린다. 오히려 이들을 살려두는쪽이 식민지화 시키는데 도움이 될 정도야."
"으음……."
"그에 반해 시민들은 국가의 위기가 나타나면 정치가들과 달리 발벗고 나서서 저항하지. 한국식 표현을 빌리자면 임진왜란때도 그랬고, 강점기 시절때도 그러했다. 우리 일본은 한국 정부의 무능력한 정치가들의 모습을 보고 인재가 없다 생각하지만, 그럴때마다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인재가 튀어나와 일본 제국의 앞길을 방해해. 그렇기에 우리는 그런 이들이 태어날 염려가 없도록 일반 시민이 참여하지 못하는 국가간의 외교로 발전시켜 한국의 정치가들을 공략하기 위해 이 나라의 국력을 약화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알겠나?"
아이리가 이번 작전의 중요한 부분을 상기시켜주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였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최대한 괴수들을 오랫동안 날뛰도록 해야겠습니다?"
"이 나라의 국력이 약해질수록 작업도 더 쉬워지는건 확실하지. 하지만, 그럴 필요야 있을까?"
아이리는 창문을 내려 트럭의 뒤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다른 트럭들은 대형 괴수들을 실었기 때문에, 트럭중 가장 큰 규모의 대형 트럭을 사용해야했지만, 아이리가 탑승한 트럭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중형 컨테이너 트럭이였다.
욱일승천은 이러한 방식으로 괴수들을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 녀석 하나면 모든게 다 끝일텐데 말이야. 후후후!"
자신들의 컨테이너 트럭에 태워진 준 아수라급 괴수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활개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아이리는 사악한 미소를 지어내며 나지막히 웃어보였다.
"아, 그리고 혹시나 모르니 다른 요원들에게도 알려놔라. 한국의 풍사 이하린이 나타난다면 나에게 보고하라고."
"이하린을 직접 상대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나와 함께 작전에 참여했던 부하들을 모두 죽여버린 이하린 만큼은 내 손으로 처단해야 직성이 풀릴것 같아."
아이리는 바람을 다루는 이능력자인 이하린의 목을 자신의 손으로 따기 위해 칼을 벼르고 있었다.
'그 정체모를 복면인까지 만난다면 더 좋겠지만…얼굴도, 이름도 모르니 현실적으로 찾는건 불가능하겠지.'
그나마 찾기 쉬운 이하린에게 그 때의 굴욕을 되갚아줄 예정인 그녀는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 하루 빨리 작전이 실행되는 다음날이 오길 기다리고 기다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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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간만의 평화네요. 저번주만해도 눈코뜰새 없이 바빴는데……."
요 근래동안 커다란 사건 없이, 간간히 튀어나오는 잡부스러기 같은 맹수급 괴수들을 처리하면서 여유있는 나날을 보내게 된 이하린은 안도어린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달은 진짜 하루하루가 폭풍같아서 과로사로 죽을뻔 했다구요."
5등급 텔레포트 능력자인 박호진도 노곤노곤한 표정으로 간만에 찾아온 평화를 만끽하였다.
갑작스런 동시다발 은행강도 사건, 하수구 요마 퇴치 작전, 욱일승천의 습격, 그랜드 아크의 습격이 겨우 한달 조금 넘는 시간안에 모두 찾아왔으니 호진의 말도 아주 틀린말은 아니였다.
게다가 그랜드 아크가 서울의 한쪽 구석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어놓으면서, 건물에 깔린 부상자를 구조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된 이능력자들은 간만에 찾아온 평화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다. 나는 아직도 그랜드 아크를 정면에서 대면하고도 살아남았다는게 믿기지가 않아."
"으으…그때의 일은 왠만하면 기억에서 잊어버리자구요."
6등급 신체 강화자인 한박구와 3등급 텔레파시 능력자인 배용조는 아직도 그랜드 아크를 지근거리에서 목격하고도 살아남은 현실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 때의 충격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그랜드 아크와 대등하게 싸웠다던 '치우' 가 정말로 한국 사람이 맞았어요?"
하린은 아직도 박구와 용조의 주장이 믿기지 않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때, 그녀는 아이리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약병으로 요마급 뱀 괴수를 부르면서, 괴수를 처치하는 도중에 부상을 입은터라 그랜드 아크 사건때 부상을 치료하느라 사건에 그림자조차 들이밀지 못했기에, 그랜드 아크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한국인의 존재는 현실성이 결여되어 영 못미더울 수 밖에 없었다.
"쩝, 내 능력이 2단계만 더 높았어도 그때의 기억을 영상으로 전송했을텐데."
용조는 아직도 의심하고 있는 하린의 모습에, 5등급부터 타인에게 자신이 보내고픈 이미지나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한것을 안타까워하였다.
스스로를 치우라 밝힌 그 남자만 끌어들일 수 있다면 지금의 부족한 이능력자 사태를 단번에 해결이 가능하다 여기고 있었다. 아니, 치우와 그랜드 아크가 싸우는 모습을 단 한번이라도 목격했더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리라.
"하지만, 그 놈도 결국 범죄자에 불과하잖슴까? 듣자하니 위쪽에서는 국회의원을 무차별 살인한 그녀석의 가면을 현상금으로 내걸 예정이라고 하던데요? 그게 아마 오늘부터 전국으로 수배령이 퍼진다고 하던데."
호진은 치우가 정치가들을 살해하고, 그랜드 아크와 치열한 접전중에 군인들을 방패나 무기로 써먹었다는 보고로 인해, 얼굴이 가면으로 가려진 대신, 그 가면의 얼굴을 현상금으로 내걸기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을 어디선가 듣고 설명하였다.
"뭐? 미치겠구만……. 그랜드 아크랑 동급으로 싸운 괴물을 무슨 수로 잡으라는 거야? 그건 국가 예산 1년 금액을 현상금으로 내걸어도 무리라고."
박구와 용조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하린은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어찌보면 당연한거예요. 아무리 정치가들이 썩었다고 해도 그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인성을 드러낸 살인자나 마찬가지니까요."
모든 일을 법대로 할 정도로 앞뒤가 꽉막힌건 아니지만, 단지 일순간의 감정 때문에 법을 무시하는 이들을 혐오하는 하린은 치우를 향해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래도 이 가면을 쓴 녀석을 만나면 곧바로 도망쳐. 너희들도 그랜드 아크와 막상막하로 싸웠던 그 자의 힘을 목격했다면 싸우고 싶다는 의지조차 사라져 버릴껄?"
용조는 아직도 그 때의 기억이 몸으로 남아 있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하린은 여전히 치우가 마음에 안든다는듯이 표정이 굳어있었다.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나라를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소인배처럼 살인이나 저지르다니……. 이런 작자에겐 힘이 주어져선 안되는데…….'
그런 이들이 많을수록 일반인들에 대한 이능력자들의 시선이 나빠질것을 염려한것도 있지만, 단지 힘이 있다고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치우의 정체가 누구든지간에 자신과 절대 맞지 않는 상극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확신한 그녀였지만, 이내 치우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 지금의 평화를 즐기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릴 사건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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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떡밥은 최찬호 지부장인데, 이 캐릭터는 설정을 모두 확실하게 정해놨는데도 불구하고 스토리상 끼어넣을 건덕지가 보이지 않네요.
일단 보류해두고 추후에 기회가 되면 써먹을 예정.
PS:저 이번 주말에는 좀 쉬고 올께요. 평일날에 너무 고생했더니 주말만큼은 푹 쉬고 싶어요 ㅜㅜ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