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130화 (130/923)

0130 / 0923 ----------------------------------------------

2장

"슬슬 시간이 됐군."

작전 위치에 도착한 아이리는 하룻밤 묶고 자신과 함께 이동했었던 욱일승천 요원과 만나기 위해 지하 공용 주차장으로 이동하였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이리 소좌."

"음."

다른 초거대형 괴수를 탑재한 대형 트럭들은, 욱일승천에서 미리 작전지역 근처에 대형 트럭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나 주차장이 있는 건물을 구입하여 유령 회사로 만들고 그곳에서 대기하였겠지만, 아이리의 트럭은 일반적인 트럭과 다를게 없었기에 적당히 주변 공용 주차장 시설을 사용하였다.

참고로 부연 설명을 하자면 둘이 함께 자고 함께 이동하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오로지 일편단심으로 쿄스케를 사랑하는 아이리는 다른 남자와 함께 잘 생각도 없고, 남들이 쿄스케가 아닌 남자와 자신을 연인으로 생각되는것 자체를 혐오하였기에 일부러 따로따로 숙박한 것이다.

의외로 이런 부분에서는 고지식한 성격인듯 하다.

"현재 시각 14시 22분. 3분후에 행동을 시작한다."

"여기 지급품입니다."

아이리와 함께 온 30대의 욱일승천 요원은 아타셰 케이스(007 가방)을 열자, 부드러운 쿠션에 의해 고정된 4개의 타원형 용기가 들어가 있었다.

타원형 금속 용기 2개와, 일반 유리보단 강하고 방탄 유리보단 약한 특수 소재로 만들어진 유리 용기 2개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들은 금속 용기 1개와 유리 용기 1개씩 나누어 가졌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볼 수 없도록 트럭 뒤쪽으로 향한 그들은 투박한 작업복을 벗어내자, 파워 슈츠로 무장된 그들의 몸체가 드러났다.

철컥- 철컥-

파워 슈츠에 미리 준비된 고정대에 용기들을 고정시킨 아이리는 목 언저리에 부착된 버튼을 누르자, 가면같은 형태의 철판이 위로 솟구치면서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

모든 준비를 마친 아이리는 파워 슈츠 손목 부분에 내장된 시계를 확인하였다.

14 : 24 : 49

임무 시작까지 약 10초.

아이리는 욱일승천 요원을 향해 턱짓을 하였고, 그는 파워 슈츠에 고정시키지 않은 금속 용기의 뚜껑을 열면서 컨테이너의 문을 열고 재빨리 안으로 던져넣었다.

금속 용기에 들어간 액채는 흥분제로, 성적 취향의 그것이 아니라 난폭하게 만드는 액체였다.

아직 욱일승천에서는 괴수들을 조정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에, 수면제로 억지로 잠재우게 만든다음에 흥분제를 사용하여 잠에서 깨우는 효과와 동시에 난폭하게 만들어 주변의 모든것을 파괴하도록 유도한다.

유리 병기에 들어간 용기는 해당 괴수의 체액을 바탕으로 만든 흥분제다.

괴수화가 이루어진 괴수들은 적대감이 상승하면서도 짐승의 본능도 유지하고 있기에, 자신과 똑같은 냄새가 풍겨오면 이 영역에 있는 또다른 동족이라 생각하고 상대를 죽이기 위해 그쪽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괴수가 시내를 이탈한다던가 다른 괴수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가려고 할때, 주변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지켜보고 있던 욱일승천 요원들은 이런 방식으로 괴수들의 행동 방향을 통제시킨다.

"뛰어!"

어쨌든, 금속 용기의 액체를 컨테이너 트럭 안에 뿌린 아이리와 욱일승천 요원은 좌우로 흩어지면서 달려나갔고, 그와 동시에 트럭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의 진동이 울려퍼졌다.

덜컹! 덜컹!

혼자서만 진도 6.0의 지진을 맞이한듯이 몸체가 흔들릴정도로 격한 진동을 일으키던 트럭의 움직임은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면서 멈추게 되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쿠…그그그…그그그그그극---!! 콰지지직!

갑자기 일어난 진동과 함께 컨테이너 천장이 뻥 뚫리면서 흑갈색의 무언가가 트럭 위쪽으로 착지하였다.

흑갈색의 몸체, 갈색빛을 띄는 잔털, 여러 마디로 나뉘어진 8개의 다리, 트럭만한 몸체, 붉은색의 위턱과 독니.

"키리리리--!"

현존하는 거미들중에서 가장 독성이 강하고, 기네스북에도 기록된 브라질리언 원더링 스파이더(Brazilian wandering spider, 브라질 떠돌이 거미)은 흥분제에 의해 안그래도 높은 공격성이 극대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차분하게 두리번거리기 시작하였다.

지금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튀어나온 거미는 수면제에 의해 강제로 잠재워지기 전에 목격했던 곳과 완전히 다른 환경 때문에 상황을 파악하는 것인데, 이것은 인간이 갑작스럽게 다른 환경에 처하게 되면 보이는 모습과 동일하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단순히 강함의 유무를 따져 괴수들의 등급을 붙여놓지만, 좀 더 심도있게 파고들자면 괴수가 가진 이성과 지능도 괴수의 등급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게 된다.

즉, 아이리가 풀어놓은 준 아수라급의 이 거미는 주체못할 공격성 속에서도 주변 상황을 파악하려는 지능과 이성을 지닌 괴수라는 뜻이다.

그 때, 지하 공용 주차장에서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오자, 차가 들어오고 나가는 입출구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던 남자가 통화에 방해를 받은것이 짜증났는지 주차한 차도 꺼내올겸, 인상을 찌푸리며 공용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오씨, 대체 이게 뭔 소리……."

그리고, 남자는 짜증을 내면서 내려오던 동작 그대로 경직되고 말았다.

"키리릿--!"

"……."

소형 트럭만한 거미와 마주친 남자는 영화처럼 멍청하게 비명을 꽥꽥 지르며 죽여달라고 사정하지 않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면 죽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조금씩 뒷걸음 친 남자는 자신이 내려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갔으나, 거미는 남자의 속도에 맞춰서 조금씩 그를 향해 다가갔다.

콰쾅! 콰르르르르!

그 때, 다른 구역에서 깨어난 괴수들이 난동을 부리며 건물이 무너지거나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그 소음에 의해 긴장의 끈이 잘려진 남자는 등을 돌리며 전력으로 달려나갔다.

아니, 달려 나가려 하였다.

"으아……!"

촤악!

여섯개의 다리를 스프링처럼 사용하여 그야말로 광속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되는 빠른 속도로 점프한 거미가 안쪽에 기형적으로 자라난 칼날이 붙어있는 앞다리를 휘둘러 남자의 몸통을 세로로 갈라낸 것이다.

거미에겐 당연히 없어야 할 칼날이 자라난 앞다리, 그리고 일반적인 거미처럼 거미줄로 묶거나 마비독을 쓰지 않고 사냥감을 베어내서 죽이는 행위.

이 모든것은 거미의 기본적인 상식을 깨부시는 모습이였지만, 준 아수라급의 괴수가 되어 인간 이상의 지능을 보유하게 된 거미는 피를 보게 되면서, 브라질 떠돌이 거미가 가지고 있는 강렬한 공격성과 흥분제에 의한 영향으로 생각 하는것을 그만두고 자신의 폭력성을 분출하기 위해 지하 주차장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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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예."

"설명해봐라. 이건 대체 뭔 난리냐?"

"……."

오후 늦게쯤에 이란행 항공기를 예약한 진우 일행은 진우가 만든 무기들을 점검하던 중, TV에서 튀어나온 긴급 속보에 의해 하던 일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긴급 속보입니다! 현재 서울시에 괴수들이 날뛰고 있습니다! 모든 시민 여러분들은 속히 주변의 방공호로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반복합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

그 뉴스를 들은 그들은 지붕 위로 올라갔고,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 마리의 괴수들이 난동을 부리며 서울시를 파괴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진우는 이 상황에 대해서 페리샤에게 물어봤으나, 욱일승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한 그녀로선 하나하나씩 추리해나가면서 원인을 밝혀나가야만 하였다.

일단, 가장 먼저 그녀는 멀리서 보이는 괴수들의 숫자와 위력을 관찰하였다.

네 마리의 괴수들은 5층 높이의 고릴라와 전차의 4배 정도 되어보이는 거대한 크기를 지닌 전갈, 고릴라와 비슷한 크기를 지닌 대왕 사마귀, 그리고 전갈과 고릴라의 중간쯤 크기 되는 회색 늑대.

그 괴수들보다 크고 높은 건물이 많지만, 그 건물들이 무너지면서 괴수들의 모습을 손쉽게 확인이 가능하였다.

덩치와 건물들을 부수는 파괴력을 보아하니 최소 요마급 이상. 지금까지 그 어떤 국가에서도 네 마리나 되는 요마급 괴수가 동시 다발적으로 날뛰는 경우는 없다는 것과, 저만한 덩치를 지닌 괴수들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왔다는 점, 괴수들이 서로 맞붙지 않게 전략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을 눈여겨본 페리샤는 약간 머리를 정리하고 답을 내놓았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괴수들을 풀어놓은것 같습니다."

"확실하게 대답해. 같습니다 야? 아니면 입니다 야?"

"입니다."

페리샤와 같은 해답을 내놓았던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고 다시 한번 질문을 하였다.

"쯧, 저놈들을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공항까지 파괴해버리겠군. 그러면 일이 곤란해지지."

더이상 시간을 끌면 정무맹과 라운드 나이츠의 조사단과 만나게 되면서 그들과 대립각을 세워야 하기에, 공항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괴수들을 직접 처리하기로 결정하였다.

"페리샤."

진우는 페리샤를 향해 입을 열었고, 그녀는 경청하면서 그의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앞으로 네 머리로 지금의 전력을 사용하여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할거다. 저 괴수들의 상성을 이용하여 이쪽이 최대한 피해가 없도록 배치해보도록."

"예? 제가 모두의 배치를요……?"

"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네 머리로 우리들을 장기말로 사용하여 저 괴수들을 처리해 봐."

아무리 천재라 하여도 경험이 없는것을 한번에 성공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앞으로 조직의 모든 전략을 책임질 그녀의 경험을 쌓아주고자, 아군의 배치를 그녀에게 모조리 떠맡긴 것이다.

"……."

쾅! 콰아앙!

꺄아아악!!

건물이 부서지는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를 무시하며 무언가를 생각하던 페리샤는 마지에를 향해 입을 열었다.

"마지에님, 당신은 신체 강화 7등급에 영춘권의 달인, 맞으신지요?"

"그렇다."

"괴수와의 전투 경험은 있으십니까?"

"많지. 정무맹의 대사부라 해도 시민들의 위험을 무시하고 무술 수련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정무맹의 대사부라는 자리가 일반 시민들과 무술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 위해선 이따금씩 감당키 어려운 괴수를 토벌해야만 한다.

솔직히 괴수가 날뛰건, 나라에 위기가 닥치건간에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한 무술 수련만 한다면 누가 대사부들을 존경하겠는가?

게다가 대사부가 처리해야 할 정도의 괴수라면 독특한 전투로 인해 경험을 얻을 수 있기에, 정무맹의 대사부라면 최소 3~4번 이상 괴수를 퇴치한 경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저 고릴라를 상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마지에는 3층짜리 건물 높이에, 주먹 한방으로 여러 건물들을 파괴하고 짓이기는 고릴라 괴수의 모습에 생각조차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덩치가 덩치다보니 쉽게는 안 끝나겠군. 그래도 시간만 주어진다면 처리할 수 있어."

"그렇다면 마지에님께서는 고릴라 괴수를 상대해주세요. 그리고 이실리아님과 노아…언니는 전갈을 상대로 공중전을 펼쳐주시면 무난하게 처리가 가능하실겁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노아였지만, 자신을 괴롭혔을때의 기억이 남았는지 결국 언니라는 호칭을 붙여버린 페리샤는 높은 점프가 불가능한 전갈의 상대를 맡겼다.

"진우님께서는 사마귀와 늑대 괴수를 처리해주시고 다른 방향을 원호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잠깐, 너는 다른 임무를 맡기겠다."

안전 지역에서 전투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추가적인 명령을 내리는 쪽이 지휘관으로서 걸맞다고 생각한 그녀가 그렇게 말하려던 찰나에 진우가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이 말을 잘라먹었다.

원래는 그의 생각으로도 그녀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중앙에서 지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게 중요하지만, 그녀에게 맡길 임무는 그것보다 더 중요했다.

"생각해보니까 저 괴수들을 분해해야해. 너는 괴수들의 시체를 놓을만한 장소를 확보해둬."

"예? 괴수들의 시체를 놓을만한 장소라면 공장밖에 없는데요? 게다가 설령 장소를 확보해도 오는 도중에 눈에 띄니까 괴수들의 시체를 찾으려고 한국군이 추격해올겁니다."

"그 놈들을 모조리 박살내놓으면 되잖아? 너는 장소만 물색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예. 그렇다면 진우님의 바이크를 잠시 빌리겠습니다."

막무가내 식으로 보이지만,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페리샤는 빠른 이동을 위해 진우의 바이크를 요청하였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쾌히 승낙하였다.

"우리는 각자 맡은 괴수놈을 처리한다. 해결하거나 무슨 문제 있으면 전화 하라고."

무전기를 만들어두지 않은터라 휴대폰으로 전화해야만 했지만, 모두 여유있게 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는 멤버들이였기에 마지에와 이실리아, 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파천단, 출동이다!"

하늘을 무너뜨리겠다는 뜻을 가진 조직명(진우는 이걸 생각하려고 하루동안 끙끙댔다)을 내뱉으며 멋있게 앞으로 달려나가려던 진우는 옆에서 들려오는 노아의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진우님. 조직 이름이 왠지 중2병스러운것 같아요."

"시끄러. 원래 조직 이름은 너무 정상적이면 멋이 없는 법이야. 살짝 중2병스러워야 멋있는거라고. 아니면 진짜 제대로 중2병 조직명을 만들어볼까? 영어랑 한자랑 같이 쓰고 존나 어두워보이는 글자로만?"

"그래도……."

"자꾸 칭얼거리면 흑혈의 다크나이트 뭐 이딴식으로 지어버린다."

"파천단 좋네요!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더이상 신경을 거스렸다간 정말로 중2병같은 이름을 지어버릴거라 생각한 노아는 입고 있던 파워 슈츠의 부스터를 작동 시키며 날아올랐고, 이실리아는 딸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몸을 염동력으로 떠올리면서 노아의 뒤를 따라갔다.

신체 강화 능력자인 마지에와 진우는 도로를 뛰어가는것보단 건물의 지붕을 타고 가는 것이 몇배는 더 빠르기에,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오르듯이 뛰면서 건물의 옥상과 지붕을 밟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나갔다.

'이 소동은 욱일승천의 짓이 분명해. 그렇다면…….'

예전에 국방 과학 연구소를 습격할때, 욱일승천의 모습이 사라지고 거대한 뱀 괴수가 난리쳤던 기억을 떠올린 진우는 그때부터 욱일승천이 괴수를 조정하는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욱일승천이 뒤에서 조정하고 있음을 직감하였다. 그리고…….

'그 일본년도 다시 등장할 확률이 있다는거지! 제발 한국에 있어다오! 이번에는 반드시 생포해줄테니까! 크크크큭!'

============================ 작품 후기 ============================

주말에 주말답게 쉬어보니까 좀 살만하군요.

그런데 글을 안쓰니까 손이 근질근질...이쯤 되면 거의 직업병 수준인듯 -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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