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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크지직--!
점프하듯이 도약하면서 날라온 고릴라 괴수는 마지에와 아이리를 피떡으로 만들기 위해 양주먹을 내리찍었으나, 그정도 공격에 당할리 없는 두 여성은 날렵하게 뒤쪽으로 피하며 거리를 벌렸다.
'큿……! 이 머저리 새끼가!'
괴수화가 되면서 지능이 상승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괴수와 임시적인 공동 전선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아이리는 자신까지 공격하는 고릴라 괴수의 무식함에 욕설이 절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욱일승천에 의해 강제로 잡혀온 충격과 약물 실험을 당한 고통, 가족이 죽은 슬픔과 증오를 겪은 고릴라 괴수에겐 인간들이란 적아 구분할것 없이 모조리 죽여야 할 존재에 불과하였다.
"크와아아아아!"
안그래도 여기저기 내던지면서 화가 폭발한 고릴라 괴수는 팔을 빗자루처럼 휘두르면서 마지에와 아이리를 쓸어내려 하였다.
당연하게도 그런 공격에 맞을리 없는 아이리는 위쪽으로 몸을 솟구치는 순간.
"차핫!"
"!!"
마지에가 고릴라의 손목을 발판삼아 아이리를 향해 그야말로 질풍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빠르게 날라들었다.
빠캉!
쇠가 단단한 무언가와 부딪힌 소리가 들리면서 건물쪽으로 날라가 쳐박힌 아이리는, 복부쪽에서 느껴지는 욱씬거림에 아래쪽을 내려보았다.
마지에의 신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파워 슈츠를 우그러뜨린 모습을 확인한 그녀는 이번 일격으로 마지에가 자신보다 한 수 위의 고수임을 직감하였는지 입술을 깨물며 조급함을 드러냈다.
'단숨에 처리할 수 있는 상대가 아냐! 이대로 가면……!'
시간은 욱일승천의 편이 아니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다섯 방향에서 튀어나온 괴수들로 인해 초반부터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군사 전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특성상, 군대가 출동하면 괴수들은 처리되겠지만, 괴수의 체액을 넣은 유도제를 사용하여 군대와의 전면전을 피하고 서울 전체의 4분의 1 정도를 망가뜨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군대가 출동한다면 마지에가 고릴라 괴수의 발목을 잡고, 군대의 막강한 화력이 괴수에게 심각한 부상을 안겨다줄 것이다.
거기다가 염동력자들이 공중전을 펼치고 있는 전갈 또한 마찬가지.
'하는 수 없다……. 이 작전 만큼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건만…….'
여러가지 악조건에 따른 계획을 세워둔 욱일승천은, 최악의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전술이 있었다.
현재로서 최고 지휘관인 아이리의 허락하에서만 가능한 작전이였기에, 그녀는 고릴라 괴수를 통제하는 욱일승천 요원들을 향해 무전을 날렸다.
"가이드-3. 들리는가?"
-여기는 가이드-3. 무슨 일이십니까, 아이리 소좌?-
마지에와 한차례 접전을 치루다가 한 방 먹은 그녀의 음성이 차분히 가라앉아 있자, 다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무전을 받는 이들의 목소리도 가라앉혀졌다.
"신의 곁에서 대일본제국의 찬란한 미래를 바라봐주길 바란다. 신의 바람이 너희들의 영혼을 인도해주시길."
-…예. 알겠습니다…….-
아이리가 최악의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전술의 발동 신호를 말하자, 무전기 안쪽의 욱일승천 요원들은 체념한듯이 대답하였다.
-카즈모토 소위, 그동안 함께해서 즐거웠다.-
아이리에게 대답하였던 남자는 자신과 함께 있던 다른 요원을 향해 무전을 날렸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무라타 중위. 아이리 소좌, 부디 우리 가족들이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고맙다, 무라타 중위, 카즈모토 소위. 너희들의 숭고한 의지를 반드시 보답받을 수 있도록 나의 모든것을 헌신하겠다."
건물벽에 쳐박혔던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무전을 껐고, 이도류를 잡으며 두 욱일승천 요원들의 움직임을 기다렸다.
한편, 아이리의 명령을 받은 무라타 중위는, 작전을 위해 자신이 있는쪽으로 도착한 카즈모토 소위와 함께 거친숨을 몰아쉬면서 허벅지에 부착된 원형 통에서 주사기를 꺼내들었다.
푹!
그리고선 고개를 좌측으로 크게 틀며 오른쪽 목덜미에 주사기를 꽂아넣고 붉은색 약물을 주입시킨 그는, 거칠게 주사기를 뽑아 내던지며 고통으로 욱씬거리는 목덜미를 매만졌다.
두근--!
"크흑!"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이 붉게 보이기 시작한 그는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와 함께 온 몸에서 힘이 넘치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니, 실제로 힘이 넘치고 있었다. 문제는 그 힘을 받아들이면서 그들의 신체는 빠르게 붕괴되어가고 있었다.
괴수의 세포를 이용해 만든 각성제로, 사용자는 일시적으로 3등급 신체 강화 능력을 얻게 되고 두려움을 모르는 병사가 된다.
이 또한 세계 2차 대전때 조선인을 상대로 마루타 실험을 감행하여 인체 실험에 익숙한 오로즈키 니시죠 박사의 작품이였다.
"크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끓어오르다 못해 몸 안쪽이 폭발할것 같은 감각을 느낀 욱일승천 요원들은, 아이리를 공격한 후에 괴수의 공격을 피하고 있는 마지에를 향해 뛰어 들어갔다.
일본에게 가장 큰 피해를 받았던 중국인, 한국인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외침과 함께.
"천황 폐하 만세에에!"
"천황 폐하 만세!!"
'텐노 헤이카 반자이' 를 외친 남자들이 거리가 떨어진 골목길에서 동시에 튀어나오자, 당연히 시선을 돌린 마지에는 눈쌀을 찌푸렸다.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아직까지도 이런 놈들이……!'
지금의 사태가 욱일승천에 의한 것임을 확인한 마지에는 자신들이 벌였던 학살을 정당화 하는것도 모잘라 죄책감도 가지지 않는 그들을 향해 분노를 터트리면서, 괴수를 처리하기 보단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파워 슈츠를 착용한 두 명의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고통스럽게 죽여주지!"
마지에는 좀 더 앞쪽으로 달려오는 무라타 중위를 향해 땅을 박차고 로켓처럼 몸을 날렸다.
"크아아아!"
무라타는 마지에를 공격하려는 듯이 주먹을 휘둘렀고, 일반인이라 생각되기 힘든 강맹한 공격이였지만, 날렵하게 피한 그녀는 발끝으로 그의 한쪽 발목을 후려쳤다.
휘청!
그 충격에 의해 무라타의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렸고, 그 틈을 노린 마지에는 몸을 반바퀴 돌리며 허리를 돌리며 어깨로 무라타의 명치 부근을 힘껏 후려치듯이 밀어냈다.
콰앙!
팔극권의 기술중 하나인 철산고였지만, 팔극권의 고수였던 장홍과 대련을 펼치다보니 적절한 상황에서 자연스래 사용한 것이다.
"크헉!"
무라타는 마지에의 공격을 받아 볼품없이 나동그라졌고, 그 틈을 노린 그녀는 카즈모토 소위의 주먹질을 피하며 그의 턱과 머리를 붙잡고 순간적으로 힘을 가하여 그의 머리를 반 시계 방향으로 꺽었다.
뚜득!
목이 휘어지면 안되는 위치까지 휘어진 카즈모토의 모습에, 무라타를 처리하기 위해 그쪽으로 향하려 하였다.
탁!
"!?"
하지만, 목뼈가 부러져 즉사했어야 할 카즈모토가 자신의 팔을 붙잡자, 깜짝 놀란 그녀는 당황하면서도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끼고 그를 자신에게서 떼어놓고자 팔을 한차례 크게 휘두르며 땅 위로 카즈모토의 몸을 쳐박았다.
쿠드득!
'큿……하반신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어……!'
땅에 구멍이 생길정도로 힘껏 박아넣었지만, 전날까지 있었던 진우와의 격렬한 성행위로 인해 하반신의 힘이 조금 풀려버리며 제대로 힘을 가하지 못하였다.
덕분에 카즈모토는 끝까지 팔을 놓지 않을 수 있었고, 그 와중에 괴수가 주먹을 내리치며 공격해왔다.
"크와아아!"
부우웅!
"칫!"
일단 재수없는 욱일승천부터 처리하기 위해 몸을 날리면서 회피하자마자,
삐이이익--!
"!?"
갑자기 카즈모토가 착용한 파워 슈츠에서 기계음과 함께 슈츠 전체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설마……!"
콰아아아앙!
어떻게든 떨어뜨리기 위해 움직이려던 찰나, 거대한 폭발이 마지에의 몸을 집어삼켰다.
7등급 이능력자라면 소총이나 기관총까진 괜찮지만, 미사일이나 그에 준하는 폭발까지는 완전히 무효화시킬 수 없다.
게다가 0거리에서 일어난 폭발의 영향에 의해, 마지에는 옷이 거의 사라지고 몸 여기저기에 화상같은 상처를 입으며 나동그라졌다.
"천황 폐하 만세에에에엑!"
그 때, 무라타까지 악을 질러가며 마지에를 향해 달려들었고, 온 몸이 욱씬거리는 고통속에서 가까스로 일어선 마지에는 무라타의 공격을 반격하여 멀찍이 날리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단숨에 자폭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한 시간 벌기였으나, 그녀는 이들의 자폭 조건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하였다.
마지에로부터 다섯 걸음만 더 뛰어가면 닿는 거리가 되자, 무라타는 자신의 권총집에서 총을 꺼내더니 자신의 미간에 발사하였다.
타앙!
삐이이익---!
콰아아앙!
"아아악!"
이들의 자폭 조건은 단 하나. 파워 슈츠 착용자의 뇌파가 끊겼을때.
카즈모토가 목뼈가 부러진 후에도 달려들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후에 자폭하면서 단지 어떤 스위치를 누르면 일정 시간후에 자폭하는 것으로 판단한 마지에는 다시 한번 폭발에 휩쓸려 버렸다.
"커흑! 쿨럭! 쿨럭!"
두 차례나 미사일 공격에 준하는 폭발을 받은 마지에는 검은 피를 토해내면서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고자 젖먹던 힘까지 짜냈다.
"하아…하악……."
폭발로 인해 그녀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옷 또한 거적때기 라고밖에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너덜너덜해졌다.
"크으읏……!"
폭발의 영향을 두번이나 받은 마지에는 일본과의 전쟁을 치뤘던 노인들이 말하던 반자이 공격이 설마 현대에서 다시 재현되리라곤 상상도 못한 표정이였다.
"그우?"
고릴라 괴수는 연달아 터져나간 폭발로 인해 잠시 주춤하였고, 그 틈을 이용한 그녀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자리를 이탈하려던 순간.
"츠아아앗!"
콰아아아--!!
이때를 노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아이리가 부스트를 전개하며 마지에를 향해 날라들었다.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그녀의 모습에, 마지에는 본능적으로 옆으로 피하기 위해 무게 중심을 옮겼지만, 그 직후에 자신의 몸이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힘이…들어가지가 않아…….'
하반신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고, 팔을 올려 자세를 취하는것도 힘들다.
추하게 모든 힘을 짜내면서 이리저리 구르면 어찌어찌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그것도 길면 1분 정도다.
결국, 마지에는 최소한 마지막 만큼은 추하게 죽고 싶지 않았기에, 두 팔을 내리며 무방비 자세로 당당하게 섰다.
푸욱!
"카학!"
쿠우웅!
자신의 명치를 일본도로 찔러넣은 아이리의 부스트로 인해 그대로 주르륵 밀려나가, 건물 외벽에 부딪히면서 가까스로 멈춘 마지에는 또다시 각혈을 토해냈다.
"크…크큭…크크크큭…크하하하하……."
그렇게 죽어가던 마지에는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웃음을 터트렸고, 그녀에게 치명타를 넣는데 성공한 아이리는 다 죽어가는 그녀가 이런 웃음을 짓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웃음의 의미는 뭐지?"
"이제…너에게 지옥의…악마조차 두려워할 악당이…찾아갈테니까……."
"??"
"충고…하나 해주지……. 지금 당장…자살해……. 지금 당장 자살하면…미래에 겪을…지옥같은 괴로움은…없을테니까……."
숨을 쉬기 어려운지, 아니면 고통 때문인지 말을 띄엄띄엄하였지만,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였기에 아이리의 표정은 살짝 일그러졌다.
대체 마지에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욕하지 말고…자살해……. 나는…분명히 충고…했어……."
"흥, 죽기전이 되니까 머리가 돌았나보군."
아이리는 마지에의 충고를 헛소리쯤으로 여기면서 다른 일본도를 휘둘러 마지에의 목을 베어냈다.
스칵!
낫 족제비의 앞다리로 만들어진 칼날은 손쉽게 그녀의 목을 몸에서 떼어놓았고, 마지에의 의식은 거기서 끝이났다.
"일본제국의 미래를 신이 막는다면 신을 베고 부처가 막는다면 부처조차 베어낼 것이다. 거기서 악마가 추가 되어봤자 똑같이 베어주면 끝이지."
"크워어어어!"
그 때, 폭발의 영향으로 잠시 어리둥절해 하던 고릴라 괴수는 다시 공격성을 되찾으면서 가장 눈에 띄는 아이리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그녀는 재빨리 부스트를 사용하여 자리를 이탈하였다.
괴수는 수많은 건물들을 부셔가며 그녀의 뒤를 쫓아갔으나, 손쉽게 죽일 수 있는 다른 인간들을 먼저 죽이고자 아이리의 추적을 포기하였다.
고릴라 괴수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지 않고 파괴 활동을 하자, 두 사람의 희생이 일본제국의 영광으로 돌아올것이라 믿으며 다음 목표, 전갈 괴수를 막고 있는 이실리아와 노아 모녀를 타켓으로 잡으면서 부스트를 끄고 직접 두 발로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염동력자들의 특기는 공중전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작될 전투를 위하여 부스트의 연료를 아끼려는 의도인 것이다.
============================ 작품 후기 ============================
참고로 말하자면, 진우가 살라딘의 유산을 얻고 모든 이라크 내의 테러 조직을 규합한 후의 첫번째 목표는 욱일승천입니다.
욱일승천을 공격하는 와중에 일본의 히어로들도 겸사 겸사 퇴치.
욱일승천의 주요 멤버들도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참혹한 고통으로 괴롭힐 예정.
PS:마지에의 죽음은 원래 계획했던 일입니다. 이 일을 계기로 '욱일승천? 죽고 싶다고 오면 죽여주지 뭐.' 라고 생각하던 진우의 마인드가 바뀌고, 더 악랄하고 잔인하게 욱일승천을 괴롭힐 예정.
PS2:솔직히 마지에 죽음은 저도 고민좀 해봤습니다만, 주인공이 초 먼치킨인 이상, 주인공과 동급의 적이 나오기 전까진 긴장감이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독자분들에게 어느정도 긴장감을 주기 위해 마지에의 죽음으로 여차하면 몇몇 캐릭도 죽을 수 있다 라는 긴장감을 어필하기 위해 어느정도 욕을 먹을걸 각오하며 과감하게 결정.
게다가 그동안 제 소설에서 아군 캐릭은 최대한 살리고 적군 캐릭은 최대한 죽이는쪽으로 가다보니 아군은 필요 이상으로 강해보이고 적은 필요 이하로 약해보이기 때문에 이번엔 냉정하게 밸런스를 맞추면서 나갈 생각입니다.
즉, 아군 캐릭도 주인공이 제대로 관리 안하거나 강적에 의해 죽을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