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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
진우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살기로 폭발하기 일보직전의 상황이였다.
그의 눈 앞에는 자신이 나름 심혈을 기울여 얻은 노예, 마지에의 목과 검상을 입은 몸이 따로 떨어져 있는 모습이 비쳐졌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던 대형 화물차를 발견하여 내용물을 모두 버리고, 그 안에다가 괴수의 시체들을 구겨넣고 이동하던 그는 노아로부터 마지에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고릴라 괴수가 활개치는 모습에 왠지모를 불안감을 느끼면서 확인하기 위해 달려온 그가 처음으로 목격한것은 폭발의 흔적 2개와 난동을 피우고 있는 고릴라 괴수, 그리고 목이 없어진 마지에의 시체였다.
"……."
불안 요소는 있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사건이 생길거라곤 조금도 예상하지 못하여 새로 얻은 마지에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계속해서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 이상으로 능욕했기 때문에, 그녀의 움직임이 평소보다 굼떠졌긴 했다.
하지만, 고릴라 괴수를 홀로 맡을때 그녀의 얼굴에는 불안감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아서 최소한 자신이 다른 괴수들을 처리하고 돌아올때동안 시간을 충분히 벌어줄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솔직히 말해서, 진우는 자신의 능력이 너무 강하다보니 긴장감이 결여되어 있었다.
핵폭발을 맞아도 죽을까 의심되는 강력한 몸, 지금 당장은 슈츠를 가동시킬 에너지원이 없어서 갑옷처럼 입고 있지만, 10등급의 파워 슈츠 능력과 그 능력을 200% 살릴 수 있는 기계학 지식.
게다가 목이 잘리거나 뇌가 파괴되어야만 죽을 수 있는 재생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보니, 진우가 아니라 그 어떤 플레이어라 해도 긴장감이 결여되는건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노예의 죽음, 자신의 소유물이 타인의 손에 의해 망가진 것이다.
"……."
자신의 것이 타인에 의해 망가지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진우는 치솟아 오르는 분노에 의해 얼굴이 굳어졌다.
평범하게 화가 난다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시끄럽게 행동하지만, 그 한계점이 돌파되면서 진심으로 분노하게 되면 말수가 극도로 적어지는 성격을 가진 그는 자신의 분노를 행동으로 표출하였다.
쿠웅!
그가 점프를 하자, 콘크리트 바닥이 가뭄을 겪은 논처럼 쩍쩍 갈라졌다.
"크워어어억!"
진우가 향한 곳은 난동을 피우고 있는 고릴라 괴수였다.
턱!
고릴라 괴수 머리위로 올라탄 진우는 전력을 담은 정권으로 힘껏 정수리를 내리쳤다.
투퍼엉!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터지면서 뇌수와 뼈조각, 살점들이 그의 전심전력이 담겨진 일권의 압력에 의해 크레모어처럼 퍼져나가 주변 건물들과 부딪혔다.
콰콰콰쾅!
뼈는 건물 외벽에 구멍을 만들면서 뻗어나갔고, 살점들은 그보단 못하였지만 부딪힌 부분에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괴수의 정수리에 정권을 날린후, 곧바로 점프하여 멀리 떨어진 곳에 착지한 그는 주머니에서 들려오는 벨 소리에 손을 쑤셔넣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뭐냐."
"에……? 지…진우님……?"
노아는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너무나 차가운 음성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활기차다 못해 지랄발광이라는 단어에 누구보다 어울리는 그가 평소와 달리 냉정한 음색으로 대꾸하니 노아로선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잖아."
마치 조금이라도 건들면 금방이라도 폭발할것 같은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자, 노아는 본능적으로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면 안된다 판단하였다.
"거…거미 괴수를 발견했습니다!"
"…이실리아와 함께 발만 묶…아니, 안전한 곳에서 거미 괴수의 위치만 파악하고 있어. 잠깐 괴수보다 먼저 처치해야 할 것이 생겼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군인같은 말투를 쓴 노아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다시 주머니 안에 넣어두면서 대형 화물차 위로 고릴라의 시체를 내던진 그는 한 손으로 세 마리의 괴수를 태운 대형 화물차를 들면서 전갈 괴수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마지에의 목은 폭발이나 뜯겨진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 깔끔하게 베어진 것이다. 욱일승천, 절삭력이 뛰어난 무기, 답은 하나지.'
아직까지도 이름을 모르는 욱일승천의 여자, 키리타니 아이리의 소행임을 직감한 그는 전갈 괴수의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방금…그거 뭐였지……?"
고릴라 괴수를 일제 사격으로 쓰러뜨리기 위해 진형을 짜고 있던 수도 방위 사령부 소속의 전차와 헬기의 조종사들은 주먹질 한방에 괴수의 머리를 터트린 그의 모습에 뻥찐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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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푹!
"크하악!"
30m 이상으로 텔레파시를 보낼 수 없는 3등급 텔레파시 능력자이면서, 그렇다고 뛰어난 신체적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배용조는 자신을 향해 총알같은 속도로 날라오는 두 개의 비수를 피하지 못하고 몸통에 박혀버렸다.
콰아아--!!
푸컥!
뒤이어 부스터에 의해 날라온 아이리는 부상으로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는 그의 목에 일본도를 꽂아넣었다.
"꺼…끄어억……!"
"잘 가라, 조센징!"
촤악!
일본도를 휘두르면서 회수하자, 목의 절반이 잘려나간 배용조는 피를 토해내며 쓰러졌고,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작은 경련과 함께 조용해졌다.
사후경직에 의해 이따금씩 꿈틀거리긴 하지만, 재생 능력이 없는 그가 소생할 확률은 1억분의 1조차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이리는 위쪽에서 들려오는 파공음을 듣고 날렵하게 몸을 날렸다.
콰지직!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이 불가능한 무색의 반월이 아이리가 있던 자리를 강타하였고, 뒤이어 또다른 무형의 바람이 아이리가 있던 자리를 갈라놓았다.
"하하하하핫! 뭐하는거냐! 이정도 조준으로 날 맞추겠다고!?"
"아이리이이잇!!"
눈이 조금 따끔거리긴 하지만, 섬광탄에 의한 피해를 회복한 하린은 용조가 죽는 모습에 광분하면서 아이리를 향해 바람의 강기를 발사하였다.
콰쾅! 콰지직!
하지만, 날렵하게 건물의 옥상 사이를 뛰어다니며 회피한 아이리는 그녀가 들으면 더욱 분노할 대사를 내뱉었다.
"동료가 둘이나 죽었는데도 네 분노는 이것밖에 되지 않는거냐, 이하린!"
"둘이라니…설마……!"
솔직히 말해서 하린은 텔레포터 능력자인 박호진이 무사히 도주하면서 처리하기 쉬운 배용조를 처리하기 위해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네 동료인 텔레포터 능력자 또한 내 손에 의해 목이 떨어져나갔다!"
"!!"
"소중한 부하들을 잃고 등을 돌려야만 했었던 나의 굴욕! 분노! 수치심! 그 모든걸 되갚아주마!"
"죽어어어엇!"
건방진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에게 누님 누님 하면서 잘 따랐기에 마치 동생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하린은 분노가 터지면서 마구잡이로 바람의 힘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슈카카칵! 쿠콰앙!
날카로운 검날같은 바람의 형상들이 아이리를 향해 날라들었지만, 아이리는 아크로바틱 곡예꾼처럼 날렵하게 뒤쪽으로 뛰어 공중제비를 돌면서 건물 아래쪽으로 뛰어내렸다.
"비겁하게……!"
자신의 힘이라면 건물 따위는 간단히 파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자신의 체력을 빼놓으려는 아이리의 노림수라 생각한 하린은 머리로는 알고 있었으나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나와! 당장 나오라고!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오란 말이야아악!"
타타탁!
그 때,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건물벽으로 몸을 숨기고 있던 아이리가 튀어나오면서 홀로 전갈 괴수를 상대로 분투하고 있던 한박구를 향해 달려나갔다.
"박구씨! 조심해요!"
"큭!"
전갈 괴수의 꼬리와 집게 공격을 피한 박구는 자신의 뒤쪽에서 달려오는 아이리의 모습에, 전갈 괴수를 내버려두고 몸을 피신하기로 결정하였다.
건물 몇채가 더 부서지겠지만, 여기서 자신까지 죽는다면 하린은 혼자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아니, 그 이전에 정이 많은 성격때문에 정신적 충격이 엄청날 것이다.
일단 하린의 방향으로 뛰어나가, 그녀와 합류하기로 결정한 그는 전갈 괴수로부터 등을 돌리고 뛰어 나가려던 찰나,
타앙!
"크헉!?"
마침 박구가 하린쪽으로 도망칠때, 그가 등지고 있는 건물 5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욱일승천의 요원이 아이리의 지시대로 저격총으로 박구의 몸통을 저격하였다.
괴수를 막는 이능력자들이 튀어나오면 저격을 통해 파괴 활동을 못하더라도 최소한 욱일승천의 행보에 방해가 되는 이능력자의 숫자만를 줄이기 위해서 한 팀에게 한 정의 저격총을 지급해주었다.
게다가, 이능력자를 상대해야만 하기에, 그 위력이 개조를 통해 올라간 것은 당연지사.
하린의 공격을 피한 아이리는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면서 박구가 도망치도록 만들고, 하린을 자신을 견제하도록 하면서 그 틈을 노려 아군 저격수가 저격하도록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만약, 하린이 저격수의 존재를 눈치챘다면 바람의 힘으로 총알을 막아냈으리라.
달려가다가 등뒤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움직임이 굼떠진 박구는, 짜증과 분노가 머리끝까지 올라간 전갈 괴수의 공격을 받아야만 하였다.
푸컥!
"크아아아악!"
"박구씨!!"
전갈의 날카로운 꼬리가 박구의 복부를 꿰뚫으면서 모습을 드러냈고, 드디어 인간의 피륙을 꿰뚫는 감각을 느낀 전갈은 꼬리를 회수하면서 집게손으로 박구의 몸통을 잡아챘다.
"끄가아아아아!"
날카로운 집게날이 앞뒤로 자신의 몸을 압박하는 고통을 느낀 그는 각혈을 토하고 고통스런 비명을 내질렀지만, 전갈의 꼬리 가시가 그의 머리통에 틀어박히면서 그의 몸은 추욱 늘어졌다.
하지만, 이걸로는 분이 차지 않은 전갈 괴수는 이미 죽은 박구의 몸을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하였다.
쾅! 쾅!
"안…돼……."
빠가각! 와드득!
"그…그만해……. 제발 그만해……!"
쿠직! 콰지직!
"아…아아아…아아아아……."
다른 이능력자들처럼 어째서 떠나지 않느냐고 물었을때, 박구와 호진, 용조는 애국심도 있지만,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하린만 남기고 갈 수 없었다고 대답하였었다.
그 날 이후, 네 명은 조금만 시간이 나면 언제나 항상 모였고, 언제나 항상 웃고 떠들면서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불합리한 처우를 받으면서도, 말이 통하지 않는 윗사람들과의 대립에서도, 그 모든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오직 자신을 위해 남아주었던 세 사람중에서 리더격인 한박구의 시체가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짓이겨지고 있는 모습에, 하린의 마음 또한 저토록 참혹하게 망가지고 있었다.
"후…후후…후하하하하하핫! 어떠냐, 풍사! 이것이 내가 겪었던 고통이였다!"
"아아아아아아아----!!"
"하하하하하하!!"
콰앙!
"!?"
동료들의 죽음에 절규하는 그녀의 모습에 광기어린 웃음을 토해내던 아이리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거대한 충격음에 고개를 틀면서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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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 도착.
아이리 포로 만들고, 하린도 대려가면서 마지막 괴수까지 처리하면 괴수 처리는 끝.
하지만 괴수의 시체를 얻으려는 국방부와의 대립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