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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저건……?!"
가장 먼저 보인것은 괴수들의 시체가 뭉개진채 억지로 쑤셔져 있는 대형 화물차가 크게 율동치는 모습이였다.
두번째는 검붉은 잔영이 문자 그대로 눈 깜빡하는 사이에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나서.
퍼억!
"!!?"
자신의 얼굴을 후려쳤다.
투쾅! 퍽!
마치 강물 위에 평평한 돌을 던진것처럼 땅에 부딪히면서 다시 튀어오르길 3~4번 반복하고 무언가에 부딪히면서 가까스로 멈추게 된 아이리는 괴수들의 시체가 들어간 대형 화물차의 모습이 훨씬 멀리서 보이는건지, 대체 어째서 자신이 이곳에 있는건지 고개를 갸웃거리려 하였다.
"카르르르--!"
지근거리에서 들려오는 전갈 괴수의 소리만 아니였다면.
"!!"
쿵!
아이리는 재빨리 앞으로 몸을 날렸고, 그녀가 있던 자리는 전갈의 날카로운 꼬리침이 틀어박혔다.
전갈 괴수는 자신의 몸을 향해 부딪힌 아이리를 다음 타켓으로 잡았는지, 그녀를 공격하기 위해 전진하면서 연달아 꼬리를 휘둘렀다.
이딴 괴수 따위는 한방이지만 괴수를 죽이면 작전은 실패하기에 속수무책으로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회피만 해야 했다.
순간, 또다시 날라온 검붉은 잔영이 쏜살같이 달려나오더니 아이리를 향해 내리치던 꼬리를 붙잡으면서 전갈의 머리에다가 박아 넣었다.
푸욱!
"키에에에엑!"
자신의 꼬리가 머리를 관통하자, 비명과 함께 발악을 하면서 난동을 부리려 하였으나, 검붉은색 잔영의 주인은 그조차도 용납하지 않았다.
퍼엉!
정권을 쥐면서 힘있게 내지른 펀치가 전갈 괴수의 머리통을 때리자, 폭발음과 함께 괴수의 머리가 사라지고 몸통에 머리통만한 구멍이 뻥 뚫리면서 안의 내용물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
눈 앞에서 펼쳐진 광경에 굳어버린 아이리는 본래같았으면 누구냐고 소리쳤겠지만, 이번만큼은 호기롭게 외치지 못하였다.
'죽는다……. 섣불리 입을 열면…죽는다……!'
그녀의 본능이 그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을 했다간 저런 꼴이 될 것이라고 울부짖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후후…후후후후……."
검붉은색 잔영의 주인, 진우는 실성한것처럼 나지막히 웃어보였다.
'이래서였나. 이래서 세부 스테이터스가 없었던 건가.'
격정에 사로잡혀 달려오는 도중, 평소보다 자신의 속도가 월등히 빨라진것을 확인한 그는 이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시스템중 하나를 알아내게 되었다.
'설마 플레이어의 감정에 따라 이능력의 힘이 달라질 줄이야.'
1등급의 능력이 최대 10의 힘을 낸다고 치면, 평범한 상황에서는 4~6 수준의 힘만 내게 되고, 분노나 증오같은 감정에 의해 전의가 불타오르면 9~10의 능력을 사용하게 되는 시스템이였던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랜드 아크와의 대결에서는 서로의 감정이 거의 똑같이 고양되었기 때문에 이 차이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듯 싶다.
만약, 그가 일반적인 플레이어였다면 자신의 감정에 따라 이능력의 힘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마지에가 죽기전으로 로드하여 그녀를 살리고 아이리를 생포하면 되겠다 싶겠지만, 그는 게임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세이브/로드 플레이를 스스로 거부하고 있었다.
그가 게임을 즐기는 원동력은 단 두 개다. 하나는 성욕, 하나는 스릴.
유일하게 세이브/로드를 할때가 수면, 약속, 식사, 용변같은 개인적인 볼일이 있어서 게임을 끄고 다시 재접속 할때다.
언제 어디서 어떤 적이 나와 자신이나 동료를 위기에 몰아넣을지 모른다는 스릴, 하드코어 플레이를 즐기는 진우는 마지에를 살리기 위해 로드 할 생각이 없었다.
설령, 자신의 가장 충실한 노예인 노아, 이실리아가 죽는다 해도 그는 절대로 로드하지 않을 것이고, 예상도 못한 방법으로 적들이 자신을 위기에 몰아넣어도 절대로 로드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가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성욕도 중요하지만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짜릿한 스릴감도 중요하기에, 다른 약속은 몰라도 자기 자신을 향한 약속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게임의 스릴을 위해서라도, 방심에 대한 댓가로 이대로 플레이 할 예정이였다.
어쨌든, 플레이어 또한 감정에 따라 이능력의 힘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 진우는 바짝 굳어있는 아이리를 향해 다가갔다.
"오래간만이군."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목소리와 함께, 자신을 향해 살기를 퍼트리며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하였다.
"나…날 알아……?"
"모를리가 있나. 왜 그래? 우리 첫만남도 아닌데 그렇게 굳어 있어? 그때처럼 악악 거리면서 날 뜯어 죽이려는 듯이 덤벼야지. 응?"
말투는 가벼워보였지만, 그 안에는 마그마가 끓어오르는듯한 분노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아이리는 어디서 들어본듯한 목소리, 첫만남이 아니라는 것에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릴때,
타앙!
그녀가 위험하다고 여긴 욱일승천 요원이 진우의 머리를 저격하였다.
탁!
하지만, 그것을 마치 귀찮은 날파리를 내쫓듯이 손바닥으로 내려치자, 박구를 죽음으로 몰고갔던 총탄이 허무하게 땅위로 나동그라졌다.
"어때? 기억이 좀 나?"
마치 기억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듯한 음성으로, 자신에게 날라온 저격을 가뿐히 무시한 그가 한걸음 한걸음 다가올때마다, 아이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속도에 맞춰 뒷걸음질을 쳤다.
'내…내가…도망치고 있어……!?'
지금까지 일본 제국의 미래와 영광을 위해서 그랜드 아크에게도 굴하지 않고 덤벼들었던 자신이 정체모를 남자에게 겁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은 아이리는 그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보단 일단 맞서는것이 중요하다 여기며 두 자루의 일본도를 겨누었다.
"나는 대 일본 제국의 사무라이! 키리타니 아이리다!"
빠캉!
그녀가 호기롭게 자신의 이름을 외친 순간, 아이리의 파워 슈츠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주르륵 날라가면서 가까이 있던 편의점의 기둥 축에 부딪혔다.
콰르르르--
편의점 건물의 한 켠을 무너뜨리고 나서야 가까스로 멈출 수 있었던 아이리는 어째서 자신이 이런곳에 있는건지, 어째서 자신의 옆구리가 이토록 고통스러운건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커흑!"
뒤늦게 피를 토한 아이리는 자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진우의 모습에, 볼품없이 쓰러진 몸을 일으키려 하였지만, 그녀만이 들을 수 있는 안 좋은 소리가 울렸다.
우득-
'뼈가…부러졌다……?'
게다가 고통이 느껴지는 옆구리 부위의 파워 슈츠가 무참하게 깨져 있는 모습에, 말도 안되는 가공할 속도로 자신의 옆구리를 후려쳤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헤에~ 그렇구마안~ 키리타니 아이리…꽤 예쁘장한 이름이네에~"
드디어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된 진우는 말투는 가볍지만, 그 안에는 살기를 내뿜는 목소리와 함께 천천히 다가갔다.
"크읏……!"
아이리는 고통을 참고 이도류를 치켜들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오지마라!"
"그거 알아? 나란 남자는 소유욕이 강하다는걸?"
"더이상 다가오면 공격하겠다!"
"뭐, 이 세상의 전부가 다 내거라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하는건 아냐. 단지, 내 수중안에 든 물건들에 대한 소유욕이 강할 뿐이지."
서로 핀트가 안맞는 대화에, 아이리는 본능적으로 느껴오는 공포를 잊으려는 듯이 이를 악물며 이도류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쒜에에엑--!
마치 화살이 날라오는듯한 파공성과 함께, 두 자루의 이도류가 진우의 옆구리, 머리를 타켓으로 한 십자 방향으로 베어왔으나 그는 양 손에 검지 손가락만을 치켜들며 그녀의 이도류 검면을 튕겨냈다.
카캉!
찌이이잉--!!
겨우 검지 손가락 하나에 튕겨져 나갔지만, 그 충격은 평범하지 않았다.
양 팔이 크게 뒤로 꺽이고, 검날이 부르르 떨리는 충격을 받게 된 아이리는 압도적인 능력 차이에 정공법으론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섬광탄을 꺼내들…….
턱!
"에?"
그녀가 섬광탄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진우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자신의 몸이 무언가에 붙잡혀 힘있게 날라가는 풍경에 평소라면 절대 내뱉지 않을 멍청한 목소리로 외마디를 내뱉었다.
콰아앙!
"꺄학!"
그녀의 몸이 편의점 너머의 건물과 부딪혔고, 역시나 기둥과 철근이 많은 부분으로 날라간 그녀는 척추가 끊어질것 같은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쿠드드드--
"쿨럭! 쿨럭!"
"나에게 있어서 소유욕은 자존심과 동일하거든? 왜냐하면 그 소유물에게 있어서 주인은 나니까. 주인은 자신의 소유물을 지켜야 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데……."
아이리를 향해 계속해서 천천히 다가가며 평온한 음색으로 일관하던 그가 드디어 본성을 드러냈다.
"네년이 감히 내 소유물을 마음대로 만지고! 망가뜨렸어! 네 년은 단순히 내 물건을 망가뜨린게 아냐! 나의 얼굴을! 나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거란 말이다!"
비명에 가까운 외침과 동시에 쓰러진 아이리를 향해 달려나간 진우는 반사적으로 자신을 향해 휘둘러오는 이도류를 쳐내면서 그녀의 머리통을 잡았다. 그리고선,
콰직!
"카학!"
쿵! 쿵! 콰득!
그녀의 뒤통수를 밀면서 바닥에 내리 찍었고, 몸을 반쯤 일으키며 그녀의 턱을 축구공 차듯이 걷어찼다.
빠칵!
쿠쾅!
"크컥……!"
분노에 사로잡혀 있지만, 최대한의 고통을 주기 위해 힘조절을 하고 있던 진우는 아이리가 피를 토해내며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에 만족감과 동시에 미쳐 풀지 못한 분노들이 연달아 터져나왔다.
"걱정마라. 네 년은 절대로 죽이지 않을테니까. 대신에 네 년이 망가지는 모습을 찍어서 일본 전국에 뿌려주마!"
그녀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욱일승천에게 정신적인 타격을 주기 위해서 아이리를 조교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찍어서 일본 열도에다가 공개하기로 결정한 진우는, 피를 토해내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어느정도 견적을 따지기 시작했다.
'젠장. 좀 더 힘을 낮출걸 그랬나. 더이상 패면 죽을수 있겠는데.'
진우의 복수는 단지 그녀를 구타하는걸로 끝나는게 아니다.
그녀의 모든 인생을 망가뜨리고 조교를 통해 인성을 부숴질 정도로 괴롭히는 것이 목적이자 복수였기에, 자칫 잘 못 패다가 허망하게 죽기라도 한다면 복수도 못한다는 생각이 든 진우는 주먹에 들어간 힘을 풀었다.
'진정하자. 이 년에겐 자신이 무슨 짓을 한건지 뼈저리게 느끼게 만들어야 해. 겨우 이런 저열한 폭력으로 끝내기엔 나의 복수심이 인정하질 못한다.'
메인 디쉬를 위해서 에피타이저는 이쯤으로만 즐기기로 결정한 그는 아이리의 머리칼 붙잡으며 자신이 왔던 곳으로 질질 끌어갔다.
"아흑! 놔…쿨럭!"
온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마치 짐승처럼 끌려가는 모습이 된 자신의 모습에 수치심을 느낀 아이리는 놓으라고 말하려다 각혈을 토해냈으나,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은 진우는 전갈 괴수가 있던 자리로 돌아오면서 아이리의 파워 슈츠를 뜯어냈다.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갑자기 일이 밀려서 글을 쓰는게 늦었네요.
결국 그 분은 어제 군대로 빠빠싱 ㅠㅠ
게다가 저 예비군 훈련 통지서 도착함요.
9월 23일에 예비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 씹라...이제 익숙해질법도 한데 이 통지서를 보기만 하면 아주 그냥 쌍욕이 절로 튀어나오네요.
PS:이제 다음편에서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게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