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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자신의 모습에 놀라 자빠질 인간들의 모습을 기대했건만, 왠지 모르게 불쾌감이 드는 쑥덕거림을 지켜보고 있던 괴수는 목을 돌려 자신의 뒤쪽을 확인하더니 눈쌀을 찌푸렸다.
제대로 된 아수라 등급의 괴수였다면 완벽한 인간의 모습이 되었겠지만, 지금 이 모습은 자신이 불완전한 힘을 가진 반쪽짜리 아수라급 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굴욕도 조만간 끝이다. 오늘 안으로 나는 이런 불완전한 모습에서 탈피할 수 있어.'
그녀의 목적은 괴수들의 핵.
괴수는 괴수끼리 사냥하여 그 핵을 먹어치움으로서 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등급이 낮은 괴수가 자신보다 힘이 강한 괴수의 핵을 먹어치우면, 모조리 소화시킬때쯤에는 그 괴수와 동급의 힘을 가진 괴수로 성장하게 된다.
힘이 낮은 괴수를 먹어치우면 얻을 수 있는 힘은 약하지만, 반쪽짜리 아수라급의 괴수가 되어버린 현재로선 4마리나 되는 요마급의 핵을 먹어치운다면 완전한 아수라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일부러 진우에게 손을 잡고자 한 것이다.
진우나 그의 암컷들의 생사에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괴수의 핵.
'진정한 아수라가 된다면 감히 내 몸을 가지고 실험을 했었던 욱일승천 놈들에게 반드시 복수하고 말겠어.'
그들에 의해 힘을 가지게 되었으나 거미였던 시절에 연구원들의 연구로 인해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어왔었다.
재생 능력의 확인을 위해서 강제로 몸의 일부분이 뜯겨지고, 얼마큼의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절지류와 갑각류 동물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불구덩이에 강제로 밀려들어가 죽을뻔한 고통, 그 밖에도 여러가지 실험에 의해 고통받아왔던 그녀는 정말로 욱일승천을 향한 복수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흥분제로 인해 살육만을 위해 날뛰던 살인 기계에서, 진우의 공격으로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은 괴수는 욱일승천에게 복수하려면 본체의 모습으로 덤벼봤자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 앞에 무릎 꿇을 것이라 예상하였다.
그녀는 완벽한 인간처럼 변신하여 인간 사회에 녹아 들어가 암중으로 욱일승천을 향해 복수할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에는 반드시 자신이 완벽한 아수라급의 괴수가 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들어가 있었다.
진우 일행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괴수 본인에겐 거짓말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은 진실임 셈이다.
'아직 그 인간은 돌아오지 않았군. 빨리 덫을 쳐볼까.'
이쪽으로 향하는 인간의 기척을 느껴지지 않자, 아직 돌아오지 않은거라 예상하면서 괜시리 할일이 없어서 심심한것 마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은 거미줄을 바닥에 깔기 시작하였다.
인간들의 군대를 처리할때와 달리 점성이라곤 조금도 없는, 평범한 실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강도와 탄력성이 매우 뛰어난 거미줄을 여기저기 뿌린 괴수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인간 암컷들이 눈치 못채는 모습에 남몰래 고소를 지어 보였다.
'후후후, 그렇게 눈알빠지게 감시해봤자 내 거미줄은 너희들의 눈으론 발견조차 못할걸?'
"흐음~ 막상 이렇게 가만 있으려니 따분한걸~"
"한 자리에 가만히 자리잡는 거미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원래의 나는 거미줄을 치지 않고 여기저기 나돌아다니면서 먹잇감을 사냥하는 거미였거든. 이렇게 가만히 있는게 오히려 적성에 안 맞아."
괴수는 영양가 없는 잡담을 나누며 여기저기 빨빨빨 돌아다니며 주변에 거미줄을 모두 쳐놓았다.
'이제 됐어. 이제 그 수컷 인간만 오면……!'
적당히 넓게 거미줄을 모두 설치한 괴수는 상체는 인간의 모습으로, 하체는 거미의 모습으로 있는것이 생각보다 편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자신이 원하지 않는 모습이였기에 빨리 수컷 인간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쪽 방향에서 강대한 기운을 가진 인간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거미 괴수는 다시 본체로 돌아갈까 싶었지만, 일단 자신의 외견으로 그의 정신을 다른쪽으로 팔리게 만드는 쪽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생각하면서 오연한 자세로 진우를 기다렸다.
후웅!
콰앙!
상당히 먼 거리에서 점프하여 왔는지, 착지하자마자 크레이터를 만들고 작은 지진과 같은 진동과 함께 먼지 구름을 일으킨 진우는 목을 좌우로 풀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 다 처리했으니 한동안은 조요…ㅇ…어라?"
후비적 후비적
진우는 눈 앞에 보이는 풍경에 잠시 두 눈을 손가락으로 비비적 거리며 자신이 지금 뭘 잘 못 본게 아닐까 싶어했다.
하지만, 다시 봐도 자신의 눈이 정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자신의 노예들을 향해 무언가를 묻는듯한 눈빛과 함께 손가락으로 '그것' 을 가리켰고, 그의 시선을 받은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 앞의 상황이 현실임을 자각시켜주었다.
"야, 야야야야야."
"음?"
예상대로 변해버린 자신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진우의 모습에, 속으로 고소를 지어보이던 거미 괴수는 겉으로만 표정에 의아함을 띄웠다.
"갸가니가?"
"뭐?"
이번엔 정말로 뭔 말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큼큼, 너무 흥분해서 나도 모르게 사투리를 써버렸군. 아까 그 거미가 너 맞냐고."
"명색이 너희들이 말하던 아수라급의 괴수니까. 이정도는 간단한 일이지."
자신이 불완전한 아수라 괴수라는 점은 은연중에 제외한 그녀는, 진우가 좀 더 긴장감이 사라지고 힘을 빼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저 인간…눈빛이 마치…사냥감을 노리는 것 같잖아?'
포식자로서 태어나 포식자로서 살아왔기에, 포식자가 가지는 느낌과 눈빛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거미 괴수는 그런 포식자의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진우의 모습에 내심 마음이 덜컥 내려앉을뻔 하였다.
'들켰나? 하지만 대체 어디서?'
자신의 계획이 들통났다고 지래짐작한 괴수는 지금이라도 당장 덫을 발동시킬까 싶었지만, 갑작스럽게 노아가 달려들어오면서 진우의 몸을 가로막았다.
"진우님, 잠깐 이쪽으로 와주세요."
"앙?"
"빨리요."
갑작스래 자신을 급히 끌고 가려는 노아의 모습에, 뭔가 중요한 말이 나올것 같아서 힘을 쓰지 않고 적당히 끌려가준 진우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괴수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노려보았다.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찬스다. 인간들이 모두 모여있을때 함동을 발동시키면 끝이야!'
뭔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간에 자신이 손을 쓰지 않아도 인간들이 옹기종기 모이기 시작하자 함동을 발동할 타이밍을 잡기 시작하였다.
"진우님!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드세요!?"
"아 왜. 뭐가 문젠데?"
페리샤와 이실리아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온 노아는 방금전에 진우가 지어보인 눈빛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을 얻기 위해서 저택에 잠입하였을때 보였던 포식자의 눈빛.
그 눈빛을 거미 괴수에게 지어보이는 모습에 기겁을 하면서 그를 이쪽으로 끌고 온 것이다.
"저건 인간이 아니잖아요!"
"그게 뭐 어때서? 봐바."
진우는 검지와 엄지를 세로로 세우며 거미 괴수의 얼굴 부분만이 보이도록 손가락의 높낮이를 조종하였다.
"이런 얼굴과,"
그리고 다시 손가락 높이를 조절하면서 이번에는 그녀의 빼어난 몸매만이 보이게 하였다.
"이런 몸매와,"
마지막으로 거미와 상체가 이어지는 경계선에 위치한 부분을 가리켰다.
"쑤셔박을 공간이 있는데 당연히 먹어줘야지 않겠어?"
애초에 남성을 위한 게임이다 보니 대부분의 게임이나 관련 일러스트에서는 허리 아래쪽부터 거미가 되는 반인반요가 일반적이지만, 눈 앞의 거미 괴수는 허벅지 아래부터 거미의 신체가 붙어있었다.
즉, 앞구멍과 뒷구멍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소리!!
얼마전까지 진우에게 지금과 같은 소리를 들었던 페리샤는 한 숨을 내쉬며 그러면 그렇지 라고 나지막히 읊조렸다.
"저만한 미모를 가진 미인인데다 앞뒤 구멍이 다 있는데 안 먹으면 어쩌자고?"
"그래도 저 얼굴을 보세요! 눈알이 여덟개잖아요! 저건 인간이 아니라니까요!"
"오, 진짜네? 저 눈알들이 쾌락으로 일그러졌을때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기대 되는걸?"
"하아아아아……."
말이 통하지가 않으니 이길수가 없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혐오할만한 모습이라도, 성욕이 왕성하고 일반인 기준에서도 특출나는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 그에겐 지금까지 먹어왔던 음식들과는 종류가 다른 특이한 형태의 음식에 불과하였다.
그것도 그의 기준으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부르르르--
그 때, 그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킬때마다 왠지 모를 오한이 느껴진 거미 괴수는, 본능적으로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뭔지 몰라도 엄청 위험한 무언가가 일어날 것이라고 본능적으로 직감하였다.
'더이상 시간을 끌면 나의 무언가가 위험해져! 지금 당장 시작한다!'
섬섬옥수라는 말이 어울리는 우유빛의 두 팔을 갑자기 위쪽으로 잡아 올리자, 바닥에 깔려있던 거미줄들이 마치 살아있는것처럼 솟구치더니 진우 일행을 덮쳤다!
"앗!?"
"꺄악!"
"이건……!?"
"!!"
갑자기 거미줄이 살아있는것처럼 자신들을 덮치자, 깜짝 놀란 그녀들은 나름대로의 저항을 하였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염동력자인 이실리아가 힘을 가해도, 마치 그물처럼 자신들을 덮친 거미줄은 떨어지지 않았다.
"후후후, 그동안 이쪽의 장단을 맞춰주느라 수고 많았어."
그리고선 가느다란 10개의 손가락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주변에 그녀가 깔아둔 거미줄들이 몰려오면서 진우 일행을 겹겹이 덮치기 시작하였다.
사삭!
마지막으로 손가락 끝에 매달린 거미줄들을 끊어내자, 수십겹으로 그들을 덮치고 있던 거미줄의 굵기가 불어나면서 하얀 고치가 완성되었다.
"줄 하나 하나가 인간들이 사용하는 전차 하나를 감당해낼 수 있는 강도와 탄력성을 가지고 있지. 나에게 이성을 되찾게 해준 은혜로 목숨만큼은 살려줄테니 독기를 품은 인간 군대와 피터지게 싸우고 있으라고. 호호홋~"
모든 종류의 거미줄을 생성할 수 있고, 거미줄의 유전자를 만지면서 자기 마음대로 변화까지 가능한 거미 괴수는 자신이 도주하는 동안 시선을 분산시켜줄 진우 일행을 일부러 제압만 해둔체, 공장으로 들어가 분해가 완료된 첫번째 괴수의 잔해를 확인하였다.
"이것이 이 녀석의 핵……. 나에 비하면 모자라지만 이만한게 4개나 된다면 나도……."
이 자리에서 당장이라도 먹고 싶지만, 진정한 아수라가 되는 과정에서 무방비가 될수도 있다는 신중함을 가진 그녀는 인적이 드문 작은 숲에서라도 자신만의 굴을 파놓고, 그곳에서 핵의 에너지를 흡수하기로 결정하였다.
일단 하나를 챙긴 거미 괴수는 다른 요마들의 시체로 향하였고, 핵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방향을 확인하였다.
스윽--
그녀가 손날을 세우며 손끝을 뾰족하게 만들자 그녀의 팔이 본체때의 앞다리처럼 변화되었고, 다음 차례였던 전갈 괴수의 시체를 향해 다가가면서 팔을 휘두르려던 찰나.
푸욱!
"캬하아아아악!"
갑자기 느껴져오는 고통에 본능적으로 자신의 뒤쪽으로 고개를 틀자, 제대로 변신이 되지 않은 거미의 배 부분에 날카로운 검이 꽂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참고로 말하자면 저는 토요일에도 일합니다.
공장이나 이런데서 일하는게 아니고 개인사업자이신 사장님 밑에서 조수 역활(게다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백수 취급받음)로 일하기 때문에 토요일에도 얄짤없이 출근해야함.
그래도 슬슬 부품이 어디있고 어떤 부품을 써야 하는지 알게 되니까 조금씩 편해지긴 하네요.
예전처럼 1일 1연재만큼은 못해도 2~3일에 한번은 연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정도가 되려면 한 5~6개월은 일해야 할듯합니다.
나는 언제 콤푸레셔를 제대로 수리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게 되려남...
PS:솔직히 거미 괴수의 인간화는 '몬스터 아가씨가 있는 일상' 에 있는 아라크네를 연상하시면 편합니다. 솔직히 저도 걔를 보고 뿅가서 그쪽으로 묘사함.
그런데 냉혹한 포식자인 거미는 왠지 장발로 묘사하면 냉혹해보이는 맛이 덜 느껴지는 것 같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