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6 / 0923 ----------------------------------------------
2장
"어이, 설마 이게 함정의 전부는 아니겠지?"
"!!"
거미줄에 가로막혀있는 목소리가 아니라, 아무런 장애물 없이 직접적으로 들려오는 선명한 목소리.
거미줄의 강도만 믿고 요마들의 핵에만 감각을 집중하고 있던 그녀는, 기겁을 하듯이 깜짝 놀랐다.
"마…말도 안 돼……! 줄 하나가……!"
"전차 한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고?"
고치처럼 하얗게 덮어진 자신의 거미줄이 좌우로 찢어지면서, 사람 한 명이 나올 만한 공간이 훤히 드러나 있는 모습을 목격한 거미 괴수는 진우의 근력이 이정도로 무지막지할 줄은 상상조차 못한 표정이였다.
"뭐, 아이디어 자체는 좋았어. 바닥에도 거미줄을 깔면서 탈출할 수 있는 공간 자체를 막았으니 말이야. 텔레포트 능력자나 이 몸 수준의 근력이 없다면 탈출이 불가능했겠지."
함정에서 탈출하여 오롯하게 서 있던 진우는 나지막히 귀환 시동어를 말하자, 괴수의 하체 부분에 꽂혀있던 용광검이 그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용광검을 잡은 그는 살짝 비웃는듯한 미소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야, 일부러 함정에 속아주고 시간까지 줬는데도 이게 전부면 저어어엉~~~말 실망스러울거야."
"일부러 속아줬다고……?"
"그러엄~! 내가 가장 좋아하는게 뭔지 알아? 나를 이길 수 있다, 나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년놈들에게 빅엿을 먹이는거야. 거미가 함정을 판다면 그게 뭐겠어? 당연히 거미줄이겠지? 그래서 나는 네가 거미줄로 함정을 짤 수 있도록 일부러 시간을 넉넉하게 주면서 등장했다 이거지."
"!!"
진우는 처음부터 괴수의 속셈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속아넘어가준 이유는 단 한가지.
어째서 자신에게 접근했느냐는 의문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미 괴수에게 폭뢰탄을 한 방 먹이긴 했다만, 인간과 비등, 혹은 그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아수라급의 괴수가 겨우 한 방 맞았다고 이런 함정을 팔리가 만무하다 생각하였다.
게다가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면, 여차했다간 죽을 확률이 높은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하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에게 접근하려 했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 외에 뭔가 중요한게 있다는 것을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예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괴수를 받아주었고, 덫을 짤 수 있도록 시간을 내주면서 피할수도 있었던 함정에 걸려주었다.
"다른 목적이 있을거라곤 예상했다만, 그쪽의 목적이 설마 요마들의 핵이였다는건 생각치 못했어. 혹시……."
살짝 말꼬리를 흐리면서 자신을 향해 다 안다는듯한 눈빛으로 비웃듯이 보자, 처음으로 거미 괴수의 표정이 강하게 일그러져나갔다.
"입닥쳐! 더 이상 말하면 절대 용서치 않겠어!"
"제대로 된 아수라급의 괴수가 아니지? 그래서 자신보다 급이 낮은 괴수의 핵이 가진 에너지를 얻어서……."
"닥치라고 했잖아!!"
자신이 불완전한 아수라 라는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괴수는 아름다운 미녀임에도 불구하고 인상을 험상궂게 찡그리자, 괴수로서의 위압감이 드러났다.
그리고선 스파이더맨 처럼 손을 돌리자, 손목에서 작은 탄환 크기의 거미줄이 발사되었다.
퓨퓨퓨퓻--!
크기도 탄환 수준이지만, 속도도 실제 총과 비슷한 수준.
하지만, 진우는 더이상 거미의 공격에 끌려가줄 의향이 없는지 용광검의 검날로 거미줄 탄환들을 가볍게 후려쳤다.
그 때, 그녀의 몸이 C자로 구부러지면서 거미의 하체 부분으로 그물같은 거미줄이 뿜어져 나왔다.
그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 목적인지, 넓게 퍼져 날라오는 그물 형태의 거미줄은 용광검이 크게 반월을 그리자, 검의 궤적에 따라 거미줄이 엉키기 시작하였다.
탁!
그리고선 검에 달라붙은 거미줄들을 붙잡은 진우는 거미줄을 힘껏 잡아 당기면서 괴수의 몸을 끌어내려 하였지만, 거미줄을 끊어낸 괴수는 다시 거리를 벌리며 견제를 시작하였다.
'정면 승부로는 내가 진다! 철저하게 원거리전으로 가서 빈틈을 노려야 해!'
"흐음, 원거리로 나의 빈틈을 만들겠다는 심산인가?"
거미줄 탄환을 쳐내면서 나지막히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괴수는 직감적으로 뭔가 온다고 예상하면서 진우의 일거수일투족을 8개의 눈으로 집중하였다.
"그런데 말야, 뭔가 잊어버린거 같지 않아?"
"무슨 헛소……. !!"
순간,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날라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 괴수는 재빨리 몸을 틀려 하였지만, 진우가 폭뢰탄 두 발을 내던지면서 좌우의 공간을 폭발시키면서 피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타아앙--!!
푸욱!
"꺄하아아악!?"
어디선가 들려오는 총소리와 동시에 자신의 하체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느낀 괴수는 상처의 각도를 확인하면서, 이마 왼쪽편에 붙어있는 붉은 눈동자로 궤적을 따라갔다.
궤적을 따라가면서 확인한 것은 페리샤라고 불리웠던 암컷, 그녀가 어느새 작은 창고 건물 지붕에 자리를 잡고 자신의 상처 부위를 향해 저격한 것이다.
그제서야 자신이 진우의 강력함에 압도되어, 오직 그에게만 신경 썼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깨닫고 한 점으로 모았던 8개의 눈알을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주변의 시각 정보를 모으기 시작하였다.
이실리아와 노아가 공장의 좌우를 점하고 있고, 페리샤는 저격총을 재장전하더니 유일한 퇴로라 할 수 있는 공장 후문 방향으로 총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큿……!"
눈 앞에는 자신조차 정면승부를 피할 정도의 강자가 있고, 사방으로 퇴로가 막혀있는 상황.
아니, 정확히는 뚫고 갈 수 있으나, 그랬다간 그 빈틈을 노린 진우의 공격을 받게 되리라.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으나, 날카로운 송곳니로 가득한 이빨로 자신의 입술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한 거미 괴수는 악에 바친 표정으로 자신이 잠시 떨궈놓았던 요마의 핵을 잡아들고, 그것을 자신의 입안으로 밀어넣었다.
"멈춰!"
처음부터 끝까지 여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던 진우가 최초로 경악어린 비명을 내지르며 달려들었으나.
꿀꺽-
거미 괴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핵을 삼켰다.
빠각!
구하기 어려운 귀중한 재료가 허망하게 사라지는 모습에, 분노로 일그러진 진우는 그대로 발을 휘두르며 괴수의 복부를 걷어찼다.
"커흑!"
하지만, 이미 안쪽까지 삼켜버렸는지, 핵을 토해내지 않고 거친 신음성만을 내뱉자, 그는 험상궃은 표정과 함께 낮게 점프하여 그녀의 머리통을 붙잡으며 힘껏 내리 찍었다.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닥에 얼굴이 부딪힌 거미 괴수는 신음성을 토해내려 하였지만, 진우의 손속은 거침이 없었다.
"카……."
쾅! 쿠직! 콰앙!
수차례 반복적으로 거미 괴수의 머리를 땅바닥을 향해 무참하게 내리찍었고, 처음엔 팔이 거미의 앞다리로 변하면서 그의 몸을 할퀴고 찍으며 발버둥치듯이 저항하였으나, 그런 공격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진우의 행동은 반복적으로, 그러면서도 조금씩 힘이 더해지면서 충격이 강해져갔다.
…….
퍽! 퍽! 퍽!
결국, 거미의 팔다리가 추욱늘어지면서 힘없이 덜렁거리기 시작하였고, 그제서야 진우의 손이 멈추게 되었다.
참고로 사족을 붙이자면, 거미가 죽을때 다리가 오므라드는 이유는 절지 동물인 거미의 몸은 전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죽으면 다리의 힘줄의 힘이 풀리면서 근육에 의해 다리가 오므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다리가 퍼졌다는 것은 뭔가 평범한 거미와 생체 구조의 근본적인 부분이 다르다는 반증이였다.
대체 어떻게 다른지는 학자가 아닌 이상 모르겠다만.
"독한년 같으니……! 어차피 이길 수 없으니 최소한 피해라도 더 주겠다 이거냐!"
퇴로가 완벽하게 막히고, 진우를 이길 수 있다는 승산을 느끼지 못한 그녀가 선택한 길은 죽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피해를 주는 것이였다.
노아나 이실리아를 공격하여 독을 주입할 수 있지만, 공중을 마음대로 날라드는 이능력자들을 잡는것보단 이 쪽이 훨씬 간단했기에 선택한 결과였다.
"……."
얼굴이 뭉개지면서 기절한 거미 괴수를 포로들이 있는 방향으로 내던진 진우는 신경질적으로 다른 괴수의 시체를 분해기 앞에 올려놓았다.
"주인님……."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막았어야 했는데……."
거미 괴수의 행동을 제지하지 못한 이실리아와 노아는 진우쪽으로 착지하면서 고개를 떨궜으나, 그녀들에겐 책임이 없다는 것은 괴수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던 자기 자신이 더 잘 알고 있기에, 고개를 천천히 내저었다.
"됐다. 이건 단순히 내 실수야. 가지고 노는데만 신경쓰느라 순간적으로 방심했어. 마지막 발악이라면 너희들을 공격하거나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가는거라 예상했는데 설마 죽음을 각오하고 요마의 핵을 삼킬줄이야……."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위기에 처하면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을 궁리한다.
진우 또한 그랬고, 자신이 봤던 모든 사람들도 그래왔으며, 한낱 미물 또한 그랬다.
설마 이렇게 자포자기 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진우는 남은 쇠사슬로 거미 괴수의 몸을 단단히 조여두었고, 쉽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다리들을 모아, 쇠사슬로 칭칭 휘감으면서 마무리를 지었다.
"그거 먹으면 내가 열받아서 네 년을 쉽게 죽일거라 예상한거라면 큰 오산이다. 평범하게(?) 능욕 해주려 했는데 아이리와 같이 특별 코스를 스스로 신청해주는구나."
아이리와 거미 괴수를 상대로 어떻게 능욕할까 고민하기 시작한 진우는, 다음 목표를 위해서 페리샤와 노아에게 주변에 컨테이너 트럭이나 거미 괴수가 들어갈 수 있을만한 대형 차량을 확보하라고 지시하였고, 이실리아에겐 주변의 경계를 맡기면서 자신은 괴수의 분해를 지켜보며 포로로 잡은 두 여성과 한 암컷을 감시하기 시작하였다.
'감히 나의 것을 없애버렸겠다……. 너희들에겐 오늘의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게끔 만들게 해주마.'
후에, 그녀들과 함께 조교를 받았던 하린은 자신이 주인님(진우)이 생포한 아이리를 죽이는데 성공했다면 평생을 후회했을거라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 작품 후기 ============================
지금와서 말하는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만, 원래는 이 소설은 게임 소설이 아니라 판타지에서 귀환한 절대자라는 현대물 형식의 소설이 될 예정이였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절대자가 아님.
이능력자들이 판치는 현대에서 살던 평범한 주인공(진우)은 모종의 사건으로 판타지 세계로 소환당함.
여러가지 설정이 있긴 있지만, 설정 다 집어치우고 스토리만 말하자면, 원래 소환하려던 인물과 다른 인물이 등장하자, 주인공을 소환한 판타지 세계 사람들은 급당황.
봉인당한 마왕이 인간계로 돌아올때까지 10년정도 밖에 남지 않았기에, 다시 소환에 필요한 마력을 채우는건 불가능.
어쨌든간에 신의 예언에 의하면 이계에서 온 용자가 자신들의 세계를 구할것이 분명하기에 빡세게 훈련시키기로 결정.
그런데 평범한 시민에 불과했던 주인공은 토하고 피터지는(문자 그대로 온 몸에서 피터지는) 일상이 계속되면서 결국 울기까지 하며 제발 조금만 쉬게 해달라고 사정하지만, 포션이랑 힐 받아가며 계속해서 강제 수련.
여러가지 판에 박힌듯한 기연도 겹쳐주고, 가상 현실로 인해 얻은 전투 센스 덕분에 정말로 판타지 세계의 최강자가 된 주인공은 그들의 요구대로 마왕을 퇴치.
이제 할거 다 했으니까 자신을 돌려보내달라고 했는데 '미안, 소환은 되는데 돌려보내는 마법은 개발하지 못했어' 라는 말에 개빡침.
안그래도 자신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마왕 처치하는 기계 취급해서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였는데, 그 대사로 지금까지 참고 참았던 증오와 분노가 폭발, 살아남은 마왕군을 통솔하면서 인간계를 초토화시키기 시작.
자신을 무던히도 괴롭혔던 기사들은 잔인한 고문을 영원히 하면서 포션을 먹이고, 이계인이라고 여러가지 실험을 자행했던 마법사들에겐 마왕군의 흑마법사들로 하여금 생체 실험의 재료로 사용, 어리석은 복수는 하지 말라고 설득하려는 현자에게는 그의 가족들을 윤간하고 죽이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여주며 (손녀가 오우거의 물건이 강제로 삽입되면서 몸이 터지는 묘사도 있음) 절망하는 현자를 향해 어리석은 복수는 하지 말라고 비웃는 잔악한 행동을 벌임.
결국, 판타지 세계의 모든 왕국을 무너뜨리고 문명을 파괴하면서 복수를 마친 주인공은 살아남은 수백만명의 인간을 제물삼아, 흑마법을 통해 다시 자신이 살던 세계로 되돌아오는데 성공.
그렇게 한국으로 되돌아온 주인공은 10년만에 맡는 고향의 냄새에 감격하던중, 거대한 전광판에서 원래 자기대신 이세계로 소환되었어야 할 녀석이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정의의 영웅으로 인기를 얻는것을 목격하면서, 다시 한번 증오의 악의가 솟구쳐오른 주인공은 그를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파멸시켜 나감.
그 와중에 그를 중심으로 한 정의의 집단들, 자신의 힘을 이용하려는 악의 집단들까지 마음에 안드는 것들은 모조리 초토화시키는 회색의 마왕이 된다는 것이 원래의 스토리.
그런데 똑같이 잔악한 행동을 한다 쳐도 '게임인데 뭐 어때? 님들 왜 그리 심각하심? ㅋ' 라는 변명이 통하는 게임 소설쪽이 그나마 덜 욕먹을 것 같아서 게임 소설이라는 설정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개연성이라던가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게임이니까 설명이 되거나 어느정도 용납이 되는 부분이 은근히 많이 있었잖아요 ㅎㅎ;;
게다가 이 스토리로 갔었다면 제 소설은 평범한 능욕물이 아니라 고어물이 되었을 확률이 높을겁니다.
개인적으로 노블레스다운 야설을 쓰자는게 저의 목표라서 혼돈! 파괴! 를 외치는 고어물이였다면 야한 부분이 거의 안나왔을거임.
그런데 어찌보면 아예 이 스토리로 출판해도 괜찮겠다 싶네요. 제목은 회색의 마왕으로.
그 왜 있잖아요, 현대물의 4대 법칙.
친일파(혹은 여동생이라는데 자세히 아는 분은 지적 바람), 일진, 사채, 조폭이 반드시 끼어들어야만 내용이 굴러가는 현대물의 법칙을 깡그리 날려버리니 신선함을 좋아하는 분들은 좋게 봐주실지도 모르잖습니까.
아...생각해보니 주인공이 너무 사악하고 잔인하구나...주인공이 반드시 정의로워야 하는 현대물에서는 욕만 먹다가 조기 종결해버릴지도...
예? 그냥 중간에 적당히 백화시키면 되는거 아니냐구요? 이 사람들이 날 모르시네. 저는 온니 악당 주인공만 쓴단 말입니다.
백화하는 놈은 내 새끼가 아니예요. 버린 자식이지.
그나마 착해 보일때는 자기 노예들과 노닥거릴때 뿐임. 왜냐하면 주인공은 자기 물건을 소중히 여기니깐.
PS:어제랑 오늘은 일찍 끝나서 이 악물고 쓰니까 한편 써지긴 하네요. 퀄리티는...음...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