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7 / 0923 ----------------------------------------------
2장
'이 녀석은 특수 능력쪽으로 발달된듯 하군.'
방금전까지 얼굴의 형태가 알아볼 수 없을 정도까지 망가지도록 쳐박혔는데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복구되는 모습을 확인한 진우는 거미 괴수가 직접적인 공격 능력보단 특수 능력쪽으로 발달된 개체로 생각하였다.
'자연적인 괴수가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괴수라서 생긴 문제인걸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괴수이기에 약해보인것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욱일승천에서 인위적으로 능력을 조정한게 아닐까 싶은 진우였지만, 중요한 점은 더이상 그들을 두고볼 수 없다는 점이였다.
'괴수를 만드는데 필요한 자원을 쉽게 구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그랬다면 이미 욱일승천의 괴수들이 세상을 뒤덮었겠지. 하지만, 비밀조직이라는 것들은 꼭 어째서인지 자금줄이 풍부하단 말씀이야.'
그렇기에 아이리의 존재는 욱일승천을 향한 조커였다.
욱일승천 쪽에서는 아이리의 충성심을 믿고 있겠지만 진우에겐 그 충성심조차 망가뜨릴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그녀를 통해서 욱일승천의 정체, 위치, 자금줄 등등을 모두 파악할 생각이였다.
물론, 그녀가 그것 전부를 안다고는 믿지 않다만, 일부분이라도 욱일승천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그만큼 타격을 입힐 수 있기에 아이리 만큼은 반드시 조교해야 했다.
문제는…….
'하지만, 쉽게는 안 간다.'
일부러 편한 길을 냅두고 어려운 길을 크게 돌아가면서 아이리에게 최대한의 고통을 안겨주겠다는 심보로 가득한 진우는 욱일승천이고 자시고간에 자신의 노예를 죽여버린 그녀를 곱게 조교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였다.
일단, 하린을 가장 먼저 조교하여 복종시킨 후에 괴수와 아이리를 번갈아가며 조교할 예정인 그는 조교의 내용을 구상하고, 괴수의 시체를 분해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여보."
그렇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자, 이실리아가 날라오면서 그의 앞에 착지하였다.
"무슨 일이지?"
"기계화 보병 부대가 공장 주변을 포위했어요. 아마도 전차 부대의 괴멸이 타격이 컸는지 자리만 지키고 진격을 하지 않더군요."
"노아와 페리샤는?"
"포위 밖에서 운좋게 작은 캠핑 트레일러가 걸려진 봉고차 한대를 발견했다고 방금 연락이 왔어요. 포위 때문에 밖에서 대기하겠다고 하니 퇴각할때의 타이밍을 가르켜 달라고 하네요."
부엌, 침실, 화장실 등등, 이동하는 작은 집이라 할 수 있는 캠핑 트레일러는 지금까지 몇번 보지 못했는데, 그것을 찾았다고 하는 노아와 페리샤도 상당히 운이 좋다고 볼 수 있겠다.
"운이 따라주는군. 이제 한마리만 더 해체하면 되니까 조금만 기다리라 해."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고릴라 괴수의 시체만이 남게 되자, 그것을 지켜보던 진우는 무언가가 생각난듯이 이실리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페리샤에게 무전을 날려. 아크로스의 암시장…블랙 마켓을 점령할테니까 미리 계획을 구상해두라고."
"예? 아크로스의 암시장을 점령한다구요?"
"그래. 재료도 많고 서울 시내 한 가운대에 박혀있으니까, 들키지 않고 들어가기만 하면 왠만해선 찾을 수 없겠지."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 잡은 포로들을 조교할 예정인 그는 이실리아를 향해 이만 가보라는듯이 턱짓을 하였고, 그녀는 염동력으로 다시 자신의 몸을 띄우다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다시 몸을 내렸다.
"응? 뭐 할 말이 더 있어?"
"방금 생각난건데, 여기서 더이상 시간을 오래 끌면 안될것 같아요."
"?"
"괴수의 시체는 왠만해선 망가지지 않으니까, 어느정도의 손실을 감수하고 공대지 미사일로 폭격을 가한다던가 전투기로 미사일을 날려서 이 지역을 타격할 확률이 높지 않겠어요? 제가 이들의 지휘관이였다면 이정도는 이미 생각했을것 같아요."
"……!!"
군대를 다녀오긴 했다만, 평범한 보병으로 들어가서 전차라던가 장갑차라던가 이런건 한번도 보지 못한채 전역한것도 있고, 애초에 밀리터리 매니아도 아니였기에 한국군의 모든 병기에 대해서 빠삭하지 못했던 진우는, 여러 게임을 통해서 장거리 폭격이 가능한 여러가지 현대 병기가 있다는 것을 깨닫았다.
'놈들도 바보가 아니라면 전차 부대들을 간단히 부셔버린 이능력자들에게 기계화 보병 부대만 달랑 보내지 않을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화 보병 부대가 주변을 포위하고 있다는 것은…….'
이쯤되면 확신이다. 전차 부대로 원거리 포격을 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까이 접근했던 것은 이쪽의 능력을 얕본것도 있다만, 괴수의 시체를 최소한의 피해로 파손시키기 위함이였으리라.
하지만, 이쪽의 능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최소한' 의 허들이 무척 높아진 것이다.
자신의 방어력, 재생력이라면 핵폭탄이라도 떨어지지 않으면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이실리아는?
그녀도 어느정도 막아낼 순 있겠지만 미사일 폭격을 계속해서 막아내고, 그 폭발의 영향까지 방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스윽-
그 때, 이실리아가 진우의 오른손을 양 손으로 곱게 포갰다.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당신이 하고 싶은데로 하세요. 저는 오직 당신만의 아내로서 따라갈 준비가 되어있으니까요."
마치 수십년을 같이 살아온 부부처럼 자신의 생각을 읽고, 자신의 생각에 순종하겠다는 그녀의 자애로운 미소에 잠시 벙찐 표정을 지어보인 진우는 이내 피식 미소를 지어보였다.
"큭큭큭. 그래. 그정도는 되야 내 여자지."
자신의 결정에 목숨조차 내던질 각오가 되어있는 그녕의 모습에 만족감을 감추지 못한 그는 결정을 내린듯이 입을 열었다.
"이쯤에서 후퇴한다."
"예? 하지만 괴수가……."
"하나 쯤이야 없어도 그것을 대신할것은 아크로스의 블랙 마켓에 무궁무진해. 게다가 한국 내의 이능력자들은 서울권에 없던 이들이 전부야. 내가 이라크로 가는데 그동안 욱일승천 놈들이 한국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도록 괴수 하나 쯤은 넘겨주는게 밸런스가 맞겠지."
솔직히 까고 말해서 그는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라곤 조금도 없지만, 어릴때부터 받아왔던 고정 관념 때문인지 가상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한국을 정복한다는 사실 자체에 강한 거부 반응을 드러내고 있었다.
"노아와 페리샤에게 연락해. 접선할 곳도 미리 확인해둬야지."
진우와 이실리아를 포위한 기계화 보병 부대는 자신들이 몰살당할 상황에서 그의 변덕 덕분에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이 날의 사건은 한반도 역사상 최악의 사건들중 하나로 남게 되면서 군비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
공장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도로.
원래라면 공장 지대 주변에 접근 금지를 위한 위병들이 세워져 있어야 겠지만, 괴수의 습격으로 거의 모든 민간인들이 대피소에 피신한 상태였기에 굳이 위병을 세워두지 않았기에 노아와 페리샤는 비교적 가깝게 접근한 상태였다.
그 곳에서 노아는 진중한 표정으로 자신들이 탈취한 봉고차의 열쇠 구멍에 올려둔 검지 손가락을 돌렸다.
부르릉--!
"됐다!"
"세밀한 컨트롤은 듣던것보다 더 뛰어나시네요?"
페리샤는 염동력을 자동차의 열쇠 구멍과 똑같이 형상화시키고, 그것에 힘을 가하여 시동을 거는 모습에 페리샤는 감탄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부분의 염동력자들은 공격이나 방어에만 신경쓰다보니 염동력 자체가 뭉뚱그려지면서 투박한 경우가 대부분이였기에, 아크로스에서도 이만한 수준의 세밀한 컨트롤이 가능한 염동력자는 손에 꼽을 수준이였다.
"뭐, 엄마처럼 힘이 강하지 않으니까 엄마와는 다른 방식으로 주인님을 도와야 하니, 나 나름대로 머리좀 썼지. 그런데 상황은 어때?"
철컥-
노아의 물음에, 페리샤는 저격총의 확대경으로 공장 주변을 포위한 군대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아직까지 큰 이상은 없습니다."
어머니로부터 탈출하겠다는 무전을 받았던 노아는 창문 밖으로 머리를 빼꼼히 내밀면서 하염없이 공중을 올려보았다.
"이상하네. 대충 5분은 된것 같은데……."
저만한 대군을 상대로 후퇴를 한다면 엄청 높이 공중을 날면서 탈출하는 방법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그녀는 목이 뻐근해질 정도로 위쪽만 확인하고 있었다.
쿠구구……
"응?"
"??"
그 때, 어디선가 땅이 파이는듯한 미세한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들은 일단 차에서 내리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나섰다.
쿠드드드득--
소리는 점점 가까이 올라오기 시작하였고, 노아와 페리샤의 머릿속에는 '설마' 라는 의구심이 자리 잡아갔다.
퍽!
하지만, 그녀들의 '설마' 는 현실로 이어졌다.
흙투성이가 된 주먹이 땅속에서 튀어나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른 팔이 솟구쳐 오르면서 땅을 헤집기 시작하였다.
"푸하아!"
포장된 도로 바닥을 뚫고 나온 진우는 흙투성이가 된 얼굴로 기어 나왔고, 뒤이어 이실리아와 포로들이 튀어나왔다.
"캬~ 이 정도 거리를 눈대중으로 쟀다니. 역시 내 감은 아직 죽지 않았다니깐."
"그래도 다행이네요. 슬슬 공기가 희박해졌었는데."
머리를 흔들면서 흙덩어리들을 털어낸 진우와 이실리아의 모습에, 노아가 살짝 벙찐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땅을 파해치면서 온거예요? 굳이 그렇게 오지 않고 공중으로 올라가면 되지 않아요?"
"야. 쟤네들이 병신도 아니고 그정도는 예상했겠지. 게다가 이 녀석들까지 주렁주렁 달고 있으니 차라리 안보이는 땅속으로 탈출하는게 낫지 않아?"
그 때, 페리샤가 콘크리트 파편 하나를 줍더니 진우가 기어나온 구덩이 안쪽으로 던져보았다.
…………………………………
아무리 기다려봐도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페리샤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소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까지 깊게 파신겁니까? 그랬다면 산소가 부족했을텐데요?"
"나도 그게 유일한 걱정이였는데, 이실리아가 염동력으로 산소를 가둬서 가져오면 문제 없다고 하더라고. 덕분에 안전하게 깊숙히 파고 돌아올 수 있었지."
염동력으로 무형의 막을 만들어 산소를 가둬두면서, 그것과 함께 땅속으로 들어간다는 작전은 순전히 이실리아의 머릿속에서 나온 계획이였다.
만약, 자신이 신체 강화 대신에 염동력 레벨을 10까지 찍었다 해도 그녀와 같은 결론에 도달해내지 못했을 것이라 확신한 그는, 이실리아의 경험이 매우 쓸모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재확인 하게 되었다.
아크로스 시절에 강력한 힘을 가진 이능력자들과 함께 여러 임무를 수행했었던 페리샤는, 어째서 아크로스가 그녀보다 강력한 이능력자들을 휘하에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 인물로 지정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자, 잡담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빨리 움직이자고."
슈우우욱!
그가 말을 끝마치자 마자, 귀를 찌르는듯한 소음과 함께 두 대의 전투기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각자 미사일들을 발사하였다.
쿠콰아아앙--!!
공장 지대는 순식간에 폭발의 화염으로 물들었지만, 진우는 긴장감없는 목소리로 피식 웃어 보일 뿐이였다.
"그렇게나 시간이 지났는데도 이제와서 엉덩이를 들이미는걸 보니 여러가지로 말이 많았나 보군."
폭격용 전투기를 준비하는것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것일수도 있고, 겨우 4~5 정도 밖에 안되는 인원을 상대로 폭격을 가해야 하는것에 논란이 생겨난것일 수 있다.
어찌됐든간에 저들의 시선을 돌릴려면 지금 당장 후퇴해야 하기에, 노아와 페리샤를 향해 입을 열며 기민하게 움직였다.
"나는 포로들과 함께 트레일러에 들어가 있을테니 너희들은 아크로스의 블랙 마켓으로 향해."
"예!"
"작전 계획은 무전으로 연락하지."
포로들중 한 명이라도 깨어나자마자 난동을 부리면 위치가 들통나는것은 물론, 기껏 잡은 포로를 놓칠 수 있기에, 진우는 스스로 포로들의 감시역을 자청하였다.
그는 이실리아로부터 무전기를 받으며 트레일러로 향하여 포로들을 그 곳으로 몰아넣었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강력한 한방을 가지고 있는 페리샤 대신에 노아가 운전대를 잡았다.
부우웅--!!
미리 시동이 걸려져 있던 봉고차는 엔진음을 토해내며 빠르게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잠시후, 공장의 폭발의 영향이 잠잠해지자, 기계화 보병 부대가 진입하여 수색을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멍을 파서 도망친 흔적이 확인되면서 추적 부대를 편성하였으나 이미 자취를 감춘 진우 일행을 찾는 것은 불가능 하였다.
궁여지책으로 남아있던 공격용 헬기를 수색용으로 돌리면서 위치를 추적하려 하였으나, 거대한 빌딩의 숲에 의한 시야 방해와 연료 문제로 수색도 금방 종료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아오 아파...
어제 검지 손가락이 찧였어요...
콤프레셔 50L 짜리 탱크를 들어서 트럭 위에 올리다가 바퀴 부분에 찧어버림...
아직까지도 욱씬거려서 저의 타이핑 속도가 많이 느려졌습니다 ㅠㅠ
개인적으로 고통 때문에 후반부에서 힘이 떨어진 느낌이 들지만 여러분들이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네요.
이제 진우를 포함한 노예들 전원이 파워 슈츠로 무장하게 됩니다.
진짜 파워 슈츠를 장착하게 된 진우는 원거리 캐릭터로 전향.
"왜 굳이 원거리 캐릭이 되남요?"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설명하자면, 진우는 철저하게 이능력이 없고 파워 슈츠의 힘만을 믿고 까부는 놈으로 연기할 생각입니다.
당연히 접근전을 노리거나 파워 슈츠의 정지 쪽을 노리는 적들의 공격에 일부러 걸려주면서, 자신의 적들이 이겼다고 생각할때 본신의 능력을 내면서 그들의 절망감을 즐기기 위해서임.
별거 없어요. 그냥 취향임. 취존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