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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그렇다면 현재로선 성능좋은 센트리 건에 불과하군요."
페리샤는 불가사리 1호를 향해 직설적인 평가를 내렸다.
"뭐, 솔직히 말해서 그렇긴 하지. 일단은 이 녀석의 전투 데이터를 다른 로봇에게도 전송이 가능하니까, 여러대를 만드는것보단 이 녀석에게 여러가지 경험을 집중시켜주면서 나중에 양산형을 만들때 사용하려고."
재료가 풍부하기 때문에 10대 정도는 더 만들 수 있지만, 불가사리는 1호만 제작하기로 결정한 진우였다.
그가 말한 이유인것도 있지만, 성능좋은 무인형 로봇을 여러대 제작하면 그만큼 전투 데이터의 경험치 또한 분산되는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이다.
진우는 일단 자신의 노예들을 아군으로 인식하게끔 프로그래밍하고, 비상 출구용 계단을 향해 들어가려는 외부 인물을 공격하게끔 명령하였다.
이걸로 노예 후보생들이 도망간다는 만약의 경우를 사전에 방지하게 되었고, 그는 좀 더 자신이 조교할 노예 후보생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자, 그럼 나는 슬슬 하린에게 가보겠어. 이실리아와 노아는 거미 괴수가 도망치지 못하게끔 경계하고, 페리샤는 아크로스에서 갑작스럽게 연락을 취할 수 있으니 그 부분만 신경써."
"예."
세 여성들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며 대답하였다.
진우는 자신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노예들의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면서 가장 먼저 먹어치울 먹잇감인 하린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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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퉷!"
"어이쿠, 인사 한번 거창하시구만."
기절한듯이 엎드린 하린의 턱을 들자마자 내뱉어진 그녀의 타액을 간단히 고개를 까딱이며 회피한 진우는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신처럼 더러운 인간 따위에겐 이것도 모잘라."
"큭큭큭, 나를 칭하는 호칭은 여럿있지. 더러운, 추잡한, 역겨운, 개잡종, 개새끼, 씨발놈, 죽일놈, 그밖에 수많은 기타 등등."
지금까지 자신을 욕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욕을 모아둔 그는 오히려 즐겁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하지만 말이야, 그 모든 욕설들의 마무리는 언제나 '주인님' 으로 끝났지. 너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리 될테니 기대하라고."
"웃기는 소리 하지마! 너처럼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최악의 악당 따위에게 그딴 소리를 할 것 같아!?"
"라고 말한 년의 숫자도 꽤 됐지. 킥킥킥!"
그렇게 낄낄대며 웃은 그는 그녀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그녀의 등이 자신의 품안에 들어오게끔 만들었다.
"놔! 놓으라곳!"
"흐음~ 역시 싱그러운 여자의 몸은 냄새가 좋단 말이지."
사악-
"히익!"
그리고선 하린의 목덜미를 혀로 낼름 핥아올리자, 그녀는 마치 징그러운 벌레라도 기어다니는 것처럼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꽈악-
하지만, 진우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한 손에 들어오는 이상적인 크기를 가지고 있는 하린의 가슴을 양손으로 잡은 그는 손목을 빙빙 돌리거나 손가락으로 강하게 움켜쥐면서 그녀의 가슴 형태를 바꿔나갔다.
"이익!"
하린은 전력을 담아 팔꿈치를 찍으면서 진우의 옆구리를 가격하였지만, 마치 쇠처럼 단단한 그의 몸은 부드러운 안마 정도의 충격밖에 느끼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진우의 표정이 진지하게 돌변하였다.
'좋아. 충분히 흥분한 지금이라면 되겠군.'
뭔가 속으로 계획을 짜낸 진우는 그녀의 몸을 놓아주었다.
"??"
갑자기 풀려나간 하린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였지만,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 있던건 아니였지만, 진우가 쉽게 믿어도 될만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기엔 충분한 기간이였던 것이다.
"흥, 주인잃은 개 주제에 새 주인이 귀여워해주면 좋다며 꼬리를 쳐도 모자랄판에 앙탈을 부리는군."
"개…라고?"
"당연하지 않나? 언제 어디서든지 부르기만 하면 왈왈 짖으면서 달려오는 개에 불과한 년 주제에 자존심만 드세구만?"
까득!
순간, 하린의 인상이 분노와 증오로 일그러졌다.
자신이 강간당했을때보다 더 강한 살기와 분노를 품은 그녀는 진우를 향해 소리쳤다.
"개소리 하지마! 나는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워왔어! 이 나라를 향한 나의 애국심을 그딴식으로 폄하하지마!"
"푸핫! 애국시임?"
"그래! 설령 그것이 나의 착각일지라도 나는 이 나라를, 이 나라의 국민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그래서 뭐 제대로 보답받은게 있나?"
"!!"
거기서 하린의 말문이 막혔다.
원래라면 여기서 호기롭게 당연하다며 일갈하며 진우를 향해 몰아붙여야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하린은 '그렇다' 고 입을 열 수 없었다.
자신과 다른 존재를 따돌리고 괴롭히는데는 일본보다 심한 한국의 학생들속에서 괴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졌고, 그 트라우마가 고쳐지기도 전에 나라에 끌려가게 되어 강제적으로 국가 소속 이능력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대우가 좋다면 그것도 아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이능력에 대해서 모르는 군인 출신의 윗대가리와 항상 말다툼을 해오는 일상에, 돈은 두둑히 받아도 그것을 사용할 시간과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이능력자의 숫자가 적은 한국의 특성을 노리는 범죄자들이 틈새 골목을 노리는 심정으로 무기를 밀수입해와서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어릴때부터 그런 범죄자들과 싸워오고 상처입는 나날이 계속되어왔다.
"나…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신이 이 나라를 위해 싸워서 얻었던 보상, 이득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 깨닫았나? 너는 개다. 그것도 최저임금보다 싸게 이용해먹을 수 있는 가격대 비율 최고의 파수견. 아무리 국가를 위해 싸워봤자 좋을거 하나 없는데 왜 그렇게 싸워온거지?"
진우의 작전은 단 하나.
하린의 심리를 뒤흔들면서 그녀가 스스로 마음이 무너지게끔 만드는 것이다.
마음이 무너진 여자만큼 손쉬운 먹잇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진우는 하린 스스로가 자신의 영웅적 행동에 대한 회의심을 품게끔 유도하고 있었다.
"너와 함께 싸우는 동료들을 제외하고선 그 누가 너의 행동을 칭찬해주었지? 국민이? 정치가가? 대통령이? 아니, 모두들 너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만 하지, 아무도 너희들의 존재를 칭찬하지 않았어. 너는 지금까지 그런 삶을 살아온거야."
"아…아냐…나…난……!"
그녀는 진우의 세치 혀에 의해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가족처럼 여겨왔던 동료들의 죽음으로 마음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였던 그녀는 진우를 향한 분노와 증오만으로 간신히 버텨오고 있던 중이였기에, 무식해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상대방의 의중을 찔러넣는 진우가 가진 특유의 대화법으로 무차별하게 흔들리고 있던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지금 당장 널 풀어준다면 너는 어디로 갈거지? 만약에 정부로 되돌아가겠다면 지금 당장 풀어주지."
"!!"
그의 질문을 듣는순간, 하린의 머릿속에는 다시 정부로 돌아간다는 선택지보단 이대로 정체를 숨기고 다른 나라로 떠나거나 조용히 숨어 살고 싶다는 선택지만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것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답변에 깜짝 놀란 하린은 이를 악물면서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진우는 다시 그녀의 턱을 옆으로 눕힌 검지 손가락으로 들어올렸다.
다시 위로 올라온 하린의 얼굴은 이미 강인함이 사라져 있었다. 억지로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과 눈물을 참고 있는 가녀린 여성에 불과하였다.
그에 반해 진우는 지금까지의 비열하면서도 사악한 미소가 사라진, 진지한 표정을 가진 남자의 얼굴과 함께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뺨을 쓰다듬어주었다.
"힘들었지? 네가 원했던건 나라를 구했다는 자기 만족이 아니야. 누군가가 너의 행동을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는것. 그리고 그런 너를 소중히 대해주는 것. 그것이 네가 원하던 전부가 아니였을까?"
"……."
"지금까지는 너와 같은 이능력자 동료들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네게 칭찬해주지 않았을거야. 하지만 난 달라. 그 누구보다 나의 것을 소중하게 여겨주지. 네가 나의 것이 된다면 나는 네가 지금까지 원했던것을 건내줄 수 있어."
"……."
그리고선 그녀의 한쪽 뺨을 자신쪽으로 끌어당기고 그녀의 입술에 멜로 영화같은 부드러운 키스를 가하자, 하린은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진우의 혀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으…으우움……."
약간 거부감어린 신음성과 함께 양 팔로 진우의 몸을 밀어내려는듯이 하였지만, 그 힘은 매우 미약하였다.
진우가 신체 강화자가 아니더라도 꿈쩍도 하지 않을 정도로.
"후우……."
"하아……."
그렇게 키스를 끝낸 진우는 다음 동작을 취하다가 마치 이제서야 봤다는 듯이 하린의 어깨를 가리켰다.
"잠깐, 이건 뭐지?"
"……."
"어째서 여기에 멍이…한두군대가 아니잖아?"
인상을 찡그린 그는 그녀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노아가 이런짓을 한거냐?"
"……."
끄덕…끄덕……
입을 다문 하린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진우는 문 밖으로 향해 고개를 내밀며 소리쳤다.
"노아! 이쪽으로 와!"
잠시 후, 그의 부름에 쪼르르 달려나온 노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무슨일로 부르셨나요?"
"이게 뭔지 설명해봐라."
"……!"
진우가 가리킨 곳은 자신이 노아의 몸을 가격했을때 생겨난 멍자국이였다.
잠깐 놀랐던 그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당당하게 대답하였다.
"저 년이 주인님께 꼿꼿하게 굴어서 그랬어요. 건방지게 감히……."
짜악!
순간, 노아의 목이 휙 돌아갔다.
"주…주인님……."
짝!
그리고 반대쪽으로 한번 더.
"네가 페리샤때부터 새로운 신입들의 군기를 잡으려는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페리샤를 강하게 괴롭힐때도 눈감아줬지. 그런데 보자보자하니 정도가 심하군?"
"죄…죄송합니다! 저…저는 단지 주인님을 모욕하는 저 년이 보기 싫어서 그랬던거였어요! 그 이상의 뜻은 없었습니다! 정말이예요!"
노아는 무릎을 꿇으며 사죄하였고, 진우는 크게 한 숨을 내쉬더니 그녀를 향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나중에 말하지. 일단 나가봐."
"예……."
그렇게 진우에 의해 혼이 난 노아는 양쪽 볼이 빨개진채로 힘없이 밖으로 나갔다.
'이걸로 노아쪽도 대충 일단락 되었군.'
노아가 신참들에게 선배로서 자리를 잡으려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자신을 향한 충성심의 일부분이였기에 가만히 있었던 진우는 하린의 몸에 멍자국이 생길정도로 두드려 팬 행동은 과하다 생각하였다.
노아에게는 반성을 느끼게끔, 하린에겐 자신이 그녀를 함부로 막대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지고자 하린이 보는 앞에서 노아를 처벌한 것이다.
'평소라면 이런 수작질에 걸리지 않겠지. 하지만, 동료들이 모두 사망하면서 슬픔으로 제정신이 아닌 지금이라면 식은죽 먹기다.'
남몰래 미소를 지은 그는 다시 한번 표정을 관리하면서 하린의 멍 부위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내 노예를 대신해서 사과하지."
진우는 그녀를 향해 사과하였지만, 하린은 눈 앞에서 노아가 처벌받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하면서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아는 유 노아는 당당한 사람이야. 자유롭고, 강인하고, 아름답고……. 그런데 어째서 그녀가 이 사람의 노예가 된거지……?'
그녀는 자신보다 능력이 낮지만, 염동력의 세밀도가 그 누구보다 높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A등급의 용병이다.
어딜가든지간에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그녀가 노예라는,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신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존심이고 뭐고 사죄를 하고자 무릎을 꿇었다.
'어지러워…….'
안그래도 복잡한 머릿속이 더더욱 어지러워졌다.
동료들이 죽은 슬픔과 공황 상태,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삶이 부정당하고, 자신이 부럽다고 여기던 자유로운 용병이였던 노아의 굴욕적이며 순종적인 노예의 모습.
이 모든게 한꺼번에 밀려들어오기 시작한 하린은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하였다.
============================ 작품 후기 ============================
제길...생각해보니까 아이리의 조교 난이도를 댄져러스하게 만들면 안그래도 위험한 이 소설의 존폐가 신고로 인해 삭제 위기에 처해질것 같습니다.
소프트 단거(DANGER)로 급선회!
이 소설까지 신고 먹어서 삭제당하면 난 진짜 글 쓸 의욕이 사라진다고!!
엄청난 고어물을 기대하셨던 분들에겐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제가 생각했던 내용 그대로 쓰면 얄짤없이 삭제 먹어야 할것 같아서 못 쓰겠어요...
PS:참고로 말하자면 하린은 제 동생이 아들을 낳든, 딸을 낳든간에 붙이기로 결정한 이름입니다. 손 하린. 중성적인 매력이 있어서 어느 성별이든 잘 어울릴것 같은 예쁜 이름이더군요.
PS2:지훈아 미안해...그런데 나도 하린이라는 이름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이 소설은 절대 네게 보여주지 않을테니까 걱정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