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181화 (18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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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모르시는분들을 위해 룰을 설명하지요. 제가 '빵' 을 외친곳의 좌우 승객님들께서는 두 팔을 위로 올리며 '으악' 소리를 내주시면 됩니다. 어때요, 밥 아저씨의 미술 시간마냥 참 쉽죠? 일단 예시로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0! 0! 7!"

진우는 총구를 발음을 하나하나 똑바로 발음하며 총구를 랜덤으로 이쪽 저쪽으로 겨누었다.

"빵!"

탕!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악!"

빵과 함께 한 여성의 얼굴을 향해 총구가 불을 뿜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난리가 났지만, 뒤이어 또다시 총이 울려퍼지며 진우의 격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탕탕!

"시끄럽게 지랄하지 말고 닥치고 있어! 움직이거나 비명 지르는 새끼부터 뒈진다!"

"……!!"

진우의 살기어린 목소리에 승객들은 입을 다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그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그리고 봐라, 나는 아무 이유없이 승객을 죽이는 그런 천하의 개잡놈이 아니라고."

진우가 가리킨 곳에는 다른 승객들처럼 비명을 지르지 않고 굳어있는 상태에서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여성 승객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탄환이 자신의 귓볼 바로 옆에 틀어박히면서 느껴지는 충격에 안색이 파래져 있었고, 그 충격으로 인해 자신이 죽는다고 생각했는지 실금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어이쿠, 실례를 하셨구마잉. 이실리아, 화장실로 대려가서 정리해."

"예."

그 때, 모든 승객들의 귓가에 너무나 낯익은 이름이 들려왔다.

"이쪽으로 오세요."

파워 슈츠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는 이실리아는 공포로 실금한 여성을 이끌며 화장실로 향하던 중, 한 남자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손가락으로 이실리아를 가리켰다.

"테러리스트 주제에 이실리아 경의 이름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마라!"

"허쭈?"

40대 초반의 중년 백인 남성은 분노로 얼굴이 붉어진 모습이였다.

"아자씨(오타아님), 숨지고 싶으세요? 내가 일어나지 말라고 했을텐데?"

"이실리아 경은 영국의 자랑이다! 영국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란 말이다! 그 분의 이름이 더러워지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죽는게 나아!"

남성은 영국인이였는지, 이실리아를 향한 존경심이 공포를 뛰어넘은 상태였다.

원래라면 그대로 사살하였겠지만, 뭔가 재미난 상황이 생각났는지 진우는 화장실로 가려는 이실리아를 불러세웠다.

"어이, 이실리아. 파워 슈츠의 안면 부분을 공개해."

"예, 잠시만요."

철컹! 키이잉--!

다리에 힘이 풀린 여성을 부축하던 이실리아는 그녀를 벽에 기대놓으며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였다.

"어…어어……."

중년 백인 남성은 모를 수 없는 얼굴이 공개되자, 자신도 모르게 바보처럼 어버버 거리며 입을 제대로 열지 못하였다.

"어…어째서…이실리아 경께서…테러리스트가……."

가까스로 토해낸 남성의 말에, 다른 승객들도 그녀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이능력자, 이실리아 맥스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눈이 희둥그래졌다.

아무리 이능력자들의 세계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이실리아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벌여왔던 선행들은 어쩌다가 한번씩 들어볼 정도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정의롭고 약한자를 보호하며, 설령 악이라 할지언정 부상자를 보살피는 그녀의 인품과 성격은 21세기의 진정한 기사라고 불릴정도였는데다가, 그런 이실리아를 향한 영국인들의 존경심은 왕실 전체와 동급 수준이였다.

그런 이실리아가 테러리스트가 되어 하이재킹을 하였다는 사실에 중년 백인 남성은 말문을 모두 열지못하였다.

그 때, 진우가 이실리아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나지막한 비명소리를 토해낸 그녀는 진우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목덜미를 껴안으며 자신이 스스로 직접 키스를 하였다.

"하움…하아아……."

누가봐도 농염한 키스.

이실리아는 마치 그 모습이 자랑스럽기라도 한듯이 사람들을 향해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혀로 느껴지는 깊은 쾌락을 즐겼다.

"마…말…도 안 돼…이건…말도……."

탕!

퍽!

한 남자만을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으로도 유명했었던 이실리아가 자신보다 훨씬 젊은 남자에게 매달려서 키스를 하는 모습에 경악한 표정을 지어보인 중년 백인 남성은 자신의 미간에 총알이 박혔음에도 불구하고 경악스런 표정으로 굳으며 쓰러져버렸다.

이실리아의 키스를 받으면서 자신의 경고를 무시한 남자를 쏴죽인 진우는 그녀의 몸을 안아끌면서 더더욱 진한 키스를 승객들에게 보여주었다.

"후우……."

"하아……."

키스를 끝내며 얼굴을 떨어뜨리자, 혀끝에서 이어진 서로의 타액이 은색의 실을 만들어내며 길게 늘어뜨려졌다.

쪽-

이실리아는 진우의 목덜미에 살짝 입을 맞추며 죽은 중년 남성을 비웃듯 입을 열었다.

"말이 안되긴 뭐가 안 되나요?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상관없는 법인걸. 저는 마저 하던 일을 할께요, 여보."

자신을 존경하기에 죽음의 공포마저 이겨냈던, 언제인지 몰라도 먼 발치에서나마 자신의 모습을 보고 존경심을 가졌을 그를 향해 비웃어보인 이실리아는 다시 파워 슈츠와 연결된 가면을 내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실금한 여성을 화장실로 대려갔다.

"왠 병신놈 하나 때문에 쓸대없는 분량 잡아먹었구만. 어쨌든 룰은 대충 알았겠지요? 아까처럼 빵 부분의 좌우 사람들만 으악 소리를 내는겁니다. 저는 예수님의 뺨따구를 싸갈길 정도로 관대함의 표본이기 때문에 방금전의 그 난리는 그냥 '경고' 라고 해두지요."

진우는 다시 권총을 치켜들며 씨익 웃어 보였다.

"자자~ 다들 웃어요 웃어~ 제가 말한대로만 하면 절대로, 그 누구도 죽지 않는답니다."

진우의 007빵 게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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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확실하게 알아낼 수 없었다고?"

"예, 혹시나 싶어서 중동까지 확인해봤는데 삼태극이라는 조직명은 물론, 치우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기록이 전무합니다."

에드 리는 담당자의 보고에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이번이 초범이라는 뜻인데……."

하지만, 하이재킹이라는 엄청난 테러를 벌인것과, 자신을 처음부터 기선 제압하는 그 독특한 방식은 절대로 초범의 그것이 아니였다.

'아냐, 놈은 분명히 이런 종류의 범죄에 매우 숙달되어 있었어.'

그는 자신의 감을 믿고, 진우가 테러나 범죄에 관련하여 매우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고 생각하였다.

일단 적의 정체를 확실하게 '이거다!' 싶은게 없던 에드 리는 중국 내부에 있었던 큼지막한 사건에 대해 생각하였지만, 그런 사건이 있었다면 대외적으로 먼저 알려졌을것이다.

'근래에 정무맹 내부에서 뭔가 큰 일이 일어나던것 같던데.'

그렇게 하나둘씩 큼지막한 사건들을 떠올리면서 치우의 자취라도 찾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중국의 무술 단체, 정무맹에서 대사부 2명이 실종되었다는 사건과 귀결되었다.

듣자하니 한국의 요청으로 지원을 갔던 젊은 무술가들이 밀입국한 아크로스의 후계자를 공격하다가 재기 불가능한 부상을 입었고, 거기에 분노한 두 명의 대사부가 한국으로 간 이후 연락이 끊겼다는 소식을 기억해냈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기억을 털어냈다.

'그러고보니 요즘 한국에서 엄청난 사건들이 연달아 터져나왔었지. 혹시 모르니까 그 쪽의 정보를 확인해볼까."

거기까지 생각한 그는 담당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 큰 일이 연달아 일어났으니 그 사이에 뭔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쪽을 집중적으로 확인해보도록."

"에…그게……."

군인마냥 절도있는 목소리와 행동을 보이던 담당자는 에드 리의 요청에 머리를 긁적이면 멋쩍은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슨 문제라고 있나?"

"혹시나 싶어서 저희쪽에서도 한국의 정보를 모아봤습니다만…믿기 어려운 도시전설 같은게 섞여있는터라……."

"도시전설?"

"믿기 어렵달까…너무 허황되었다고 할까…어쨌든 명확한 증거는 없고 소문형식으로 입으로만 전해진것도 있어서……."

"??"

에드 리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지금 하이재킹한 범죄자는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미확인의 테러리스트였기에 뜬소문이라도 잡아야 하는 처지였다.

"일단 들어나보지. 질책하지 않을테니 알고 있는 그대로 말해보도록."

"가장 첫번째는 그랜드 아크가 한국에서 난동을 피울때 붉은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남자가 그랜드 아크와 막상막하의 결투를 벌였다는 소문과, 요마급 괴수들이 갑작스럽게 대거 출연했을때도 붉은 가면의 남자가 혼자서 대부분의 괴수들을 처리하고, 요마의 시체를 회수하려는 한국의 군부와 대립하다가 전투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합니다. 전투기로 붉은 가면 일당이 자리잡고 있던 지역을 미사일로 폭격했는데, 잔해를 확인해보니까 폭발의 영향으로 거의 파괴된 요마의 시체 하나만을 남기고 붉은 가면 일당 전체가 사라졌다고……."

휙휙-

거기까지 들은 에드 리는 손을 내저으며 담당자의 보고를 막아세웠다.

"됐네. 돌아가서 좀 더 정보를 모아보도록."

"…예."

담당자는 저런 반응이 나올줄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숙이며 돌아갔고, 에드 리는 한 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말해보라고 했지만,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한심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물론, 그 또한 요마 괴수들의 난동 이야기는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가 한 숨을 내쉰 이유는 첫번째 부분에서였다.

'말도 안되는 소리군. 그랜드 아크와 막상막하의 대결을 했다고? 설령 정말이라고 쳐도 그런 능력자가 겨우 한다는게 하이재킹일리가 없잖아?'

백번양보해서 그랜드 아크와 동급, 혹은 그 바로 아랫단계의 알려지지 않은 이능력자가 있다손 쳐도, 그만한 이능력자가 하이재킹이라는 고난의 길을 선택할리가 만무하다.

차라리 은행 강도짓을 했다면 압도적으로 월등한 이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쉽게 돈을 구하려는 목적이라 생각하여 의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 하이재킹은 정말로 아니다.

그 정도 수준의 이능력자라면 어디서 뭘하든 한 자리를 제대로 차지할 수 있고, 범죄쪽에 발을 담근다손 쳐도 훨씬 쉽고 빠르게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에드 리는 그렇게 한국에서 나온 정보를 기억속에서 지워버렸고, 정보 담당자들이 가져온 여러가지 정보들 속에서 상대방의 정체를 추측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하였으나 치우, 삼태극이라는 키워드와 관련된 사건이 없다는것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교섭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인지라 무전 신호를 보내면서 다시 한번 치우의 요구사항을 듣고자 하였다.

============================ 작품 후기 ============================

저는 현대 판타지 소설들을 보면서 이 부분이 제일 궁금하고 답답했습니다.

"아니, 주인공들은 왜 외국으로 안 떠나? 왜 존나 쌘 적 캐릭터들은 미친듯이 한국으로 몰리는거야? 한국에 꿀발라 놨냐?"

분명히 세계적으로 놀 수 있는 주인공들이 무조건 한국에 방콕해 있고, 능력자물 같은 경우에도 세계적으로 톱 수준의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먼저 어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최강급 능력자들이 한국땅에 알아서 들어오다가 주인공에게 캐발림.

현대물 작가들 사이에서는 악당이 한국 정복하면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룰이라도 있는건가요? 솔직히 제가 한국 사람이라서 여러가지 자체 버프를 걸어봐도 그만한 능력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한국에 들어올 매력은 안보이는데 말입니다;;

뭐, 애초에 이 소설은 '전형적인 작가의 자딸용 소설' 인 만큼, 주인공은 이제부터 세계적으로 놀 생각입니다.

그래도 제가 던져놓은 떡밥(세계를 구원할 한국의 이능력자)를 회수하기 위해 다시 되돌아오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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