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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이라크, 미군 제 110 기계화 보병 사단 사령부.
"여어! 이거 간만이구만, 에드!"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맥켄 대령님.-
굵직한 턱선이 인상적인 40대 후반의 백인 군인, 맥켄 라우저 대령은 사령부 직통으로 걸려온 전화의 주인이 자신이 힘들었을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던 나이차 많이 나는 친우라는 것에 호탕하게 웃어보이며 환영하였다.
"하하하하! 나야 뭐 담배 때문에 고생하는거 빼고 다 건강하지! 그런데 목소리가 꽤 힘들어 보이는데 무슨일 있나?"
역시 짬밥은 그냥 먹는게 아닌지 단번에 에드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가라앉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 좀 많이 어려운 부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부탁? 설마 우리 가족을 살려준것보다 더 중요한 부탁이 있겠나?"
그렇다. 에드가 미국에서 네고시에이터로 활약할때, 우연찮게 맥켄의 가족들이 장을 보러 마트에 들렀는데 재수없게도 몇몇 강도들이 마트를 급습하였다.
종업원의 재빠른 조치로 인해 경찰로 신고가 들어가게 되었고, 셔터문이 닫히면서 강도들은 옴짝달싹하지 못하면서 갇히게 되었다.
강도들은 인질들을 협박하면서 자신들이 탈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 요구하였고, 거기서 에드 리의 협상력이 발휘되었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말해주면서 인질을 모두 죽이면 어쩔 수 없이 물약 사형이라는 은근한 협박을 더하여, 특수 부대가 몰래 뒷문으로 잠입하여 급습을 할때까지 강도들의 감정을 올렸다가 내려놓는등, 그들의 시선을 협상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임무는 대성공.
뒤늦게 가족들의 소식을 전해들은 맥켄은 에드를 가족의 은인으로 모시면서 친분을 다졌고, 에드 또한 군부의 인사와 친해져서 나쁠건 전혀 없었기에 그와 친하게 지내면서 종종 가족들간의 친분도 교류하였다.
어쨌든, 에드의 무거운 목소리에 자신만만하게 외쳤으나, 그의 다음 말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여객기 하나를 격추시켜주십시오.-
"……."
잠시동안의 침묵.
맥켄은 머리를 긁적이며 방금전까지의 가벼운듯한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자네 지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지금 나보고 여객기를 격추시키라고?"
-예. 그것도 확실하게, 추락의 잔해가 모두 잿더미일 정도의 화력이 필요합니다.-
"…한마디만 묻지. 미쳤나?"
자신이 알고 있는 에드 리라는 사내는 협상가로서 언제나 최소한의 피해를 원하고, 테러리스트 또한 필요이상으로 죽일 생각을 가지지 않은 이성적인 남자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여객기 하나를 잿더미만 남을 화력으로 공격하라?
친분이 있어서 망정이였지 만약 모르는 사이였다면 권총을 꺼내서 수화기를 쐈을 것이다.
-그렇게 말씀하실거라 생각했습니다. 일단 제 설명을 들어주십시오.-
에드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확인하였다.
가장 먼저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 그랜드 아크의 난동을 먼저 설명하였고, 그와 동수로 싸웠다고 도시전설 형식으로 알려진 붉은 가면의 존재를 설명하였다.
그 후, 맥켄이 코웃음을 치기전에 재빨리 브레드 팀의 전멸, 거대 거미 괴수에게 명령을 내리는 붉은 가면의 모습, 그리고 그랜드 아크와 대립하였다는 붉은 가면의 정체가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치우.
맥켄은 처음엔 뭔 소린가 싶었지만, 점점 그럴싸한 그의 주장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그럴싸하긴 해. 하지만 너무 허황되지 않나?"
일개 테러리스트가 벌였다고 보기엔 너무나 큰 사건들과 정보였기에, 그가 내놓은 결론은 50:50 으로 그럴싸하다와 허황된다는 의견이였다.
그나마 에드라는 사람이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아니였다면 여기서 전화를 끊었으리라.
"게다가 말이지, 그런건 한국의 최종 승인이 없으면 불가능해. 미확인이라지만 무조건 쏴재끼는 전쟁광 집단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말하는겁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제가 전보를 거짓으로 날렸고, 맥켄 대령님은 그 전보에 속아넘어갔다고 말입니다.-
"아니, 잠깐. 그렇게 된다면 자네의 커리어는 끝장나!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들이 무너진다고! 그뿐인줄 아는가? 툭하면 사형하는 중국에서 자네의 목으로 자신들의 위신을 지키려 들지도 모른단 말일세!"
에드 리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협상가다.
하지만, 이번 일이 알려진다면 그는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어 내쫓겨난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중국에서 그를 죽이려들지도 모른다.
-그딴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제 목숨 하나로 치우, 그 자를 죽일 수만 있다면 너무나 싼 값이니까요!-
"하아……."
너무나 확고한 그의 목소리에 맥켄 대령은 한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모르겠구만……. 자네 가족들은 어떻게 하려고?"
-…솔직히 말해서 저는 지금의 지구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음?"
가족 얘기하는데 왠 지구 얘기인가?
-이능력을 가진 악당들과 영웅들이 싸우고, 그런 그들을 이용하려는 정부, 그리고 세계 최강의 악이라 불리우는 아크로스, 그밖에도 수많은 영웅들과 악당들의 집단이 우후죽순 생겨나있고 대립을 일으키는 혼잡한 상황이지만, 이렇게 밸런스가 잡혀있는 세계가 저에게 있어선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
맥켄 대령은 에드의 말을 말없이 들어주었다.
-하지만 말입니다. 치우…그 자는 지금의 밸런스를 산산히 깨부실 존재입니다. 아니, 악이고 선이고 자신의 마음이 들지 않으면 이 세계 전부를 짓밟고 찢어발길 위험한 존재입니다. 개인적으론 그가 그랜드 아크보다 3배 이상은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어…그랜드 아크보다 3배 이상은 위험하다고……."
-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자의 사상 자체가 문제입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사상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괴물이 이라크에 도착해서 자신의 조직을 만들면 아크로스 이상의 혼란이 지구에 직격할겁니다. 놈은 반드시 여기서 죽여야만 합니다.-
"아니, 잠깐. 겨우 협상한지 하루도채 안된 범죄자를 너무 과대평가 하는게 아닌가?"
자신의 일생을 걸며 꺽으려는 호적수라면 이해는 간다.
그런데 겨우 겪은지 몇시간밖에 되지 않는, 그것도 본인조차 확실하게 적의 능력을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세계 자체를 파괴할 악마를 본것처럼 굴지 않는가?
-저는 상대방의 목소리, 말투가 가진 미약한 음색을 통해 상대방의 의도를 꿰뚫을 수 있다는거 아실겁니다.-
"처음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는 이능력의 한 종류인줄 알았지."
흔히들 인간보다 동물들의 감각이 뛰어나다고들 하지만, 인간 또한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미약한 체취, 음성, 행동을 읽음으로서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챌수도 있는 예민한 감각을 지닐 수 있다.
에드 또한 그 영역에 이른 사람으로서, 그 능력을 협상가로서 사용하여 수많은 인질들을 구출하고 특수 부대원들의 행동을 지탱해왔다.
-제가 놈에게 그랜드 아크와 비등하게 싸웠다던 그 붉은 가면이 맞냐고 말했을때 녀석은 자신도 모르겠지만 짧게 코웃음을 쳤습니다.-
"코웃음을?"
-예. 그랜드 아크라는 이름을 두고도 마치 언제든지 죽일 수 있었다는듯한 자신감과 비웃음이 섞여있었습니다."
"……!"
에드가 상대방의 이토록 미묘한 변화를 통해서 알아낸 사실들은 대부분 정답이였기에, 맥켄 대령은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푸후우……. 정녕 이 수밖에 없는건가?"
-모든 죄는 제가 뒤집어쓰겠습니다. 맥켄 대령님에게도 약간의 피해가 가겠지만, 제가 가진 직위를 이용한 거짓 정보와 협박에 속아 넘어가셨다고 하면 어느정도는 만회가 가능할겁니다.-
"…알겠네. 그렇게까지 자네가 각오를 한다면 나또한 모른채 넘어갈 순 없겠군."
맥켄은 에드의 확신을 믿고 최악의 테러리스트를 처단할 일에 동참하였다.
두 사람은 여객기의 루트를 확인, 예상 진입 지역을 확인하였고, 에드 리는 자신이 몰래 빼온 정보를 맥켄 대령에게 건내주면서 요격 위치를 확인하였다.
맥켄 대령의 확답을 받은 에드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으나, 한가지 불안한점이 있었다.
'넨시가 테러리스트 전원이 파워 슈츠를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었지. 그 파워 슈츠가 변수를 일으키지 않아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제 아무리 파워 슈츠라 해도 미사일의 폭염까진 모두 막아낼 수 없으리라 생각하면서, 일이 끝난후 처벌받을 것을 대비하고자 맥켄 대령에게 모든 정보를 넘겨준 그는 자신의 미리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족을 부탁하고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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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이라크의 경계선으로 진입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을 지나서 이란에 진입하게 된 진우 일행은 대충 상황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면서 느긋한 마음으로 시간을 때웠다.
방금전까지 진우에 의해 허리가 나갈정도로 거칠게 쑤셔박힌 인질들은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면서 끙끙거리고 있었고, 유일한 변수라 할 수 있는 넨시와 칼린은 '단련된 육체 최고!' 라고 외치는 진우에 의해 집중적으로 범해지면서 다른 인질들처럼 타인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일어설 수 없는 몸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우의 노예들은 자기내들끼리 노닥거리기 시작하였고, 진우 또한 딱히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여기며 노예들의 시간 때우기에 지적하지 않았다.
"이라크 경계선을 넘어서면 고도를 낮춰서 적당히 인적이 드물고 비행기를 긴급 착륙 시킬 수 있는 사막 지대를 찾아."
사람들은 이라크라고 하면 모두 사막만 존재하는 땅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라크에도 높은 암벽이 있고 폭포와 초록이 우거진 산도 있다.
뭐, 그렇다해도 돌과 모래뿐인 산이 훨씬 많지만.
괜히 긴급 착륙을 했다가 거대한 암벽과 시밤쾅! 부딪혀서 노예들을 모두 죽이고 싶은 마음은 1g도 없는 진우에겐 조금 거칠지만 안전이 보장된 사막 지대를 찾도록 페리샤에게 명령하였다.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는걸 보니까 포기한 모양이구만."
진우는 가까이 있는 의자에 편히 앉으며 미리 챙겨온 이라크 지역의 지도를 확인하였다.
현재 이라크는 수도인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동서로 나눠진 상태로, 동쪽은 시아파와 미군이, 서쪽은 수니파와 과격 민족주의자, 테러 단체들이 있다.
참고로 중동계열 국가들은 다 똑같은 이슬람 국가냐고 묻는다면 맞으면서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이자 예언자인 무함마드가 사망한 후, 새로운 이슬람 공동체의 지도자를 계승하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게 되었는데, 무함마드의 가족중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이 시아파, 칼리프 선출은 선거로 대표자를 뽑는 전통을 따르는 수니파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양쪽 다 그럴싸하기 때문에 시아파와 수니파는 자신들이야말로 정통 이슬람교이며, 상대방을 이단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는 원래 수니파가 90% 시아파가 10%였는데 미국이 시아파에게 손을 들어주면서 시아파가 이라크의 정치권을 장악하였고, 거기에 반발한 수니파가 테러를 가하면서 종교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이라크에서 태어난 지하드의 수장, 살라딘 또한 수니파의 인물이였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제 2의 살라딘을 방지하고자 시아파에게 손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지금까지 수니파의 교리를 따르던 90%의 사람들은 시아파의 권력 장악을 거부하면서 저항에 나섰고, 안그래도 석유 문제와 살라딘 문제로 수니파를 어느정도 정리해야만 했던 미국은 그들을 살라딘을 따랐던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며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수니파가 밀리고 있는 중이지.'
지하드에 참가했던 수니파 계열 테러리스트의 잔당, 아랍계 과격민족주의자, 과격 수니파 등등이 모여서 미국과 시아파에게 격렬한 저항을 시작하였으나, 미국의 압도적인 물량과 뛰어난 장비로 인해 전투가 일어나면 거의 백전백패의 상황.
하지만, 미국쪽에는 함부로 진격할 수 없는게 좀 가볼까 싶으면 등 뒤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니 필요 이상으로 피해를 내고 싶지 않기에 천천히 수니파를 분쇄하고 있는 중이다.
'이대로 이라크 서부로 향하면 좋겠지만, 그랬다간 군대나 테러리스트한테 격추당하겠지. 일단 전투가 일어나지 않는 북쪽 국경쪽에서 시작하는게 정답이야.'
솔직히 말해서 미군이라면 상관없지만, 테러리스트한테 비행기가 격추당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진우 본인은 잠재적 아군이라 하더라도 선빵을 맞으면 몇배로 되갚아주는 성격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테러리스트와 미군의 샌드위치 공격을 당하게 되면서 일이 꼬일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도를 붙잡고 경로를 탐색하던 중, 기장실에서 페리샤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라크 경계선에 도착했습니다!"
"좋아! 착륙할 장소를 찾……."
삐이이이이이---!! 삐이이이이이이이---!!
"!!"
"!!"
페리샤에게 착륙 장소를 물색하라는 명령을 내릴려던 찰나, 엄청난 소리의 소음이 들려왔다.
진우 일행이 부착해둔 간이 레이더에서 내뱉어지는 경고음인 것이다.
============================ 작품 후기 ============================
이라크에서의 일을 다루기 때문에 여기저기 검색해보고 이라크에 자세히 써놓은 블로그를 찾아가는등, 나름 열심히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혼동하거나 잘못알고 있는 사실이 있을 수 있으니 이 부분은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지적을 기다리겠습니다.
PS:그런데 수니파를 순니파로 쓰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체 어떤게 맞는건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