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197화 (197/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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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헉! 헉! 헉!"

일부러 헐겁게 쏜 리엘루스의 거미줄을 전력으로 벗겨내고 도주에 성공한 카흐나파는 습격자의 일부가 자신을 쫓아오는게 아닐까 싶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친듯이 달려나갔다.

"어억!?"

하지만, 전력을 다 한 그의 질주는 발이 꼬여 넘어짐으로서 끝이 났다.

넘어진 그는 재빨리 뒤쪽으로 돌아보았고, 아무도 자신을 쫓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하악…하악……!"

미친듯이 전력질주한 후폭풍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터질것처럼, 귀가 울릴 정도로 큰 박동이 울려퍼졌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자신을 추격해오지 않는건지 몰라도, 일단 쓰러진김에 누워서 체력을 회복한 카흐나파는 마을 사람들을 구출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대체 그 자들의 정체가 뭐지?'

마을 변두리쪽에서 농작물을 관리하고 있던 카흐나파는 마을 주민들과 축사용 염소까지 들어버리는 괴이한 기현상을 부리는 습격자들을 상대로 혼자의 힘으론 절대 불가능하다 판단했다.

'정체가 뭔지 몰라도 나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만 해.'

하지만 누구에게?

근처에 미군 주둔지가 있긴 하지만, 그들은 쿠르드 사람인 자신이 도움을 요청해도 의심부터 하고 볼 것이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다 해도 너무 늦으면 마을 사람들을 구하지 못하리라.

게다가 그들의 마을은 쿠르드인 테러리스트들이 몸을 숨기거나 중간 보급지로 간간히 사용하기 때문에 미군이 왔다가 그 흔적이라도 발견하게 된다면 끝장이다.

그렇다고 테러리스트 마을은 아니고 단지 같은 민족이기에, 그리고 쿠르드인 민족의 시선으로 보자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쿠르드 독립을 위하는 민족투사들이였기에 그들을 위한 자리를 내준것뿐이지만, 그러한 사정을 알아줄리 없는 미군은 테러리스트 마을이라 생각하며 모두 죽일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카흐나파는 습격자들이 등장할때부터 본능적으로 자신들이 도와줬던 테러리스트들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누워서 쉰 덕분에 어느정도 체력이 회복된 그는 평소에 교류를 많이 한 테러리스트 기지를 향해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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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적 으적-

진우는 건조된 말린 과일을 씹어먹으며, 집 여기저기에 있는 보관된 식수를 마시며 배를 채워나갔다.

"후우~ 이제좀 살겠구만."

신체 능력이 강화되어도 목이 마른건 마른거고 고픈건 고픈거다.

다른 노예들 또한 안그래도 더운 기후 때문에 수분이 많이 빼앗겼기 때문에 물로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였고, 마을에서 발견한 수통에다가 물을 채워넣고 개인당 2개씩 챙기는등,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대책을 해두었다.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 마을에서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해도 이정도 양이라면 다른 마을을 찾을때까지 충분하리라.

마을 사람들은 황금같은 식수를 마구잡이로 약탈하는 그들의 행동에 분개하였지만, 방금전의 그 현상을 겪은 그들에겐 저항할 수 있는 의지가 솟아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무기가 필요하긴 한데.'

인간은 생각보다 보이는 부분에 의존하는게 많다.

이쪽에 인질이 있다손 쳐도 총기류를 가지고 있지 못한다면 테러리스트들은 이쪽의 전력을 과소평가하며 협상보단 기습을 행할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파워 슈츠도 한번씩 다 수리를 해줘야하고.'

파워 슈츠 또한 폭발의 영향으로 약간씩 찌그러져 있거나 크게 그을린 자국같은게 남아있어서 보기 흉하기에 수리도 해야 한다.

그렇게 무기와 파워 슈츠의 수리에 필요한 시설, 장비들이 필요함을 느꼈지만, 지금 당장은 구할 수 없는 것이였기에 최대한 이능력의 힘으로 위협을 가하기로 결정하였다.

'어쩔 수 없지. 내가 원거리 캐릭으로 간다곤 해도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놀고만 있을 순 없으니.'

자신의 힘을 숨기고 원거리 무기만을 사용하는 캐릭터로 유희를 즐긴다해도, 자신의 조직에 중요한 첫걸음이 눈앞에 있는데 무작정 컨셉대로만 밀고 갈 수 없는 노릇이였다.

"주인님."

그 때, 집 여기저기를 수색하던 리엘루스가 진우를 불렀다.

"응? 무슨 일이야?"

"아무래도 주인님께서 제대로 찾으신것 같습니다."

"자…잠깐……!"

"호오~?"

뭔지 몰라도 뭔가 중요한 것을 발각된듯한 마을 촌장의 반응에 미소를 지어보인 진우는 이실리아와 하린에게 허튼 수작을 부리면 본보기로 한 두명정돈 죽여도 좋다고 말하며 리엘루스가 방금 나온 집으로 향하였다.

리엘루스가 향한곳은 헛간으로 보이는 창고같은 집이였는데, 안으로 들어가보니 그녀가 판것으로 추정되는 땅굴과 흙이 덕지덕지 묻어져있는 밀봉된 나무 상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큭큭큭. 제대로 빙곤데?"

거미로서의 예민한 감각이 괴수화 되면서 몇십배나 증폭된 리엘루스의 감각 덕분에 손쉽게 숨겨진 물건을 찾은 진우는 간단히 그녀를 치하하며 상자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마을 주민들은 진우가 들고 있는 상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다들 알고 있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고, 그는 그런 그들의 반응을 즐기며 단단히 밀봉된 나무 상자의 뚜껑을 향해 손을 움직였다.

"자~ 그럼 확인 들어가겠습데이~ 따라라란~ 따라란 따라란 따란~ 쿵짝짝 쿵짝짝~"

빠지직!

입구를 단단히 잠그고 있는 자물쇠를 힘있게 뜯어내자 나무 상자의 자물쇠 걸이 부분이 괴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서져 버렸고, 뚜껑이 열리면서 안의 내용물들이 드러났다.

"크…크크크…요즘 운빨이 영 아니였는데 간만에 운이 돌아온 느낌이구만. 아주 제대로 빙고를 찍었어."

상자 안에는 중동계열 테러리스트들의 국민무기, AK-47, AK-74 고이 쌓여있었고, 한쪽에는 탄약집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테러리스트의 마을이라면 좀 더 깊숙한 곳에 위치할거라 예상했는데 완전히 허가 찔린 기분이다.

"흥흥흥~"

철컥!

"히익……!"

"으윽……!"

일단 맨 위에 올라와있는 AK-47를 줏어들고 탄창을 결합한 진우는 마을 주민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며 무기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하였다.

마을 주민들은 총구가 자신들을 향해 어지러이 움직이자, 그때마다 두려움에 떨며 연신 흠칫거렸으나 그는 그런 마을 주민들의 반응을 즐기며 노리쇠를 후퇴 고정시킨 후, 안쪽의 상태를 점검하였다.

"흐음…꽤 정비가 잘 되어있는데? 어이, 할아범. 댁들 테러리스트 맞지?"

"절대 아니네!"

"영감은 지금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나봐? 눈 앞에 이런 확실한 물적 증거가 있는데 어디서 구라질이여? 님 숨지실래요?"

점차 험악해져가는 그의 말투에, 촌장은 필사적인 목소리로 자신들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우리들은 싸움이나 전쟁같은거엔 신경 쓰지 않고 있다네! 그냥 이렇게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걸로 만족하는 사람들만……!"

"아, 됐고. 요거 출처나 말해보시라고요 이 양반아."

탁탁!

진우는 촌장의 말을 무시하며 뺨을 총구로 때렸고, 약간 힘이 실려있는지 촌장의 거친 흑갈색 피부가 약간 붉어졌다.

모욕적인 행위를 하는 그의 모습에 몇몇 주민들이 발끈하였지만, 촌장이 먼저 입을 열어 허튼짓을 하지 못하게끔 하였다.

"…그건 이 마을보다 훨씬 안쪽에 있는 전사들의 무기네. 우리들은 단지 그들이 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주고 보급품을 숨겨줬을 뿐이지."

"그렇단 말이지?"

요즘따라 이상하게 일이 꼬인다거나 운이 받쳐주지 않아서 살짝 짜증나는일이 많았었는데, 운좋게 한번에 테러리스트와 대화할 수 있는 조건을 얻게 되고 무기까지 새로 얻으면서 기분이 좋아진 그는 방금전까지의 험악한 분위기가 거짓말인것처럼 사라졌다.

'작업대가 없어서 개조를 할 수 없다는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여기서 배부른 소리를 할 수 없지.'

"모두 이거 하나씩 챙겨둬. 그리고 놈들이 저격할 수 있으니 좀 불편해도 이거 꼭 쓰고."

진우는 '이거' 부분에서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고, 노예들은 간략하게 대답하며 머리 보호대를 사용하였다.

"자네들의 정체는 대체 뭔가? 대체 무슨 목적으로 우리같은 무지렁이들을 인질로 잡는단 말인가?"

통일성 없는 복장, 음식과 식수를 약탈하고 무기도 현지 조달한 그들의 모습에 미군이 아니라고 판단한 촌장은 진우 일행의 정체를 물어왔다.

'흐음……. 얘기가 잘 되면 한편이 될 수 있으니 너무 반감을 사게 만들면 좀 귀찮아질지도 모르겠는걸?'

얘기가 잘 된다면 테러리스트들과 협력 관계를 맺은 후부턴 자주 얼굴을 봐야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마을 주민들을 핍박했다가 괜시리 안좋은 분위기를 만들면 일이 조금 귀찮아질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방향을 약간 수정할까 고민하였으나,

'어차피 테러리스트들이 가지고 있는 살라딘의 유산에 대한 정보만 모으면 끝이다. 그 이후부턴 볼 이유도 없지.'

테러리스트들과 지속적으로 손을 잡고 세계를 뒤흔들 생각이라면 어느정도 친분을 만드는게 정답이다.

하지만, 진우는 겨우 중동 지역에서 미군과 함께 짤짤이나 날리며 놀고픈 마음이 없었다.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세계 최강의 조직을 만들어서 이 세계 최강의 악이 되는것. 모든 선의 영웅들이 자신을 최강 최후의 보스로 여기게 만드는것이 그의 최우선 목표였기 때문이다.

최악의 전개가 되어 적대 관계가 된다해도 무력으로 비밀을 억지로 알아낼 자신이 있었기에 굳이 다시는 보지도 못할 엑스트라 1을 위해서 자신의 욕망을 억누를 이유를 찾지 못하였다.

"응?"

"어?"

"이 기운은……."

그 때, 감각이 민감한 몇몇 노예들이 뭔가 이상한 기류를 느꼈는지 얼굴이 굳어졌다.

한국에는 피터지는 빌런들과의 싸움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하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선배들의 반응을 의문으로 반응할 뿐이였다.

"오는구만. 아주 살기를 철철 뿌리면서 말이야."

전에도 설명했다시피 인간의 감각은 동물의 감 못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단지 메뉴얼화, 교육이 불가능하고 반복 숙달과 실전에 의한 경험, 그리고 비과학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모르는 이들은 근거없는 헛소리나 기분탓으로 여기고 있으나, 진우 본인이 현실 세상에서도 누군가가 자신을 싫어하거나 우습게 본다면 목소리의 억양, 눈빛, 사소한 행동을 통해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인간의 근거없는 기분탓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던건가? 아니면 뭔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 있는건가?'

진우는 마을을 점령한지 1시간도 안된 시간안에 도달한 봉우리 너머의 존재들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가능성도 생각하였지만, 어찌됐든간에 이쪽을 향해 살기를 가진 누군가가 오는건 분명하기에 노예들을 향해 손가락을 튕기며 무언가 신호를 보냈다.

그의 신호를 받은 노예들은 인질들을 총기로 협박하며 일렬로 설 수 있게끔 만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질로 만들어진 인의 벽이 완성되었다.

"자, 그럼 협상을 시작해볼까."

테러리스트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으로 그들과 협상을 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상쾌할 정도로 좋아진 진우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띄우며 살기의 대상, 혹은 집단을 느긋하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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