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198화 (198/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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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테러리스트 쪽에서도 이능력자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들은 집단 내부에서도 가장 귀한 전력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미군 부대의 이능력자가 등장하기 전까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알 파르사드는 그 이능력자 테러리스트중 하나다.

능력은 신체 강화와 흙과 모래를 다루는 염동력을 가진 복합능력자로, 흙이나 모래를 끌어올려 적의 원거리 공격을 방어하고 그 틈을 이용하여 전차조차 고철로 만들어버리는 괴력을 자랑한다.

미군 기지를 테러하다가 총탄에 맞아 목숨에 위협을 느껴 이능력을 각성한, 이능력자의 각성 분류에서 가장 흔한 부류였지만, 테러리스트라는 특수성 때문에 자신이 몇등급의 이능력자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능력자였다.

그래도 실전을 통해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있는데다 등급에 연연하기보단 눈 앞의 증오스런 미제국주의자(중동계 테러리스트에겐 미국은 제국주의 국가로밖에 안보인다)들을 쳐 죽일수만 있으면 그딴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2m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 민첩함을 위해 노출도가 많은 상의 여기저기로 언뜻보이는 구리빛 근육, 눈이 크게 찢어져 올라간 눈매와 꽉 다문 입술은 그의 분위기를 상징하듯이 날카로우면서도 묵직하였다.

그는 쿠르드인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자신들을 테러리스트라 규정하는 미군 기지를 테러하고자 적당한 야영지를 요새화시키고 '쿠르드 민족 독립 전선' 에서 내려온 전략가와 함께 테러 장소, 정보 수집 등등을 확인하다가 자신들의 야영지로 찾아온 한 명의 민간인을 만나게 되었다.

근처에서 식량이나 여러가지 생필품을 지원해준, 작지만 착실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시골 마을의 주민임을 알아챈 그는 어째서 여기에 왔는지 물어왔고, 미군으로 보이는 이능력자들이 마을을 습격하였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비록, 자신들처럼 총을 들고 싸움을 하는 이들이 아니였지만, 같은 민족인 자신들을 위해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여러가지 일을 해주던 이들이였기에 그들을 구출하고자 알 파르사드는 부하들을 무장시켰다.

독립 전선에서 내려온 전술가는 좀 더 신중하게 정보를 수집한 후에 움직여야 한다고 하였지만, 증오스런 미국이 순진한 마을 주민들을 핍박한다는 소식에 전술가의 말을 무시하였다.

"우리와 같은 피를 가진 민족이 백인 돼지들에게 핍박받고 있는데 정보는 무슨 정보냐!"

그렇게 일갈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온 알 파르사드였지만, 그 또한 혼자서 수십이나 되는 인질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보가 아니였기에 휘하의 부하들과 함께 속도를 맞추며 마을로 빠르게 이동하였다.

그렇게 큰 봉우리 하나만 넘기면 마을의 풍경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 도착한 쿠르드 민족 독립 전선의 전사들은 미군을 향한 증오심을 불태우며 천천히 포위하듯이 움직였으나,

"모습을 드러내라!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10초마다 인질을 하나씩 죽이겠다!"

"크읏……!"

미국을 향한 증오심이 너무 강한지라 부하들과 자신들의 살기가 너무 강하였다는건 인정하겠지만, 그것을 읽어낼 수 있다면 상대방또한 베테랑급의 실전을 겪은 전사들인줄은 분노로 미쳐 생각치 못한 알 파르사드는 만약을 대비하여 부하들에게 계속 몸을 숨기라는 수신호를 보낸 후, 날렵하게 점프하여 마을을 병풍처럼 가리고 있는 봉우리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인질들로 만들어진 인의 장벽과 그 뒤쪽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는 파워 슈츠의 군인(이라고 생각하는중)들이였다.

"내 이름은 쿠르드 민족 독립 전선의 투사! 알 파르사드다!"

"나는 삼태극의 수장, 치우다! 우리는 미군이 아니며 그쪽과 할 대화가 있다!"

'삼태극?'

생전처음 들어보는 조직명에, 미군의 함정이라는 확신이 조금씩 들기 시작한 그는 다시 한번 소리를 버럭 질렀다.

"웃기지 마라! 대화를 하자면서 인질을 잡는건 무슨 수작이냐!"

큰 봉우리와는 거리가 상당히 있었기 때문에 서로를 향해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대는 모습이 영 꼴사납다고 여긴 진우가 알 파라사드를 향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자세한건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자!"

"좋다! 인질들에게 손끝 하나 대면 너희들 모두 죽은 목숨인줄 알아라!"

"대장님. 놈들의 함정에 속지 마십시오!"

알 파라사드의 부관 역을 해주었던 주름진 피부의 중년 테러리스트가 말렸으나,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인질을 구출하려면 어찌됐든간에 가까이 가야만 한다. 내가 시선을 끌테니 부하들에게 마을 주변을 포위하며 매복의 흔적을 찾으라 일러라."

"…알겠습니다."

지금 상황으로봐선 그가 생각해봐도 그것이 최선이였기에 어쩔 수 없이 수긍하며 대신하여 부하들을 통솔하였다.

후웅! 쿠웅!

봉우리에서 점프한 알 파라사드는 인질들과 조금 떨어진 장소로 착지하였다.

후우웅!

"케헥!"

"콜록! 콜록!"

착지의 영향으로 약간 자욱한 흙먼지가 휘날리면서 몇몇의 마을 주민들이 기침을 토해냈지만, 그 뒤쪽을 점한 이들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인질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총을 겨누고 있는 자세가 어색해. 모두 돌격 소총을 사용해본 경험이 없거나 필요없는 이능력자라는 뜻인가?'

인정하긴 싫지만 미국 병사들의 견착과 사격 자세는 매우 정확하며 뛰어나다.

하지만, 눈 앞의 이들은 제대로 겨누고는 있으나 자세가 총을 많이 사용해본 자세가 아니였다.

'다행히 죽은 자는 없나보군.'

알 파라사드는 마을 주민들의 얼굴을 확인하면서 험하게 굴려진듯한 흔적이 없는 모습에 지금까지 무사하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혹시나해서 말해두는데, 인질들을 잡은건 너희들을 협박하고자 함이 아니라 대화의 장소를 만들기 위함이다. 네가 우리와 대화할 의지가 있다면 인질들의 목숨은 걱정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 때, 붉은 가면과 검붉은 파워 슈츠로 무장하고 AK-47을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 있는 진우가 인질들 사이로 나오며 입을 열었다.

"흥. 동양인인가."

가면 너머로 보이는 피부색으로 대략적인 정보를 파악한 알 파라사드였지만, 그정도야 누구나 가능한 추리였기에 진우는 건들거리는 모습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건 상관없잖아? 중요한건 우리가 대화를 통해 얼마나 건설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냐는거지."

"……."

알 파라사드는 치우라고 스스로를 밝힌 남자의 뒤쪽에 위치한 그의 부하들을 확인하였다.

'응? 전원 여성이라고?'

몸매를 확인해보니 전원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놀란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들의 외모를 확인하였다.

"!!"

그 때, 그의 눈이 이실리아를 향해 고정되었다.

"이…실리아 맥스웰……!"

마을 주민들은 인터넷은 커녕, 컴퓨터도 없는 생활을 해왔기에 이실리아 맥스웰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지만, 세계적인 이능력자에 대해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알 파라사드는 단번에 그녀의 정체를 파악하였다.

"오? 역시 알아보시는구만? 혹시나 싶어서 함정이라고 생각하지마. 지금은 내 부……."

"협상은 없다! 우리들은 너희들 전원을 죽여버릴테니까!"

"엥? 갑작스런게 뭔……. 우리에게 인질이 있다니까!?"

"민족의 원수를 갚는데 그런 작은 인연에 연연할쏘냐!"

솔직히 말하자면 진우는 스스로의 말빨에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막 시작하려는 찰나, 알 파라사드가 다짜고짜 협상을 거부하니 당황한 진우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어떻게든 말을 이어가려 하였다.

"아니, 잠깐…일단 진정하고……."

"쿠르드인들은 영국인들이 우리에게 벌인 짓을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 이실리아 맥스웰! 네가 어째서 여기있는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네 년의 목을 잘라서 공개적으로 효수시켜주지!"

"야! 임마! 뭔 소리인지 알아듣게좀 말해!"

진우가 답답해하며 그를 향해 소리쳤지만, 알 파라사드는 일방적으로 분노를 토해내며 진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부우우웅!

"에이 씨발."

퍼억!

"크허억!"

자신의 머리통을 박살내려는듯이 날려오는 주먹을 목격한 진우가 나지막히 욕을 중얼거리며 총을 내던지더니 주먹으로 받아치자, 알 파라사드의 몸이 엄청난 충격을 받은것처럼 주르륵 밀려나갔다.

'뭐…뭐야……!?'

상대방이 가볍게 날린 잽같은 펀치 한방에 주먹을 날린 오른손 전체가 욱씬거리는 충격을 받게 되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전력으로 휘두른 주먹을 받아낸 이가 거의 없었기에 그의 놀라움은 더욱 컸지만, 이내 제정신을 차린 그는 진우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증오심을 드러냈다.

"봤지? 난 니 정도 능력자쯤은 간단히 잡을 수 있어. 그러니까 일단 대화를……."

"역시 함정이였나! 나를 잡기 위해 인질까지 잡다니! 드디어 네놈들의 바닥이 보이는구나!"

"아오 씨발! 대화라고! 대화! 대화좀 하자고 이 병신 새끼야! 귀에다가 자동 필터링같은거 달고 다니냐!"

"웃기지 마라! 우리들은 서방제국놈들 따위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아옭옭옭옭옭옭옭---!!"

지금까지 사상은 달라서 의견이 다르지만, 말이 어느정도 통하고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했던 이들과 달리, 귀나 뇌에 필터링같은걸 단 것처럼 이상하게 해석하고 곡해하는 알 파라사드의 모습에 진우는 괴이한 울음같은 소리를 질러댔다.

"그냥 뒈져 씨발놈아!"

자신의 의도대로 대화의 흐름이 흘러간다면 기분좋게 협상하거나 무력을 쓰지 않지만, 협상이나 대화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폭력성이 오히려 과격하게 드러나는 진우는 알 파라사드의 머리통을 향해 전력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사라라락!

그 때, 바닥의 흙과 모래들이 공중에 모여들면서 방패같은 형상을 띄었다.

'놈의 공격이 막혔을때 반격을 가한다!'

그의 능력은 단순히 흙과 모래들 움직이는게 아니라, 상당한 물리력까지 실어낼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인간의 몸을 졸라서 터트릴 수 있고, 미사일이나 폭탄의 폭발까지도 막아낼 수 있는 강도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파삭!

"어……?"

하지만, 인간의 몸을 터트릴 수 있어도, 미사일이나 폭탄의 폭발까지 막아낼 수 있어도, 10등급의 괴력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분노와 답답함으로 최대치까지 강해진 진우의 주먹을 막아낼 수 없었다.

모래와 흙의 벽이 뚫리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얼굴 정면을 향해 날라오는 주먹이 알 파라사드가 목격한 마지막 기억이였다.

푸칵!

주먹 한방에 징그럽게 터지는 소리와 함께 머리의 형체가 사라지며 뇌수와 피가 섞이면서 사방으로 흩어졌고, 알 파라사드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가 일부러 지는것처럼 행동한것이 저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연극이라 생각한 테러리스트들은 마을을 포위하다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사…사격! 놈들을 죽여!"

알 파라사드의 허무한 죽음에 그의 부관이 사격 명령을 내렸다.

그 또한 영국인인 이실리아 맥스웰을 죽이기 위해 인질의 생사를 포기하였다.

알 파라사드를 위한 복수도 있었지만, 이대로 당한채 도망치듯 도망갈 수 없는데다 이미 유리한 고점까지 점하였기에 이정도 포위와 일제 사격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투타타타타타--!!

"끄아악!"

"꺄야아아악!"

티티티티팅!

하지만, 그들의 사격은 애꿎은 인질들만 죽어나갈뿐, 막상 죽어야 할 이들은 파워 슈츠에 의해 탄알이 튕겨지거나 흠집조차 내지 못하며 땅위로 쓰러졌다.

"하아…씨발…모두 죽여!"

어이없이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 진우는 노예들을 향해 모두 몰살시키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와 동시에 그녀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며 자신들을 포위한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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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여보…저 때문에……."

모든 적을 처리한 노예들이 시체와 전리품을 정리하게 되자, 이실리아가 쭈뼛쭈뼛 거리며 진우를 향해 다가왔다.

"…아냐. 굳이 사과할 필요 없어."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이실리아 맥스웰이 잘못한게 아니라 자신이 정보 수집을 제대로 하지 못한게 문제였다.

애초에 이라크 서부로 가서 이라크 테러리스트들과 손을 잡을 계획을 세워뒀지, 쿠르드 테러리스트와 손을 잡는 계획은 전무하였기에 생긴 정보의 부재였던 것이다.

"그것보다 이상하게 신경이 거슬리는 소리를 했었어."

-쿠르드인들은 영국인들이 우리에게 벌인 짓을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이실리아 맥스웰이라는 개인이 아니라 영국인이라는 것 자체에 분노를 품고 있는것 같았어. 영국과 쿠르드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저도 방금전에 생각난건데……."

쿠르드 민족은 영국인들을 극도로 증오한다.

아예 쿠르드 민족 앞에서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의 이름을 꺼내지 말라고 할 정도다.

그 이유는 세계 1차 대전이 끝물일 무렵으로 올라가야 한다.

1918년 이후, 이라크와 요르단을 점령한 영국에서는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쿠르드인들을 모두 독가스로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이 명령을 내린자가 바로 영국 최고의 총리라고 불리우는 윈스턴 처칠이다.

게다가 쿠르드인들은 벌레같고 하찮은 민족이라고 주장한 윈스턴 처칠은 무저항의 시민, 노인, 아이들까지 모두 독가스 살포를 허가 하였고, 이로 인해 죽은 사망자 수는 최소 2천에서 최대 수만으로 추정될 정도다.

문제는 윈스턴 처칠은 규모만 작을뿐, 히틀러와 동급의 짓을 저질러놓곤 자신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즉, 쿠르드 민족을 잔인하게 죽였으나 그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한 고통을 겪었던 쿠르드 민족에겐 영국인은 자신들을 실컷 이용해먹고 버린 미국보다 증오스런 적이나 마찬가지.

"아……."

진우는 어째서 저쪽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마구잡이로 공격을 퍼부었는지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비유를 하자면 일제시기 독립 운동가에게 조선인을 상대로 생채 연구를 한 과학자를 소개한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가면을 벗고 눈두덩이 위로 손바닥을 얹으며 한 숨을 내쉰 그는 이실리아에게 어째서 그런 중요한 정보를 이제서야 말했냐고 따지고 싶었으나, 이실리아는 귀족 가문으로 태어나 영국 왕실을 향한 충성심을 가지고 인물이였다.

즉, 충성이 강한만큼 영국의 안좋은면을 무의식적으로 최대한 배제하였고, 뒤늦게나마 그 사실을 알았으나 의도적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에 기억을 흐릿하게 만든 것이다.

국제 정세에 알고 있는 페리샤 또한 아크로스라는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진국 위주로만 관계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딱히 쓸모도 없고 국제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약자에 불과한 쿠르드인의 역사까진 모르고 있었다.

"식량, 물, 탄환, 부담없이 들 수 있을정도로 확보해. 이 녀석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거지를 칠테니까."

"…예."

이실리아는 미리 정보를 말해주지 못한 자신의 죄를 아는지 힘없이 대답하며 슬그머니 물러섰고, 초장부터 일이 꼬여버린 진우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씨발…운이 돌아오기는 개뿔……."

자신이 무슨 역사 덕후도 아니고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하지만, 이미 협상은 물건너갔고 초장부터 일이 꼬여버렸다.

그나마 위안인것은 생존자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죽여버렸기에 자신들의 정체를 까발릴 사람조차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소한 녀석들의 본거지에 작업대와 보급품이 많이 남아있기를 빌 수 밖에.'

일단 무장을 재정비할 수 있는 거점을 얻을수 있다면, 그리고 이번 실수를 발판삼아 좀 더 조심스럽게 쿠르드 테러리스트와 접촉하기로 마음먹은 진우는 간만에 맛본 협상 실패의 무력감을 온 몸으로 느꼈다.

============================ 작품 후기 ============================

참고로 윈스턴 처칠의 이야기는 가상이 아니라 진실입니다.

원래는 알 파르사드와 일시적인 협력 체제를 가지는 스토리로 진행하려 하였지만, 쿠르드인 이름과 단어를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위의 사실을 알게 되면서 스토리를 급선회시켰습니다.

쿠르드인이 영국인인 이실리아를 보고도 그냥 무덤덤하게 넘어가는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였기에 개연성 문제도 있었거든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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