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0 / 0923 ----------------------------------------------
3장
"후우……."
쿠르드 민족 독립 전선의 수장, 시릭 시르카는 쿠르디스탄을 중심으로 한 지도를 향해 깊은 한 숨을 내쉬며 주름진 이마를 매만졌다.
이제 60대의 나이가 된 그는 잔흉터가 많고 강직해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노인이라기 보단 아직도 현장에 뛸 수 있는 군인처럼 보였다.
게다가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나이를 먹어도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젊었을때보단 못해도 아직도 지금 당장 총을 붙잡고 현역으로 뛸 수 있을 정도로 건장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이리도 허약해보이는 한 숨을 내쉬는 이유는 쿠르드인의 영원한 소망, 독립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었을때부터 지금까지 쿠르드 민족 독립군으로서 민족만의 독립 국가를 꿈꿔왔으나, 나라는 여러 중동국가에게 찢겨진 상태인데다 각자 수니파, 시아파로 나뉘어져 있는 국가들로부터 독립을 인정 받는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직급이 높아지면서 깨닫게 된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벌일때, 미국은 쿠르드인들에게 자치구라는 먹잇감으로 석유 계약을 맺고선 이라크와 이란에게 쿠르드 독립을 위한 모든 지원을 하지 않기로 협정을 맺었다.
그 밖에도 미국에서는 '이라크인이 스스로 독재자인 사담 후세인을 하야 시켜야 한다' 고 주장하자, 쿠르드 민병대가 사담 후세인의 독재에 항거하였으나 정작 미국에서는 그 어떤 지원도 하지 않고 은근슬쩍 발을 빼버리면서 몰살당하고 말았다.
지원을 하겠다고 협약한건 아니지만, 어떻게 보자면 이 또한 배신 행위중 하나다.
온갖 국가들에게 배신, 배신, 또 배신을 당한 쿠르드인들에겐 '쿠르드인이 믿을건 산 밖에 없다' 라는 속담이 생길정도로 타국을 믿는것 자체를 포기할 지경이였다.
물론, 지금은 사정이 조금 나아져서 자치구 정부에서는 타국의 여러가지 협약을 맺었으나,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목적일 뿐, 그 국가를 믿는건 아니다.
하지만, 쿠르드 혼자서는 이 모든 중동 국가들의 견제를 버티는것만으로도 벅찼으며, 미국은 자신들을 배신한 주제에 오히려 독립 전선 민병대를 살라딘의 잔당이라 부르며 토벌하고 있었다.
일단 미국과 대치중인 이라크 테러리스트들과 손을 잡긴 하였지만, 살라딘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그들을 100% 신용할 수 없는 상황.
상황은 지속적으로 나빠지기만 하고,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미국의 고성능 무기로 무장된 병사들은 이쪽의 공격을 너무나 간단히 격퇴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게릴라적인 기습적 테러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격이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이라크 북부, 쿠르디스탄으로 따지자면 최남부에 속한 중간 거점 기지의 구축과 미군의 기지를 테러하기 위해 괴력을 가진데다 흙과 모래를 움직일 수 있는 복합능력자인 알 파르사드의 소식이 끊기면서 거점 기지과 연락이 완전히 두절된지 일주일이나 지나게 되었다.
알 파르사드는 독립군 내에서도 5위 안에 드는 강력한 이능력자인데다 흙과 모래를 다룰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지하 기지를 만드는데 최적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인재가 행방불명되어버렸으니 수장된 입장으로선 그야말로 뼈가 으스러질것만 같은 충격이였다.
신체 강화 등급이 몇인지 몰라도 왠만해선 지치지 않는 체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뒤늦게라도 그가 다른 거점에 도착하여 보고 하길 기다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희망이 사그라짐을 느꼈다.
알 파라사드의 생존을 포기한 시릭 시르카는 지하 기지의 구축을 포기하고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같은곳을 찾거나 민간 마을로 위장하는 방안을 다른 간부들과 연구하였고, 산악지역 특유의 거친 지형으로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최소한 무기만이라도 비등했더라면.'
이능력자의 질과 보병의 숫적 열세야 그렇다쳐도, 무기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이쪽은 기본적으로 보병 무기는 AK-47, 수류탄, 대전차 RPG-7이 전부인데 반해, 저쪽은 야간 투시경, 방탄복, 레이저 조준기가 달려있는 최신예 개인 화기를 가지고 있다.
생존률에서부터 극심한 차이가 나는데다 전투력에서조차 밀린다.
그나마 거친 산악지대라는 이점을 사용하여 대등하게 싸울 수 있지만, 저들이 압도적인 전투력을 바탕으로 들어온다면 엄청난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사령관님!"
그 때, 한 남자가 후다닥 달려왔다.
참고로 쿠르드 민족 독립 전선은 자신들을 테러리스트가 아니고 독립군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군대의 편제에 따른 칭호를 사용하고 있다.
"무슨 일인가?"
"남부 지역 일대에 미군이 대규모 소탕작전을 펼쳐 아군 거점 기지들을 급습했답니다!"
"뭣!?"
미리 미군 주둔지에 군부대의 이동을 전문적으로 탐지하는 스파이들을 심어두었는데, 그들로부터 연락이 없는것으로 보아 미군이 이라크 서부의 테러리스트들과 전면전을 벌이기 위해 단단히 마음먹은게 분명했다.
아마 스파이들을 처리했거나 그들 몰래 조금씩 병력을 이동시켰으리라.
시릭 시르카는 대다수의 거점 기지가 전멸당했다고 예상하며 각오가 담긴 목소리로 보고를 요구하였다.
"살아남은 기지는……?"
"그…그게…몇몇 기지만 전멸당할 뿐, 나머지 기지는 피해가 상당하지만 미군을 격퇴했다고 합니다."
"뭐?"
시릭 시르카는 지도자다. 지도자로서 적과 아군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짜는것이 필요하다.
자신들의 민족을 우습게 보는건 아니지만 미군과 비교하면 모든면에서 열세인데,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우리쪽의 정보통이 소식을 보내지 못할 정도면 단단히 준비해뒀다는 뜻인데……?"
게다가 기습 공격이다. 압도적인 전투력 차이에다가 기습을 가했는데도 모두 격퇴했다고?
'알라께서 우리들을 보살피신건가?'
오죽 현실성이 없었으면 이런 생각을 다 했겠는가.
"일단 각 기지의 보고를 받자마자 달려온거라서…일단 확인해보겠습니다."
"아니, 나도 같이 확인하러 가보세."
어떤 일인지 직접 알아야 직성이 풀릴것 같은 그는, 남자와 함께 어찌된 상황인지 확인하고자 발을 바쁘게 움직였다.
-------
쾅!
"이게 지금 무슨 헛소리야! 모든면에서 이쪽이 월등한데 왜 패퇴를 당해!"
이라크에 주둔한 110 기계화 보병 사단의 사령관인 맥켄 라우저 대령은 자신의 절친한 친우인 에드 리가 중국 정부가 사형을 하였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아서 평소보다 신경이 날카로운것도 있었지만, 이쪽이 전력을 다하여 계획한 이라크 북부 쿠르드 테러리스트 기습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충격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책상을 힘껏 내리쳤다.
"보고에 의한 테러리스트들의 전투력이 지금까지와 달리 성능이 완전히 다르다고 합니다. 그들의 무기가 엄폐물을 뚫어버려서 관통하거나, 방탄복과 방탄헬멧까지 무용지물이였고 이번 작전에 참여한 몇몇 이능력자들은 그들의 총탄에 사살당하였습니다."
보고자는 최대한 냉담하게 말하였지만, 그 또한 충격을 받았는지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이능력자들까지 당해……?"
군부대에 소속된 이능력자들은 대부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도 그럴것이 능력이 뛰어나면 다른곳에서 모셔가려고 성화인데다 더 좋은 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미국 또한 이능력자 전력은 숫자만 많을 뿐인지 그 레벨이 높은 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높은 이들은 X-Force라는 특수 부대에 속하고 있으며,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빌런들의 테러를 막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능력은 높지 않아도 어쨌든간에 이능력자다. 게다가 고급전력인 만큼 다른 병사들과 차원이 다른 방탄복과 방탄 헬멧까지 쓰고 있었는데 그들까지 사살당했다고?
"가까스로 테러리스트들을 전멸시킨 부대에서 그들이 사용하던 무기를 노획하였는데, 사격 시험을 해보니 자신들의 것보다 월등히 앞선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합니다."
그리고선 2 장의 사진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는데, 맥켄 대령은 그 사진을 줏어들고 확인하였다.
"평범한 AK계열 무기인데…응? 이건 뭔지?"
"그 문양이 있는 총은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고 있었고, 그렇지 못한 AK 무기는 평범한 수준에 불과하답니다."
죽은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했다던 무기는 평범한 AK-47 이였지만, 개머리판에 이상한 문양이 있었다.
새처럼 보이는데 다리가 3개인 기형새가 나름 고풍스럽게 새겨져 있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 맥켄 대령은 다른 사진을 확인하였다.
"…이건 또 뭔가."
"그게…테러리스트의 기지를 확인하다가 얻은 것입니다."
사진에는 글이 써진 한 장의 종이가 찍혀 있었는데, 그 종이에 써진 내용이 이러했다.
-귀하들의 독립을 진심으로 기원해염~ 그런 의미에서 이 무기를 지원해드릴테니 이걸로 미국 돼지놈들을 쳐 죽이세용~ ^오^-
"……."
이 무슨 긴장감 제로의 병신같은 대사란 말인가.
잠시동안 맥켄 대령은 할 말을 잃고 바보처럼 입을 헤 벌리며 다물줄을 몰랐다.
"믿기 어렵겠지만 다른 기지에서도 이러한 종이가 발견되었다 합니다."
미군이 점령한 테러리스트의 기지는 총 3곳에 불과하였다.
그 3곳의 기지에서 모두 이러한 내용이 적혀진 종이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를 확인한 맥켄 대령은 자신의 눈을 비비며 다시 한번 사진을 확인하였다.
"참고로 테러리스트들 또한 이 종이를 전달한 당사자의 정체를 모르는듯 합니다. 생포한 이들도 그렇게 말하였고, 우리가 점령한 기지에서는 이 무기를 의심하면서 사용하지 않고 구석에 쳐박아둔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렇다 점령당한 테러리스트 기지는 모두 이 수수께끼의 무기를 사용하기보단 의심하며 분해하거나 창고 구석에 쳐박아두면서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다른 기지에서는 압도적인 성능을 확인하면서 놀랐기에,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절반은 창고에 넣어두고 절반만 운용하고 있었다.
미국의 병사들을 상대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무기의 성능을 눈으로 직접 체험하게 된 그들이 재빨리 창고로 달려나가 무기를 모두 사용하면서 미군을 격퇴하였고, 끝까지 의심하고 사용하지 않은 기지들만 전멸당한 것이다.
"일단 그 무기들을 모두 기술자들에게 전달해. 대체 어떻게 생겨쳐먹은 무기인지 확실히 조사하라고. 그리고 이 문양……."
맥켄 대령은 생전 처음보는 문양이 새겨진 무기의 주인을 조사하라고 명령을 내릴려던 찰나, 에드 리가 위험하다고 목숨을 걸며 주장하던 '치우' 라는 인물이 생각났다.
'아냐. 놈은 거기서 죽었어. 설령, 놈의 부하가 살아남았다손 쳐도 이런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데 멍청하게 하이재킹이나 할리가 없잖나.'
에드 리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가능성이 있었다고 역설하였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안되는 것뿐이였다.
만약, 그가 한국의 역사에 정통하였다면 개머리판에 그려진 새가 '삼족오' 를 뜻하는것을 알아챘겠지만, 타국의 역사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맥켄 대령과 미군이 보기엔 이상하게 생긴 기형 새에 불과하였다.
"이 문양의 주인을 조사해. 본국에도 상황을 알리고 확실하게 이 문양의 의미를 알아내야만 한다."
"예!"
방탄복을 입은 이능력자를 사살할 정도의 무기다.
이를 잘 연구하면 국가에도 큰 도움이 될것이라 여긴 맥켄 대령은 최대한 이 기술을 해석하고, 테러리스트에게 이런 가공할만한 무기를 넘겨준 이의 정체를 알아내야만 했다.
============================ 작품 후기 ============================
요즘 날씨가 갑작스럽게 추워지네요. 다들 감기 조심하시기 바래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