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208화 (208/923)

0208 / 0923 ----------------------------------------------

3장

시릭 사령관은 치우의 요청을 묵살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만큼의 요청을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사정이 궁핍하다는 것과, 이미 본인들의 무장을 만들었으니 그것으로 된것이 아니냐는 부연 설명과 함께 무기 수십정만 만들 수 있는 재료만을 꾸준히 공급하였다.

그렇게 일주일동안 모으고 모은 400여정의 AK-47이 생겨나자, 평소에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치우제 무기로 무장시킨 정예 병사들을 현재 가장 치열한 전투가 한창인 시리아 전선으로 지원보냈다.

미군은 기습 작전의 실패 이후, 요새화가 잘 된 기지에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화력이 뛰어난 무기를 가져도 섣불리 공격하기 어려웠기에 나중의 일로 미루었다.

어지러운 산길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이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으나 시리아에 도착한 병사들은 곧바로 전투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과는 대승리.

장갑차나 전차의 장갑까진 뚫을 순 없으나, 어느정도 찌그러뜨릴 수 있는 파괴력, 왠만한 엄폐물을 간단히 꿰뚫어버리는 가공할만한 관통력에 의해 시리아의 정부군이 패퇴하게 된 것이다.

쿠르드 독립을 탄압하던 시리아 정부는 급작스런 상황에 당황하였고, 아슬아슬하게 장갑차와 전차를 이용한 화력망을 통해 가까스로 쿠르드 독립군의 진격을 멈출 수 있었다.

시리아 정부도 놀랐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주변국도 놀랐으나, 가장 크게 놀란것은 쿠르드 독립군이였다.

그들 또한 시리아 정부군과의 전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고 있었는데, 치우가 만들어준 무기로 너무나 간단히 승리한 것이다.

시릭 사령관도 압도적인 화력을 통해 시리아 정부군을 패퇴시켰다는 전보를 듣게 되자, 다시 한번 치우제의 무기가 가진 강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안 좋은 소식들에 의해 조금씩 짓눌려가며 의기소침해하던 시릭 사령관은 간만에 맛본 승전에 흠뻑 취하게 되었다.

그래도 신중함을 잃지 않았던 그는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재료를 공급하면서도 치우에겐 승전의 사실을 숨겼다.

그가 자신의 무기로 승전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욱 기고만장해질것을 두려워 한것이다.

치우는 재료가 들어오는대로 족족 무기를 만들어줬고, 그 무기가 각 전선에 투입될때마다 들려오는 것은 승전보였다.

쿠르드 독립군은 압도적인 화력을 지닌 병기 덕분에 쉽게 승리할 수 있게 되자, 모든 이들이 치우의 무기를 손에 쥘 수 있길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처음엔 신중함을 잃지 않았던 시릭 사령관도 승리에 취하게되면서 더 많은 무기를 요구하였고, 그만큼의 재료 또한 넘겨주었다.

진우는 바깥의 소식이 의도적으로 차단된 상태였으나, 시릭 사령관이 요구하는 수량이 많아지고 그만큼의 재료들이 들어오게 되자 슬슬 자신의 의도대로 중독되어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중독 절정기에 달했군. 슬슬 갑질을 행세해보실까.'

치우의 갑질은 그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호화로운 식사를 제공해달라는 것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수위를 조금씩 높히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여자까지 요구하게 되었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병사들을 보게 된다면 자기 마음대로 구타해서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상처를 입히고서도 시릭 사령관은 그에게 잘못을 말할 수 없을 지경에 달하였다.

처음에는 여자를 요구하는 그의 행동에 못마땅해 하였으나, 아군의 승리가 늘어나면서 전선이 그만큼 확대되자 사방에서 치우제의 무기를 요구하는게 전보의 절반이 될 수준이였기에 그에게 뭐라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였다.

게다가 시릭 사령관뿐만 아니라 쿠르드 독립군 전체가 간만에 맛본 승리에 통쾌함과 지금까지 억눌려왔던 보상 심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점령지의 시민들을 상대로 약탈을 하거나 강간하는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 심중에는 그만큼 치우제의 무기에 대한 의존도와 신뢰가 있었던 것이다.

치우제 무기가 함께 하는한 자신들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의존감과 신뢰를.

그렇게 진우의 계획대로 쿠르드 독립군은 '치우제 무기' 라는 거대한 마약에 중독되어가기 시작하였고, 위에 설명한대로 지금까지 억눌려왔던 보상 심리가 터지면서 독립군이 아닌 진정한 테러리스트로 변모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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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라크 서부.

타앙!

"으아악!"

"저격이다! 저격이다!"

투두드드드드드드드--!

"으아악!"

"미국이다! 미국 놈들이다악!"

얼마전, 정찰을 하던 미군을 발견하여 포로로 사로잡은 이라크 테러리스트들은 얼마전에 포로들을 사용한 협박 영상을 미군에게 보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한가지.

지금 당장 이라크를 떠나라 였다.

미국이 이라크에 손을 때면 곧바로 이라크 주민의 90%인 수니파가 시아파, 친미파 정치가들을 때려죽여서 다시 한번 원래대로의 이라크를 만들겠다는 이유여서였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도 값싼 원유를 손에 넣기 위해선 절대로 그들의 말대로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 포로로 잡힌 미군들은 공개 사형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영상을 추적하여 포로가 있었던 이라크 테러리스트의 기지를 발견하게 된 미군의 보복 공격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뒤이어 매복하고 있던 미군 병사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조준 사격을 가하며 오래된 폐허를 기지로 삼고 있던 이라크 테러리스트들을 무참하게 학살하기 시작하였다.

이라크 테러리스트들은 우왕좌왕하며 어떻게든 엄폐물에 숨어서 반격하려 하였지만, 이미 좋은 포인트에 자리잡아서 사격하는 미군을 맞추는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였다.

테러리스트의 수색에서 벗어난 완벽한 매복 공격.

저격과 지원팀의 공격으로 길이 활짝 열리자, 보병 수송용 장갑차 5대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엄폐물이 많은 폐허쪽에 가깝게 붙어서 후미 도어를 열었다.

"무브 무브 무브!"

도어가 열리자 허리를 숙이며 튀어나온 미군 병사들은 빠르게 산개하여 엄폐물을 찾기 시작하였고, 엄폐물이 너무 멀리 있으면 장갑차를 엄폐물 삼아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하였다.

이대로라면 거의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게 될 테러리스트들은 몇몇 소수만 포로로 잡혀나갈 운명에 처하게 되었지만, 갑작스럽게 저격과 지원팀의 공격이 멈추었다.

"알파팀! 계속해서 화력을 쏟아부어라!"

-스펙터다! 스펙터가 나왔끄아악!-

"!!"

스펙터라는 이름에 두 눈이 희둥그래진 지휘관은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치며 인근의 병사들을 향해 지시하였다.

"스펙터다! 저격팀과 지원팀이 당했다! 모두 응전 준비!"

무전이 온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그들 모두 '스펙터' 에게 당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은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저격팀과 지원팀이 있어야 할 언덕 위쪽에서 미군의 복장이 아닌 자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두운색의 낡은 천조까리를 휘감아서 온 몸을 꽁꽁 싸맨 '스펙터' 는 지원팀이 사용하던 기관총을 미군을 향해 조준하였다.

투드드드드---

"폭스와 울프 팀은 테러리스트들을 압박해라! 나머지는 스펙터를 공격한다! 여기서 우리가 스펙터에게 죽은 동료들의 원한을 갚자!"

스펙터는 무슨 원한을 가진건지 몰라도 미군을 단 한명도 남기지 않기로 유명하다.

항복을 해도 죽이고, 무장을 스스로 해체해도 죽인다.

그나마 그의 공격과 인상착의를 알고 있는것은 그의 공격을 받은 지휘관들이 무전을 통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폭스와 울프 팀의 병사들은 앞뒤 모두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엄폐물을 찾으며 테러리스트들이 응사하지 못하게끔 압박해 나갔고, 나머지 병사들은 스펙터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빌어먹을 망령 새끼! 뒈져버려라!"

한 미군이 스펙터에게 동료가 죽었는지 욕설을 토해내며 스펙터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다른 이들 모두 그와 비슷한 고통을 겪은 병사들이였기에 발 빠르게 몸을 숨기며 스펙터를 향해 응전하였다.

쿠르르르르--

보병 수송용 장갑차들 또한 스펙터를 향해 몸체를 돌렸고, 몸체 위에 달려있는 기관총을 잡은 사수들도 스펙터를 향해 공격하였다.

투타타타타타타!!

발 빠르게 적의 공격이 자신을 향해 집중 되자, 지원팀이 사용하던 기관총을 한 손으로 들면서 우사인 볼트 수준의 스피드로 언덕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팍!

중반쯤 내려올때쯤, 급작스럽게 땅을 박차더니 거의 날라가듯이 점프한 스펙터는 몸을 한차례 빙글 돌리며 천쪼가리를 크게 휘적였다.

피피피핑!

천쪼가리가 휘날리면서 핀이 뽑힌채 날라오는 수류단의 모습을 발견한 미군은 자신들을 향해 날라오는 수류탄의 모습에 두 눈이 희둥그래졌다.

"산개에에에에!"

사방으로 뿌려지는 7~8개의 수류탄은 대부분 엄폐물 방향으로 향하였고, 엄폐물에서 숨어있던 미군 병사들은 무작정 뒤쪽으로 뛰면서 폭발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퍼퍼퍼펑!

"끄아악!"

"으아아!"

수류탄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너무 안쪽에 있던 몇명의 병사들이 비명과 함께 폭사 당하였고, 폭발의 충격이 가시자 정신을 차린 병사들과 지휘관들은 스펙터를 찾기 위해 주변을 확인하였다.

투드드드드드드--!

"끄악!"

"크허억!?"

그 때, 뒤쪽에서 장갑차에 부착된 기관총이 불을 뿜더니 엄폐물 밖으로 피신한 미군들을 마구잡이로 난사하였다.

갑작스런 난사에 깜짝 놀란 미군은 수류탄에 정신이 팔려 있을때, 장갑차 위의 사수를 죽이고 기관총을 잡은 스펙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개새끼가!"

그 장갑차의 바로 옆에 있던 또다른 장갑차의 사수가 재빨리 권총을 뽑아들어 스펙터를 향해 발사하였지만, 스펙터는 원래 이 자리의 사수였던 병사의 시체를 한 손으로 들면서 권총의 탄환을 막아냈다.

드드드드드드득--!

한 손으로 시체를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 반동이 심한 기관총으로 정확하게 사격하며 미군 병사 몇명을 사살한 스펙터는 갑작스럽게 장갑차가 앞쪽으로 급발진하자 살짝 몸이 휘청거렸다.

자신이 조종하는 장갑차 위에 스펙터가 타고 있다는것을 알게 된 운전병이 스펙터와 함께 전장에서 이탈하고자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기관총 사수 자리에서 나온 스펙터는 시체를 들면서 장갑차 밖으로 뛰쳐나갔고, 그렇게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투타타타타!

퍼퍼퍽!

살아남은 병사들이 집중 사격을 가하였으나, 스펙터는 들고 있던 시체를 앞에 세우면서 막아섰고, 자신이 죽인 병사의 허리에 있던 권총을 뽑아들더니 시체 너머로 얼굴을 살짝 내밀면서 응사를 시작하였다.

탕! 탕! 탕!

"으악!"

"크헉!"

"끄아악!"

문제는 대충 쏘는것 같아도 정확하게 병사들의 안면을 맞춘 스펙터의 공격에 병사들이 빠르게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갔고, 그 모습을 엄폐물 뒤에서 응사하며 지켜보던 지휘관이 분노보다 두려움과 경악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말도 안 돼……. 어떻게 시체를 들면서 저런 명중률을……."

스펙터는 엄폐물 뒤에서 상체만 살짝 내놓으며 사격하는 병사들까지 안면에 명중시켰고, 팔만 내밀며 공격하면 무기를 쏴서 떨궜다.

그것도 한 손으로는 시체를 들면서 말이다.

지휘관은 무전을 통해 장갑차 운전병들을 향해 명령하였다.

"모든 장갑차에게 전한다! 스펙터를 깔아뭉개버려!"

대인전에서 불리하다면 장갑차로 뭉개버리면 된다!

장갑차 운전병들은 스펙터를 향해 돌진하였고, 여전히 시체를 앞세우고 있는 모습에 이대로 죽여버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퍽! 콰차창!

스펙터는 시체를 버리더니 상체를 숙이면서 타이밍에 맞춰 두 팔을 힘껏 위로 치켜들었고, 스펙터를 향해 달려가던 가장 가까운 장갑차는 쇠가 우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허공을 날라갔다.

휭휭휭- 콰아앙!

허공에서 몇바퀴나 돌면서 날아가던 장갑차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땅에 쳐박혔고, 안의 운전병은 기절한건지, 죽은건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콰창! 우드득!

스펙터는 뒤이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장갑차들까지 방금전과 똑같은 자세를 취하여 날려버렸고, 2 대의 장갑차가 허공을 날라다니다가 똑같이 바닥에 꼬꾸라졌다.

"이…이건 대체……."

부우우웅---! 파가가가가각!

다른 장갑차들이 모두 날라가는 모습을 목격한 나머지 한 대의 장갑차 운전병은 재빨리 후진하려 하였지만, 스펙터가 차의 밑바닥을 잡으면서 애꿎은 모래만 깊게 파내렸다.

후웅!

그는 자신이 잡은 장갑차를 테러리스트를 압박하던 병사들을 향해 힘껏 내던졌고, 아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던 폭스와 울프팀의 병사들은 황급히 몸을 피하였다.

쿵! 쾅! 콰르르르르!

땅과 부딪히면서 몇번이나 튕겨오른 장갑차는 가까스로 모래를 밀어내며 멈췄으나, 그 충격으로 안의 운전병은 어떤 방식으로든 의식을 잃은게 분명하였다.

"알라께서 보내신 천사가 오셨다!"

"말락 알 마우트가 우리를 내려보신다!"

미군이 스펙터를 죽음의 망령이라고 부른다면, 테러리스트들은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에 기록된 죽음의 천사의 이름인 말락 알 마우트라고 부른다.

테러리스트들은 혼자서 미군을 학살하고 있는데다 자신들을 압박하던 미군들이 공격을 멈추자, 그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던 테러리스트들이 말락 알 마우트의 이름을 부르며 우르르 튀어나왔다.

투타타타타타!

"끄윽!"

"제…제기랄!"

앞뒤로 공격 받게 된데다 엄폐물까지 거의 사라진 미군은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시체가 되어 쓰러져나갔고, 그 모습을 지켜본 스펙터는 테러리스트들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자 주저없이 몸을 돌리며 유일하게 탈출한 장갑차를 처리하기 위해 빠져 나갔다.

"아!"

그 모습을 본 몇명의 테러리스트들이 안타까움이 섞인 감탄사를 내뱉었고, 미군을 전멸시키고 몇 명을 포로로 잡은 후에 말락 알 마우트의 뒤를 쫓아가려 하였으나 엄청난 속도로 유일하게 도주하고 있는 장갑차의 뒤를 쫓아가고 있는 중이였다.

"신께서 우리들을 위해 죽음의 천사를 내리셨도다! 알라를 경배하라!"

이렇게 이라크 서부에서 벌어지는 미군과 이라크 테러리스트의 전쟁은 각각 스펙터, 말락 알 마우트라 불리우는 정체불명의 괴한에 의해 조금씩 추가 기울어져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스펙터의 정체는 다들 예상하고 있는 그 녀석입니다 -_-ㅋ

그리고 요즘 갑자기 성실 연재를 하게 된 이유는 이런식으로 계속 글을 쓰다간 나중에 여유가 생겨도 주말에만 글이 잘써지는 버릇이 생길까봐서 입니다.

계속해서 주기적으로 글을 써서 올릴 예정이지만 글의 퀄리티는 기대하기 참 거시기...하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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