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217화 (217/923)

0217 / 0923 ----------------------------------------------

3장

"헤에~ 너희 쿠르드 인은 안면에 10강화 철판을 기본 옵션으로 깔고 있나봐? 무슨 생각으로 나와 협상을 하자고 하는지, 이제는 감탄밖에 안나오는걸?"

진우가 미군 기지를 점령한지 2일이 지난 오전 시간대.

치우의 소식을 쫓아 그가 이 기지를 점령하였다는 것을 알아낸 시릭 사령관은 전권을 위임한 전령겸 외교관을 보냈다.

테러리스트 주제에 무슨 외교관이냐 싶겠지만, 일단 이들은 스스로를 독립군이라고 부르고 있었기에 다른 조직들과의 문제를 조율하는 이들을 협상가라 부르지 않고 외교관이라 불렀다.

물론, 그들만의 자칭일 뿐이지만.

어쨌든, 전령을 들이기 위해 잠시 터렛에 그의 얼굴을 중립으로 등록한 후, 지휘통제실로 사용되던 막사로 향한 그와 대면한 치우가 내뱉은 첫마디가 위의 저것이다.

하지만, 치우가 얼마나 뛰어난 무기를 만드는지 알고있는 외교관은 일단은 그의 분노를 먼저 잠재우는쪽이 우선이라 판단하였다.

"그 날의 일은 시릭 시르카 사령관님께서도 당황해하고 계십니다. 그 사건은 이쪽의 본심과는 완전히 무관한, 일반 병사들의 폭주인지라 저희들로서도 당황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뭐? 밑에 일반병들이 했으니까 우리랑은 아무 문제 없다. 그러니까 다시 손을 잡자고?"

외교관은 그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할줄은 생각치 못했는지 헛기침을 몇차례 하며 당황한 속마음을 진정시켰다.

"큼큼……. 비록, 일반병들이 독단으로 문제를 일으켰으나, 그 문제는 우리들이 제대로 관리를 못해서였습니다. 그러니 응답 치우님께 사과를 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보상도 해드릴 예정입니다. 그러니 저희들과 다시 손을 잡으시고 기지로 돌아가시는게 어떻습니까?"

이건 좀 먹히는듯 싶었다.

치우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내 대답은 거절이다. 너희들이 수십억 유로를 가져다준다해도 이미 한번 문제를 일으킨 놈들에게 돌아가지 않아. 이번엔 내가 일부러 너희들의 진심을 알아보고자 수시로 자리를 비웠지만, 나중에 진짜로 자리를 비웠을때 이런 일이 또 생기지 않을거라는 보장이 어디있지?"

"그래서 이번엔 엄중되고 충성심 높은 정예병들로 여러분들을 호위할 것입니다. 설령 흥분제를 먹여도 여러분들을 덮치느니 자신들끼리 그 욕정을 해소할 정도로 국가에 해가 될만한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 민족 투사들입니다."

흥분제라는 부분에서 살짝 움찔한 진우는 혹시 자신들이 병사들에게 흥분제를 먹였던 사실이 들통난게 아닐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예를 들어서 말한거지, 특별한 의미를 둔게 아니였다는것에 남몰래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그건 좀 땡기는군."

마음이 이쪽으로 기울어지는듯한 치우의 말에 외교관은 속으로 환호를 내질렀으나, 다음 대사에 그 환호가 축 늘어졌다.

"하지만 싫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겠습니까?"

"이 기지는 원래 1개 대대의, 그것도 쿠르드 독립군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요새다. 나와 내 부하들은 그들을 모두 죽여서 점령하고, 다른 기지에서 달려오던 원군들까지 박살냈지. 즉, 이 기지는 우리가 힘으로 얻어낸 거처다. 우리들만의 보금자리가 생겼는데 뭐가 아쉽다고 너희들의 손 안에서 또다시 감시받는 생활을 받아야 하지?"

"감시받는 생활이라니요? 그것은 그때의 병사들이 민족을 위한 의지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여러분들의 호위를 맡을 정예병들은 감시라기 보단 단지 여러분들의 안위를……."

펄럭--

그 때, 외교관과 치우의 협상의 흐름을 부수고 노아가 황급히 돌아왔다.

"주인님! 동남 방향으로 정찰을 갔던 페리샤로부터 무전이 왔습니다! 이쪽을 향해 진격해오는 미군의 부대를 발견했답니다! 거리는 대략 30km!"

이실리아를 제외하곤 노예들간의 서열이 가장 높은 노아는 기지에 남아서 특별한 일이 생기면 무전을 받고, 다른 조직의 대리인이 왔으니 평소처럼 간드러지는 말투 대신에 최대한 절도 있는 자세와 군인같은 목소리로 그 내용을 진우에게 알리는 역활을 맡았다.

"규모는?"

"전차의 숫자만 백여대가 넘고, 공격 헬기만 해도 십수대, 거기다가 기계화 보병 대대까지 붙였다 합니…에……?"

그 때, 페리샤로부터 추가 보고 내용을 들었는지 노아는 잠깐 보고를 멈추다가 경악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이능력자들까지 수십…대략 소대 단위 수준의 인원들까지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그…그럴수가!"

치우와 협상하기 위해 같이 있던 협상가는 말도 안되는 압도적인 전력에 두 눈이 희둥그래졌다.

그런 대부대를 맞설려면 지형의 이점을 살릴 수 밖에 없는데,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평야 한 가운데이지 않은가!?

"페리샤는 저들이 우리를 쿠르드 인이라 생각하는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쿠르드 인이 다시는 이라크 땅을 밟을 수 없게끔 확실하게 공포를 안겨다주기 위해 일부러 과도하게 병력을 파견하였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모두 집합 시킬까요?"

"…마침 잘 됐군."

마침 원래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수리하고, 추가 무장이나 다양한 업그레이드를 마친 파워 슈츠의 성능을 이리도 빨리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파워 슈츠가 있는 작업실로 향하였다.

"치…치우님! 빨리 도망쳐야 합니다!"

이런 평야에서 저런 대부대와 맞붙는다는것은 자살 행위.

외교관은 황급히 도망가자고 하며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으나, 치우는 작업실로 사용하던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결례라는것은 알고 있지만, 이대로 있다간 자신의 목숨까지 위험해지기 때문에 작업실 안으로 머리를 내민 외교관은 앞 부분이 완전히 개방된 파워 슈츠 안으로 몸을 밀어넣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철컹! 철컥 철컥--

기계가 움직이는 소링와 함께 파워 슈츠가 닫히며 자신이 예전에 봤었던 치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외교관은 잠시 넋을 잃고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어? 그런데 왠지 좀 더 덩치가 거대해진것 같은데……?'

예전엔 평범한 파워 슈츠 정도에 불과하였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은 파워 슈츠와 헤비 파워 슈츠의 중간 사이에 놓인듯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등 부분에 백팩같은게 추가로 붙어있었고, 어깨의 견갑도 좀 더 두꺼워진 상태에서 둥그런 원형으로 변형된데다 팔다리에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무언가가 덕지덕지 붙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쿠웅!

파워 슈츠의 장착을 완료한 치우는 힘있게 첫걸음을 내딛으며 작업실 밖으로 나섰다.

"흐음……. 일단 착용감은 좀 더 무거워진것 같지만…뭐, 상관없으려나."

이것저것 업그레이드 하면서 덩치가 커지면서 무거워졌지만, 어차피 신체 강화 능력이 있으니 이정도는 새 발의 피 수준도 안되었다.

"어이, 노아. 화끈한 액션 무비 한 편 찍으려고 하는데 구경하지 않을래?"

"예, 저도 솔직히 주인님께서 만드신 그 파워 슈츠의 모든 성능을 구경해보고 싶었습니다."

노아가 따라오겠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대체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건지 어리둥절해 하는 외교관을 붙잡아 자신의 옆구리에 끼웠다.

"으악!? 이…이게 무슨 짓입니까!"

"좋은거 보여줄테니까 일단 와 봐."

치우는 바둥거리는 외교관을 붙잡으며 부스터를 사용하였고, 등과 발바닥 부분에서 푸른 화염이 토해지며 그의 몸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자, 그럼 가볼까!"

"예!"

뒤이어 함께 부스터를 사용하면서 능숙하게 공중에 떠오른 노아의 대답에, 두 남녀는 페리샤가 말했던 방향을 향해 날라갔다.

푸화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악!"

꼼짝없이 잡혀버린 외교관은 엄청난 속도에 한 번, 그리고 자신들이 미국의 대부대를 향해 날라가고 있다는 사실에 두 번 놀라며 비명을 내질렀으나, 그의 비명이 귀찮은 진우가 그의 입을 틀어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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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르르르르--

타타타타타타--

전차의 무한 궤도가 흙먼지를 자욱히 일으키는 소리, 그리고 전투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울려퍼지는 거대한 대군이 쿠르드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점령당한 기지로 향하고 있었다.

기계화 보병 대대의 인원들은 아군의 전차를 호위, 그리고 적의 견제였지만, 맨 후열에서 군용 수송 차량에 탑승한 군인 소속의 이능력자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반드시 토네이도를 만드는 이능력자를 사살해야 할 것.

그만한 이능력자를 포로로 잡는건 불가능에 가까우니 아예 생포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말고 죽이는것에만 신경 쓰는것이 이능력자들의 목표였다.

2일이라는 시간은 쿠르드 테러리스트들이 모이도록 만드는 여유 시간이였지만, 덕분에 이능력자들은 그 시간동안 서로의 손발을 맞춰보며 각각의 이능력자들이 활동할 영역권을 사전에 합의하였다.

일단 기본적인 수순은 적의 이능력자가 토네이도를 만들어낼때, 모든 염동력자들이 힘을 합쳐 토네이도를 만드는 염동력에 간섭을 한다.

그 사이에 다른 이능력자들이 적의 이능력자를 죽이는것인데, 여러가지 변수들이 존재하겠지만 그 변수들을 최대한 배제하며 이능력자를 사살해야만 했다.

때문에 이능력자들은 각자 부대와 연계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기지로 향하던 중, 선두에 있던 정찰용 험비로부터 무전이 날라왔다.

-치익…적 발견! 숫자는 1! 검붉은색 파워 슈츠로 무장하고 있다! 오버!-

"사이클론이 방어구를 착용한것일 수 있다! 모두 움직여!"

가장 직위가 높은 이능력자가 외치자, 다른 이능력자들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수송용 트럭 밖으로 나간 다음에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참고로 사이클론은 적이 바람과 관련된 이능력자라는 것에 기인한, 알기 쉽고 이름을 모르기에 만들어진 일종의 코드명이다.

군부에 속한 이능력자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번엔 직접적인 물리력이 중요시되는 임무인지라 적의 염동력을 간섭할 염동력자, 시선을 분산시키거나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신체 강화자, 순간 이동으로 기습을 가하는 텔레포터, 어떤 상황에서든 여러명에게 동시에 상황을 전달할 수 있는 텔레파시 능력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장 먼저 신체 강화자들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아군 전차의 몸체를 밟으며 튀어나갔고, 염동력자들은 미리 정신을 집중하며 적의 이능력을 막아낼 준비를 하였다.

텔레포터 능력자들은 근거리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강력한 한방을 선사할 수 있는 샷건을 준비하며 언제든지 텔레포트 하여 기습을 가할 준비를 하였다.

그 때, 파워 슈츠를 입고 혼자서 미군을 기다리던 이가 갑자기 상체를 약간 숙이자,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고 있던 염동력자들이 움찔하였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공격이 시작되었다.

철컹! 푸슈우우우--!

갑자기 파워 슈츠의 등의 백팩같은 부분이 개방되더니 하얀 구름을 만들어내며 수십여발의 소형 미사일이 하늘로 솟구치는게 아닌가?

쉬이이이익--!

하늘로 솟구치던 미사일은 갑자기 급낙하 하면서 전차들과 공격용 헬기를 향해 날라갔고, 가장 빨리 앞서 나가던 신체 강화자 몇몇이 그 폭발에 휩쓸렸다.

쿠콰콰콰쾅!

"끄아아악!"

미사일의 폭격을 정통으로 맞은 전차들은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또다시 폭발하였고, 헬기 몇 대도 미사일에 격추되면서 추락하는 지점에 있던 병사들과 전차를 덮쳤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십수여대의 전차와 공격용 헬기가 격추되었고, 신체 강화자와 병사들 또한 피해를 받게 되었다.

-적은 사이클론이 아니다! 모두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적에게 접근해!-

그 때, 신체 강화자들에게 텔레파시 능력자가 메세지를 전달하였다.

파워 슈츠를 사용하는 적을 공격할때는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원거리 공격을 피하는게 정석이기에 아군 전차가 파괴되면서 생겨난 불의 장벽을 뚫은 신체 강화자들은 Z자 모양으로 움직이며 빠르게 접근하였다.

하지만, 파워 슈츠를 착용한 이는 오히려 앞으로 달려들면서 두 팔을 들어올리며 팔등을 내밀었다.

철컥!

순간, 팔등의 겉부분이 슬라이더처럼 아래로 내려가자, 그 안에 장착된 무수히 많은 쇠구슬들이 태양빛에 반짝이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피……!"

투콰앙!

가장 가까이서 그 모습을 목격한 신체 강화자 한 명이 피하라고 말하려 하였으나, 그의 말이 열림과 동시에 화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작은 쇠구슬들이 사방으로 튀어나가는것이 우선이였다.

츠퍼퍼퍼퍼퍽!

"……!"

팔등에 위치된 쇠구슬, 클레이모어(크레모아, 크레모어 다 맞는 말이라는데 여기선 클레이모어로 통일)는 일반적인 클레이모어가 50m까지가 살상 반경인것에 반해, 파워 슈츠를 입은 적의 클레이모어는 100m까지 날라가며 모든 신체 강화자들의 신체를 꿰뚫었다.

"끄…으아아아악!"

"어…어째서어어어억!"

가까이 있던 이들은 그야말로 걸레가 되어 구멍이란 구멍에 피를 쏟으며 시체가 되었고, 구슬이 넓게 퍼지면서 그나마 멀리 있었기에 쇠구슬을 3~4개씩 몸이나 팔다리에 관통당한 이능력자들은 그대로 나동그라지며 고통에 울부짖었다.

특히, 100m의 경계선에 있던 이능력자는 이미 위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클레이모어의 구슬이 자신의 어깨죽지를 꿰뚫자 비명을 지르면서도 의문을 감추지 못하였다.

============================ 작품 후기 ============================

이제 슬슬 무장이 하나하나씩 나올겁니다.

그동안은 쓸 여유가 없어서 안 썼던거지 일단 의외로 무장은 충실한 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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