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220화 (220/923)

0220 / 0923 ----------------------------------------------

3장

노아와 함께 작게 솟아오른 봉우리에서 몸을 숨기고 치우가 활약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본 외교관은 눈 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입을 다물줄을 몰랐다.

일단 대외적인 협상을 하는 입장인지라 병기의 지식도 어느정도 가지고 있어야했기에 동영상으로 미군의 파워 슈츠같은것을 몇차례 확인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치우의 파워 슈츠는 자신이 봤던 파워 슈츠와 격이 달랐다.

"참고로 말하자면 주인님께서 일부러 적의 공격에 당하신 이유는 당신에게 파워 슈츠가 가진 내구도와 안정성을 보여주기 위함이야."

확실히 전차의 포격속에서도 멀쩡하게 걸어나왔고, 엄청난 굉음이 터지는 공격을 수십방이나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적을 모두 처리하지 않았는가.

"저…저 슈츠…저 슈츠를 어떻게 파실 수 없겠습니까!?"

"헤에? 당신들 참 뻔뻔하네? 주인님께서 일부러 자리를 비워두겠다고 말씀하셨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로 너희쪽 병사들에게 윤간당했을지도 모를 당사자에게 좋은 말이 나오길 생각한거야?"

"큿……."

외교관은 나지막히 신음성을 흘리며 지금이라도 당장 무덤을 파해쳐서 치우 일행을 공격한 놈들의 시체를 짓이기고 싶었다.

원래 그가 가지고 있던 카드는 삼태극의 인원이 적으니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 쉽다는 것이였다.

'아냐, 의미가 조금 퇴색하긴 하였지만, 그래도 미군이 계속해서 공격을 가한다면 소수로 막기엔 체력이 부칠지도 몰라. 그 점을 사용하면…….'

그렇게 계획을 수정하던 그 때,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흙먼지가 휘날리면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오자, 그곳을 향해 시선을 돌린 그는 흙먼지가 입안에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턱을 다물줄을 몰랐다.

휘이이이이--

한 눈에봐도 거대한 회오리 여러개가 마치 협공을 하듯이 전략적 후퇴를 하던 전차와 공격용 헬기를 집어삼키고, 그대로 방향을 잃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던 수십대의 전차와 병사들, 헬기들은 그대로 꼬꾸라지면서 동시에 추락하였다.

콰콰쾅!

충격으로 인해 여러곳에서 간헐적으로 폭발이 일어났지만, 저 능력을 가진 이능력자가 삼태극에 존재한다는 것에 외교관은 폭발쪽이 아니라 협상에 써먹을 자신의 카드가 모조리 사라졌다는 것에 충격을 먹었다.

'어…어떻게 해서든 이들과 손을 잡아야만 해!'

솔직히 자신이 전권을 위임받고 왔다지만, 그렇다고 조직에 무리가 가는 일은 삼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힘을 두 눈으로 목격한 외교관은 조직에 무리가 가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최소한 적대관계가 되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여어, 구경 잘 했남?"

그 때, 페리샤로부터 여러가지 잡다한 보고를 확인한 치우가 돌아왔다.

"예…예……."

"내가 곧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러니까 일단 협상부터 처리하지."

"예? 아…아닙니다. 저는 언제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 상관 마시고……."

하지만, 치우는 외교관을 말을 막으며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협상이라고 해도 일단 그쪽에서 우리쪽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거 아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우리의 힘을 모른 상태에서 방방 뛰다가 우리한테 총구를 돌리면 어쩌려고?"

즉, 그는 지금의 전투가 충분히 알려진 후에 다시 교섭을 시작하자는 뜻이였다.

문제는 안그래도 그에게 죄를 지어서 저자세로 나가야 하는데, 여기서 쿠르드 독립군이 삼태극의 힘을 알게 되면 더더욱 저자세가 되어야만 했다.

"뭐, 그래도 호위병을 하나도 대리고 오지 않은건 옳은 선택이였어. 만약, 무장한 호위병과 함께 왔었다면 감히 우리를 협박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을테니까."

당연히 외교관에겐 호위병이 있었다.

단지 치우의 신용을 얻기 위해 일부러 삼태극의 기지 근처에서 그들에게 산맥 입구 부분에서 기다리라고 명령하였는데, 아무래도 그게 정답인듯 했다.

'너무 압박하면 아예 포기 할지도 몰라.'

물론, 진우는 마음만 먹으면 더 압박할 수 있지만, 너무 압박해서 아예 삼태극과의 라인을 포기해버린다면 일이 귀찮아지기 때문에 일부러 말한것이다.

여기선 적당히 용서를 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겨주며 다시 협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게 우선이였다.

'살라딘의 유산을 가지고 있지 않기만 해봐라. 그때는 니들 먼저 싸그리 몰살시켜주마.'

성질을 죽여가며 친절하게 대해줬는데도 자신의 고생(?)을 무산으로 돌려버린다면 그 때야말로 쿠르드 독립군의 멸망일 것이다.

한 편, 아군의 마지막 무전이 토네이도에 휩쓸린 아군의 비명 소리라는 것을 확인한 맥켄 라우저 대령은 최후의 수단, 전투기를 출동시켰고, 아예 기지 자체를 완전히 말소시키기 위해서 2개의 소이탄 미사일과 함께 아이리와 이실리아가 지키고 있는 삼태극의 기지로 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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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는 복잡한 눈빛으로 이실리아를 힐끗 쳐다보았다.

지금 당장은 적이 없고, 바이저를 쓰면 바람을 제대로 느낄 수 없기에 머리를 완전히 개방한 이실리아의 모습은 같은 여자인 자신이 봐도 아름답긴 했다.

'하지만 쿄스케씨의 취향이 연상이였다니…전혀 모르고 있었어…….'

여전히 기억의 혼란 때문인건지, 아니면 현실 도피인건지 몰라도 '진우 = 쿄스케' 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태인 아이리는 쿄스케가 가장 아끼는 여인이 이실리아라는 것을 분위기와 눈치로 깨닫게 되었다.

일반적인 서양인들은 모두 개인주의적인 부분이 강하다고 생각하였지만, 이실리아가 쿄스케를 향해 헌신하는 움직임, 눈빛, 말투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모든것을 헌신하고 순종하는 일본적인 여성의 교과서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니?"

이실리아는 자신을 향해 느껴지는 눈빛을 알아챈듯, 아이리를 향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물어왔다.

그녀는 평소 다른 후배들에게 대하듯이 대하였지만, 기억을 되찾는다는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는것을 대비하여 염동력을 조용히 끌어올리고 있는 상태였다.

'만약, 기억을 되찾는다고 해도 이 안이라면 내가 유리해.'

본부의 방어는 근접전 특화의 아이리와 원거리전 특화의 이실리아가 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 페리샤의 인선이였지만, 그녀 또한 아이리가 기억을 되찾는다는 가능성을 모를리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리는 모든 터렛들로부터 '중립' 으로서 등록된 상태다.

만약, 그녀가 이실리아를 공격한다면 터렛들은 그 즉시 아군을 공격한 중립 상태의 아이리를 향해 공격을 가할 것이고, 이실리아는 그 터렛들을 이용하며 거리를 벌린후에 착실히 상대한다면 간단히 승리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다행히도 아이리는 기억을 되찾은게 아닌듯 싶었다.

"저기…치우…아니, 쿄스케씨를…얼마나 사랑하세요……?"

"응……?"

이실리아 또한 아이리가 진우에게 잡히기전에 보였던 서슬퍼런 독기를 느꼈기 때문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나 질문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소녀적인 질문에 맥이 빠져버렸다.

'전투를 할때와 생활을 할때의 성격적 갭이 큰걸까?'

가끔씩 보다보면 평소 생활을 할때는 소극적인 사람이 전투가 시작되면 마치 영웅의 기상이라도 이어받은것 마냥 화끈한 성격으로 변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라운드 나이츠에서 생활할때도 그러한 인물을 몇몇 보았기 때문에, 이실리아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아이리 또한 그런 부류중 하나라 생각하며 부드럽게 대답해주었다.

"내 목숨보다도."

"……!"

부드러운 어조였지만, 그 안에는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확고한 의지가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그 사람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들까지 안는다면요?"

기억을 잃고 진우를 쿄스케로 알게 된 아이리의 최대 고민은 바로 이것이였다.

만약, 그녀가 진우의 조교를 받고 정식적으로 노예가 된 여성이였다면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의문을 가지지 않았겠지만, 쿄스케라는 사람의 모습을 진우에게 덧씌우고 있는 아이리에겐 꽤나 고민스러운 일인듯 싶었다.

"확실히 그 분은 성적으로 꽤 문란한 사람이긴 해."

분명히 '꽤' 수준이 아닐텐데.

"하지만, 나는 그 이를 사랑하기로 할때, 그 성벽까지 함께 사랑하기로 결정했었지. 원래 한 남자에게 완전히 빠져버린 여자라는 동물은 일반적인 상식을 무시하는 바보가 되어버리거든."

그리고선 원래의 남편이 끼워주었던 반지 대신에 차지하고 있는, 진우가 끼워준 반지가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감상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마 옛날의 나였다면 색마라고 부르며 어떻게든 처단하려 했을거야. 문제는 그 이를 사랑하게 되면서 문란하게 다른 여자들까지 건드리는 부분까지 사랑하게 되었다는거지."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자, 아이리는 자애로운 이실리아의 미소가 평소보다 몇배는 더 밝아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 사람은 정말로 쿄스케씨를 사랑하는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성벽까지도 사랑하겠다니…쿄스케씨가 어째서 나보다도 이 분을 더 사랑하는지 이제서야 알것 같아.'

저렇게 자신의 모든것을 사랑하며 인정해주는 여자라면 어떤 남자든지 헌신적으로 그 사랑을 보답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실리아가 모든 여성들에게 가장 높은 서열로 인정받고 있는것이리라.

'그에 비해, 나는 쿄스케씨의 모든것을 사랑하지 못했어…….'

오히려 사랑하는 남자의 행동에 의심을 품은 자기 자신을 향한 혐오심이 아이리를 괴롭혔지만, 그래도 자신이 가진 고민중 하나가 풀리게 되었다.

아마 현대적인 여성들이라면 뭔 개소리냐 싶겠지만.

"정말로 여성으로서의 격은 이실리아님이 몇배는 더 높으시네요.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예요."

"에…응……?"

갑작스럽게 무언가를 깨닫은것처럼, 그리고 자신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칭찬을 하니 잠시 당황한 이실리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여야만 하였다.

"!!"

무안해 하면서 멋쩍게 시선을 위로 올리던 그녀는 순간적으로 미소가 사라졌다.

"설마……!"

아이리 또한 그녀와 같은 곳을 올려봤고, 그 곳에서는 아주 작긴 하지만 조금씩 비행기의 형태를 띈 전투기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목격하였다.

이실리아는 재빨리 기지의 중심으로 이동하였면서 외쳤다.

"정신을 집중해야 하니 멀리 떨어져!"

"예? 지금 당장 피하지 않으시고요?!"

"피하면 이 기지의 모든것이 날라가버려! 게다가 미사일이라면 몇 번 잡아봤으니까!"

그 말대로 젊었을적에 미사일 공격을 몇차례 막아본 기억이 있었기에, 이실리아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며 천천히 염동력을 끌어올렸다.

"……."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아이리는 같은 여성으로서 존경스러운 이실리아의 말을 믿고 함께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듯이 전투기를 계속해서 눈으로 쫓았다.

"미사일 발사! 개수는 2개!"

시력이 좋은 아이리가 미사일의 발사와 개수를 말하자, 덕분에 힘을 어느정도 써야 할지 감을 잡은 이실리아는 옛날의 감각을 다시 한번 일깨우며 언제든지 염동력을 발산할 수 있게끔 준비하였다.

쐐에에에엑--!

미사일들이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날라오며 기지를 초토화시키려 하였지만, 미사일들의 방향을 확인한 이실리아는 자리를 가까이 옮기며 침착하게 미사일들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날라온 미사일들과 이실리아의 거리가 100m밖에 되지 않았을때!

"하앗!"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양 손을 뻗치며 염동력을 발산하자, 두 개의 미사일들은 마치 허공에 막힌것처럼 멈췄으나 끝에 붙어있는 로켓 엔진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였다.

푸화아아아아아---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면 안 돼……! 뇌관이 건들어지지 않게…천천히……!'

무조건 방향을 바꾸겠답시고 있는 힘껏 염동력을 가하면 도중에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뇌관이 건들여지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게다가 하나라면 또 모를까, 위치와 거리가 다른 두 개의 미사일을 동시에 컨트롤해야 하니 염동력의 강약보단 컨트롤의 센스 문제가 중요했다.

"흡!"

그 때, 나지막한 기합성과 함께 미사일의 몸체가 조금씩 올라가면서 대각선 위쪽 방향으로 향하였고, 그대로 염동력을 해체하자 미사일들은 그대로 위로 솟구쳤다.

그렇게 기지를 향해 쏘아진 소이탄 미사일은 그대로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고, 그렇게 기지의 위기는 무사히 넘어가게 되었다.

콰앙!

"응?"

"호…혹시 저것도 노리신거예요?"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폭발음과 아이리의 경악어린 물음에 심호흡을 하며 후속 공격이라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려던 이실리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폭발이 터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미사일을 발사해도 폭발이 일어나지 않자 U턴을 하며 기지로 되돌아오던 전투기가 2 개의 마시일중 하나와 충돌하면서 추락하고 있었다.

폭격용 미사일이기에 유도 장치가 붙어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되게 극악한 확률로 전투기를 격추시킨 것이다.

"하…하하하……."

설마 이런 말도 안되는 확률이 정말로 일어날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이실리아는, 아이리의 존경심이 듬뿍 들어간 눈빛이 부담스러운지 어색한 미소를 지을 뿐이였다.

============================ 작품 후기 ============================

이런 씨뷁...

어제 향방작계훈련을 갔다 내려오는데 곧바로 문자가 하나 더 날라오더군요.

'14.3.27 전반기 작계 기본교육훈련 13시까지.'

아오 썅! 이 망할 새끼들아! 아무리 그래도 인간적으로 이런 문자는 좀 나중에 날려달라고! 기분 좋게 술 한잔 하고 있는데 기분 다 잡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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