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227화 (227/923)

0227 / 0923 ----------------------------------------------

3장

"오…저 사람이 브레이브 워리어라고?"

"딸이랑 아들녀석이 팬인데 사인 한장 받아볼까?"

"조용!"

브레이브 워리어의 모습을 실제로 본 장교들은 수근수근거렸지만, 룩스 소령의 일갈에 수근거림이 한방에 잠재워졌다.

"어쨌든 이 다섯명의 대원들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이 곳에 온 이유는 다들 예상했다시피 '스펙터' 의 처치 때문이다."

웅성웅성--

그의 말에 다시 한번 장교들의 수근거림이 들려왔다.

대부분은 드디어 스펙터를 잡을 수 있게 되어서 안심이라는 내용이 대부분일 정도로, 그들에 대한 장교들의 믿음이 어느정도인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였다.

"하지만, 안좋은 소식 또한 있다. 쿠르드 테러리스트쪽에 있던 레드 토이와 사이클론이 이라크 서부…그러니까 우리의 전장으로 이동한듯한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

그의 말에 모든 장교들의 행동이 그대로 멈춰졌다.

그들도 레드 토이와 사이클론에 의해 엄청난 대규모 병력이 전멸당하였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이 스펙터와 합친다면 자신들로는 무슨 수를 써서도 막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일단, 본국에서 온 병사들과 병기, 이능력자들을 배치한 후, '일부러' 병력을 모아 테러리스트의 기지를 향해 진군한다. 상당한 병력이 모이면 스펙터나 레드 토이, 사이클론은 반드시 이쪽의 움직임에 반응을 보일테고, 그들을 유인하면 나머지는 이들이 모두 처치해줄 것이다."

거기다가 유인을 위해 모인 병사들도 놀고만 있는건 아니다.

각자 X-Force 대원들을 돕기 위해 각자 지원 사격도 가할테고, 군대 소속의 이능력자들 또한 원호에 나설것이다.

즉, 일부러 대군세를 모아 적을 유인, X-Force 대원들과 함께 적을 유인하기 위해 모인 군세들 또한 스펙터, 레드 토이, 사이클론을 타격한다는게 작전의 내용이였다.

S랭크의 이능력자들이 아군으로 합세, 게다가 미국에서도 상당한 명성과 유명세를 지닌 브레이브 워리어까지 참전하였다는 고무적인 사실은, 지금까지 스펙터라는 존재 때문에 전장의 흐름을 이라크 테러리스트에게 내주어야만 했던 장교들의 사기를 올려주었다.

그 때, 해리슨이 룩스 소령을 향해 입을 열었다.

"소령님, 우리는 그럼 그 작전 전까지 적당히 움직여도 되겠습니까?"

꽤나 껄렁하고 폭력적인 분위기였지만, 역시 X-Force의 대원답게 어투는 최대한 정중하였다.

행동과 얼굴과 상반되는 말투에 잠시 깜짝 놀란 룩스 소령은 쉬이 입을 열지 못하였다.

"으음…스펙터 녀석들에게 이쪽의 전력이 들키면 곤란해지는데……."

"걱정마십시오. 말 그대로 '적당히' 일 뿐입니다. 우리들도 어느정도 몸을 풀어야 하고, 사막 지형에 익숙해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인의 정석같이 보이는 사이보그, 아벨 중위도 해리슨의 말에 동의하였고, 룩스 소령 또한 이들이 물리적인 공격력 위주의 팀이니까 사막 지대에 어느정도 익숙해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음…키반 소령, 자네는 어떤가?"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지만, 키반이 거부한다면 이쪽에선 강제할 순 없다.

하지만, 키반 또한 사막이 지금까지 자신들이 활동하던 영역과 완전히 다른 곳이였기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나쁘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자네들이 본래의 능력을 모두 내면 곤란해지니 병사들 사이에 껴서 적당히 능력을 활용해주게."

키반의 승낙을 받은 룩스 소령은 X-Force 대원들에게 자신들이 지금까지 알아낸 테러리스트의 기지를 알려주었고, 원군이 도착했으니 다시 부대를 꾸려서 공격에 나설테니 거기에 합류하라고 지시하였다.

"만약, 스펙터나 레드 토이, 사이클론과 만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 때는 운수 좋은 날이지요. 굳이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놈들을 처리할 기회가 생겼으니 말입니다."

키반은 자신들과 함께 하고 있는 이들이 히어로 생활을 할때도 꽤나 보기 힘든 정예 이능력자들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겪고 있었기에, 오히려 자신만만하게 대답하였다.

5명의 대원들은 각자 구역을 나누고, 스펙터같은 테러리스트를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연락을 취하기로 하였다.

자신들이 강력한 이능력자 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혼자서도 스펙터 따위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니고 있으나 이들은 영웅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정부에 소속된 이능력자였기에 정정당당한 싸움따윈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각자 사막 지형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 운동에 들어선 5명의 대원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움직였다.

"흐음…어디보자…내가 가야 할 지역은……."

지휘 통제실에 펼쳐진 지도에서 자신이 가야 할 루트를 손가락으로 미끄러지듯이 이어가던 셀리는 경로상에 중립 지역의 작은 시장형 마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흠…기왕 이라크로 왔으니 이국적인 물건 두어개 정도는 가져가야겠지?'

어차피 스펙터나 레드 토이, 사이클론 따위는 자신들의 힘이라면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 셀리는 나중에는 바빠서 시간이 없을테니 이때 기념품이나 몇 개 사두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저 사람은 성격상 이런걸 챙기지 않을테니깐…….'

셀리는 다른 동료들과 무언가를 논의중인 키반의 옆 얼굴을 바라보았다.

"?"

휙!

사람의 시선을 느낀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얼굴이 살짝 붉어진 그녀는 재빨리 모른척 고개를 돌렸다.

'하아…내가 어쩌다 저런 재미없는 남자에게 빠져버려서…….'

활발한 고양이같은 성격을 가진 셀리는 X-Force 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는 몸이였다.

일단 구김살이 없고 털털한듯 하면서도 귀여운 성격과 들어갈대는 들어가고 나올대는 툭 튀어나온 몸매인지라 남성들에겐 더더욱이나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가볍고 해픈 여자로 보이는 겉과 달리, 그녀가 원하는 남성상은 꽤나 까다로웠다.

일단 자신의 가슴과 엉덩이에 눈을 때지 못하는 남자들은 모조리 아웃. 아닌척 하면서도 힐끗힐끗 쳐다보는 음흉한 남자들도 아웃.

그녀가 원하는 남자는 자신의 몸이 아니라 내면을 알아주는 남자였다. 실제로, 그녀는 자신의 몸매가 확 드러나는 노출도 있는 옷 같은건 지금까지 입어본 역사가 없었다.

처음엔 브레이브 워리어가 영입되었다는 소식이 퍼졌을때는 속으로 '잘나신 영웅 나리께서 뭐하러 여기까지 오셧을까' 라는 비아냥거리는 마음 때문에 툴툴 거렸지만, 처음으로 키반과 대면한 셀리는 깜짝 놀라게 되었다.

인사를 하는 그의 눈빛은 정확하게 자신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엔 상대방의 몸을 살펴보는건 상대방을 확인하려는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니까 그렇다 쳐도, 자신의 몸매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심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진중한 눈빛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키반의 모습에 관심이 동하게 되었다.

키반의 관심을 끌고자 일부러 노출도 있는 옷을 입는다던가, 고혹적인 자세를 취해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무덤덤.

오히려 노출도 있는 옷을 입을땐 자켓을 벗은 키반이 자신의 몸을 덮어주며 '자신의 몸을 상품화 하지 말라' 는 꾸중까지 듣고 말았다.

재미없고 보수적이긴 해도, 분명한것은 자신의 몸에 흑심을 품지 않고 그 내면을 바라봐줄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된 셀리는 그때부터 키반에게 조금씩 이끌려가기 시작하였다.

문제는 다른 동료들도 전부 깨닫을 정도로 노골적인 공세에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이지만.

'저런 보수적인 타입은 부모님부터 공략해야 해.'

이라크에서밖에 얻을 수 없는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선물로 키반의 부모님에게 선물하겠다는 결심을 한 셀리는 어떤 선물을 해야 할까 고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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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앙!

퍽!

"적습이다! 적습이다!"

격발음과 함께 제국주의의 백인 돼지들을 죽일 무기들을 운송하던 이라크 테러리스트중 한 명의 얼굴이 터져나갔고, 모든 테러리스트들이 화들짝 놀라며 운송하던 무기들을 내팽개치며 엄폐물을 찾아나섰다.

타앙!

퍽!

하지만, 다시 한번 격발음이 들리면서 엄폐물 뒤에 숨어있던 테러리스트의 머리가 다시 한번 터져나갔고, 한 지휘관이 테러리스트를 향해 소리쳤다.

"7시 방향이다! 녀석이 얼굴을 내밀지 못하게 만들어!"

투타타타타타타타타타---!!

수십명의 테러리스트들은 지휘관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제압 사격에 나섰고, 모래 언덕 위쪽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공격하던 습격자는 재빨리 총구를 돌리며 몸을 숨겼다.

그와 동시에 테러리스트들이 운송하던 무기들이 갑작스럽게 허공으로 떠오르는게 아닌가?

"이…이능력자……!?"

거기에는 탄창이 들어가 있지 않은 빈 AK-47 도 있었지만, RPG-7에 사용될 로켓포가 보관된 나무 상자도 있었다.

빠직!

순간, 로켓포가 보관된 나무 상자가 분해되면서 안에 들어가 있던 로켓포들이 그 자태를 드러냈고,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테러리스트들이 도주하려 하였으나 로켓포들은 매서운 속도로 적을 향해 사방으로 날라갔다.

쿠콰콰쾅!

"~~~~!!"

테러리스트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지만, 그보다 더 큰 폭발음으로 인해 그들의 비명은 간단하게 묻혀버렸다.

스윽-

폭발음이 더이상 들려오지 않자 모래 언덕 너머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저격총을 들고 금속 갑옷을 입은 여성이 모래 언덕을 미끄러지듯이 내려오면서 테러리스트들의 잔해를 확인하였다.

이런 무더운 더위에서는 금속이 엄청 뜨겁게 달궈지기 때문에 금속으로 이루어진 옷을 입는건 신종 자살 행위에 불과하지만, 여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위쪽에 있는 이들은 대충 다 처리된것 같습니다, 이실리아님."

쉬익-

저격총을 든 습격자, 페리샤가 말하자 테러리스트들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던 이실리아가 사뿐히 내려왔다.

"하후…아무리 냉방 기능이 있더라도 얼굴은 꽤 덥네……"

몸은 시원하지만, 얼굴은 사막 특유의 무더위를 그대로 받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격하게 움직이거나 염동력을 사용하기 위해 힘을 집중시키면 이마에서 땀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이러다가 면상만 까무잡잡해지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페리샤도 한 숨을 내쉬며 하얀 피부와 상반되는 갈색의 얼굴이 된 자신의 모습이 상상되었는지, 몸을 짧게 부르르 떨었다.

진우에 의해 여성상이 강조되는 생활을 하다보니 예전과 달리 외모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페리샤는 되도록 빨리 살라딘의 유산을 찾고 중동에서 떠나고 싶었다.

그녀들의 목표가 된 테러리스트 기지는 작은 사막 동굴을 거점으로 한 기지로, 동굴 안쪽에는 테러리스트쪽의 간부나 지휘관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기에 이실리아의 염동력으로 조종되던 포탄들은 사막 동굴 근처를 공격하지 않은 상태였고, 페리샤와 이실리아는 사막 동굴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타타타탕!

티티티팅!

그 때, 사막 동굴 너머에서 엄폐물을 세우고 방어 준비를 마친 테러리스트들이 사격을 가하였고, 얼굴을 보호하기 위한 바이저와 몸 여기저기로 날라든 탄알들은 그대로 튕겨가거나 그대로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테러리스트들의 반격을 받은 이실리아와 페리샤는 총탄이 자신들을 뒤덮는 상황에서도 유유자적하게 동굴을 향해 걸어나갔다.

후우웅--

이실리아가 팔을 들어 올리자, 파괴되지 않은 AK 무기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고, 방아쇠를 누르듯이 손가락을 당기자 그녀의 주변으로 모여든 수 개의 소총에서 격발음과 함께 총알이 날라갔다.

투타타타타타--!!

타앙!

그 와중에 페리샤가 일반병 수준으로 보이는 테러리스트가 숨어있는 엄폐물을 조준하여 사격하였고, 엄폐물 뒤에서 쪼그려 앉아 탄창을 갈던 테러리스트의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그들의 저항은 그야말로 아무짝에도 쓸대 없는, 시간 낭비밖에 되지 않는 무의미한 행위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테러리스트 전원이 몰살되었다.

페리샤는 지휘관을 생포하려 하였으나, 아군들이 모두 사망하자 스스로 자결을 함으로서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들을 지켰다.

어차피 적당히 생포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려준 후에 보내주려 했건만…….

알아서 개죽음 당하는 지휘관을 뒤로한 페리샤와 이실리아는 부상이 경미한 테러리스트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으나 일부러 모른척하며 다음 목적지로 향하였다.

스펙터에 의해 미국과 대등한 분전을 하게 되면서 희망에 차 있던 테러리스트들은 미군이 아닌 갑작스런 습격자들에 의해 기지가 하나둘씩 초토화 되어갔다.

============================ 작품 후기 ============================

이제 슬슬 중동편도 끝을 향해 나아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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