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228화 (228/923)

0228 / 0923 ----------------------------------------------

3장

부우우우웅---

다른 팀원들이 고르고 남은 지역을 선택한 키반은 험비의 뒷좌석에 앉아 묵묵히 앞만 응시하였지만, 그와 예전에 팀을 이루었던 히어로들이라면 지금의 그는 매우 고민이 깊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이유는 떠나기전의 동료들과 나눈 대화 때문이였다.

시작은 해리슨부터.

"대장, 셀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수?"

"…갑자기 뭔 헛소리냐."

브레이브 워리어, 키반이 X-Force에 영입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그의 성격인 고지식한만큼 알기 쉬웠기에 주변의 대원들은 그의 성격을 얼추 파악하고 있었다.

키반은 해리슨이 펑크족처럼 생긴 해리슨이 보기와 달리 생각이 꽤 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셀리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자 영 기분이 좋지 않은듯이 퉁명스래 대답하였다.

"마침 저도 그 부분이 꽤나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거기다가 사이보그로 개조되면서 무표정한 얼굴이 됨으로서 군인의 표본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꽤나 장난스런 성격을 가진 아벨이 해리슨에게 동조하면서 끼어들었다.

"솔직히 옆에서 보는 우리가 다 답답할 지경입니다. 무슨 3류 시트콤도 아니고."

루부타까지 합세하자, 대놓고 불편한 표정이 된 키반은 퉁명스럽게 대답하였다.

"셀리는 겉보기엔 경박하지만 뒤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료다. 그 이상이 필요한가?"

"아이구야……."

"어휴……."

"하아……."

"…아까부터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하는데 한대씩 맞고 싶은가보군? 자살 희망이라면 다른 방식도 많을텐데 말이지."

셀리의 마음을 몰라주는 키반의 모습에 세 명의 남자들은 한 숨을 내쉬었다.

"셀리는 털털해보여도 누구 앞에서 애교를 피운적도 없고, 노출도 있는 옷으로 몸매를 자랑한적도 없수다. 게다가 제 3자인 내가 봐도 셀리가 그쪽에게 마음이 있다는게 느껴진다고요, 이 벽창호야." - 해리슨

"어찌보면 이렇게까지 여자의 마음을 몰라주니 셀리가 불쌍하지" - 아벨

"셀리가 대장한테 대쉬해서 실패할때마다 대놓고 우울함의 오오라를 뿜어대는데, 이게 옆에서 견디기 워낙 고역이란 말입니다." - 루부타

그렇다.

셀리의 애정공세는 이미 X-Force 내에 모두 퍼진지 오래였고, 이들의 관심사는 과연 키반이 언제쯤 셀리의 마음을 알아주느냐에 몰려 있었다.

문제는 그가 그녀의 애정공세를 무시한다는게 문제지만.

"…만난지 한달밖에 안됐는데 마음은 무슨 마음. 자고로 상대방을 알아가는데는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누가 보면 미국인이라곤 절대 생각치 못할 정도로 보수적인 발언이였다.

하지만, 저런 보수적인 면 덕분에 악과 타협하지 않는 히어로로서 명성과 명예를 얻었으리라.

"그럼 이것만 확실하게 말해주쇼. 싫소, 좋소?"

"……."

솔직히 키반도 보수적이긴 해도 남자는 남자다.

자신이 봐도 충분히 상위급 미인축에 끼어든 여성이 자신을 향해 애정공세를 하는데 무조건 기분이 나빠질리가 없잖은가.

이미 닳고 닳은 창녀라면 자신에게 무언가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에 거부감을 내보냈겠지만, 셀리는 털털하면서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몸매를 자랑하는 그런 해픈 여자가 아니라는것을 알게 되면서 은연중에 호감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었다.

평소라면 끊고 맺음이 확실한 키반이 쉽게 대답하지 못하자, 해리슨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몸의 경험담을 통해 조언을 해주자면, 너무 여자를 오랫동안 매달리게 하지 마쇼. 계속해서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면 애정이 애증으로 변하는거 한 순간이니까."

"네 외모에 반하는 여자가 있기는 있나 모르겠다만."

"시비거는거냐 짜샤!!"

해리슨은 자신의 말에 반박한 루부타와 뒤엉켰고, 아벨은 겉으론 무표정으로 보이지만 그 모습을 멀찍이서 구경하는걸 보니 속으론 히죽히죽 웃고 있는게 분명했다.

"……"

그렇게 세 사람을 뒤로 하고 물러선 키반은 이능력자들의 수송을 위한 험비에 올라탔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해리슨의 말을 고민해왔다.

위에 설명했다시피 그 또한 셀리의 애정공세에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중이였고, 해리슨의 말대로 너무 무심하게 대했다간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곤란해진다.

'…확실히 지금까지 너무 냉정하게 대했을지도……. 이번 임무가 끝나면 조금은 어울려줄까.'

솔직히 지금까지 영웅으로서의 삶을 살아오느라 연인이라던가 남녀간의 연애 사정같은 부분에 매우 취약한 키반은 머릿속을 최대한 굴려가면서 TV에서 봤었던 드라마 내용을 최대한 떠올리면서 데이트라는 것을 어떻게 하는지 궁리하기 시작하였다.

-도착 3분전!-

그 때, 험비 안에 무전이 울려퍼지자, 잡생각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결정한 키반은 고개를 살짝 흔들며 잡념을 털어냈다.

'일단은 스펙터, 레드 토이, 사이클론을 잡는게 우선이다.'

나머지는 그 이후의 일이기에, 지금은 눈 앞의 임무에 집중하는게 우선이였다.

-이제 곧 테러리스트의 기지가 보인…어……?-

그 때, 무전을 날리던 지휘관의 목소리가 이상해졌다.

험비안에 타고 있던 다른 이능력자들도 갑작스런 지휘관의 목소리에 의아함을 품으며 방탄 유리 너머로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 앞에 발견된것은…….

"뭐지……? 모두 죽어있잖아?"

모두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는 테러리스트들의 시체였다.

-현재 우리가 목표로 한 테러리스트의 기지에 시체가 있다. 모두 하차하여 테러리스트의 기지를 확인한다. 함정의 가능성도 있으니 주의하도록.-

지휘관의 명령에 수송용 장갑차에 타고 있던 병사들이 우르르 내렸고, 키반과 다른 이능력자들 또한 험비에서 내리며 테러리스트 기지를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우욱…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한 병사가 잔인하게 찢겨져 죽어있는 중동인의 모습에 눈쌀을 찌푸렸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염동력자들이 시체들을 확인해봐도 부비트랩의 흔적같은게 발견되지 않았다.

부비트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병사들은 일단 시체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작업을 하기 시작하였고, 그 때, 한 병사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돌로 만들어진 작은 민가형 거주지를 향해 총을 겨누며 외쳤다.

"거기 누구냐!"

철컥!

그의 외침에 다른 병사들도 총구를 겨누었고, 가까이 있지 않은 병사들은 차량을 엄폐물로 삼아 혹시나 모를 적의 기습 공격에 대비하며 사주경계를 취하였다.

날렵한 미군의 대응으로 인해 기습에 대한 방비책이 순식간에 완성되었고, 병사가 인기척을 발견한 건물로 일단의 병사들이 조심스래 다가갔다.

"히…히익! 주…죽이지 마세요! 제발 죽이지 마세요!"

그 때, 건물 너머에서 한 중동인이 손을 흔들며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고, 자신은 저항의 의지가 없다는것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머리 위로 손을 올리고 있었다.

병사들에 의해 몸 수색을 하고 제압된 테러리스트로 예상되는 중동인은 공포에 질린채, 불안감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네 이름은 뭐지?"

지휘관이 그를 향해 입을 열자, 그는 저항의 기미도 없이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무…무하마드…하칸……."

"너는 이 기지의 테러리스트인가?"

"마…맞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절 체포하세요! 제발 절 여기서 나가게 해주세요!"

자신의 이름을 무하마드 하칸이라 밝힌 남자는 한시라도 빨리 이 곳에서 나가고 싶은듯이 소리쳤고, 지금까지 저항을 하면서 자신들을 향해 저주를 퍼붓던 테러리스트는 눈에 차이도록 봤어도, 자신을 체포해달라고 사정하는 테러리스트는 생전 처음이였기에 병사들과 지휘관들은 어이없다는 듯한 눈빛을 지어보였다.

"이 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왜 다른 테러리스트들이 모두 저렇게 죽어있는거냐?"

"괴…괴물……."

"괴물?"

"거…거대한 거미가…갑자기 튀어나와서 도…동료들을 모두 차례차례 죽여나갔어요……. 그…그 거미는 동료들을 모두 죽인후에 상체가 인간형으로 변하더니……."

"흐응? 이상한 기척이 느껴져서 되돌아왔더니만 또다른 인간들이 도착했네~?"

"히이이익!"

테러리스트는 횡설수설해하며 자신이 겪었던 일을 말하였고, 거미의 상체가 인간형으로 변하였다는 대목에서 모든 미군의 귓가에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갑작스런 여성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미군은 황급히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여성으로 보이는 존재는 목격되지 않았다.

스컥!

그 때, 키반이 타고 왔었던 험비의 몸체 중앙에서 갑작스래 거대한 거미의 팔이 튀어나왔고, 거미의 팔을 그대로 험비의 엔진 방향으로 휘둘러지면서 험비는 더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콰앙!

거미의 팔은 그대로 다시 밑으로 들어가더니 굉음과 함께 험비가 날라가면서 그 자리에 상체는 아름다운 여인, 하체는 징그러운 거미의 몸을 가진 여인이 땅속에서 튀어나왔다.

촤악!

그녀는 그대로 상체를 크게 휘두르며 거대한 거미의 앞다리로 변형시킨 팔을 휘둘렀고, 일반인의 동체시력으론 잔상조차 쫓아가기 힘든 스피드로 인해 그녀의 주변에 있던 병사들의 몸이 날라가면서 피 분수가 솟아올라왔다.

"으아! 으아아아악!"

자신들의 동료들을 몰살시켰던 거대 거미의 모습에 테러리스트는 비명을 지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고, 거미 여인은 그를 향해 손목을 겨누었다.

퉁!

무언가가 거칠게 날라가는 소리와 함께 아기 주먹만한 거미 뭉치가 날라갔고, 거미 뭉치는 테러리스트의 뒤통수와 부딪혔다.

빠각!

마치 뼈가 부서진듯한 소리와 함께 쓰러진 테러리스트는 후두부에 피를 흘리며 즉사하였고, 거미 여인은 갑작스런 상황에 긴장한 미군을 향해 매혹적인 웃음을 보였다.

"어머~ 기뻐라~ 안그래도 방금전의 살육으론 뭔가가 많이 부족했는데 알아서 희생양들이 와주시니 고맙네요.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뿌드드득!

거미 여인, 리엘루스는 감사히 먹겠습니다 라는 부분에서 포식자의 미소를 지으며 완전한 거미의 형태로 되돌아갔고, 그와 동시에 험비 밑에 파두었던 구멍으로 들어갔더니 땅굴을 파는듯한 소리와 진동이 울려퍼졌다.

콰르르르르르르르--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미군이였지만, 분명한 것은 리엘루스가 적이라는 사실이였기에 지휘관들은 병사들을 향해 진형을 갖추라고 독려하려던 순간.

파사삭!

푸츅!

"끄하아아악!?"

지휘관의 뒤쪽에서 모래가 솟아오르더니 거미의 앞니가 장교 한 명의 등허리를 찔렀다.

파사사사삭!

그리고선 다시 땅속으로 들어간 리엘루스는 장교의 몸속에 독을 주입시키고선 그대로 내팽개치더니 다른 먹잇감을 찾고자 땅속을 움직였다.

"하앗!"

그 때, 지금까지 전혀 싸워보지 못한 타입과의 싸움으로 당황하던 미군 대신에 브레이브 워리어, 키반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2m가 넘는 키와 50cm 정도의 폭을 가진 자신의 대검을 소환하여 소리가 울리는 방향을 향해 점프하여 검을 내리 찍었다.

푸숙!

"!!"

테러리스트를 상대론 살육의 쾌감을 느꼈으니, 미군은 영양분을 보충할 식량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하며 유유자적하게 땅굴을 파던 리엘루스는 자신의 눈 앞에서 튀어나온 대검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차캉!

그대로 자신의 머리를 베어내기 위해 대각선 위쪽 방향으로 올라오던 대검을 앞다리로 내리치며 반격하였지만, 리엘루스는 키반의 검과 부딪힌 자신의 앞다리에 딸려가며 강제적으로 땅 위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큿!? 신체 강화자인가? 그런데 이 괴력은……!'

설마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여 공격, 거기다가 자신의 공격까지 무시하는 괴력을 가진 키반의 모습에 깜짝 놀란 리엘루스였지만, 한가지만큼은 분명한 사실을 깨닫았다.

'하지만 주인님보단 약해.'

자신의 주인님, 진우보다 약하다면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생각한 리엘루스는 생각치 못했던 강적의 모습에, 육식동물이 가진 호승심이 들끓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 향방기본훈련을 받고 왔습니다.

느무느무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제 소설을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열심히 써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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