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240화 (240/923)

0240 / 0923 ----------------------------------------------

3장

몇 대 공격을 맞았다곤 해도 저렇게까지 단숨에 본성을 드러내리라곤 생각치 못한 키반은 무릎을 꿇고 모래에 머리를 쳐박은 진우의 뒤통수에 발을 올려놓았다.

"여기서 힘을 조금만 주면 네 머리통은 터진다."

"히이이익! 주…죽기싫어!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신다면……."

꾸우우욱--

"끄갸아아아악!"

나지막히 힘을 가한다는것을 느낀 진우가 추하게 발버둥을 쳤으나, 그가 그런 못난 모습을 보일때마다 키반은 이런 행동에 일일이 분노하기엔 너무나 저열한 놈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분노가 사그라들었다.

"쓰레기 같은 자식. 너같은 놈에겐 법의 무서움이 무엇인지 혹독하게 맛보게 해주지. 일단 그 파워 슈츠를 벗어라."

"예, 예!"

그의 머리가 치워지자 진우는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파워 슈츠를 해체하였다.

"음."

파워 슈츠가 해체되면서 진우의 알몸이 드러났고, 그가 셀리를 괴롭혔을때 사용했던 커다란(자신보다) 양물을 보는순간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더러운 물건을 앞으로 쓰지 못하게 만들어주지."

"예……?"

파워 슈츠를 건내받은 키반의 냉정한 목소리에, 살아남았다는 희망어린 표정에서 조금씩 불안감을 비추는 순간.

퍼억!

"꺼억…꺽……!"

키반의 발등이 진우의 고환을 세차게 때렸다.

"흥."

진우는 두 손으로 자신의 고환을 가리듯이 만지며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모래 사막 위로 쓰러졌고, 키반은 꼴좋다 라는 의미가 섞인 콧소리를 내며 몸을 돌렸다.

상당한 힘을 실어서 공격하였으니 고환이 터져버린 양물로는 앞으론 평생 성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리라.

"돌아가자, 셀리. 일단 돌아가서 녀석들의 부하들을 모두 처리할 준비를 해야 해."

"나도 함께 하고 싶어."

"하지만 넌…일단 안정이 우선이여야 하잖아?"

"싫어!"

키반은 셀리가 여성으로서 큰 상처를 입었다는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위해 거부하였으나, 셀리 또한 고개를 내저으며 그의 마음을 거부하였다.

와락-!

자신의 품안으로 스스로 뛰어든 셀리의 모습에 갑옷을 역소환하고 그녀의 몸을 최대한 가까이 밀착시킨 키반이 그녀의 머리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조금 안정이 되었는지 약간 훌쩍이면서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나…키반이랑 더이상 떨어져 있기 싫어……. 아무리 안전한 곳이라 해도…더이상은 당신과 떨어져 지내고 싶지 않아……."

"…내 생각만해서 미안해, 셀리. 네가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면……."

키반은 여성으로서 크나큰 상처를 입은 셀리를 보듬어주었고, 셀리 또한 그런 자신을 선택해준 키반에게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의 등을 끌어당기며 체온을 확인하였다.

만약, 키반이 주인공이였다면 드라마든, 소설이든 마지막 부분을 장식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주인공' 은 따로 있었다.

"키반! 저기!"

키반과 사랑이 담긴 포옹을 끝내며 멀어지던 찰나, 셀리가 키반의 등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스윽-

그 곳에는 진우가 다시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목격되었고, 키반은 셀리의 등을 토닥이며 그녀를 안심시켜주었다.

"생각보다 끈질긴 녀석이군. 잠깐만 기다려."

"응."

치우(아직 키반은 진우의 이름을 모른다)가 다시 제정신을 찾아서 도망간다면 일이 꽤 귀찮아지기 때문에, 다시 한번 기절시키고자 달려나간 키반의 계산에는 나름 복수의 의미도 섞여있었다.

'일단 가볍게 한방.'

이상하게 생긴 귀신 가면을 쓰고 알 몸으로 서있는 그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그는 고의적으로 치우의 입에서 비명이 나오게끔 단번에 기질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가볍게 치우의 몸통을 향해 주먹을 날리던 키반은,

씨익-

치우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팔이 올라가자 본능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온 힘을 다하며 자신의 가슴팍을 보호하였다.

콰아아앙!

"크하아악!?"

엄청난 굉음과 함께 고통스런 비명을 내지른 키반은 볼품없이 모래 위를 굴렀고, 십수번은 구르고 나서야 간신히 몸을 치켜세울 수 있었다.

"키반!"

"물러서 셀리!"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것을 깨닫은 키반이 셀리를 무르게 하였고, 그와 동시에 치우가 박수를 치기 시작하였다.

짝짝짝짝짝!

"크크크큭! 아~주 보기 좋은 엔딩씬이였어. 이제 남은것은 '그리고 그들은 잘 살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뿐이라고 생각했겠지?"

방금전까지와는 다른…아니, 정확히는 셀리를 인질로 잡았을때와 똑같은 어조로 입을 연 치우는 목을 좌우로 가볍게 꺽어주자 우드득 우드득 소리를 질러댔다.

"돌아와라, 용광검."

우웅-

그의 파워 슈츠 허리춤에 매달린 용광검이 짧게 공명하더니 모습이 사라졌고, 사라진 용광검은 그의 손에 달라붙듯이 나타났다.

"크…크윽……."

고통을 추스리며 자신또한 유물급 갑옷과 대검을 소환시킨 키반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분명히 방금전까지만해도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얻어터진데다, 맞기 싫다고 자존심을 모두 버린채 무릎을 꿇은 3류 악당이다.

그런데 방금전에 자신을 공격한 주먹질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괴력도 놀랍지만, 방금전의 비열, 비굴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내뿜고 있지 않은가?

"왜 그러지? 방금전처럼 내 머리 위에 발을 올리며 강자로서의 여유를 부려야지 않나? 응?"

꾸욱-

그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은 키반은 오히려 대검을 힘있게 쥐면서 방어자세를 취하였다.

"이거참, 재미없게,"

그 때, 키반은 잠깐 눈을 깜빡였고, 눈꺼풀이 올라가자 보인것은 순식간에 다가와 검을 휘두르고 있는 치우의 모습이였다.

후웅!

"구는구만."

"!!"

츠캉!

"크으윽!"

자신의 머리를 베어내려는듯이 강맹한 기운을 품으며 날라오는 용광검의 모습에 키반은 대검을 위로 올리며 그의 공격을 막아냈으나, 그 충격까진 모두 상쇄하지 못하였는지 모래 바닥에 발목까지 삼켜지게 되었다.

카앙! 키잉! 카가가각!

그리고 이어지는 난타전.

치우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가볍게 검을 휘두르는데 반해, 키반은 그 공격 하나하나가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 일격이였다.

키반은 대검을 수수깡처럼 가볍게 휘둘렀지만, 치우의 검과 부딪힐때마다 손목이 시큼거리고 팔 전체가 부르르 떨릴 정도의 충격을 받게 되었다.

"크아앗!"

그 때, 치우가 기합성을 내뱉으며 처음으로 검을 양손으로 붙잡아 기합성을 내지르며 대각선 방향으로 크게 검을 휘둘렀고, 키반 또한 대검을 휘두르며 그 공격을 받아쳤으나,

까아아앙!

"크학!"

엄청난 쇳소리와 함께 손목이 부러질것만같은 충격을 받은 키반은 주르륵 밀려나다가 하체가 버티질 못하고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으…으으윽……."

키반은 이 상황이 마치 악몽과도 같았다.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셀리를 받아주었고, 그녀 또한 자신을 사랑해주면서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줄 알았다.

이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행복한 시간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데. 셀리를 부모님에게 소개하고, 그녀와 함께 가정을 이룬후에 다같이 행복하게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어째서 그 행복을 바로 눈앞에 둔 찰나에 이런 악몽같은 일이 생긴단 말인가!!

"질 수 없다……. 절대로…질 수 없단 말이다아아아!!"

키반은 기합성을 내지르며 유물 갑옷의 기능을 활성화하면서 은은한 빛을 띄기 시작하였다.

일시적으로 착용자의 신체 능력을 강화시켜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지금까지 키반의 괴력을 정면에서 이겨내는 존재가 거의 없었기에 본인도 속력을 올려주는 용도로만 사용해왔던 유물의 힘을 사용하며 치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후우웅!

대검이 바람을 가르며 치우의 머리통을 쪼개듯이 날라왔지만, 그는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대검을 용광검으로 받아쳐냈다.

"호오? 좀 강해졌네?"

"으아아아아!"

키반은 비명인지 기합성인지 구분이 안가는 소리를 내지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치우를 향해 대검을 무차별적으로 휘둘러댔으나, 치우는 아까보단 좀 더 힘겹긴해도 손쉽게 그의 대검을 쳐내고 있었다.

이것이 신체 강화 9등급과 10등급의 차이다.

1~4등급의 이능력자들도 평범한 인간 중에서는 초인이지만, 이능력자 전체의 전력으로 보자면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진정한 이능력자는 5등급부터 시작된다.

5등급 이후부터는 숫자 1의 차이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지만, 9등급의 이능력자는 종종 있어도 10등급의 이능력자는 신체 강화자인 그랜드 아크와 펜타곤에 위치한 예지 능력자 그레이스가 유일하다.

예전에는 살라딘이 있었으나 그는 사망하였으니 논외.

어쨌든간에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10등급의 이능력자가 그랜드 아크만 있다보니 그의 괴력을 느껴보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9등급이 조금만 더 노력해서, 혹은 유물 등급의 아이템의 힘까지 빌려서 10등급의 이능력자와 싸운다면 불리하긴 해도 어찌어찌 막상막하를 이룰것이라 생각하였다.

브레이브 워리어, 키반 또한 그랜드 아크와 직접 대면해보지도 못했고, 그의 활약상을 영상으로 확인해봤으나 저정도는 자신이 민간인이나 재산피해같은거 무시하고 난동을 피운다면 충분히 가능할 정도였다.

중동에 오기전까진 X-Force에 영입되었으니 간단한 워밍업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보일 장소로만 어겼으나, 지금의 그는 그런 여유있는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필사적으로 대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렇게 1~2분 동안의 난투전으로 주변의 모래가 충격파로 쓸려나가며 자욱한 모래 먼지를 일으켰으나, 키반에게 자신의 힘을 충분히 느끼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 진우가 반격에 나섰다.

"후읍!"

우우우웅--!

그가 기합성을 내지르자 용광검이 2m나 되는 하연 검기를 뽑아내며 길어졌고, 계속해서 쉴틈없이 공세를 퍼붓던 키반의 대검을 힘껏 쳐냈다.

츠카앙!

"크윽!"

진심어린 일격에 의해 두 팔이 위로 올라갈 정도의 충격을 받은 키반은 이를 악물며 대검을 재차 휘두르려 하였으나,

쓰컥!

하얀 검기를 뽑아내는 용광검이 빛의 꼬리를 만들며 모습을 감추더니 철과 살이 잘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키반은 갑자기 오른쪽이 가벼워지면서 몸의 중심이 왼쪽으로 치닫게 되자 기우뚱거리며 몸이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꺄…꺄아아아아아악!! 키바아아아안!!"

멀찍이서 내지르는 셀리의 비명 소리.

키반은 대검을 든 오른팔이 제대로 힘을 주지 못하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으…으아아아아악!!"

자신의 오른팔이 어깨부터 완전히 잘려나갔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인지하며 고통스런 비명을 내질렀다.

촤아아악--!!!

진우는 뒤늦게 터지는 핏소리와 그의 비명 소리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타인이 내지르는 불행, 고통으로 얼룩진 신음성은 그에게 있어서 최상의 음율이였으니까. 물론, 거기에는 '자신이 직접' 이라는 말이 붙어야 하지만.

"너…너는 대체 정체가 뭐냐……! 대체……!"

"신체 강화 10등급, 재생 능력 10등급, 신체 변형 1등급."

"뭐…뭣……!?"

"거기다가 파워 슈츠를 200%의 능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모든 무기 또한 완벽하게 다룰 줄 알지. 거기다가 세계적으로 봤을때 미국도 따라오지 못하는 오버테클놀러지 기술을 가진 기계학 지식을 가진데다 세계에서도 중간 이상 가는 의학 지식과 생물학 지식을 가지고 있다."

키반은 진우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쯔자자작!

그 때, 그가 용광검 대신에 손날을 치켜세우며 자신의 팔을 찔러넣으며 우왁스럽게 뜯어놓았고, 촤악 소리를 내며 뼈와 살점 덩어리가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팔이 거의 끊어질랑 말랑 덜렁덜렁 거렸다.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하연 거품이 보글보글 일어나며 그의 상처 부위를 뒤덮기 시작하였고, 덜렁거리던 팔이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원래의 형상대로 이루어지는게 아닌가?

거품이 사라졌을때는 살이 모두 재생되지 못하였는지 분홍빛 피부가 선명하게 드러났지만, 그것도 얼마 안가 피부가 모두 재생되면서 원래의 형상으로 되돌아왔다.

"방금 말한 그 능력들의 주인이 바로 이 몸이다."

"!!"

키반은 자신의 잘려나간 어깨에서 피가 솟구치는것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의 발언에 충격을 가졌다.

"마…말도 안 돼……! 그만한 능력자가 어째서……!"

그 다음 대사는 진우로서도 능히 예상이 갈 수 있었다.

당연히 어째서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당한데다 그런 비굴한 모습을 보였냐는 거겠지.

"재밌으니까."

"뭐……?"

"못 들었어? 재밌으니까 라고. 그 누구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내가 느낀 감정이 뭔지 아나? 처음엔 즐거웠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대적하지 못함을 알게 되면서 느낀 감정은 '심심함' 이다."

"!!"

키반의 표정이 맛깔나게 변하자, 진우는 잠시 목을 축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 심심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여러가지 수단을 강구해봤지만, 가장 손쉽고 짜릿한 방법을 알아냈지. 그것은 바로 '자신이 강자인줄 아는 놈들' 의 교만함을 최대한까지 올려준 후에 본신의 능력을 내면서 절망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씨익-

진우는 키반을 향해 오만하게 깔보는듯한 눈빛을 보여주었다.

"어땠나?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을 능욕한 3류 악당을 마음껏 혼내주던 기분은?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악당을 위에서 내려보던 기분은 즐거웠을거다. 아니, 통쾌했겠지!"

그리고, 그의 미소가 광기로 물들면서 완전한 살인마의…그것도 가학심이라는 마약에 중독된 살인마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제, 그 느낌을 직접 당해보라고! 카하하하하하하하핫!"

광소를 터트린 진우는 최고의 재료와 최고의 도구, 그리고 그것들을 사용한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먹어치우기 위해 키반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괴물 새끼야아아악!"

키반은 이 상황을 노렸다는 그의 말에 비명을 지르듯이 남아있는 왼팔로 대검을 휘두르려 하였으나,

캉! 쓰커억!

대검을 쳐내면서 생겨난 빈틈을 노린 용광검이 그의 왼쪽 어깨까지 잘라내버렸다.

"꺄…꺄아아아아아아아----!!"

양 팔이 모두 잘려나가 피 분수를 토해내는 키반의 모습에 셀리는 세상이 끝난것 같은 비명을 내질렀다.

============================ 작품 후기 ============================

2연참 시전!

원래는 이것만 올릴려고 했는데 막상 써보니까 따로 보는것보단 붙여서 보는게 더 재밌고 씐난다고 판단되기에 한 편 더 써서 늦게나마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