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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지하드는 총 4층의 구조로 이루어진 전함이다.
143m라는 높이를 지닌 주제에 겨우 4층이냐 싶겠지만, 일단 각 층의 높이도 부피가 큰 현대식 병기들이 들어서도 될 정도로 큰것도 있었으나, 함선의 장갑이 그만큼 두텁기에 생겨난 현상이였다.
1층은 대부분이 생산 시설, 관련 자원 창고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식량부터 무기까지 전쟁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생산이 가능한 설비들이 즐비하였다.
2층은 전투 구역으로, 훈련장과 전투원의 휴게실에다 부상을 치료할 수 있는 의무실, 함선 밖으로 전투기가 나갈 수 있는 활주로, 그리고 그 전투기들을 대기시켜놓을 수 있는 공간과 보급 시설이 주를 이루고 있다.
3층과 4층은 생활 시설로, 의무실이나 여러 종류의 오락실, 체육관 등등, 생활하기 편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복지시설도 생각보다 충실하였다.
단지, 4층이 3층과 다른 부분이 하나 있다면 4층에는 고문실과 감옥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 여기가 가장 많이 쓰이겠지.
자신이 위치한 함교는 3층이라는 것을 확인한 진우는, 각 시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끔 작은 아이콘의 모습에 대략적인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세부적으로 보자면 더 많은 내부 설비들이 있지만, 그걸 일일이 확인하여 설명하려면 이만한 분량의 글을 한 편 더 써야할 정도였기에 그만두자.
'응? 그런데 이건 뭐지?'
그 때, 1~4층의 중심부를 일직선으로 관통하고 있는 시설을 발견하였다. 번개 마크의 아이콘이 있는걸보니 전력실인게 분명한데, 3층 부분에는 비상구에 그려진 사람 모양같은 것이 의자에 앉아있고 머리 주변이 반짝이는듯한 아이콘이 추가로 그려져 있었다.
홀로그램 화면에서 아이콘을 누르자 그 부분이 확대되면서 설명창이 떠올랐다.
-사이오닉 가동실[+]-
-이능력과 관련된 시설. 이 시설이 타격 받으면 전함과 관련된 특수 능력 대다수를 쓸 수 없게 된다.-
-전력 공급률 100%-
이것만으론 제대로 알 수 없었기에 + 부분을 누르자, 예상대로 자세한 설명이 추가로 생성되었다.
-부속 시설 : 3-
-1 : 텔레포트 구동실-
-2 : 염동력 실드 구동실-
-3 : 유전자 재배열실-
'응? 유전자 재배열실?'
텔레포트와 염동력 실드는 누가봐도 추가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이해가 됐지만, 유전자를 바꾸는 시설이 존재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어이."
"……."
진우는 마스지드를 향해 입을 열었지만, 그녀는 묵묵히 입을 다물었다.
"야, 깡통. 내말 씹냐?"
"……."
"마스지드, 대답하도록."
"물어보십시오."
끝까지 무시하던 마스지드는 페리샤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물어보라며 대답하였다.
역시나 살라딘의 유전자에게만 복종하도록 프로그램화 된대다가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인격이 있는 로봇인 마스지드는 진우를 지하드의 주인으로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래, 나중에 그 매력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몸뚱아리를 바꾼후에 두고보자고.'
평소라면 '여자! 인간이 아닌 레어 종족! 하앍하앍!' 라면서 성욕어린 망상을 꿈꿔야 하지만, 마스지드를 상대로 그런 생각을 일절 하지 않는 이유는 그녀의 몸이 전부 금속으로 이루어진데다, 여성체이긴 해도 약간 대충 만든듯한 티가 팍팍 나기 때문이다.
넣을 수 있는 구멍이 인간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예:거미)라고 해도 자신의 마음이 움직일만한 미모를 지니고 있다면 일단 쑤셔넣고 본다.
그것이 진우라는 인간이지만, 저 금속 덩어리 안에다가 자신의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기는 한건지, 성적 흥분을 느낄 수 있는 구조이긴 한건지 회의적인 반응이였기에 그녀를 향한 음심은 0%.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툴툴 거리며 깡통이라는, 로봇에겐 모욕적인 언행을 마구잡이로 퍼붓고 있는게 아니겠는가.
"사이오닉 가동실에 있는 유전자 재배열실은 뭐지? 그냥 유전자를 바꾸는 곳입니다 라는 설명 말고 자세하게."
"…예를 들어서 6등급의 염동력자가 있다고 하면, 유전자 재배열을 통해 신체 강화 6등급으로 바꿀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와 동시에 추가로 메세지음이 떠올랐다.
-유전자 재배열을 통해 모든 능력 포인트를 회수하여 자신이 원하는 능력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단, NPC든 플레이어든 단 한번만 가능합니다.-
"호오?"
안그래도 최초에는 돈이 없을때를 고려하여 능력을 올렸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다시 재투자해야겠다 싶은 진우였지만 이제는 급할거 하나 없으니까 천천히 현재를 즐기기로 결정하였다.
그 때, 이만한 시설이 있다는것을 확인하게 된 진우가 마스지드에게 몇가지를 더 물어왔다.
"어이, 혹시 이 전함을 통해 전 세계로 방송할 수 있나?"
"가능합니다. 일시적으로 위성과 지구 전체의 통신망을 해킹하면 간단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세균 병기도 만들 수 있고?"
"가능합니다. 원하는게 있다면 생산 시스템에 등록된 세균 병기를 즉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떠오르는 메세지음.
-지하드의 자체 생산 시스템은 기계학, 생물학, 의학 지식 8등급의 실력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지닌 지식이 그보다 높다면 업그레이드를 통해 생산 시스템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메세지음을 확인한 진우는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큭큭큭큭. 그렇단 말이지이~?"
비열함과 잔악함이 깃든 목소리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아, 뭔가 안좋은 생각이 떠오르셨구나.'
'세균 병기와 관련된 안좋은 생각이라면…어우…….'
진우의 노예들은 그의 미소에 아주아주 안좋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것을 직감하였다.
하지만, 일단 지금 당장은 살라딘의 유산을 차지한 지금의 기쁨을 만끽하기로 결정하면서, 또다시 홀로그램 화면을 만지작거리더니 3층에 위치한 고위 간부용 개인실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자신은 살라딘의 방을 차지하고, 모든 노예들에게 각각 고위 간부용 개인실을 하나씩 배정시켜둔 진우는 전함이 가진 방어 시스템을 확인하면서 전함 지하드의 모든것을 낱낱히 파악해들어갔다.
참고로 아이리도 이번에 이실리아를 구하기 위해 키반을 상대로 시간을 충분히 끌어준 공로로 개인실을 주긴 했지만, 저쪽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감시 카메라를 부착시킬 예정이였다.
어느정도 함선 내부 구조를 파악한 그는 마음에 든다는 미소를 지으며 노예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모두들 그동안 나를 따라오면서 고생 많이 했다. 있는것이라곤 부랄 두 쪽이랑 무식하게 강하기만 한 몸뚱아리 하나만 믿고 있던 나를 끝까지 따라와준 너희들에겐 정말로 감사의 인사를 몇번이나 해도 모자랄 정도야."
확실히 진우는 개인의 강함은 세계 탑 클래스였지만, 조직의 전력을 세계적으로 보자면 중하위권 수준이였다.
각자가 뛰어나고 경험많은 이능력자이긴 해도, 본부라고 부를만한 자신들만의 땅이 없는 떠돌이들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강력한 전함, 지하드를 얻음으로서 자신들이 안주할 보금자리를 얻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진우라고 불안하지 않았던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이들이 수색했음에도 찾지못한 살라딘의 유산을 자신이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불평불만없이 자신을 따라와준 노예들을 향해 처음으로 따라와줘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달하였고, 그의 모습에 페리샤가 먼저 대답하였다.
"후훗, 마음대로 납치해서 복종하게끔 조교한 분이 이제와서 그런 약한 말씀해봤자 설득력이 없어요."
"남의 집에 마음대로 쳐들어와서 양 구멍에 총구를 겨누며 협박하시던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하긴, 처음 주인님을 만났을땐 뭐 이런 싸이코가 다 있었나 싶었죠."
아직까지도 진우를 쿄스케라 생각하는 아이리를 제외한 여성진들, 페리샤, 노아, 하린은 어이없다는듯이 웃어보였지만, 그녀들도 자신들의 고생이 이러한 보답으로 돌아왔다는것에 순수하게 기뻐하고 있었다.
진우도 자신의 첫인상이 어떤지는 알고 있었기에 기분나빠하지 않고 낮게 웃으며 지금의 이 기쁨을 순수하게 만끽하였다.
"자, 그럼 다시 중동으로 가보실까나."
"응? 뭐하시게요?"
갑작스럽게 다시 되돌아가겠다는 그의 말에 갸웃거린 하린은, 자신들이 중요한 무언가를 두고왔나 곰곰히 머리를 굴려보았다.
"뒷처리를 하실 생각이시군요."
역시 그의 뜻을 바로 알아챈 페리샤의 대답에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바그다드에 위치한 미군 사령부를 초토화시킬 작정인 것이다.
그쪽에서 브레이브 워리어를 파견하여 이실리아와 리엘루스가 부상을 당했으니, 당하면 반드시 수십배로 되갚아줘야 직성이 풀리는 그가 이렇게 휘리릭 하며 떠날리가 없었다.
"그동안 마음껏 날뛰고 싶어도 그러지 못해서 꾹꾹 참아왔잖아. 이제 그런거 생각하지 말고 성격대로 한번쯤은 분출해줘야지."
"……."
"……."
"……."
그의 대답에 잠시 그의 노예들은 할 말을 잃었다.
마음것 날뛰고 싶었는데 못 날뛰었다고? 그럼 지금까지 그가 벌였던 짓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아~ 드디어 정치적인 문제같은것에 신경쓰지 않게 되었구마안~"
그럼 지금까지는 그런걸 신경써가면서 난동을 피운거였나?
"왜. 뭐. 니들 뭔가 하고싶은 말이 존나 많은듯한 표정들이다?"
"그걸 느끼셨다니 최소한의 양심은 남아있어서 다행입니다."
진우와 노예들은 간만에 여유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언제나 아크로스에 버금가는 조직을 만들겠노라고 언제나 호언장담했었지만, 그만한 크기의 조직을 키우려면 5~6년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페리샤도 그 부분 때문에 조직을 키운다는 선택지를 버리고 다른 조직에 의탁하려 하지 않았던가.
"어이, 깡통. 내 마음대로 텔레포트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
지잉-
그 때, 함교 중앙에 위치한 의미불명의 받침대 위로 지구의 홀로그램 영상이 떠올랐다.
마치 지구본을 몇배로 확대시킨듯한 거대한 크기의 홀로그램 지구는 보통 속도로 빙글빙글 돌면서 세계 전체를 보여주고 있었다.
"텔레포트는 제게 말하신다면 원하시는 위치로 보내드립니다. 귀환은 살라딘님께서 건내주신 전함 관리용 컨트롤러의 기능으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휘유~ 역시 악의 조직이라면 거대한 지구본 하나는 있어야지."
옛날 영화에서 세계 정복을 노리는 조직들은 항상 지구 전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이나 초거대형 지구본같은걸 장식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진우의 취향에 정통으로 꽂혀들어갔다.
마침 홀로그램 지구본이 중동쪽을 보여주었고, 한쪽에 'X' 자 표시가 되어있었다.
'우리가 텔레포트한 지역이라는 뜻이군.'
단번에 자신들이 있었던 위치임을 확신한 그는 마스지드에게 명령을 내렸다.
"바그다드에서 약간 떨어진 방향으로 텔레포트 가능한가?"
"거리와 방향을 말해주십시오."
페리샤에게 말을 건낼땐 냉정한 인간같은 모습을 보여주던 마스지드가 마치 네비게이션처럼 대꾸하자, 저 반항을 어떻게 해야 잠재울 수 있을까 잠깐 고민한 진우는 일단 마음껏 지랄한 다음에 해결할 문제로 미뤄두었다.
"서쪽 방향으로 대략 5km 정도."
"위치 확인 완료했습니다."
"내가 없는동안 너희들끼리 알아서 놀고 있어. 앞으론 이게 우리들의 집이 될테니 내부 구조도 어느정도는 눈으로 익혀두는게 좋을거다."
어차피 이정도 인원밖에 없는데 거주 구역인 3~4층 전체를 사용할 순 없다.
그래도 3층에 존재하는 고위 간부용 개인실을 받았으니 3층의 구조는 어느정도 익혀두는게 나으리라.
"아참, 포로로 잡은 셀리는 감옥에다가 쳐박아둬. 불가사리는 나중에 어느정도 경험을 쌓았는지 확인한 후에 '제대로 된 몸' 을 새로 만들어줄거야. 그리고 저 녀석을 이용해서 기계 병사를 양산할테니까 아직 수리하진 마."
"예."
마지막으로 지시를 내린 진우가 텔레포트를 위해 원반 안으로 들어서자, 마스지드의 기계음이 들려왔다.
"텔레포트를 시작하겠습니다. 3,2,1."
스팟-
1 다음에 모습이 사라진 진우의 모습에, 다른 노예들은 그가 '진심으로' 바그다드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초토화시키기로 마음먹었으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거라고 자기네들끼리 왁자지껄 떠들어대면서 자신들이 배정받은 개인실의 내부를 확인하고자 발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한편, 살라딘의 유전자에 절대 복종할 수 밖에 없는 마스지드는 최말단 조직원 따위에게 살라딘의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지하드를 통쨰로 넘겨준 사실에, 어떻게 해서든 페리샤의 기억을 되찾아줘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지금 당장은 기억을 잃으셨으니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신거야. 살라딘님의 기억이 각성한다면……!'
비록, 전함의 관리용 컨트롤러가 진우의 손에 있으나, 그 컨트롤러에 입력된 것을 실행하는것이 자신이다.
페리샤가 살라딘의 기억을 되찾게 된다면 최하급 조직원에 불과한 진우가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쓰고 있다는것에 분노하여 철퇴를 내리리라.
한편, 마스지드가 인격이 있는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확신한 페리샤도 그녀를 진우가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게끔 머리를 쓰기 시작하였다.
'저런식이라면 언젠가는 내 명령의 빈틈을 찾아서 진우님을 적대할게 분명해. 어떻게 해서든 살라딘을 향해 맹목적으로 충성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구조를 바꿔서 진우님께 복종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초에 기억상실이라고 말해서 다행이지, 만약에 페리샤 자신이 살라딘을 극구 부정했다면 일이 꼬여도 엄청 꼬였을 것이다.
============================ 작품 후기 ============================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는 이제 평범한 인간 여성에겐 관심이 없습니다.
인외! 인간 기준의 미모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몸과 완전히 다른 인외 종족이 매력적입니다!
누군가가 저를 고소해서 '저 남자가 저를 강간했어요!' 라고 주장한다면 '나는 인간이 아닌 여자에게만 성적 흥분을 느낀다! 그러니까 네 말을 구라야!' 라고 커밍아웃을...
...더이상 말했다간 독자님들이 진심으로 받아들일것 같군요. 에이, 설마 정말로 그러겠습니까? 물론, 아주, 아~~~~~~주 약간 흥미가 있을 뿐입니다.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