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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바그다드에 위치한 미군은 그야말로 개판 5분전이라는 단어에 딱 어울리는 상황이였다.
아니, 정확히는 병사에겐 전해지지 않았으나, X-Force에서 지원을 왔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장교들이 공황에 가까운 증상을 보이면서 현장의 분위기를 읽는데 능숙한 병사들에게도 그 여파가 미친 것이다.
"이럴수가……."
지금까지 근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던 칼 소장도 눈 앞의 참상에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맥켄 중령도 비밀리에 실려온 시체들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은 표정이였다.
X-Force에서 증원으로 나온 이능력자들이 모두 싸늘한 시체가 되어있고, 특히 두 팔이 잘려나가서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죽어있는 키반의 모습에, 시체를 확인한 장교, 군의관, 칼 소장과 맥켄 중령은 마치 머리 위에 핵폭탄이 떨어지는것을 본 것같은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브레이브 워리어가…죽었다니……."
겨우 하루. 이라크에 도착해서 간단히 몸을 풀기 위해 출동한지 몇시간도 안 됐는데 이러한 대참사가 일어나다니.
게다가 브레이브 워리어가 싸울때 후방에서 그를 지원했던 병사(얼마후에 사망했지만)가 괴수에게 명령을 내리는 수수께끼의 여성에 대해 보고를 했기 때문에, 안그래도 그 문제로 인해 난리가 났던 참이였다.
하지만,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칼 소장은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지휘관인 자신이 마음을 다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장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일단 이들의 정체는 병사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니 철저하게 함구하도록."
"예."
작고 묵직하게 대답한 장교들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인 칼 소장은 말을 덧이었다.
"그리고 본국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 땅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윽!?"
그 때, 칼 소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 감각은……!'
오랫동안 전장에서 구르면서, 아무런 인맥도 없이 소장의 직위까지 오로지 전공만으로 올라간 칼 소장은 예전에 느꼈던, 인간의 힘으로는 항거 불가능한 거대한 자연 재해같은 악의를 느낄 수 있었다.
"칼 소장님?"
칼 소장은 맥켄 중령의 의문어린 목소리를 무시하고 시체 안치실 밖으로 미친듯이 뛰쳐나갔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게다가 이 분위기는……!'
조금 어수선하긴 하지만, 평소와는 다를게 없는 모습이였으나 전장에서 굴러먹었던 칼 소장에겐 마치 폭풍전야같은 분위기가 이 곳을 휘감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것도 예전에 느껴보았던 최악의 분위기를.
"경계 레벨을 최대로 올려라! 반론은 허용치 않는다! 당장 움직여!"
그는 자신을 뒤따라 나온 장교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정도로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강제적으로 명령을 내려야만 하였고, 맥켄 중령을 포함한 장교들은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워낙 그의 표정이 다급하였기에 무전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흩어지려던 찰나.
콰아앙! 쾅! 쿠르르르!
으아아악!
그 때, 기지의 서쪽 방향에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타---
뒤이어 병사들의 반격이라 생각되는 총소리가 울려퍼졌고, 바그다드 미국 기지에 있는 4만여명(민간인 포함)의 이목이 그 쪽으로 몰리게 되었다.
"큭!"
일단 상황을 직접 봐야만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다고 판단한 칼 소장은 가까이 있던 높은 감시탑을 향해 뛰어갔고, 맥켄 중령은 장교들에게 병사들을 지휘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그 뒤를 따라 나섰다.
그리고 감시탑에 올라온 칼 소장과 맥켄 중령이 목격한 것은…….
콰앙! 휭휭휭휭--!
엄청난 굉음과 함께 한눈에봐도 무거워보이는 전차가 높은 감시탑보다 더 높게 날라오르며 허공에서 몇바퀴 돌다가 다시 추락하는 모습이였다.
"저게…대체 뭐야……."
맥켄 중령은 눈 앞의 참상을 한번에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검붉은 파워 슈츠를 입은 악귀가면의 인영은 자신에게 날라오는 총탄을 무시하면서 빠르게 움직일때마다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그의 검날에 의해 몸이 잘려나가고, 손에 잡히는 단단한 무언가들을 하나같이 수수깡으로 돌변하여 가볍게 휘둘러졌다.
슈웅-! 콰콰쾅!
그 때, 자신들의 소총으로는 타격을 입힐 수 없다고 판단한 일단의 병사들이 바주카를 가져와 사격하면서 정통으로 그가 폭발에 휩쓸리게 만들었지만, 화염과 검은 연기속에서 튀어나온 검붉은 슈츠의 적은 자신을 공격한 병사들을 맨손으로 찢으며(묘사가 아니라 정말로) 거대한 피분수가 솟구쳤다.
철컥! 푸슈우우우웃--!!
주변의 적을 대충 처리하자 파워 슈츠 등쪽에 부착된 백팩의 위쪽이 개방되더니 수많은 미사일들이 기지의 병사용 막사나 창고, 식당 같은 건물이 밀집해 있는 장소를 전방위로 타격하였다.
쿠콰콰콰콰쾅---!!
------아----악----
"크윽!"
칼 소장은 넓게 퍼지면서 기지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을 폭격하면서 생겨난 풍압과 폭발음 너머로 아주 작게 언뜻 들려오는 병사들의 비명 소리에 신음성을 흘리면서도 검붉은 파워 슈츠의 적에게 눈을 때지 못하였다.
철컹!
미사일을 모두 사용하였는지 백팩을 탈착하며 내던진 그는 일부러 공격하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둔 전차 두 대의 포신을 각각 한 손으로 붙잡더니, 폭격 지역 밖에서 방어를 위해 몰려드는 병사들을 향해 날라들었다.
쿠쾅!
두 개의 전차를 마치 이도류를 사용하듯이 병사들을 향해 내리쳐서 쥐포로 만들거나, 가볍게 휘두르며 병사들을 피떡으로 만들기 시작한 그는 병사들이 건물안에서 엄폐하여 사격하면 건물을 전차로 내리쳐서 무너뜨리고, 모래주머니나 단단한 무언가로 엄폐물을 만들면 귀찮다는듯이 전차를 휘둘러서 엄폐물들을 단번에 날려보냈다.
마치 그 모습은…….
덜덜덜--
"그랜드…아크……."
그렇다. 그랜드 아크로부터 느껴졌던 항거불능의 자연재해같은 두려움.
그 때 느꼈던 감각을 저 검붉은 파워 슈츠를 입은 적에게서도 똑같이 느끼게 된 칼 소장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짧게 떨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이제는 죽어서 사라진 에드 리 라는 네고시에이터가 했었던 말이 뒤늦게 떠올랐다.
그랜드 아크라는 두려움을 직접 느껴봐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똑같은 10등급의 신체 강화자가 존재할것이라곤 상상하지도 못한 칼 소장은 에드 리가 말했던, '그랜드 아크보다 몇배는 더 위험한' 악당이라는 치우의 존재를 그제서야 확신할 수 있었다.
확실히 눈 앞의 저 자가 그 치우라면, 하이재킹을 통해 이 나라로 비행기를 돌리던 그 치우가 맞다면 정말로 그랜드 아크 이상가는 위험분자가 맞다.
그랜드 아크는 세계 정복이라는 자신의 야망이 힘으로 타국을 침범하며 '여긴 이제 내 땅' 이라고 주장하는걸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점령한 시민들을 위해 여러가지 정책을 피면서 그들의 환심을 사려는게 아닌가?
하지만, 치우는 그랜드 아크와 똑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으나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세계 정복을 위해 필요 이상의 악행을 저질러서 시민들의 두려움과 반발을 사면 곤란해지는 그랜드 아크와는 달리, 치우는 에드 리의 설명대로라면 다른 세력이나 민간인의 눈따윈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즐거움만을 추구하여 사람을 재미삼아 죽인다.
정치적 여건을 생각하며 세계 정복을 추구하는 10등급 신체 강화자,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정치, 외교같은 문제 따윈 신경쓰지 않고 마구잡이로 학살을 일으키는 10등급의 신체 강화자.
여기까지라면 바보라도 누가 더 무서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콰앙! 우르르르르--
"윽!"
그 때, 치우로 추정되는 검붉은 파워 슈츠의 적이 전차를 휘둘러서 병사들이 엄폐하여 사격하던 건물을 무너뜨리는 소리에 상념에서 빠져나온 칼 소장은 두려움에 벌벌 떠는 감시탑의 병사를 제치며 감시탑 위에 설치된 무전을 들며 주파수를 맞췄다.
"여기는 바그다드 기지의 사령관 칼 소장이다! 모두 대항하지 말고 뿔뿔히 흩어져서 후퇴해! 놈은 우리의 전력으로 쓰러뜨릴 수 없는 괴물이다! 대열같은건 신경쓰지 말고 당장 흩어져서 살아남아라! 다시 한번 전한다!"
자신이 본능이 말하는대로 검붉은 파워 슈츠의 적이 그랜드 아크와 동급이라면 이정도 기지를 전멸시키는건 시간 문제일 뿐이다.
칼 소장이 무전을 통해 살아남은 장교들에게 명령을 전달하는 동안, 맥켄 중령은 설마설마했던 그 일이 정말로 이루어지자 넋이 나간듯한 표정이였다.
에드의 말이 맞았다. 치우는 반드시 그 하이재킹한 비행기에서 죽여야만 하였다.
공격용 헬기 하나를 보내서 미사일 몇 대로 깔짝거리지 말고, 기지 내의 모든 미사일을 발사해서 먼지조차 원자 분해시킬 정도의 화력으로 초토화시켜야만 했다.
'에드…너는 세상을 속이고 있던 악당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구나…….'
중국과 한국은 에드 리의 말을 들었어야만 했다. 그들의 미적지근한 대응 때문에 사전에 처리할 확률이 어느정도 있었던 잔악무도한 악당이 이렇게 활개치게 되었다.
단지 에드는 치우의 잔인함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얼마나 강하지는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었기에 자신의 주장에 힘을 제대로 넣지 못하였을 뿐이다.
훙훙! 콰앙!
두 개의 전차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병사들을 피떡으로 짓이기던 치우는 칼 소장의 명령에 의해, 그리고 자신들의 힘으로는 전혀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공포로 인해 사방으로 뿔뿔히 흩어지자, 전차를 내던지더니 부스터를 사용하여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피츙! 피츙! 피츙!
쾅! 쾅! 쾅!
기지 전체를 볼 수 있게끔 높게 날아오른 치우가 손바닥을 겨누며 플라즈마 캐논을 날리자,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뿔뿔히 흩어져서 도주하던 병사들을 처리하기 시작하였다.
"저건 또 뭐냐……! 대체 뭐냔 말이다아아!"
칼 소장은 신체 강화 10등급의 기운을 풍기는 그가 파워 슈츠의 힘으로 날라올라 미국조차 개발하지 못한 플라즈마 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병사들을 학살하는 그의 모습에 비명을 내지르듯이 경악하였다.
신체 강화 10등급의 힘만으로도 경악스러운데 슈츠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무기도 지금까지 한번도 목격하지 못한 오버테클로지 수준의 무장이라니!? 세상에 대체 누가 이런 괴물을 만들어냈단 말인가!
피츄웅!
"!!"
그 때, 치우의 플라즈마 캐논이 칼 소장과 맥켄 중령이 있는 감시탑으로 날라들었고, 두 사람은 죽음을 각오하며 치우라는 존재를 너무 우습게 본 자신들의 실책을 짧게 한탄하며 두 눈을 감았다.
쿠콰앙!
칼 소장, 맥켄 중령, 그리고 겁에 질려있던 2 명의 병사들은 시체조차 남지 못하고 사라져버렸고, 5분도 안되서 4만여명이 체류하고 있는 광활한 바그다드 기지를 초토화시킨 치우는 도주하는 병사들을 처리하면서 마저 남은 기지를 초토화시켜나갔다.
"크크크…크하하하하하핫---!!"
더이상 참고 지낼 이유가 없어진 거대한 악, 치우는 거대한 미군 기지가 자신에 의해 초토화된 모습을 내려보며 그동안 참고 참아왔던(?) 모든것을 해소시킨 광소를 터트렸다.
슈욱-
바그다드 미군 기지를 초토화시킨 그는 컨트롤러의 힘을 사용하여 전함으로 텔레포트하였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바그다드의 시민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본능적으로 심상치 않은 일들이 생겨날 것임을 예상하였다.
============================ 작품 후기 ============================
졸려 죽갔슴.
일단 올리고 자겠습니다.
제 동생이 새벽 일찍 제 배때기에다가 날카로운 미들킥을 날려서 깨버렸네요. 본인은 모른다고, 기억이 안난다고 하지만 저는 그딴건 모르니까 일단 받은대로 되갚아줬습니다.
졸려 죽을것 같은 상황에서 쓴 글이라 오타가 심심찮게 나올지도 모름. 자고 일어나서 고칠테니 리플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