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253화 (25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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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지이잉--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가장 상석 바로 오른쪽에 위치한 바닥이 열리더니 마스지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함교에서만 깔짝거리는게 아니였잖아?'

'중요 시설의 이동이 가능한건가? 아니면 중앙 통제 시설이 존재하고 저런식의 로봇이 각 시설마다 존재하는건가? 어찌됐든간에 섣불리 공격했다간 일이 귀찮아지겠어.'

마스지드의 인공지능을 개조, 혹은 파괴해야 하는 진우와 페리샤는 자유자재로 여기저기 이동할 수 있는 마스지드의 모습에, 최악의 상황에는 로봇을 부셔도 중앙 통제 시설의 존재로 반격당할 수 있다는것을 고려해야만 하였다.

일단 두 남녀는 누구도 모르게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며 신중에 신중을 가하기로 의중을 전달하였다.

"여기에는 무슨 일이지? 딱히 너를 부른 이유는 없었는데?"

마스지드에게 틱틱거리며 입을 연 진우는 왜 왔냐고 물어보았다.

"천주교와 개신교의 차이를 모르시는 분에게도 관계가 있는 용건입니다."

"어차피 그 놈이 그 놈인걸 뭘. 솔직히 까고 말해서 유대교나 천주교나 개신교나 다 똑같이 예수라는 백인놈 찬배하는거잖아."

진우에게 있어선 천주교와 개신교나 똑같은 족속들이였다.

교리도 얼핏보면 비슷하고 서로 관계도 어느정도 있어보이니 말이다.

민족주의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진우에겐 예수란 '백인을 위해 백인의 죄를 사했을 뿐, 흑인이나 동양인에겐 신앙의 존재가 될 자격이 한참이나 부족한 존재' 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천주교와 개신교의 차이를 모르는 진우에게, 그것도 이슬람교 신앙을 믿는 살라딘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인격을 지닌 마스지드는 굳이 그 부분을 설명할 의지를 느끼지 못하였다.

게다가 지금 그녀가 설명하려는 것은 페리샤(살라딘)에게도 중요한 부분이였기 때문에 그런 쓰잘대기 없는 종교 문제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였다.

"일단 이스라엘과 바티칸을 공격하시겠다는 의도는 찬성입니다. 감히 미개한 이단 주제에 이슬람교를 탄압하는 족속들의 성지는 일찌감치 밟아둬야 하니까요."

마스지드는 진우의 계획에 찬성을 하였다. 일단 나중에 페리샤에게 전함의 전권을 돌려주긴 해야하지만, 진우의 계획은 이단의 신을 믿는 비열한 민족에게 고통과 공포를 안겨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온 이유는,

"하지만 그 문제보다 더 중요한 안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살라딘이 되돌아오자 그녀는 예전의 자신에게 주입된 정보들을 정리하여, 가장 중요한 안건을 알리고자 이렇게 등장하였다.

지잉-

그리고선 강화 유리로 이루어진 눈에서 무언가를 처리하는듯이 불빛이 나오더니, 이스라엘과 바티칸에 집중 표시된 지역이 사라지고 20대 초반, 많게는 중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동양인 남성의 몽타주같은게 튀어나왔다.

몽타주라고 한 이유는 사람의 외모라고 보기엔 뭔가 뭉뚱그린듯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원래 목격자의 목격담에 의해 그림으로 그려진 몽타주는 정확하게 그리기 보단, 뭉뚱하게 그려서 비슷하게 생긴 용의자를 찾아내기 위함이다.

"으웩."

자신외의 남자란 모조리 사지분해하여 죽여마땅할 족속이라 생각하는 진우는 구역질을 내뱉는 듯한 목소리로 반응하였으나, 페리샤가 가장 먼저 질문을 던졌다.

"내가 아는 이능력자중에선 이런 외모를 지닌 동양인 남자는 없는데? 어째서 우리에게 이 남자를 보여준거지?"

"전에 설명했듯이 살라딘님의 동료들은 대부분 외계인에게 포로로 붙잡힌 사람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그 중에서 외계인의 실험에 의한 고통으로 예지 능력을 얻은 분이 계셨는데, 몸이 천성적으로 약하셨기에 이 전함을 개조한 후에 딱 한번 예언하고 사망하셨습니다."

그리고선 잠시 무언가를 정리하던 마스지드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살라딘님께선 사망한 그 동료분이 10등급의 예지 능력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분이 예언을 할때를 대비하여 예지로 목격한 장면을 영상으로 출력하는 장치에 대기시켜두셨습니다."

"10등급의 이능력자……. 그렇다면 확실하다는 뜻이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10등급의 이능력자가 존재하리라곤 생각치 못한 페리샤는 놀라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그가 예지한 내용이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더 컸다.

"그 분이 예지한 내용은 한국에서 태어난 어떤 남자가 자신의 능력을 각성한 후, 1년후에 시작될 외계인의 침공에 맞설 영웅으로 성장한다는 내용이였지만, 외계인들과의 전투가 약간이고 나머지는 영웅이 될 그 남자의 어린 시절 모습이 대부분이였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하린이 입을 열자, 마스지드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예, 현재 눈 앞에 있는 얼굴은 예언에 의해 출력된 영상을 바탕으로, 그가 큰 사건사고없이 평범하게 성장하였을때의 모습입니다."

뭉뚱그려진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니고 쾌활해보이는 미남형의 얼굴이였다.

"어라?"

그 때, 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모였다.

"이 얼굴…어디선가 본듯한데……?"

"이 남자를 알고 있니?"

이실리아가 물어보자, 노아는 머릿속이 간질간질 거리며 뭔가 떠오를듯 떠오르지 않는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알고있다기 보단…그냥 어쩌다가 본 것 같아요."

확실히 용병으로서 활동 영역이 넓었던 노아라면 어쩌다가 한 번은 볼 수 있을것이다.

"노아, 너 한국에서 용병 활동을 했을때는 서울에서만 했었지?"

"예. 그렇다면 서울에 있다는 뜻이겠네요."

서울로 영역이 좁혀졌지만, 인구 천만의 서울시 전체에서 이 얼굴을 지닌 남자를 찾는것은 꽤나 힘든 일이리라.

"그 문제라면 걱정하시지 마십시오. 예지 능력 덕분에 마지막으로 살았던 지역을 확인해두었으니 그곳에서부터 시작하면 될 것입니다."

확실히 마지막으로 살았던 지역을 알아뒀다면 이사를 어디로 갔는지 물어물어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영웅이라곤 해도 설마 이 몸보다 강하겠어?"

진우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그랜드 아크…그것도 장기전으로 간다면 100%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개인 전투력이라면 지구 최강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기에, 그리고 신체 강화 9등급의 브레이브 워리어, 키반을 상대로 9등급과 10등급이 가진 능력의 격차를 확실하게 체험하였기에 그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없었다.

"이게 그 분이 예지하신 내용, 영웅이 싸우는 모습입니다."

지잉-

홀로그램 화면은 다시 영상이 바뀌면서 남자의 얼굴이 사라지더니 영웅으로 추정되는 검은 단발 머리를 한 남자의 뒷모습이 나타났다.

검은 단발 머리의 남자는 서양식의 장검을 들고 있었는데, 약간 중세풍의 하얀 갑옷 같은것을 입고 있었다.

탁!

남자는 어디론가 달려갔고, 시점이 변화되면서 3인칭 시점이 되어 하늘에서 아래를 쳐다보는듯한 앵글이 되었다.

외계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간형 로봇들이 레이저나 플라즈마로 이루어진 총기류로 남자를 향해 사격하였고, 남자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하얀 잔상들이 기계 로봇들 사이로 종횡무진하였고, 남자의 모습이 기계 로봇들의 뒤쪽에서 나타나자 파지직 소리를 내며 로봇들의 몸이 갈라지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에이, 이정돈 나도 하는데 뭐."

진우는 남자의 활약에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조차도 경악할만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시점이 바뀌면서 영웅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1인칭으로 바뀌더니 하늘 위로 지하드보다 한 단계 작은 외계인의 비행선과 수많은 소형 원반형 전투기들이 남자를 향해 날라왔지만, 남자는 검을 쥐지 않은 왼 팔을 뻗치자 그의 손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하였고, 팔을 크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두르자 거대한 전기가 튀어나오더니 그의 팔 방향에 따라 외계인들의 소형 전투선을 파괴하였다.

전투기를 처리한 남자는 전함을 향해 검을 크게 휘두르자, 거대한 반월형의 검기가 형성되며 전함을 향해 날라갔다.

지이잉!

콰앙!

하지만 전함에서는 반투명한 실드가 펼쳐지며 남자의 검기를 막아냈으나, 남자는 검을 빠른 속도로 휘두르자 휘둘려진 방향으로 거대한 반월형의 검기가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콰각! 콰아아앙!

결국, 실드가 깨지면서 검기를 맞은 외계인의 전함은 대폭발을 일으키며 엄청난 양의 검은 연기와 함께 추락하였다.

뚝-

그리고 화면이 꺼졌다.

"예언에 의해 나온 영웅의 전투 장면은 여기가 끝입니다."

"……."

"……."

"……."

짧았지만 확실하게 강렬한 인상을 준 영웅의 전투 장면.

방금전까지 '나도 할 수 있다' 라고 말하던 진우도 팔짱을 끼며 심각한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신체 능력까진 둘째쳐도, 번개로 외계인의 전투기를 싸그리 몰살 시키는 장면과 검기를 만들어내면서 지하드보다 한단계 작은 전함을 검기로 박살내는 모습은 그로서도 충격적인듯 싶었다.

"신체 강화는 대충봐도 8등급 이상이네요."

"번개를 뽑아내는걸로 봐서 염뇌력…그것도 저정도 위력을 만들어내려면 9등급 이상이여야 할 것 같아."

"저 검기를 뽑아내는건 검이 가진 유물의 능력일까요?"

아이리가 가장 먼저 입을 열자 노예들끼리 영웅의 능력에 대해 논의를 하기 시작하였다.

한가지 확실한건 외계인의 전투기들을 한 큐에 처리하는 영웅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자신의 전함도 저런식으로 파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진우가 받았다는 것이다.

웅성웅성-

노예들은 자신들의 적이 될 확률이 높은 영웅의 존재에 대해 토론을 하며 그 문제를 중심으로 화제가 옮겨지고 있었다.

짝!짝!짝!

그 때, 진우가 힘있게 박수를 치며 그녀들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돌렸다.

"다들 조용."

"……."

모든 노예들의 입을 다물게 한 그는 굳은 표정을 풀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느긋하게 명령을 내렸다.

"노아."

"예!"

노아가 힘있게 대답하자, 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며 뜸을 들이더니 말을 덧붙였다.

"너는 마스지드에게 그 예언된 용사놈의 마지막 주소지를 받고 몽타주와 일치한 녀석의 위치를 찾아내."

"찾아낸 후에 처리할까요?"

"아니."

"?"

당연히 '능력이 각성하면 안되니까 머리를 저격해서 일격에 처리해라' 라는 말이 나올줄 알았던 진우의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그냥 위치랑 녀석의 상황같은것만 알아내."

"어째선가요?"

신체 강화 10등급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해도 일단 각성하기 전에 머리에다가 총알 구멍을 집어넣으면 간단히 처리가 가능하다.

노아뿐만아니라 다른 노예들도 자신들의 집이 될 전함을 손쉽게 박살내는 영웅의 능력에 살짝 기가 질린 모습이였기에, 어째서 그런 위험한 자를 죽이지 않느냐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범한 상황이였다면 녀석은 우리에게 있어서 단순한 방해물에 불과하지만, 지구 정복을 노리는 외계인들과 싸우려면 저런 능력자가 하나정돈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알아. 살려두기엔 위험한 놈이지. 하지만, 이 지구를 정복하려면 일단은 그 외계인들의 침략을 우선적으로 막아내는게 우선이야. 설령, 외계인을 모두 퇴치하고 영웅과 싸우게 된다해도 우리에겐 '우주' 라는 퇴로가 있어."

확실히 항선간 항해가 가능한 전투함을 소지하고 있는 미지의 적, 외계인들보단 우주에서 전투가 가능한 우주선이 없는 영웅쪽이 훨씬 상대하기 편하다.

게다가 방금전에 본 영웅의 무위가 있다면 외계인을 퇴치하는것도 상당히 수월해지리라.

"그렇다면 이스라엘과 바티칸의 공격도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

이실리아는 그의 말대로라면 외계인을 퇴치하기전까진 지구권 국가의 힘도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스라엘과 바티칸의 공격을 멈출까 싶었지만,

"아니. 걔네들은 그냥 마음에 안들어서 공격하는거야."

진우는 깔끔하게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공격을 주장하였다.

참고로 그의 마음에 안드는 국가는 일본, 이스라엘, 바티칸, 중국으로, 이 4개 국가를 중심으로 난동질을 부릴 예정이였다.

============================ 작품 후기 ============================

고등학교 동창들이랑 약속이 있어서 오후 늦게쯤에 돌아와 한편 더 써낼 생각입니다. 상황에 따라 연참이 불가능할 수 있음요.

아참, 그런데 제 경험담을 보신 몇몇분들이 교회가 아니냐는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천주교는 성당, 개신교는 교회라고 불리우니까요.

저도 혹시나 싶어서 직접 제 눈으로 확인해보고자 찾아가봤는데 성당이 맞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더 번창해있음요.

제가 그때 정말정말 큰 충격을 받아서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요, 바티칸과 관련된 뉴스를 보면 신부들과 교황처럼 펑퍼짐하고 펄럭이는듯한 옷이랑 전구같은 모자를 제 친구랑 몇몇 어른들이 입고 있었습니다. 한가지 특이한건 전구같이 생긴 모자의 색상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옷은 붉은색 계통이더군요. 그 옷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름.

농담 아니고 진짜진짜 너무 따분해서 그냥 떠날려고 했는데 입구를 지키고 있던 어른들이 저를 붙잡으며 나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덕분에 점심까지 쫄쫄 굶고(친구따라 성당에 도착했을때가 10시 15분쯤) 거의 6시간동안 아무것도 못한채 성당에 잡혀있었습니다.

게다가 10명쯤 되어보이는 사람들이 '헌금함' 이라고 써져있는 하얗고 네모난 박스같은걸 들면서 사람들에게 일일이 얼굴에다가 들이밀었죠.

그 때 헌금함을 내밀었던 20대 중후반의 부드러운 인상을 지닌 남자의 표정이 '저 돈없어요' 라고 말하니까 팍 찌푸려지는게 당시에는 정말 울고싶을 정도였죠.

처음부터 대체 저게 뭐길래 돈을 내야하나 싶어 제 근처를 돌던 헌금함을 든 20대 중후반의 남자의 모습을 계속 눈으로 쫓고 있었는데, 저 말고 대각선 오른쪽 방향에 위치한 아저씨, 제가 앉던 의자(여러명이 앉을 수 있는 긴 줄의 의자. 의자 위치도 기억남. 왼쪽에 위치해 있었고 출구쪽과 가장 가까웠음) 가장 왼쪽에 위치한 아줌마도 돈을 안냈었습니다.

잠시후에 그 20대 중후반의 남자가 과자랑 포도주스를 가져왔는데 자신이 헌금함을 들고 돌아다녔던 지역에서만 과자와 포도주스를 분배해줬습니다.

그리고 위에 설명한듯이 '저게 대체 뭐길래' 라는 생각으로 헌금함을 들고 있던 사람을 따라갔기 때문에 모두는 아니여도 제 눈에 금방 들어왔던 대각선 오른쪽 아저씨와 저의 왼쪽 끝 아줌마가 성금함에 돈을 내지 않았고, 그 분들과 저를 건너뛰면서 과자와 포도주스를 내주던게 아직까지도 생생합니다.

흔히들 남자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악몽중 하나가 군대를 또다시 가는 꿈이잖아요? 저는 거기서 나가지도 못한채 붙잡혀서 6시간동안 쫄쫄 굶은채 성당에 있어야만 했던 악몽이 하나 더 추가됩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하이킥을 날려요. 저에게 인상 찌푸렸던 그 20대 중후반의 남자 새끼 면상 때리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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