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280화 (2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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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허리 디스크 초기 증상입니다. 술담배를 멀리하시고 격한 운동은 피하시는게 좋습니다."

신의 몸을 확인한 의사는 허리 디스크 초기 증상이라는 증상과 술담배를 멀리하라, 격한 운동을 하지 말라는 뻔한 소리와 함께 물리 치료와 처방전을 처리하였고, 정말 오래간만에 의학의 힘을 몸으로 느끼게 된 그는 전보다 훨씬 나아진 허리를 들고 가뿐하게 병원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진우는 신을 대리고 나서서 얘기를 나누자고 삼겹살 집으로 향하였다.

"소주 먹을거냐?"

"아뇨. 술은 좀……."

술담배를 멀리하라고 방금 의사에게 들었는데 곧바로 술을 먹는건 역시 좀 그렇다 생각한 신은 고개를 내저었다.

"솔직히 나도 소주는 좀 별로야. 옛날 과학 시간때 사용하던 과학 실험용 알콜 맛이 나거든."

그러면서 쏘맥을 좋아한다는게 함정이지만.

일단 고기 2인분을 시킨 진우는 가게 주인이 고기와 야채를 가져오자, 미리 불을 켜서 달궈둔 판 위에다가 고기를 올려두었다.

치이이이익--

"꿀꺽……."

요 근래에 고기는 커녕, 한 끼 식사를 제대로 챙겨먹는 경우가 없었기에 간만에 코를 찌르는 고기향에 신은 군침을 꿀꺽 삼켰다.

"개인적으로 수박 겉핡기식의 대화는 싫어하니까 본론으로 들어가지. 예전에 서울대 정문 보안 요원이였는데 왜 거기서 막노동일을 하고 있는거냐?"

"……."

"말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내가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일 수 있으니까 말이지. 하지만, 속으로 쌓아두고 있던 울분은 단지 타인에게 말하기만 해도 어느정도 풀리는 법이거든? 내가 끼어들 수 없는 문제라 해도 일단 들어는 줄테니까 말해봐."

"…후우……."

신은 깊은 한 숨을 내쉬며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하였다.

초등학생때 만났던 같은반의 친구였던 김건호라는 녀석이 고등학생때 다시 만나게 되자 일진들을 이용해서 괴롭힌 일,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일궈낸 회사를 무너뜨린 일, 자신의 취업 활동을 방해하고 서울대 정문 보안 요원의 일도 말도 안되는 연유로 짤리게 되면서 막노동 일을 하게 되었다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늘어놓았다.

노아에게서부터 듣긴 들었다만, 정말이지 보면 볼수록 현대물 판타지의 전형적인 주인공 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하였다.

"그거 참 희안하구만. 아무리 일진이라 해도 어른이 된 이후까지 그렇게 괴롭히는 경우는 없는데 말이지."

"예……. 실제로 그 녀석의 명령을 받았던 다른 일진 녀석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데, 그 녀석만큼은 이상하게 저를 괴롭히는데 일생을 건 녀석 같습니다."

진우는 어째서 김건호라는 그 녀석이 남궁 신을 이토록 괴롭히는지 이유를 생각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부분밖에 답이 없구만."

"……."

자신은 친일파의 후손, 신은 독립 운동가의 후손.

당연히 일반 시민의 눈으로 보자면 친일파는 당연히 악이요, 독립 운동가의 후손은 선이니, '선' 을 괴롭히려는 '악당' 의 못된 심보일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보아하니 조폭 뒤에 김건호가 있다는 것은 모르는 모양인데?'

조폭들이라고 바보가 아니다.

돈이 나올 구석이 있는 집안이라면 또 모를까, 있는거라곤 헐값밖에 안되는 달동네의 작은 집 하나와 병에 찌들어서 써먹을대가 없는 50대 중후반의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건장한 청년 하나.

조폭들이라면 당연히 이 건장한 청년에게 돈을 갚을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새우잡이, 장기팔이 등등)을 제의하면서 몸이 망가지더라도 어느정도 돈을 뽑아먹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데, 아무리 졸라봐도 돈이 나올만한 집안이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해서 돈 내놓으라는 재촉으로 남궁 신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었다.

조폭들이 핵전쟁 이후에 황폐화된 세계에서 세기말 구세주가 활동하는 시대의 범죄자들마냥 파괴와 혼돈을 즐기는 악의 무법자들이라면 모를까, 그들의 활동은 엄연히 '돈' 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은 당연히 뒤에 '배후' 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숨통을 조여오는 조폭들의 압박 때문에 눈 앞의 현실에만 급급한 신은 조폭들 뒤에 건호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듯 싶었다.

"쯧."

진우는 짜증난다는 듯이 혀를 찼다.

"내 능력이 암살에 적합하지 않는다는게 이럴땐 정말 후회가 되는구만."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 이런 위로를 받아본적이 얼마만이였던가.

신은 이것만으로도 진우에게 감사할 따름이였다.

-…해서 삼태극이라 불리운 정체불명 집단은 세계 정복의 야욕을 드러내며 일본을 향해 선전 포고를 하였고, 전 세계에서는 삼태극의 악행에 분노한 이들이…….-

그 때, 가게 TV에서 삼태극의 발호에 대한 특집 뉴스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거참, 세상은 흉흉한데 사람 사는건 똑같으니 참 기분 뭐하구만."

진우의 말대로 세상 전체는 삼태극의 발호로 떠들썩하지만,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 신에겐 아무런 영향도 없는 허구속의 설정같았다.

아니, 오히려 삼태극의 악행에도 분개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 눈 앞의 팍팍한 생활이 더 힘들고, 자신들을 못잡아 먹는 조폭들이 세상 전체가 악으로 규정한 악의 조직보다 더 무섭고 사악한 존재들이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너 이제 어떻게 할거냐? '그 놈' 이 너희집을 부수던 조폭이라면 반드시 어떤식으로든 보복을 할텐데 말이다."

"……."

다시 화제를 돌려서, 눈 앞의 현실로 돌아오자 신은 눈앞이 깜깜해질것만 같았다.

민태식이라는 조폭은 진우에게 피해를 받았지만, 본인이 진우에게 복수할 정도로 강단있는 인물이라면 애초에 그렇게 비굴하게 굴리가 없기 만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그는 반드시 신에게 보복을 할게 분명하였다.

그가 고통스러워하면서 도망갈때는 기분이 째졌지만, 가슴이 다시 냉정해지자 자신들을 찾아올 보복과 후환이 생각나면서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우가 그런 그에게 구원의 손을 내주었다.

"어이, 너 용병이 되어보지 않을래?"

"예? 그…그건 무린데요……"

운동으로 다부진 몸이니까 어느정도 일반인 이상의 전투력을 가지게 되겠지만, 괴수와 싸우는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

"내가 요즘 구형 파워 슈츠 하나를 운좋게 공짜로 구했거든? 근데 이게 너무 구형이라서 나한테 별로 맞지 않고, 팔기도 뭐한 수준이야. 그래서 너한테 빌려줄까 생각중이다."

"어…어째서……."

그 때, 신은 고개를 푹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응?"

낮은 목소리였기에 제대로 듣지 못한 진우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신은 다시 한번 말을 이었다.

"어째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는 겁니까……? 저는……."

"적도 많은데다 가난하고 무능력하니까?"

"…예……."

진우는 그의 말에 고기를 하나 집어먹고 쩝쩝대며 대답하였다.

"내 파트너 알지?"

"아, 그 여성분……."

몸매가 모델급 이상이며 외모도 연예인 이상인 미인을 기억해낸 신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노아의 정체까진 모르고 있었는데, 그녀가 한국보단 미국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고, 서울대 정문 보안 요원에서 짤린 후에 돈을 벌 구멍을 찾아다니느라 정보 매체와 친하지 않은 탓이였다.

"그 녀석이 용병일은 그만하고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해서 헤어졌거든?"

거짓말은 아니다. 이제 그녀는 용병일을 그만하고 어머니인 이실리아와 함께 지내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 새 파트너를 구하려고 하는데 다들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보니 믿고 등을 맡길놈이 필요해. 미리 말해두는데 나는 그렇게 착한놈이 아냐. 그냥 니 어려운 사정보고 쓸만하겠다 싶어서 하는거지."

말은 퉁명스럽고 사람 기분나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지만, 신은 지금까지 자신을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기에 툭 건들면 눈물을 쏟아부을것 같은 표정이였다.

"눈 깔아 임마. 여자라면 상관없는데 남자가 그딴 표정 지으면 확 대갈통을 부숴버리고 싶어지니까. 그리고 용병 등록비에다가 대여로까지 받을거거든? 공짜 아니니까 개같이 일하라고."

"예…정말 개같이 일하겠습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난폭한 말투인데다 투자한 만큼 뽑아먹겠다는 솔직한 말이였지만, 오히려 그런 솔직함 덕분에 더욱 믿음이 갔다.

신은 잠깐의 인연 덕분에 자신을 이렇게 도와주는 진우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하였지만, 아직 진우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일단 집 주소를 가르켜주면 내가 직접 파워 슈츠랑 용병 등록비 1천만원을 주지. 그리고, 나는 내가 일일이 이것저것 해줘야 하는 애새끼를 기를 생각 없으니까 스스로 직접 용병 등록하고 의뢰를 해결해. 나중에 쓸모가 생기면 그 때부터 함께 행동할테니까."

난폭한 말투였지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그의 말은 신에게 있어서 최고의 기회였다.

구형이라고 해도 파워 슈츠의 힘을 사용한다면 가장 급이 낮은 맹수급 괴수들을 처리할 수 있을테니, 막노동 일보다 위험 난이도가 높지만 그만큼 수당도 많기에 신은 필사적으로 매달려보기로 결정하였다.

아니, 이 기회밖에 잡을 지푸라기가 없다.

그렇기에 신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 다른 사람들이 외면한 자신에게 도움의 손을 건내준 진우를 위해서라도 필사적으로 용병 일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일 얘기는 나중에 천천히 하자고. 일단 고기 많이 먹어. 용병 일이 라면이나 편의점 김밥 따위로 배를 채워선 제대로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일이 아니니까. 아줌마, 여기 2인분 더 추가요!"

드디어 가난에서 탈출할 기회라는 이름의 구멍을 찾게 된 신은 지금까지 죽어있던 입맛이 확 살아나는 느낌과 함께 진우가 시킨 고기를 양껏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두 남자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고기를 씹기 시작하였지만, 묵묵하고 침체된 분위기가 아니라 희망을 찾은듯한 밝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후후, 실컷 즐거워하라고. 나중에는 괴로운 일이 생길테니까.'

이것만해도 남궁 신은 진우에게 은혜를 갚으려 할 것이지만, 진우는 이정도로 계획을 끝낼 정도로 만만한 인물이 아니였다.

단지 은혜만 느끼고 영웅으로 각성해버린다면, 자신의 조직과 지하드를 다 깨부신다음에 옛 은혜를 갚겠답시고 목숨만 살려줄 확률이 높으니 말이다.

물론, 진우가 각성한 신에게 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느 일이든지간에 만약이라는 것과 상성이라는것이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그는 남궁 신에게 정의와 선에 대한 가치가 없다고 믿는 악의 영웅으로 탈바꿈 시켜, 자신의 말로 이용해먹을 생각이였다.

'일단 희망차고 보람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게끔 만들어주지.'

기쁨과 희망을 더더욱 강하게, 높게 느낀다면 추락할때의 충격도 큰 법.

진우는 일단은 남궁 신에게 행복을 느끼게 만들어준 후, 뒷공작을 통해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TS를 좋아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으시더군요.

하지만 저는 TS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취존 부탁염. 아니, 애초에 내 취향대로 글을 쓰겠다는데 뭐 불만 있습니까! 떽!

"아흑~♥ 방금전까지 남자였는데 남자의 자지에 느껴버려엇~~♥" 같은 대사는...어...막상 써보니까 이거 은근히 괜찮네...? 차기작에서 써볼까나?

큼큼! 어쨌든 이번 작에서는 TS물은 안 쓰니까 그렇게들 알고 계세요.

그렇다고 BL물 스토리로 가는것도 아니고, 그냥 주인공의 명령에 흙탕물과 똥물을 마시면서도 충성을 다하는 진정한 충견을 만들 예정입니다.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악당이라면 이정도 충견은 하나정돈 있어야 악의 수장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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