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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
"……."
잠시동안 두 남자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신이 진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여 입을 다물면서 생겨난 대화의 공백이였다.
"풋…푸하하하하!"
잠깐동안 멍하니 있던 신은 마치 모든걸 다 알았다는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배를 부여잡았다.
"농담도 진짜 실감나게 하시네요? 형님은 진짜 용병일을 하지 않았으면 드라마같은데 출현하는게 나을것 같……."
"장난 아니다. 네가 원한다면 지금 즉시 이스라엘과 바티칸을 초토화시켰던 전함을 부를 수 있어. 아니, 차라리 그 참상을 이 나라에 재현시켜주면 믿을 수 있겠나?"
"……."
TV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없었지만, 같이 막노동일을 하던 인부들과 식사를 하면서 삼태극이라는 조직이 SF에 나올법한 우주 전함을 이끌고 이스라엘과 바티칸에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려 멸망시켰다는 내용은 입소문 형식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 참극을 한국땅에서 재현시켜보이겠다는 그의 대답과 지금껏 보여주지 못한 진중한 어투는 그 신뢰성을 더 높여주었다.
"앞으로 1년후,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는 영화같은 일이 벌어진다. 너는 그 전쟁에서 모든 인류를 하나로 이끌 영웅이 되는 운명이지."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참고로, 이 예언은 10등급의 예지 능력자에 의해 나온 말이다. 어쨌든간에 그 일로 인해 내 부하들은 너를 죽여야한다고 주장했었다. 나 또한 너를 죽여야 할까 마음이 흔들린적도 있었고."
"……!"
자신을 죽이려 했었다는 진우의 대답에, 신은 그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나오는 진솔함에 지금까지 말한것들이 모두 진실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그런 소설속 주인공이 될법한 영웅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진우가 자신을 죽이려 했었다는 사실을.
"말이 안됩니다. 얼마전까지의 저라면 형님의 힘으로 더 쉽게 처리가 가능했을텐데, 오히려 파워 슈츠까지 주면서 도와주실 이유가 없잖습니까?"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저격을 보내서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넣으면 각성하기도 전에 뇌가 뚫려버릴테니 그렇게 하면 쉬울거라고. 하지만, 네 상황을 보면서 마음을 고쳐먹었어."
"제 상황……?"
"미래의 영웅이 되야 할 자가 겪고있는 참혹한 삶. 독립 운동가의 후손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도와주지 않고,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어려운 삶을 보내고 있는 네 모습이 너무나 불쌍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바티칸을 멸망시킨 대악당이 내뱉을만한 대사는 아니였지만, 진우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이능력이라는 것은 가장 각성하기 쉬울때가 마음이나 육체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때다. 생존본능에 의해 이능력을 각성시켜서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강해지기 때문이지. 너는 계속해서 그 삶을 살아갔다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이능력을 각성할 운명이였던 거야."
"……."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역으로 생각했다. 이능력이 각성하기 어렵게끔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게 만든다면, 적당히 강한 파워 슈츠를 내주면서 그 힘만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너의 이능력은 각성하지 않을거라고."
계속해서 터져나오는 진실.
남궁 신은 지금까지 그가 자신을 도와줬던것이 모두 계획적이였다는 사실에, 그동안 겪었던 행복이 모두 이러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는것에 황망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도 모르게 휘청거리던 두 다리를 붙잡았다.
"하지만, 결국 이처럼 영웅의 힘을 각성하고 말았어. 전생의 기억을 되찾는다는, 전혀 나로서도 예상치 못한 힘을 가진채 말이지. 이異능력자들조차 알지 못하는 이異능력이라고 해야 하나?"
"……."
"네 힘은 강하다. 내공의 힘도 강하고, 마법의 힘도 그야말로 만능이라 부를만큼 대단해. 더 경악스러운 것은 아직까지도 그 힘은 성장의 여지가 많다는거다. 말 그대로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달라질만큼."
"…그럼 지금 당장 죽이면 되잖아요……. 지금 나는 마력도 다 떨어져서 내공의 힘만 남아있습니다……."
신은 배신감과 실망어린 목소리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최대한 말을 흐트리지 않고 또박또박 대답하였다.
"맞아. 그래야 정상이지. 하지만…나는 지금의 너를 살려두고 미래의 너에게 죽을 운명을 선택했다."
스릉-
그리고선 진우는 신에게 겨누었던 용광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공격할 의지가 전혀 없는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예……?"
"지금부터 한달 후에 일본을 공격하겠다. 너는 그동안 충분히 힘을 비축해두고 일본으로 가거라. 나는 이미 전세계에서 악인으로 공포와 증오를 받고 있으니, 네 손으로 나를 처리한다면 외계인이 침공해올 미래에서 좀 더 쉽게 인류를 하나로 묶을 수 있을거다."
말을 끝마친 진우는 그대로 몸을 홱 돌리더니 폐허 건물 밖으로 나섰다.
겉으론 '내 할말은 다 끝났으니까 이제 제갈길 가자' 라는 분위기였지만, 몸을 돌아선 진우의 표정은 '제발 빨리 날 붙잡아줘!' 라고 호소하는것 마냥 일그러져 있었다.
"자…잠깐만요! 그렇다면 앞뒤가 안맞잖습니까! 굳이 정성을 들여서 제 복수를 만족시켜준건 무슨 이유입니까! 형님은 왜 제게 죽임을 당하시려고 그러는겁니까!"
그렇다. 진우가 지금까지 보인 행동과 지금의 행동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신의 복수는 어차피 남의 일인데 그토록 공을 들여, 이토록 후련하게 복수를 할 수 있게끔 도와준것만 해도 진우의 이러한 행동은 어차피 적이 될 영웅에게 보일만한 것이 아니였다.
"…그냥…기분 전환이였어."
아주 잠깐 말꼬리를 의도적으로 흘렸고, 신은 그 부분을 캐치하면서 뭔가 자신이 아는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고 확신하였다.
"한 달 뒤에 일본에서 보……."
"제 말은 아직 안 끝났단 말입니다! 왜 저를 도와준겁……."
휙!
내공의 힘을 사용하여 진우의 앞을 막아낸 신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젠장……."
진우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자신의 표정이 들켜버린 그는 부끄럽다는듯이 팔로 얼굴을 가리며 시선을 다른쪽으로 돌려 외면하였다.
"형님…어째서……."
그런 슬픈 표정으로 울고 있냐는 뒷말을 삼킨 신의 모습에, 진우는 옷으로 눈물을 닦아냈지만, 일그러진 표정만큼은 되돌릴 수 없었다.
"기뻤다……."
"예?"
"나는…부모님도…형제도 없어. 친육의 정이라곤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어……. 하지만…그렇기 때문에 네가 형님 형님거리면서 나를 따르는 모습에…나도 모르게…정이 들어버린거다……. 정말로…정말로 적당히 이용해먹을 생각이였는데…제기랄……."
"형님……."
"멍청하게도…죽이기 딱 좋은 찬스를 두고도…너를 죽이고 싶지 않단 말이다……."
또다시 흘러나오는 눈물을 거칠게 닦아낸 진우는 입술을 깨물면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표정을 억지로 굳혀나가려 하였다.
"한심하지? 세상을 정복하려는 악당이 겨우 짧은 인연 때문에 눈물을 질질 짜는 꼬라지가? 하지만 잊는게 좋을거야. 어차피 너와 나는 적이 되어서 싸워야 할 입장이니까."
"정말로…적이 될 수 밖에 없는겁니까……?"
"그래. 영웅이 되는 것. 그것이 네 운명이고, 나는 이 세계를 내 마음대로 정복하려는 것이 운명이니까. 그래도 최소한 타인에게 굴욕을 당한채 죽지 않고 네 손으로 죽을 수 있다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그렇게 단정짓듯이 말한 진우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신의 어깨를 조용히 밀어내며 폐허 건물 밖으로 나서려 하였다.
신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눈동자가 흔들리면서 어찌해야 할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지만,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네가 생각할 방향을 잡아주마.'
이 또한 예상하고 있었던 진우는, 어디서부터 생각해야 할지 모를정도로 혼란스러운 신의 머리가 향할 방향을 잡아주고자, 마치 조언을 하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미국에 있는 영웅들의 집단, 펜타곤에 있다는 10등급 예지 능력자도 네가 영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테니 일본에서 나를 죽인후에 미국으로 가라. 아마 영웅으로 각성한 네 모습에 쌍수를 들고 환영할테니까."
"……."
순간, 진우의 모습에 당황하던 신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졌다.
"…형님, 잠시만요."
이 때, 진우의 표정은 드디어 먹잇감이 제대로 걸렸다는, 음모를 꾸민 전형적인 악당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직이다. 기뻐하려면 아직이야. 지금은 호흡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대화해야 해. 절대 기뻐하는 목소리, 표정, 분위기를 내선 안된다.'
빠르게 가슴을 진정시킨 후에, 표정을 지우며 살짝 고개를 반쯤 돌린 진우는 아까전에 눈물을 흘린 부작용으로 코를 한번 훌쩍이며 대답하였다.
"뭔가 더 물어볼게 있냐?"
"펜타곤…그 곳에서 제가 영웅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겁니까?"
"이 세상에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두 명의 10등급 이능력자가 있는데, 한 명은 그랜드 아크, 또 다른 하나는 펜타곤이 보호중인 이름 모를 예지 능력자다. 우리쪽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미 사망한 10등급 예지 능력자가 남긴 예언을 토대로 널 찾아왔으니 펜타곤도 당연히 네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고 있겠지."
"……."
파스스슥--
자신의 대답이 끝나면서 폐가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느낌과 천장에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져 내리자, 뭔가 이상하다는 듯한 느낌을 느낀것같은 표정을 지은 진우는 힐끗 뒤쪽을 쳐다보았다.
"…신……?"
그리고, 그 곳에는 유형화된 기에 의해 아지랑이처럼 신의 몸 주변이 일그러져 가고 있었고, 그 충격의 여파로 폐가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펜타곤에서 이미 내가 영웅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고?'
파워 슈츠의 힘으로 초인의 영역에서 살게 된 신은 짬짬히 시간이 남을동안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선과 악의 조직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이능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능력자들에 대해서 나름 조사해봤다.
그 내용중에는 펜타곤도 들어가 있었는데 미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으며, 악의 대표적인 조직이 아크로스라면 선의 대표적인 조직은 펜타곤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어째서 나를…우리 가족을 도와주지 않은거지……?'
세계를 지키는 선의 영웅들이 폭력과 권력에 핍박당하고 있는 사람을 알면서도 도와주지 않았다. 대체 어째서?
"어이, 신……. 괜찮아……?"
진우는 신의 상태가 심상치 않자, 굳은 얼굴로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어, 으…응……."
갑작스런 신의 변화에 적응못한듯한 표정을 지은 진우는 바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안은…김건호 부자에게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왜 정의의 영웅들이라는 펜타곤에서는 우리들을 도와주지 않은겁니까?"
진우는 충분히 예상한 질문이였지만, 겉으로는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는듯한 표정으로 잠시 어물어물거리더니 천천히 대답하였다.
"…나는 악의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다. 그런 내게 선의 조직에게 좋은 말을 해줄거라 생각하는거냐?"
"그래도 좋습니다. 형님이 생각하시는 최대한 객관적인 대답을 해주시면 됩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대답이 신에게 더욱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진우 또한 노골적인 욕설로 펜타곤을 욕하는 대신, 악이나 정의의 조직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냉철한 대답을 내주었다.
"아마 내 주관적인 예상이다만, 아마도 그 누구의 개입도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야만 네가 예언대로 영웅으로서 각성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아예 관찰자 효과까지 미연에 방지할 생각이었을지도 모르지."
"그것 때문에…한 가족이 불행해져도 말입니까?"
신의 질문은 명확하게 펜타곤을 모욕해야만 가능한 대답이였지만, 진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나는 아까도 말했듯이 악의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다. 그 대답은 사적인 감정 때문에 대답할 수 없어."
철저하게 객관적인 입장으로 임하겠다는 의지가 깃든 대답이였으나, 신은 그가 대답하지 않아도 그 다음 대답을 알 수 있었다.
'그 자들이 원했던건 내 가족이나 가족의 평화가 아니였어. 바로 '나의 능력' 하나 였던거야.'
아이러니하게도, 악의 조직인 진우는 자신의 능력이 깨어나지 않게끔 '행복한 삶' 을 느끼게 만들고자 치중한데 반면, 정의의 영웅들은 자신이 각성하게끔 만들고자 일부러 어려운 사정을 모른척 넘겨짚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가 4명의 인격과 가치관이 섞인 상태였다면 그래야만 각성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했겠지만, 남궁 신이라는 인격이 다른 인격들을 죽이게 되면서 그의 가치관도 거기에 따라 바뀌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최소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정당하게 살아가는 성격의 남궁 신이였지만, 그의 그러한 가치관은 진우가 맛보여준 복수의 쾌락과, 복수는 헛된 욕망이며 상대방을 용서하라는 아버지의 처참한 죽음으로 인해 뒤틀리게 된 상태.
그리고, 그 뒤틀린 가치관은 펜타곤의 방치에 다시 한번 분노를 일으키게 되었다.
'내 능력만 얻으면…내가 지금까지 얻었던 고통과 괴로움마저도 상관없다 이거냐……! 너희들이 원하는건 내 가족이나 행복이 아니라 능력뿐이였던 거냔 말이다!'
구그그그그그--
마음속으로 일어난 격정으로 인해 유형화된 기는 더더욱 폐가 건물 자체를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진우는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는듯 싶었지만, 이내 이해가 간다는 듯이 체념어린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역시…화가 날 수 밖에 없겠지……. 내 개입만 아니였다면 최소한 네 아버지는 죽지 않았을테니까……."
자신이 개입하지만 않았더라면 최소한 아버지가 죽지 않았을거라고 자책한 진우는, 자신을 향한 증오를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엄숙한 분위기로 대답했다.
펜타곤을 향해 분노하던 신은, 스스로의 죄에 자책하는 진우의 모습에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진우를 향해 한 쪽 무릎을 꿇으며 마치 중세 시대 기사가 왕의 앞에서 예를 취하는것 같은 자세를 취하였다.
"신……?"
"여러모로 생각해봤습니다만, 제 대답은 최초에 제가 생각했던것과 똑같습니다. 형님에게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됐다! 먹혔어!'
진우는 지금까지 꾸민 모든 연기에 대한 보답이 오는듯한 기쁨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쥘뻔 하였지만, 여기선 아주 작게나마 겉으로 기뻐하는 표시를 내면 안된다.
그 모습을 보이면 신이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해야 할 대답은…….'
"뭐?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거야! 나는 악의 수장! 너는 정의의 영웅이라고! 이건 운명이란 말이다!"
"그딴 운명은 제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제 자신이 자칭 정의의 영웅이라는 위선자들에게 실망하고, 형님에게 은혜를 느끼고 있다는게 중요합니다."
"하…미치겠구만……."
진우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고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지금 자신이 크게 당황하였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너는 외계인의 침략에 맞서 싸우고 모든 인류를 하나로 묶을 영웅이라는 운명을 타고 났단 말야! 당장 일어서!"
"……."
"너 바보냐!? 이 단순한 공식이 이해가 안 돼!? 외계인의 침략에 맞서 싸워 승리한다면 너는 그 순간부터 지구 전체의 영웅으로서 모든 부와 명성, 권력을 얻을 수 있어! 그에 반해 내게 충성을 맹세한다면 결국 아무리 잘해도 악의 조직의 2인자밖에 못된단 말이다!"
그는 정말로 잘못된 선택을 한 동생을 꾸짖는듯한 형처럼 신에게 영웅으로서의 길을 걸어가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이미 전 세계에서 최악의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악당이 영웅의 길을 걸어가라고 소리치는 모습은 멀리서 보면 꽤나 우스꽝스럽게 보였지만, 진우는 정말로 혼신의 힘을 다한 열연으로 그 결정을 철회하라고 말하였다.
"내가 너한테 정을 느꼈다고 괜히 마음 약해져서 그러는거냐!? 허튼짓 하지마! 내 부하가 되겠다는 소리는 싸움과는 무관한 민간인 수백, 수천만명을 죽이라고 명령해도 군말없이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야! 내가 이스라엘과 바티칸에다가 한 짓 몰라?! 나는 그런걸 '좋아서' 하는 진성 싸이코란 말이다!"
마치 분노하듯이 말한 대사였지만, 여기서 진우는 은연중에 자신의 부하가 된다면 위에 말한것처럼 자신의 명령대로 수백, 수천만의 민간인을 학살해야 한다는 것을 각인시키고 있었다.
"외로웠습니다……."
"음……?"
"옛날에 아버지가 도와줬던 사람들은 막상 회사가 망하고 사정이 어려워지자 모두들 모르쇠로 일관하였고, 우리를 찾아오는 자들은 하나같이 안좋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 뿐이였습니다…….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그 뒤를 따르듯이 병에 걸리셔서 죽어가는 중이였지요.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고, 누구도 제 짐을 덜어주지 않았습니다."
중세의 기사처럼 한 쪽 무릎을 꿇고 예를 표하던 신은, 감정이 격앙됐는지 어깨를 들썩이며 재차 말을 이어나갔다.
"처음이였어요……. 우리를 도와준건 형님이 처음이였단 말입니다……. 혼자 망해가는 집안을 어떻게든 떠받치느라 어깨가 무거워 짓눌려가고 있었는데, 앓아 누운 아버지는 그런 제 사정을 돕지 못했죠. 하지만, 형님은 달랐어요……. 비록, 저의 능력이 각성하지 못하게 위해서였다지만, 형님이 건내주신 구원의 손길은…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타인의 은혜였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올린 신은 눈물을 흘리며 진우를 향해 올려보았다.
"형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이런 사람이 아닐까 싶었을 정도였습니다. 외롭게 혼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던 저를 위해 짐을 더 쉽게 들 수 있는 힘을 준 사람은 형님뿐이셨어요. 저는 제 능력만을 원하는 펜타곤 따위보다 형님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싶습니다!"
"이…멍청한 새끼가……."
신의 격정어린 목소리에 진우도 감정이 복받쳤는지 눈물을 흘리면서도, 계속해서 신의 마음을 되돌릴려 하였다.
"네가 무슨 짓을 하려는건지 아는거냐!? 내 악행에는 대의따윈 없단 말이다! 썩어빠진 세계를 무너뜨리고 다시 올바른 세계를 만들겠다는 야망도 없어! 그렇다고 귀찮게 땅을 점령해서 골치아픈 정치 문제를 해결할 생각도 없어! 단지 내 마음대로 이 세계 전체를 가지고 노는게 내 목적의 전부란 말이다! 이런 놈에게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나처럼 충성할 가치와 댓가도 받지 못할 놈의 밑으로 들어와서 무슨 이득을 받겠다고……!"
"이득 따위는 상관없습니다! 단지 제가 마음속으로 따르고 있는 사람의 오른팔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그 댓가가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것이라 할지라도! 나치가 유태인을 학살한것보다 더 잔인한 학살을 명받아도! 구정물을 먹고 똥밭을 구르라고 해도! 형님의 명령이라면 따르겠습니다! 이것이 제가 내놓은 답입니다!"
"……."
진우는 자신의 말을 끊어먹으며 열변을 토해내는 신의 모습에, 두 눈을 질끈 감으면서 무언가를 참으려는듯한 모습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로…나같은 놈이라도…괜찮다는거냐……?"
"예. 제게 유일하게 구원의 손을 내주시고, 행복한 삶을 살게 만들어주시려던 형님께 받은 은혜를 보답할 길은 형님에게 충성을 다하는 길 뿐입니다."
와락!
그 말을 끝으로, 진우는 무릎을 꿇은 신의 몸을 거칠게 끌어 안았다.
"고맙다……. 네가 힘을 각성하지 못하게끔 만들려던 나를 따르겠다 말해서 정말로 고마워……."
"그래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건 저입니다."
그렇게 두 남자는 서로의 마음을 확힌하였고, 몸을 땐 진우는 몸을 일으키더니 방금전까지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위풍당당한 자세와 표정, 목소리로 신을 향해 입을 열었다.
"삼태극의 수장, 치우로서 다시 한번 묻는다. 그대는 내게 충성을 맹세하겠는가?"
"……! 예!"
치우라는 이름을 사용한 순간부터, 진심으로 조직으로 들어오겠냐는 공식적인 질문인것을 직감한 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힘있게 대답하였다.
"설령, 내가 힘없는 민간인을 무참하게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려도? 죽을것이 뻔한 사지로 나가라는 명령을 내려도?"
"기쁜 마음으로 수행하겠습니다!"
"…멍청한 새끼……. 나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크큭……."
"후후……."
잠시 서로를 향해 웃던중, 진우가 한쪽 무릎을 꿇은 신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야 한다. 힘든일도 있을테고, 큰 부상을 입어서 고통스러운 일도 있을거야. 그래도 날 따라오겠나?"
탁!
"이미 충성을 맹세했는데 굳이 또 물어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마지막 권유까지 모두 승낙한 신은 진우의 손을 붙잡고 몸을 일으켰고, 자연스럽게 두 남자를 악수를 한 자세가 되었다.
"정말 고맙다. 솔직히 말하자면 네가 내 부하가 되었다는것보단, 너와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쪽이 더 기쁠 정도야."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형님."
"이제 내 부하가 되었으니 당연히 삼태극이 사용하던 전함도 보여줘야겠지?"
신의 손을 붙잡은 진우는 그대로 텔레포트하여 우주 밖에 있는 지하드로 향하면서 두 남자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부스럭-
두 사람이 사라지자 냉랭한 바람이 폐가 안으로 들어오면서 빈 빵봉지가 휘날렸고, 여기저기에 인스턴트 식품을 섭취한 흔적만이 덩그러니 놓여졌다.
============================ 작품 후기 ============================
남궁 신 영입 성공.
참고로 다들 아시겠지만 스토리 -> 능욕 -> 스토리 -> 능욕 -> 무한반복 이라는걸 아실테니 다음편부턴 '어떤 캐릭' 의 능욕씬이 이어질 예정.
뭐, 이정도면 다들 아시겠지요 뭐.
PS:그건 그렇고 제가 일부러 막말을 하면서 독자 여러분들을 쫓아내려고 했는데도 개의치 않으시더군요. 나참...저도 취향이 특이하지만 여기까지 따라오는 님들도 독특들 하십니다.
나같은 녀석 글이 뭐가 좋다고 따라오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