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296화 (29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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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다음날이 되면서 두번째 회의가 시작되었다.

회의 내용은 저번 회의때 설명했었던, 아이리의 정보를 토대로 한 욱일승천의 기지와 존재를 밝혀냄으로서 삼태극을 향해 대적하고자 몰린 이들과 양패구상을 시키는 방안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서였다.

참고로 이 때 마스지드는 아이리를 이용할 계획을 모두 세워둔 상태였고, 진우 또한 남궁 신에 의해 마스지드의 핵심 중추를 확인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새로운 인공 육체를 만들어둔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실행할 수 없는 각각의 이유가 있었다.

마스지드의 계획은 일단 아이리를 따로 떨어뜨려야만 시작할 수 있기에 작전이 시작되는 타이밍을 맞춰야만 하였고, 진우쪽은 마스지드를 핵심 중추에서 뽑아낸다면 복종시키기 전까지 우주의 미아로 떠돌아야 한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일단 지구 어딘가에다가 착륙하여 안전하게 위장을 친 후에야 시작이 가능했다.

서로를 찌를 비수를 품안에 감추고 있는 상황이지만, 양쪽의 공통점은 상대방이 지닌 비수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페리샤는 전함 내에서 사용이 가능한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웅들이 삼태극의 행동에 분노하여 일본으로 모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녀가 타켓으로 잡은 이들은 대외적으로 유명하면서도 국가에 소속되지 않은 자유 영웅들이였다.

비록, 자유로운 행동을 보장받았다손 쳐도 한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 이능력자라면 국제적인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신들의 신념하에 정의를 위해 싸우든, 명성과 부를 위해 정의라는 탈을 쓴 위선자이든 상관없었다.

중요한건 일본에 암약하고 있는 욱일승천이라는 '악' 의 존재를 그들에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페리샤의 주도로 이루어진 회의를 통해 세부적인 내용의 계획이 세워져나가면서 모든 노예들에게 각각의 임무를 부여하였다.

그 중 아이리가 받은 임무는,

"아이리, 당신은 아리이노 아키라는 옛영웅의 수색을 명령하겠습니다."

"아리이노 아키……? 혹시 쿠로 오오카미(검은 늑대)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흐음? 꽤나 유명했나보네?"

"…욱일승천에서도 그녀의 갑작스런 행방불명에 당황했었으니까요."

아이리는 진우의 질문에 약간 뜸을 들이며 대답하였다. 마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확실히 기억을 되찾으려고 하나보군. 뭐, 안그래도 어차피 좀 더 괴롭히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잘 된 일이지.'

그는 놀랍게도 아이리가 기억을 되찾으려하는 것을 오히려 기대하고 있었다.

일반적이라면 혼란, 혹은 기억 상실 상태에서 회복하려는 미래의 적을 미리 처리하거나 가둬두는 방식을 선택하겠지만, 진우는 그녀가 다시 '사무라이의 정신' 을 울부짖던 건방진 모습으로 되돌아가길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 '쿄스케' 라는 놈을 찾아낸 후에…흐흐흐흐…….'

거기다가 '쿄스케' 라고 불린놈에게도 실컷 절망감을 안겨다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단지 타인을 괴롭힐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도 아랫도리가 발딱 솟아오를 정도였다.

그는 여자가 울부짖는 고통어린 비명 소리를 즐겨듣지만, 절망과 고통으로 가득차 있기만 하다면 남자의 비명 소리에도 성적으로 흥분하는 인간이니까.

어쨌든간에, 아이리의 말에 의하면 욱일승천에서는 세계적으로 톱 클래스 수준의 뛰어난 이능력자인 아키를 영입하려고 노력하였으나, 그녀는 뒤가 더러운 이들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활동하던 도쿄의 밤하늘을 지키던 한마리의 고고한 늑대로 남았다.

하지만, 그토록 고고하던 늑대가 살라딘을 처단한 이후에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지하드를 상대로 혁혁한 공을 세우며, 일본을 대표하는 최강의 이능력자가 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갖춘 그녀가 갑작스럽게 사라졌으니 일본 정부와 그 뒤에 암약하고 있는 욱일승천은 당연히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욱일승천은 이념 자체가 잘못되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본의 부흥과 발전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실종을 밝혀내고자 모든 전력을 쏟아부어 수색에 나설 정도였다.

결과는 전무.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춘 아키는 그야말로 티끌 하나 남기지 않은채 사라졌다.

그나마 한가지 알아낸점은 그녀 스스로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누군가가, 혹은 어떤 집단이 그녀를 납치하려고 했다면 반드시 거기에 어울리는 소란이나 흔적이 남았을테니까.

그런 흔적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개인, 혹은 집단의 소행이라는 답이 나올법도 하지만, 위에 설명했듯이 아리이노 아키 라는 세계 톱 클래스 수준의 이능력자를 상대로 그런 여유를 부릴만한 개인, 혹은 집단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당연히 다짜고짜 10년 넘게 행방불명된 사람을 찾으라는 명령을 맨 몸으로 보낼리가 없지."

휙-

진우는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크기의 스마트폰처럼 생긴 물건을 아이리에게 던져주었다.

"직경 10km내에 위치한 이능력자의 신호를 탐색할 수 있는 장치다. 이능력의 종류같은건 알아낼 수 없지만, 힘의 크기에 따라 붉은 원이 커지는 형식이지. 이능력을 개화한 상대에게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말로 아키라는 그 년이 세계 수준의 강자라면 확 눈에 띌거야."

"……."

도쿄의 면적은 2166㎢. 서울의 면적은 605㎢.

그런데 직경 10km짜리 탐색기로 일본의 수도이며 서울의 최소 3배 면적을 지닌 대도시안에 숨어있는 옛 영웅을 찾아내란 말인가?

거기다가 도쿄가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터전을 옮긴다는 만약의 사태가 일어날수도 있는데?

하지만, 그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기에 아이리는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불만들을 잠재우고, 탐색기의 전원을 작동하였다.

지이잉--

약간의 기계음과 함께 작동한 그것은 동서남북 방향만 표시되어 있는 깔끔한 배경과 여러개의 붉은 원이 나타나있는 화면을 확인하였다.

'이건 뭐지……?'

붉은 원은 경계선이 그려져 있기에 같은 장소에 있어도 몇명이 있는지에 대해 파악이 가능하게끔 되어 있었다.

그런데, 다른 이능력자들보다 압도적인 크기의 붉은 원의 모습이 화면 정중앙에 떡하니 그려져 있는게 아닌가?

두번째로 큰 붉은 원보다 거의 4~5배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다.

'혹시…이게……?'

아이리는 본능적으로 이 거대한 붉은 원이 진우의 '힘' 임을 깨닫았다.

'너무 크잖아……!'

커도 너무 컸다.

직경 10km짜리 탐색기다보니 옹기종기 모여있는 회의실 안의 붉은 원이 모두 겹쳐지면서 두번째로 큰 붉은 원과의 크기의 수준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 그럼……!"

그 때, 진우가 뭔가 결정했다는 것처럼 목소리에 힘을 주며 모든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과연 무슨 대단한 결정을 했길래 저렇게 힘을 주는지 다들 약간 긴장하고 있었으나,

"작전은 정했으니 일주일 정도는 각자 마음대로 도쿄의 지리를 익힐것을 명령한다!"

"……."

"……."

"……."

진우의 명령에 모든 이들은 잠시 할말을 잃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주인님, 그냥 놀고 싶다면 놀고 싶다고 말씀하십시오."

"한 조직의 수장이라면 언어 순환을 통해 위엄을 지키는것도 중요한 일이지. 어차피 우리의 침공으로 다 까부셔질테니까 이때 아니면 더이상 일본 여행도 못한다고!"

페리샤의 추궁에 진우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내가 놀고 싶은데 뭐 어쩌라고?' 식의 대답을 하였다.

"……."

"아아! 그래! 나는 이라크로 떠나기전까지 비행기도 타본적 없고 한국에서만 자라난 한국 촌놈이다! 한국 촌놈이 외국 여행좀 하겠다는데 그렇게 배알이 꼴리냐! 이 부루조아같으니!"

페리샤의 눈빛이 심장을 도려낼것처럼 싸늘해지자 애들처럼 때를 부리며 놀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하아. 어차피 앞으로의 작전을 위해서라면 도쿄의 지리를 대충이나마 확인해야 하지요. 다들 일주일동안 도쿄의 지리를 어느정도 숙지해두시기 바랍니다."

페리샤의 결정이 내려지면서 모든 조직원의 도쿄 지리 숙지(라는 이름의 관광) 명령이 정식으로 떨어졌다.

"짝을 이루든, 혼자 조용히 움직이고 싶든간에 그건 개인의 자유다. 아참, 셀리는 이번에 나랑 같이 움직이지."

"…예."

방금전까지 개인의 자유라고 해놓고선 곧바로 자신과 같이 행동할 노예를 호명한 진우의 모습에, 노예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으나 이런 여유로우면서도 장난스런 모습이 진우의 평소 모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녀들은 오히려 마음 편하게 도쿄를 관광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아무리 세계 정복을 꾸미는 악의 조직이라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게끔 꽉꽉 조이면 문제가 생기는 법이지. 오히려 이런식으로 세계 전체를 상대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는것도 나쁘진 않을거야.'

진우가 가진 리더로서의 스타일은 본인의 성격마냥 즐길때는 즐기고 일할때는 확실하게 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였다.

물론,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필사적으로 꽉꽉 조여주겠지만.

"자, 그럼 다들 외출 준비를 해둬."

"예에~!"

역시나 젊은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있다보니 황당하긴해도 마음 편히 놀 수 있다는 상황이 마음에 든다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회의실 밖으로 우르르 빠져 나갔다.

"궁신이도 오늘은 어깨의 짐은 덜고 마음껏 놀아둬라. 나중에 놀고 싶어도 그럴만한 짬이 쉽게 생기지 않을테니까."

"…남궁이 성이라고 몇번을 말합니까."

겉으론 투덜투덜 거렸지만, 진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만 있다보니 처음으로 해외 여행이란걸 해보게 된 신은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못한채 회의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렇게 회의실 안에는 페리샤와 이실리아만이 남게 되었고, 페리샤도 평상복으로 갈아입겠다며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이실리아와 단 둘이 남게 되었다.

"저…여보……."

"응? 뭐해? 준비 안할꺼야?"

"…아키를…정말로 찾으실건가요?"

"……."

솔직히 말하자면 진우는 지금 상당히 놀랐다.

인간이 아닌 리엘루스마저도 품었던 그녀의 인품을, 자신의 차례가 늦어진다 해도 남편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기쁘게 감내하는 그녀의 상냥한 마음 때문에 그녀를 암묵적으로 자신의 아내로 삼았던 진우는, 장난 형식으로 앙탈을 부리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아키의 영입 자체를 꺼려하는 이실리아의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

다른 노예가 이런식으로 다른 노예의 영입을 꺼려했다면 당장에 손찌검을 날린후에 '어디서 건방지게 나에게 따지는거냐' 라며 호통을 쳤겠지만, 지금까지 자신의 모든것을 받아들였던 이실리아의 이런 거부 반응은 처음보는 것이였기에 충격이 더욱 컸다.

"그렇게 아키라는 여자가 싫어?"

"…예. 어째서인지 몰라도 저와 그녀는 서로에 대한 안면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해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날렸을 정도예요. 거기다가 시작부터 끝까지 좋게 끝나지 않아서 더더욱 꺼려져요."

"……."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진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한쪽 뺨을 어루만져주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키라는 여자가 당신보다 모든면에서 우월하다손 쳐도, 내가 편하게 몸을 맡길 수 있는 여자는 오직 당신뿐이니까."

"아……."

이실리아는 겉으로 말하지 못했던 사실을, 그리고 진우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던 말을 듣게 되면서 부끄러움과 기쁨으로 얼룩진 홍조를 붉혔다.

그녀는 진우가 아키에게 마음을 빼앗겨 자신을 소홀히 대하는게 아닐까 싶어 불안해하고 있던 것이다.

그는 그녀의 왼손을 들어 올리며, 자신이 반지를 끼워준 약지를 검지와 엄지 손가락으로 잡아세웠다.

쪽-

그리고선 왼손 약지 손가락에 들어간 자신의 결혼 반지를 입술로 쪽 소리나게 입맞춤한 진우의 모습에, 이실리아는 방금전까지 불안해하던 표정이 눈녹듯이 녹아내리면서 살짝 황홀해하는 모습이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수많은 노예들을 얻었지만, 나의 의지로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준 여자는 오직 당신뿐이야."

그의 말대로, 현재까지 진우가 조교하고 굴복시킨 노예들중에서 그의 반지를 받은 이는 이실리아가 최초이자 처음이였다.

와락!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기쁨과 환희로 가득찬 이실리아는 그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고, 진우는 그녀의 힘에 일부러 이끌리면서 목을 아래쪽으로 내렸다.

쭈웁- 츄웁-

그리고 이어지는 딥키스.

진우의 목에 매달린채, 두 눈을 감고 그의 혀가 가져다주는 기분좋은 쾌감을 느끼고 있던 이실리아의 두 눈은 눈물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고마워요…저같이 다 늙은 아줌마 따윌 선택해줘서…정말로 고마워요……."

"다른곳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같은 나이대의 아줌마들이 들으면 당신을 찢어죽이려고 달려들테니까."

"후훗……."

아무리 늙게 봐도 30대 중반밖에 되지 않는 젊고 깨끗한 피부를 가진데다, 농염한 완숙미를 풍기고 있는 이실리아의 모습은 성인이 된 딸의 어머니라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비겁하고, 잔인하고, 사악하고, 거짓말도 잘 치는 그런 악당이지만, 나의 것이 된 여자에게만큼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러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선 이실리아의 목덜미로 고개를 파묻은 진우는 안면 전체로 부드러운 살결과 달콤한 살내음을 만끽하며 어리광을 피우듯이 고개를 이리저리 내저었다.

"아읏…자…자꾸 냄새 맡지 마세요……. 부끄럽단 말예요……. 대체 뭐가 좋다고 제 냄새 따윌……."

"기분좋은 달콤한 냄새가 나거든. 마치 마약같은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하고싶은걸?"

"아이참……."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후에 나온 대사였기에, 이실리아는 진우의 짖궃은 행동으로 인해 간지러운듯이 약간 몸부림을 쳤으나 그래도 나름 기분이 좋은지 그를 밀쳐내려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십여분동안 서로의 체온을 느낀 두 남녀는, 이내 서로를 좀 더 강하게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연결되면서 잠시 방으로 돌아가 침대위에서 본격적으로 서로의 몸을 즐기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어제는 이상하게 머릿속이 계속해서 어지럽더군요. 글을 쓰는데 전혀 집중이 안되서 졸작을 만드느니 차라리 하루 쉬고 천천히 연재하길 선택했습니다.

집중이 안된 상태에서 한 반절정도 썼는데, 오늘 반절정도 쓰고 나니까 확실히 느낌이 다르더군요.

제가 글을 안쓰는 날은

1. 야근으로 인한 피로

2. 컨디션 저하

3. 개인적인 약속

거의 100% 이 세가지 요인으로 일어납니다.

그런고로 제가 글을 안 쓴다면 저 3개중에서 알아서 사정이 있겠거니 하며 넘어가주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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