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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너무 과민반응이였을까요?'
후지미네는 신기하다는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쫄래쫄래 따라오는 켄즈 세이지라는 남자와, 그의 아내라는 제니 메리아의 모습을 힐끗 확인하였다.
일본인이라면 딱 느껴지는, 일본식 신사에 대한 외국인의 반응을 보여주는 두 남녀의 모습에, 야스쿠니 신사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그녀는 혹시나 몰라 우연인것처럼 가장하여 접촉하였다.
하지만, 스파이라던가 테러의 목적으로 온 사람치곤 진짜 연예인 앞에서 극성을 떨어대는 일반인같은 모습을 보이는 세이지의 모습에, 후지미네는 괜히 과민하게 군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저 여자……. 어디선가 본것 같은데…….'
정작 눈에 거슬리는것은 난리법썩을 떠는 세이지가 아니라 메리아였다.
어디선가 본것 같은 느낌이 자꾸 간질간질거리면서 알듯 말듯 싶었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기억이 나지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일단 이실리아는 평소와 달리 도수없는 안경을 쓴 상태였고, 거기다가 언제나 행동하는데 불편한 장발을 단아하게 묶어올린 상태였다.
거기다가 후지미네가 이실리아와 실제로 만나지 못하고 사진으로만 얼굴을 접했다는것도 큰 이유중 하나다.
아무리 이실리아가 유명하다고 해도 멀리 떨어진 영국땅에서 활약하는 그녀를 계속해서 확인할 이유도 없었고, 그녀보다 더 강하거나 그에 준하는 이능력자들은 상당히 많기 때문에 허구한날 이실리아의 사진만 확인할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후지미네 본인도 여기저기 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하고, 욱일승천의 관리까지 해야 하는 입장이다보니 멀리 떨어진 유럽 땅에서 활동하는 이실리아를 굳이 섬세하게 기억해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상황.
그나마도 그녀의 얼굴을 얼핏이나마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욱일승천이 한국을 상대로 테러를 가할때, 욱일승천의 테러에 걸림돌이 될만한 그녀가 딸을 찾으러 한국에 입국하였다는 소식과 그랜드 아크의 난동 이후에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덕분이였다.
어쨌든간에 야스쿠니 신사와 가까워지면서 잡념을 털어낸 후지미네는 영업용 미소를 띄며 입을 열었다.
"자, 여기가 국가를 위해 혼을 바쳐 싸웠던 위대한 영웅들을 모시는 곳이랍니다."
오래되었다는 느낌은 들지만, 그렇다고 낙후된듯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으며 여기저기 깔끔하게 청소되어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도착한 그녀는, 민족이 다르다고 억압하며 학살하던 최악의 범죄자들을 향해 존경심을 담고 있었다.
한가지 무서운점은, 사실은 범죄자라는것을 알고 있지만 단지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그런 억지가 아니라 진심으로 이 최악의 전범자들을 '영웅' 으로 떠받들고 있다는 것이였다.
거짓말과 기만으로 상대방을 농락하는것을 즐기기 위해선 상대방이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아야만 하기에, 상대방 목소리 톤으로 어느정도 의도를 읽어낼 수 있는 진우는 진심어린 목소리를 내고 있는 후지미네의 모습에 속으로 그 모습을 욕하였다.
'지랄 옘병하고 자빠지셨네. 그 영웅님들이 했던 짓을 그대로 당해도 그딴소리가 나오는지 어디 한번 두고보자고.'
원래는 야스쿠니 신사만 자기 취향대로 개조하려고 했었지만, 일본을 대표한다는 후지미네가 씨부리는 개소리 덕분에 일본인들에게도 한국과 중국이 당했던 그대로 되갚아주기로 결심한 진우는 겉으론 오히려 기쁘다는듯이 기뻐하는듯한 모습을 지어보였다.
"오! 여기가 일본의 영웅들을 모시는 곳이군요! 나라의 영웅들이 우리의 사랑을 축복해준다면 정말 기쁠것 같습니다!"
"자,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원래라면 후지미네 정도의 인물이 일반인을 직접 안내하는건 격이 맞지 않지만, 그녀가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이런식으로 일반인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주기 때문이였다.
그 증거로 주변에 있는 일본인들은 라이진 후지미네가 일본 신사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 부부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에 휴대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렇게 후지미네의 안내에 따라 야스쿠니 신사 안쪽으로 들어선 진우와 이실리아는, 그녀가 가르켜주는대로 따라하며 마음에도 없는 참배를 하게 되었다.
"어머? 후지미네씨도 참배하려고 하시나요?"
"예. 제게 있어서 든든한 동료가 실종되어서 아직까지 연락이 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번씩 이렇게 참배를 하며 그 동료가 무사히 되돌아오길 기원하고 있지요."
이실리아는 후지미네가 욱일승천이라는 조직을 관리하는 실질적인 지도자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녀가 말하는 '동료' 가 아이리라는 것을 직감하였다.
"그렇다면 저는 저희를 여기까지 안내해주신 후지미네씨를 위해 그 동료분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할께요."
"배려 감사합니다. 정말 상냥하신 분이시네요."
이실리아의 배려심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빈 말이라도 기분좋게 대응한 후지미네또한 그녀의 성품을 칭찬하며 웃어보였다.
후지미네가 가르켜준대로 참배를 한 진우와 이실리아였지만, 그들이 기원한 소원의 내용은 이러하였다.
'영웅? 지랄하고 앉아있네. 내가 반드시 네놈들이 저질렀던 짓을 이 나라 국민들에게 그대로 되돌려주마. 내가 세계를 정복하면 반드시 이 나라를 자살율 1위의 국가로 만들어놓겠어.'
'진우씨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야스쿠니 신사에서 영웅으로 추대받는 전범자들을 향해 선전포고를 날린 진우와 이실리아.
진우는 참배를 끝내자, 그대로 후지미네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후지미네씨. 당신이 아니였으면 당황해서 실례를 저질렀을겁니다."
"천만에요. 아참, 저는 이 신사를 경비해야 하는 입장이다보니 마중을 나갈 수 없겠네요."
"괜찮습니다. 이미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마중까지 받으면 오히려 우리쪽이 염치가 없지요.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겉으로나마 기분좋게 서로 예의를 다하며 인사한 그들은 그렇게 헤어지며 서로 제갈길을 가기 시작하였다.
"그 실종되신 동료분과 관련되어 좋은 소식을 받게 되실거예요. 그러니 너무 큰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기다리세요."
"감사해요, 메리아씨."
이실리아는 '아이리와 함께 진우의 노예가 될테니 그때를 기다려라' 라는 의도가 들어간 안부의 말을 전하였고, 겉으론 정상적인 안부 인사였기에 후지미네는 살짝 웃으며 그녀의 마음씀씀이에 감사하였다.
'흐음…상대방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군요. 느낌이 좋은 여성이네요.'
마치 어머니처럼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이실리아의 모습에, 저런 성품을 지닌 세이지는 정말로 타고난 행운아임을 느낀 후지미네는 멀어져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뒤로하며 다시 주변을 경계하려던 순간,
부우우우웅--
그녀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의 진동음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예, 무슨 일이신가요?"
욱일승천과 관련된 전화임을 확인한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의식하여 신사의 구석진 곳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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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통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욱일승천 소속의 조직원이 보고한 내용을 확인한 후지미네는 도도함이 느껴지는 눈이 놀라움으로 인해 크게 눈꺼풀이 올라갔다.
"아…아이리가…돌아왔다고요……!?"
지금까지 실종되었었던 아이리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확인한 그녀는 기쁨어린 탄성을 내질렀고, 자신의 소원을 들어준 일본의 영웅들과 자신을 위해 소원을 빌어준 메리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였다.
'메리아라는 저 여성분…정말 행운의 여신 같은 사람이군요……. 그토록 애가 타도록 기다렸었는데…….'
느낌이 좋은 만남 덕분이였는지, 후지미네는 자신을 위해 소원을 빌어준 메리아를 향해, 처음으로 백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지니게 되었다.
"흥. 국가의 영웅 좋아하시네. 그 놈들이 했던짓을 그대로 당하면 과연 어떤 소리가 나올지 기대가 되는걸?"
한편, 야스쿠니 신사에서 멀어진 진우는 불만어린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저도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일본이 했던 짓을 얼추나마 알고 있는데, 설마 그런 범죄자들을 영웅이라고 부를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원래 일본놈들은 자기 죄를 인정안하는 놈들이거든. 타임머신만 있다면 이딴놈들에게 문화를 전파한 백제놈들을 다 쳐 죽이고 싶구만."
고구려, 신라, 백제가 한반도를 차지하던 삼국 시대 때, 해상 교역이 활발하던 백제가 일본에게 문화를 전파해줬다는 사실을 교과서에서 배웠었던 진우는 타임머신만 탄다면 절대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끔 만들 생각이였다.
물론, 지금의 일본을 망가뜨리는게 더 즐겁긴 하지만.
"뭐, 덕분에 대충 견적이 잡혔어."
불쾌하긴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일본을 어느식으로 망가뜨릴지 감을 잡는데 성공한 진우는 머릿속으로 계획을 대충 정리해두었다.
"자, 그럼 다음엔 어디로 가보실까나~ 일주일 후에는 즐기지 못할 일본의 풍경이니까 실컷 즐겨두자고."
야스쿠니 신사를 들르면서 기분나쁜 일을 겪었지만, 덕분에 좋은 영감이 떠오른 진우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음 목적지를 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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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 계속 걸리적거려서 놀수가 없네."
노아 일행에게서부터 겨우겨우 해방된 신은 두둑하다고밖에 표현이 안되는 용돈을 받았지만, 이미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이제 돈도 생겼으니 실컷 놀자 싶었지만, 계속해서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기묘한 감각 때문에 제대로 마음편히 쉴 수 없었던 그는 결국 투명화 마법을 사용하여 모습은 감춘채로 텔레포트 마법으로 기묘한 감각이 느껴지는 서쪽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쉬익- 쉭-
'이 느낌은……!'
정확한 위치를 모르기에 1km 간격마다 텔레포트하며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기운의 종류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된 신은 누구의 기억을 통해 이 감각을 느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흑마법사 루오의 기억이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느껴지는 사악하다고밖에 표현이 안되는 사기死氣의 감각에, 단순히 호기심 문제로 가볍게 확인하려던 신의 얼굴은 전생의 흑마법사, 루오조차 겪어보지 못한 압도적인 사기로 인해 굳어졌다.
'이건 대체……? 칸베르크와 루오가 살던 세계와 달리 이 곳은 마나의 분포도가 낮아. 그런데도 불구하고 루오조차 겪지 못한 이 압도적인 사기는 대체 뭐지?'
가까우면 가까워질수록 압도적으로 강해지는 사기와 원념으로 인해, 재빨리 마력으로 자신의 몸과 정신을 보호시킨 신은 강렬한 원념어린 사기의 위치를 파악하고 마지막 텔레포트 사용하였다.
쉬익- 탁!
몸을 굽히며 땅에 착지하여 균형을 확보한 그는, 마나의 분포도가 이 곳보다 몇배는 더 많았던 칸베르크와 루오의 판타지 세계에서도 느끼지 못한 강렬한 원념이 흘러나오는 곳에 도착하였다.
"여긴……?"
오랜 시간동안 방치된것이 느껴지는 기차용 터널.
입구는 녹이 슨 금속으로 봉인하듯이 닫혀있었고, 기차용 터널 근처는 풀숲으로 무성한데다 터널 벽 여기저기는 녹색 이끼로 더러워져 있었다.
-죽여…죽여라아아…….-
-쪽바리들을 죽이고 싶어어!-
-죽여라아아아아아!-
-죽어! 너도 나처럼 죽어!-
터널 안쪽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원념들이 사람의 생기를 느끼고 울부짖기 시작하였으나, 신은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하였다.
'엄청난 원념들이군……. 숫자는 대충 몇백명이지만 이들이 가진 원념의 힘은 너무나 강하다. 칸베르크와 루오의 세계였다면 이미 강력한 언데드가 되어서 엄청난 학살극을 펼쳤을거야. 보아하니 이 장소에 죽은 모양인데, 이 세계의 마나 분포도가 낮다보니 물건을 망가뜨리는 정도가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
대체 이들의 정체가 뭐길래 이 장소에 죽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었길래 이만한 원념을 가지고 있는지 고개를 갸웃거린 신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이 곳의 지명을 확인할만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뒤쪽에 표지판이 있었군.'
터널을 막은 금속 문에는 '출입금지' 라는 문구만 써져 있었지만, 뒤쪽을 확인해보니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을 향해 경고하고자 세워둔 표지판이 있었다.
표지판의 내용은
-전방 이코마 터널! 절대 출입금지!-
붉은색으로 쓰여진 경고와 함께 이 터널의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평소와 같은 병맛 넘치는 작가의 말을 쓰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공지로 대신하겠습니다.
계속해서 날씨가 더워지면서 요즘따라 글을 쓰는게 너무 힘들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잠깐만 재충전좀 할 겸해서 3일만 쉬고 오겠습니다. 이 글이 올라온 날짜가 14일이니까 15,16,17일동안 쉬고 18일에 다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연참을 위해 비축분을 쓴다던가 그런거 없고 그냥 3일동안만 글에 대한 생각 자체를 지우고 푹 쉬고자 합니다.
아직까진 문제가 없지만, 이러다가 언젠가 맛이 가서 실수 하나 거하게 지를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3일동안 푹 쉬다가 재충전해서 돌아올테니 다들 18일에 보아요 ㅇㅁ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