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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여긴……?"
아키가 안내한 곳은 5분 거리정도로 가까운, 아무런 특색없는 일반 가정집같은 건물이였다.
"안가安家예요. 방음 처리되어있고 비밀 통로로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부상을 조용히 치료하거나, 적의 습격을 피하거나, 아니면 조용한 작업을 할때는 도쿄 여기저기에 퍼진 안가를 이용하죠."
'조용한 작업' 이라는 부분에서 잠시 움찔한 진우였으나, 곧바로 떠오른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런 집을 유지하려면 당연히 돈이 필요할텐데?"
이토록 번화한 도시에 자기 소유의 집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세금이라던가 유지비같은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집값이 비싼 도쿄에 여기저기 이런 안가가 있다면 당연히 그 금액도 만만치 않을터.
"옛날에는 악당들을 잡아서 현상금도 받았고, 몇몇 물건들을 노획해서 몰래 암시장에다가 팔거나 정부쪽 인사와 비공개적인 거래를 한 덕분에 돈은 그다지 궁하지 않아요."
그다지 궁하지 않다고는 했지만, 그녀의 재산은 안가의 유지비와 세금 문제를 가볍게 해결하면서 평생 펑펑 놀고먹어도 충분할 정도의 양이였다.
달그락- 달그락-
그 때, 아키가 부엌 천장쪽을 뒤적이기 시작하자, 하얀색의 구급 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 상처부터 치료하도록 하지요."
진우에 의해 능력이 봉인된 상태인데다 아기를 상대로 협박을 당했을때는 유약해보이는 성격이라 생각될 정도였지만, 능력의 봉인이 해체된 아키는 어느정도 무리가 가는 행동을 해도 신체 강화의 힘 덕분에 아기에게 그다지 무리가 가지 않은터라 시원시원하면서도 빠릿하게 행동하였다.
"엎드리세요. 일단 상처부터 확인해볼테니."
"상처는 괜찮아. 2등급 수준의 재생 능력도 있어서……."
여기까지 오는동안 어느정도 상처가 회복되었지만, 아키는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향해 노려보았다.
"그래도 소독과 응급처치는 해두는게 더 상처 치료에 좋아요. 빨리 누우세요."
약간 명령조의 어투가 느껴졌지만, 진우는 귀찮다는듯이 '괜찮은데' 라고 투덜거리며 몸을 엎드렸다.
찌이익!
무거운 콘크리트 파편에 가격당하면서 마치 걸레쪼가리처럼 변한 윗도리의 등부분을 힘으로 가볍게 찢어낸 아키는, 살가죽이 찢겨져 나가면서 흉칙한 상처와 함께 피로 젖은 등의 모습에 나지막히 신음성을 삼키며 일단 소독약부터 헝겊에 뿌려서 상처 부위를 소독해주었다.
"으각! 따가아악!"
당연히 상처 부위에 소독약이 묻으니 비명소리를 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진우였지만, 아키는 냉정하게 소독약과 응급처치를 하였다.
"흐학…흐허어……."
마치 상처 부위를 칼로 쿡쿡 쑤시는듯한 고통과 괴로움에 간만에 비명을 내지른 진우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는지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힌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일단 등 전체에 상처가 입혀진터라 붕대로 상의 전체를 감으면서 치료가 끝나자, 한결 나아진 표정이 된 그는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 구급 상자를 정리하는 아키의 허리를 휘감으며 안겨들었다.
"아아~ 아키의 냄새……."
"자…잠깐!"
"이 냄새를 못 맡을거라 생각하니까 정말 무서웠어……. 스으읍~~~"
"아흣……."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임신배에 고개를 쳐박고선 과장된 숨소리를 내뱉자, 아키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세이지를 때어놓을 생각은 하지 못하였다.
'나의 냄새가 좋다니…….'
예전에는 일부러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들려는 행동이라 생각하였으나,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건 행동뒤에도 자신의 냄새가 좋다며 달려드는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그의 몸을 때어놓지 못하였다.
'그런 말…남편에게도 들은적이 없었는데…….'
남편에게조차 듣지 못했던 칭찬.
그만큼 생소한 칭찬이였기에 아키는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끼고, 남몰래 자신의 어깨 부근으로 고개를 숙이며 숨을 들이쉬면서 정말로 냄새가 나는지 확인해보았다.
"고마워……."
그 때, 그녀의 허리와 배를 끌어안으며, 배에 고개를 박고 있던 진우가 물기에 젖은 목소리로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예?"
"나…지금까지 누가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치료해준거…처음이야……."
꾸욱-
그리고선 더더욱 그녀의 허리와 배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면서 더더욱 안쪽으로 몸을 파고들어왔다.
"아……."
다 큰 어른이 어린애처럼 여자의 품안에 파고드는 모습은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였지만, 아키는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쓸쓸한 감정에 자신도 모르게 진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사악- 사악-
부드러운 손이 머리를 쓰다듬는 소리가 고요한 집안을 가득 채웠고, 그렇게 수 분동안 두 남녀는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이제 됐어……."
힘없는 목소리와 그녀로부터 떨어진 진우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더이상 나같은 쓰레기에게 정같은거 주지마……. 죽이는데 걸리적 거릴테니까."
"……? 죽이다니요?"
"아까 말했잖아. 방음 처리가 되서 조용한 작업을 하기 쉽다고. 나를 조용히 처리하려고 대려온거 아냐?"
"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아키는 어째서 진우를 자신밖에 모르는 안가에 대려온건지, 그리고 증오스런 그의 몸을 치료해주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타당한 이유 없이 마음이 시켜서 그랬을 뿐이였기에, 그녀는 잠시 말문을 잇지 못하였다.
"어쩔 수 없지……. 내가 그런짓까지 했으니 당연히 분풀이도 하고 싶을거야."
"아니, 난……."
"나도 알아……. 내가 죽어야 할 놈이라는거……. 하지만, 이것만큼은 알아줘. 나는…첫번째 날은 진짜 할 말이 없는 개쓰레기짓을 했던걸 변명할 수 없었지만, 그 다음날에 당신이 검은 늑대라는 것을 알게되면서 저지른 폭행은…삐뚤어진 욕망도 있었지만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더더욱 컸다는걸……."
"자신에 대한 혐오감……? 어째서죠?"
이쪽은 죽일 마음도 없었는데 이미 자신을 죽일거라고 기정사실로 정한 세이지의 모습에, 아키는 그의 본심을 알고자 좀 더 질문을 내던졌다.
"…어차피 죽을테니 모든걸 밝힐께. 내 이름은 세이지가 아니라 진우야."
"진우……? 그 이름의 분위기는……."
"응. 나는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지."
"……?"
하지만, 아키의 표정은 '그럴수가!' 라는 경악스런 표정이라기 보단 '그래서 뭐?' 라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워낙 더러운 범죄자들을 상대하다보니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가명과 위조 국적을 사용하는건 흔한 일이였기 때문이다.
세이지…아니, 진우는 자신이 신고당해 수배될것을 두려워하여 일부러 가짜 신분과 이름을 사용했다고 하면 오히려 당연한 일이 되기에 아키는 무덤덤하게 반응하였다.
하지만,
"그리고…일본을 침략하려고 하는 삼태극의 총수, 치우이기도 해."
"예……!?"
이번건 아키로서도 상당히 놀랐다.
이스라엘과 바티칸을 초토화시킨 후, 전 세계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삼태극.
일본 -> 중국 -> 미국 순으로 초토화시켜서 자신들의 힘을 보여준 후, 본격적인 세계 정복을 하겠다고 선언한 치우가 눈 앞의 남자라는 사실에 아키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
"아니…잠깐만요. 하지만 당신은…하아…어디서부터 질문을 해야 할지."
너무나 많은 질문거리에 순간적으로 머리가 잠시 혼란스러워진 아키는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지만, 진우가 먼저 입을 열어 그녀의 생각을 정리시켜주었다.
"왜 내가 그런 좀도둑짓을 하고 있냐고?"
"예. SF 영화에 나올법한 전함을 가지고 있는데다 이스라엘과 바티칸을 초토화시킬 정도의 병기를 운용하는 당신이 어째서 그런 좀도둑짓을 하고 있던거죠?"
"…쫓겨났거든."
"…하아?"
첩첩산중.
그의 대답을 들으면 들을수록 오히려 질문거리가 늘어나는 상황에, 다시 머리가 아파진 아키는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어야만 하였다.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말해줄께."
그리고 진우는 이 상황을 위해 짜놓은 스토리를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아키가 검은 늑대 시절에, 전 세계의 정예 이능력자들이 한곳에 모여 세계 정복을 꾀하던 지하드를 파괴하였다.
"예. 그건 알고 있어요."
염동력자 10등급의 살라딘이 보여준 힘은 그야말로 가공하였었다.
살라딘을 상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하나같이 최정예였고, 살라딘조차 예상치 못한 기습이라는 이점이 아니였다면 오히려 살라딘의 반격에 모든 이들이 전멸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실은 살라딘이 우주 밖으로 자신의 우주 전함, 지하드의 존재를 숨겨뒀었다는 사실, 그리고 진우가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중 한명이 살라딘이 늙어가는 자신의 몸을 버리고 젊고 싱싱한 몸으로 갈아타기 위해 만들었던 실험체였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실험체였었던 부하 덕분에 우주에서 살라딘의 귀환을 기다리던 지하드를 얻으면서 지금의 삼태극이 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을땐, 아키는 자신이 은퇴한 동안 이런 사고들이 있었다는 것에 놀라워 하였다.
평소에 마음에 안들던 이스라엘과 바티칸을 처참하게 망가뜨린 진우는, 세계를 자신의 발아래 두고자 일본과 중국, 미국을 차례대로 박살내면서 자신들의 힘을 전 세계에 떨칠 준비를 하였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되었다.
지하드의 모든 기능을 사람이 제어하려면 최소 수백명의 인원이 필요하지만, 그럴만한 인원을 모집할만한 여유도, 필요성도 없었던 진우는 살라딘에 의해 만들어진 자율 인공지능 로봇, 마스지드에게 모든것을 위임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고분고분하게 진우가 내린 명령을 들었던 마스지드는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건 오로지 살라딘 뿐이라면서 진우를 함정에 몰아넣었고, 지하드와 연락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빼앗긴채 능력의 대부분을 봉인당한채로 일본에 내쫓기게 되었다.
"능력의 대부분이 봉인되었다고요?"
아예 능력 자체를 틀어막는거라면 모를까, 능력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있을거라곤 생각치 못한 아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도 그게 뭔지 모르겠어……. 이상한 전파같은걸 나한테 쏘니까 힘이 약해져 버렸어……. 게다가 마스지드, 그 녀석은 내게 힘없는 자의 굴욕을 당하라며 나를 일본으로 내쫓았고……. 그때 내가 가지고 있던것은 고성능 EIEW 리미터 하나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체력 회복제가 전부였거든……."
자신도 모르겠다는듯이 말하니, 그 전파같은 무언가에 대해 더 물어봤자 모른다는 답이 나올게 뻔하니 다음 내용에 대해 생각을 하였다.
"……? 그런데 예전에 저의 정체를 알아내는데 집에 있던 비디오를 확인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진우의 설명대로라면 그가 집에서 비디오를 틀어서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는 말이 모순이 되어버린다.
"그…그건……. 좀도둑질로 번 돈으로 호텔에서 숙박하다가 예전 영웅들의 모습을 보여주던 프로그램을 우연찮게 보다가 기억해낸 것 뿐이야. 하지만 솔직하게 말할 수 없어서……."
그리고선 부끄러워하며 말꼬리를 흘리며 고개를 푹 숙인 진우의 모습에, 아키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배려하고자 분위기를 쇄신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
"……. 사정은 모두 알았어요."
솔직히 하나부터 처음까지 믿기 어려운 말이였지만, 이미 자신이 죽을거라고 예정한 진우의 모습과 분위기 덕분에 어느정도 사실임을 직감한 아키는 눈 앞의 남자를 삼태극의 총수, 치우라고 생각하기로 하였다.
"흐흐……. 어때? 한심하지? 병신같지? 비웃어주고 싶지? 더 웃긴건 그런 내 분노를 임산부였던 너에게 푼다는 쓰레기 짓을 했다는거야. 나는…정말로 너에게 죽어도 할 말 없는 쓰레기라고……."
자괴감섞인 웃음소리와 함께, 아키에게 저지른 짓에 대한 혐오감을 느꼈는지 진우는 몸을 쪼그리면서 침울하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
어제까지만해도 비열하고 저열한 3류 악당의 전형같아 보였지만, 모든것을 잃으면서 분노를 표출한 곳을 찾던 불쌍한 사람이라는…….
'잠깐, 불쌍한 사람이라니?'
자신에게 저질렀던짓은 모든것을 잃은 상실감과 자괴감에 의해 우발적으로 저질렀다손 쳐도, 이스라엘과 바티칸을 무너뜨리고 세계 정복의 야심을 꿈꾸던 잔인한 악당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어째서인지 안아서 위로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검은 늑대로서의 이성과 경험은 진우를 죽여야 한다고 하였지만, 여자로서의 감성과 마음은 오히려 보듬어주고 싶다는 상반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상반되는 감정들이 서로 격하게 싸우다가 어느 한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진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그리고선 무언가를 결정한 아키는 천천히 진우를 향해 다가갔고, 침울한척 고개를 내리깔고 있었던 진우도 그녀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내심 긴장하면서도 최대한 지금의 분위기를 유지시켰다.
============================ 작품 후기 ============================
솔직히 말해서 누가 저에게 신고를 한건 저와 제 소설을 봐주시는 여러분들이 화가 잔뜩 날만한 일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계속 투덜거려봤자 어차피 신고한 상대를 모르니 오히려 감정만 상하게 될 뿐이지요.
기왕 2류 마이너 작가의 자딸용 소설에서 만족감을 느끼고자 찾아오는 관음증 독자님들도(아아 선작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분좋게 글을 읽고 기분좋게 다음 편을 기다려야 즐겁지 않겠습니까?
대체 2류 작가가 자딸용으로 휘갈겨 쓴 소설이 뭐가 좋다고 달라붙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안됩니다만...
어쨌든 누군가의 신고로 수정된 내용에 대한 불만은 여기까지.
여러분들께서 공지를 잘 안보시는것 같은데, 공지를 보면 제가 삭제, 수정된 내용의 원본을 올려둔 블로그 주소를 올려두었습니다.
어차피 삭제, 수정된 내용이니까 저작권 문제도 없으니 마음껏 들어오셔서 원본을 약탈해가시면 되시겠습니다.
PS : 오늘 일찍 올라온 이유는 오늘이 휴가이기 때문입니다.
PS2 : 그런데 연참이 없는건 간만의 휴가랍시고 밤샘하며 놀다가 새벽에 글쓰고 자려고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