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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사태로 욱일승천이 얻은 피해는 물리적인 면으로 따지자면 그다지 크지 않다.
일단 파괴된 연구 자재들은 결국 다 돈으로 모을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천천히 회복이 가능하고, 가장 중요한 연구원들은 전투원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막아내는동안, 중요한 정보를 완전히 폐기하고선 안전한 루트를 통해 피신했기 때문에 시간만 조금 걸리면 충분히 다시 예전의 연구 진척까지 되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괴수를 생산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엄청난 화제가 되면서 일본 전역을 뒤덮었고, 특히 명성과 명예를 위해 찾아온 이들은 눈에 불을 키고 욱일승천의 흔적을 찾아내는데 주력하였다.
회의실에서 페리샤와 단 둘이(어째서 둘 만 있었는지는 다들 아실테고) 지금의 상황을 확인한 진우가 좀 더 내분을 불러일으키게끔 자신들이 나서서 욱일승천과 외국의 히어로들이 더더욱 극심한 유혈사태를 불러일으키자고 하였지만, 페리샤는 고개를 내저었다.
"안됩니다. 외국에서 온 히어로들이 모두 바보도 아니고, 우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보를 조작한다면 눈치빠른 몇몇은 작위적인 분위기를 눈치챌겁니다."
"그래도 상관없잖아? 작위적이면 또 어때? 일단 욱일승천은 실제로 존재하니까 걔네들이랑 쌈 붙여서 서로 피 보게 만들면, 그 다음부터는 피를 봤으니 복수를 하고, 복수 당했으니까 다시 피를 보게 만드는 굴레가 완성될걸?"
복수와 복수가 만나며 이루어지는 피의 굴레.
분명히 진우의 말대로 아무리 이성적으로 굴려고 해도, 일단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피를 보게 되어 사상자가 나오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이성이고 자시고는 필요 없어진다.
뭔가 이유가 있다는걸 알고 있어도 일단 자신들이 본 피해만큼은 반드시 되갚은 후에야 그 이유를 따지겠지만, 상대방 또한 자신들이 공격당했다는 증오와 분노를 가지고 있을테니 대화가 통용될리 만무.
대부분의 끊임없는 복수의 굴레는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리샤는 다시 한번 고개를 내저었다.
"주인님의 말씀대로 이루어지려면 두 가지 조건이 성립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히어로들이 가진 욱일승천을 향한 반감과 적대감. 둘째는 욱일승천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지를 공격하는 히어로들을 반격하는 것입니다."
첫번째 조건은 이미 성립되었지만, 두번째 조건은 헤이세 총리와 후지미네가 지도자로 앉아있는 동안에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 이 상황이 삼태극의 계략임을 알고 있을테니까.
게다가 각자 이유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외국에서 온 모든 이능력자들은 삼태극의 침공을 막아내는데 큰 공로를 할 이들이다. 그런 이들과 싸우면서 서로 전력을 소모하는 것은 제정신이 박힌 지도자라면 단번에 자살 행위임을 모를리가 없다.
"에……. 그럼 겨우 이걸로 끝이야? 단지 히어로들과 일본이 서로 믿을 수 없게끔 불신을 만들어놓은게 전부인거라고?"
히어로들이 습격한 욱일승천의 거점은 열손가락 안에 셀 수 있을정도로 적다.
히어로들도 갑작스런 선제 기습 공격을 취한지라 피해가 그리 크지 않고 욱일승천쪽은 그나마 피해가 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상황으로 보자면 새발의 피 수준이나 마찬가지.
서로 끄악끄악 거리며 피가 복수를 일으키고 복수가 증오를 부르는 재미난 장면을 만끽하려던 진우는 김이 팍 샌 표정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페리샤는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가 그 두번째 조건을 만족시켜줘야만 하는겁니다."
"응? 하지만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그 부분은 정보 조작의 이야기입니다. '정체를 모르는' 누군가에 의해 욱일승천의 기지를 알아내는데 큰 활약을 한 사이코 메트러들과 가장 많은 활약을 한 이들이 암살당한다면 과연 히어로들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호오."
진우는 그녀의 대답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눈빛이 반짝였다.
예전이였다면 삼태극의 공격이 시작되었다면서 긴장을 타겠지만, 욱일승천의 존재가 드러난 지금, 거기다가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들이 암살당한다?
'이 암살건은 아키에게 맡겨야지.'
예전이였다면 자신이 나섰겠지만, 암살과 공격력에 특화된 아키라면 자신보다 더 수월하게 암살할 수 있다고 판단한 진우는 나중에 그녀에게 이 내용을 설명하기로 결정했다.
"사이코 메트러들의 암살 이후의 스토리는 여러가지가 있었습니다만, 그 과정의 결과는 모두 똑같았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페리샤는 자신이 도출해낸 결과를 알려주었다.
"욱일승천에 의해 동료들이 암살당했다고 생각하면서 일본을 위해 싸울 가치를 느끼지 못한 외국의 히어로들은 일본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할테고, 일본인들은 외신에 의해 그 소식을 모두 듣고 있기에 든든한 이능력자들이 대거 빠져나갔다는 상황에 사기가 떨어질 것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나라에 있는 '악의 조직' 에 의해서 이런 사태가 일어났으니까요."
그 다음부터는 진우도 예상할 수 있었다.
자신들을 돕기 위해 와준 외국인 히어로들이 이탈하는 이유가 욱일승천에 의한 상황임을 알게 된 일본인들 중에서 당연히 욱일승천의 토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올테고, 쳐들어온다놓고선 반응이 없는 삼태극보다 눈 앞의 욱일승천을 증오하는 이들이 나올수도 있다.
물론, 대놓고 면상에서 선전포고를 날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욱일승천의 고위 간부들은, 적이 금방이라도 쳐들어올것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이런 상황에 답답해하며 발을 동동 구를것이다.
거기다가 욱일승천이 괴수를 생산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대외적인 지원도 끊겨가는 상황.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일본쪽에선 손을 쓸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반격? 삼태극은 소수 정예의 조직이며 어디서나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전함을 무슨 수로 찾아서 공격한단 말인가.
언론 통제? 위에 설명했다시피 이미 일본에는 삼태극의 공격을 특보로 내기 위해 수많은 외신 기자들이 상주하고 있다. 헤이세 총리는 예전부터 욱일승천이 드러날것 같은 기사를 모두 막아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게 하다가 오히려 역효과에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
그야말로 일본쪽에서는 사태 수습밖에는 답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크흐으~! 정말이지 너는 내 복덩어리다!"
와락!
회의실에서 페리샤에게 포상해주기 한차례 격렬한 성행위를 치뤘던 진우는, 알몸 상태였던 그녀의 몸을 끌어안아주었다.
"주인님……."
그 때, 품안에 들어갔었던 페리샤가 '저 잘했죠?' 라는 눈빛과 기대감어린 눈빛으로 진우를 올려보자, 그는 매끄러운 우유빛의 살결을 가진 페리샤의 목덜미를 입술로 거칠게 부비적거리더니 이내 또다시 열락어린 뜨거운 폭풍이 회의실 안에 가득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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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는 완전히 페리샤의 스토리대로 흘러갔다.
전투 감각을 되찾아 전성기 시절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실력을 되찾게 된 아키는, 자신이 활동시기에 모든 악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능력을 활용하여 페리샤가 타켓으로 삼은 히어로들을 간단히 암살하였다.
검상에 의한 암살, 그것도 욱일승천 공격에 가장 큰 역할을 맡았던 사이코 메트리들과 히어로들 위주로 암살을 당하니, 사람들은 당연히 이 일의 배후에 욱일승천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였다.
죽은 이들의 동료, 친우, 관계자들은 더러운 수법을 쓰는 욱일승천을 향해 다시 한번 분노를 토해내며 그들을 찾아내려 하였으나, 만반의 준비를 다 하며 완벽하게 음지로 숨어들어간 욱일승천의 자취를 찾는건 불가능하였다.
오히려 애꿎은 피해만 늘어나면서 갈등만 더더욱 커져갔을 뿐이다.
욱일승천을 찾을 수 없게 되자, 외국의 히어로들은 일본이 세계 제 2차 대전 당시에 무슨 짓을 하게 됐는지 알게 되었고, 군국주의, 민족주의, 선민사상이라는 종합선물 셋트나 마찬가지인 욱일승천을 더더욱 혐오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 혐오하는 대상에게 분노를 풀 수 없게 되자, 일본이 과거의 잘못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치가 사용하던 하켄 크로이츠랑 뜻은 거의 비슷한 욱일기를 대놓고 쓰고 있다는 사실에, 일본 자체를 혐오하게 되면서 '이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울 순 없다' 라며 외국의 히어로들은 자국이나 자신이 활동하던 지역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여러가지 혜택을 주며 그들의 발을 묶어내려 하였지만, 이미 혐오감으로 가득찬 히어로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페리샤가 예상한대로 일본쪽에서는…아니, 욱일승천에서는 삼태극의 이런 방해 공작을 막아낼 방법이 없었고, 사태 수습만이 답이였지만 그조차도 실패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여기서 일본 정부는 엄청난 병신짓을 저질렀다.
삼태극의 치우가 직접 후지미네를 통해 선전포고를 냈으니 조만간 공격해올것이라 판단한 헤이세 총리가 외국인 중에서 삼태극의 첩자가 섞여있다는 허위 사실을 발표하며 모든 외국인의 출국을 막아낸 것이다.
국가 경계령을 통해 고향이나 본거지로서의 귀국이 불가능해진 외국의 히어로들은 당연히 분노하였지만, 헤이세 총리는 조만간 삼태극이 공격해올테니 억지로라도 외국의 히어로들을 전쟁터로 몰아넣을 계산이 다분하였다.
참고로 이 소식을 들은 진우는 3일후에 공격하기로 결정을 내렸지만,
"그래? 그럼 출국 금지 명령이 취소 될때까지 기다리지 뭐."
라면서 그동안 이실리아, 아키, 페리샤에게만 집중되었던 자신의 은총을 다른 노예들에게도 베푸는데 시간을 소비하면서 간단히 무시.
결국,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외국의 히어로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로 찾아온 일반인들마저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자 수많은 국가에서 일본의 행동을 지탄하였다.
참다못한 히어로들이 시위를 하며 국회를 향해 이동하였고, 그들을 상대로 무력 진압을 하는건 사상 최악의 미친짓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던 일본 정부는 결국 출국 금지 명령을 해체하였다.
수많은 외국인들은 일본을 욕하며 고향으로 돌아갔고, 일본 정부에 막장 행동에 불안감을 느낀 일본인들도 몸을 피신하기 위해 외국으로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삼태극의 공격을 대비하려는 일본 군대와 이능력자들의 사기는 바닥을 향해 떨어지다 못해, 땅속으로 파고들려 하고 있었다.
단 한 명의 요리사가 만들어낸 최고의 요리.
이제 남은것은 진우가 요리를 빠르게 숟가락으로 퍼먹을지, 품위있게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지, 간편하게 포크로 찍어 먹을지, 아니면 짐승마냥 대가리를 쳐박고 와구와구 씹어 먹을지만 결정하면 될 일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진우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모두 지금까지 오래 기다렸다."
"……."
"……."
"……."
함교에서 각자 익숙한 복장을 착용하며 절도있게 서있는 자신의 노예와 부하들을 바라본 진우는 그들 앞에서 천천히 걸어가며 하나하나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우리들의 숫자는 기계 병사들까지 모두 다 합쳐서 600도 안된다. 그에 반해 적의 숫자는 육해공 다 합친 군인의 숫자만 20만이 넘으며, 일본 전역에 퍼져있다지만 수천의 이능력자가 존재한다."
그는 일부러 자신들이 압도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강조하였고, 노예들중 몇몇이 긴장에 움츠렸다는 것을 확인하고선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런 압도적인 숫적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나는 조금도 우리들이 패배한다는 상상이 되지가 않는다. 왜냐하면 너희들은 내 눈으로 그 능력을 확인하고 나의 컬렉션에 넣어준 노예들이며 부하니까."
부하라는 부분에서 남궁 신과 눈을 마주치자, 신은 당장이라도 자신의 이능異能이 이 세계의 이능력자들을 상대로 얼마나 강한지 알고 싶다는 전사의 굳건한 눈빛으로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내가 너희들에게 내릴 명령은 단 하나."
이미 진우와 페리샤로부터 자신들이 수행해야 할 임무를 받은 노예들의 손등에는 기묘한 검은색의 마법진이 반짝이고 있었다.
"물어뜯어라. 수단과 방법은 각자의 방식대로 하되, 너희들의 행동이 곧 이 나라에 영원히 남게 될 나의 송곳니 자국이 된다는 사명감을 가지며 물어뜯어라."
지금까지 조용하고 차분한 그의 목소리가 조금씩 언성이 높여지기 시작했다.
"일반인!? 노약자!? 그딴건 상관없다! 이 전쟁은! 일본의 군대와 이능력자들과 치루는 전쟁이 아니라 일본 자체와 치루는 전쟁이다! 눈 앞에 보이는 80세 노인도 적이며! 유치원생 아이도 적이다! 씹어! 물어뜯어! 난도질해! 인권따윈 유린해라! 나의 이빨 자국을 이 나라에 영원히 새겨지게 만드는거다!"
화악!
진우가 양팔을 좌우로 펼치자, 그의 등뒤에 있던 함교의 거대한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지구의 모습이 나타났다.
"나는! 일본뿐만이 아니라 이 지구 전체에 나의 이빨자국을 새겨놓을것이다! 일본은 나의 첫번째 송곳니 자국에 불과하다!"
그리고, 방금전의 살기어린 난폭한 목소리가 거짓말이였다는 듯이, 갑자기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자신의 노예들과 부하를 향해 미소지어보였다.
"그러니까 내가 이빨빠진 육식동물이 되지 않게끔 몸을 사려주길 바래. 위험하다 싶으면 임무를 포기해도 좋아. 겁이 난다면 도망가도 좋아. 너희들의 목숨이 위험하다면 나는 내 소중한 어금니들을 위해서 깔끔하게 뒤로 물러설 수 있으니까."
"예!"
그는 위험하다면 뒤로 물러서라고 말하였지만, 그의 진심어린 걱정을 알게 된 그들은 오히려 더더욱 결사항전 분위기가 묻어져나오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그런 노예들과 부하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지어보인 진우는 잠시 자신의 머리를 위로 쓸어넘기더니, 다시 흉폭한 짐승의 미소로 되돌아왔다.
"마스지드! 도쿄 상공으로 텔레포트 한다!"
-예, 주인님!-
이제는 충실한 진우의 노예가 된 마스지드는 평소와 같은 기계적이며 무뚝뚝한 목소리가 아닌, 열렬한 사랑에 빠진 암컷의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이 날, 삼태극에게 있어선 첫 공식 정복 활동으로, 일본에게 있어서 역사상 최악의 굴욕적인 날로 기록되게 될 것이다.
============================ 작품 후기 ============================
당연한 소리지만, 진우는 인권이라던가 노약자 보호라던가 이런거 신경 안씁니다.
이런 부분에 혐오감이나 인권유린에 거부감을 가지신 분들은 이 다음편부터는 보지 않는걸 권합니다.
나중에 '아 씨발 졸라 혐오스럽네 ㅡㅡ 제정신으로 이런 글 써요?' 라는 리플을 올리시면 곤란함요.
PS:하지만 이미 그런 사람들은 꽤 많다는거 -_-ㅋㅋㅋ
PS2:그런데 내가 글을 쓰면서 제정신이 아닌건 어떻게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