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 브레이커-337화 (337/923)

0337 / 0923 ----------------------------------------------

5장

"역시 이능력자들이 모여있는 곳에 찾아올 줄 알았지. 모두 치우의 모습을 잘 봐두도록."

페리샤에 의해 한 쪽 눈을 잃으면서, 잃어버린 눈쪽에 붉은빛을 발하는 기계식 의안을 쓰게 된 그랜드 아크는 삼태극이 일본을 공격하였다는, 현지에 파견한 정보원의 보고에 지금 당장 불러모을 수 있는 간부들을 불러모았다.

아크로스의 정보원이 일본에 파견된 이유는 치우의 전투를 찍기 위해서다.

지금 거대한 회의실 안에는 정보원이 모으고 있는 영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출력되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옆에서 이 놈은 나만큼 강하다, 위험한 놈이다 라고 말을 해봤자 실제로 보지 못하면 쉽게 믿지 못하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다.

아크로스의 간부들은 그랜드 아크가 기본적으로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이능력자인지 알고 있다. 그런데 그랜드 아크와 동급의 괴물이 하나 더 있다고?

간부들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말한다면 이게 얼마나 말이 안되는 헛소리인지 알 수 그들의 반응을 통해 알게 될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랜드 아크와 동급의 능력자라면 왜 저렇게 파워 슈츠로 중무장을 하고 있단 말인가?

"크크큭. 보아하니 내 분쇄기에 저항할 무기도 하나 구해둔것 같군."

하지만, 그랜드 아크는 그들의 노골적인 분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화면에만 집중하며 치우의 새로운 무장에 관심을 쏟아부었다.

이윽고, 국회에 있던 후지미네와 무언가 몇마디를 나눈 후, 자세를 잡은 치우의 모습에 화면 너머로도 살기어린 분위기가 느껴지게 되자 말이 많았던 그랜드 아크도 입을 다물고 영상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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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일본쪽이였다.

'녀석을 죽이면 영웅이다!'

4등급의 텔레포트, 3등급의 신체 강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가벼운 복장과 작은 체구의 일본인 이능력자, 야마다 지로는 5급 유물로 판정받은 단검을 조심스럽게 꺼내보였다.

그가 가진 5급 유물 단검의 위력은 평범한 단검보다 좀 더 효과가 잘 드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급 유물로 판정받은 이유는 인간의 육체를 제외한 모든 물체를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단단한 갑옷을 입고 있다 해도 갑옷의 방어력을 무시할 수 있고, 벽 너머로 누군가 있다면 기습 공격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기습 공격이 쉬운 텔레포트 능력자에겐 최고의 무기.

'보아하니 저 파워 슈츠가 자신감의 근원같은데. 하지만 아무리 단단하고 강력해봤자지.'

겨우 파워 슈츠와 유물로 보이는 대검 하나라고 생각할법도 하지만, 그는 치우의 자신감을 얕보지 않았다.

'400명이라는 이능력자 앞에서 저렇게 당당하다는건 그만큼 승리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뜻. 아직 놈이 방심할때 일격필살로 공격한다!'

자신의 손으로 치우를 죽이면 야마다 지로라는 자신의 이름은 일본 역사 대대로 실리게 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잘만 하면 라이진이랑…흐흐…….'

허리까지 내려오는 아름다운 흑단같은 머릿결. 일본적인 미인의 분위기를 풍기는 라이진과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생각한 지로는 곧바로 행동을 들어갔다.

쉬익--!

훅!

바람이 빠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치우의 뒤쪽으로 이동한 야마다 지로는 곧바로 정수리를 향해 단검을 내리찍…….

콰직!

…으려 하였으나, 그의 몸은 마치 혼자 압도적인 중력에 짓눌린것마냥 머리부터 땅에 떨어졌다.

"커…커헉……!"

지로는 머리부터 떨어진 충격으로 코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려대며 괴로워하며 발버둥을 쳤으나, 그런 그의 머리통을 금속으로 이루어진 굽이 살짝 높은 부츠가 짓밟으며 터트렸다.

파삭!

머리통이 부서지면서 뇌수와 피, 뼈와 살이 섞인 물체가 사방으로 튀어나갔고, 부츠의 주인은 불쾌하다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부들부들거리는 지로의 시체를 걷어차며 날려보냈다.

"쓰레기 주제에 감히 치우님을 공격하려 하다니. 분수를 알도록 하세요."

기품과 여성스러움이 느껴지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 진우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었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부츠의 주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실리아. 여긴 무슨 일이야?"

진우와 같은 악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긴 했지만, H컵의 가슴을 담기 위해 파워 슈츠의 앞부분이 톡 튀어나온 파워 슈츠의 주인, 20여구의 데스나이트를 이끌고 이곳에 도착한 이실리아는 일본 이능력자들이 보고 있는터라 대놓고 애교를 피우기보단 기품있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였다.

"이미 제가 맡은 지역의 대피소는 모조리 전멸시켰답니다. 다른 아이들의 일을 도와주려다가 치우님께서 일본의 이능력자들을 공격한다기에 왔는데 괜한 참견이였나요?"

모든 노예들은 각자의 활동 지역을 따로 맡았는데, 이실리아는 이미 자신의 담당 지역의 대피소를 전멸시키고 시간이 남아서 진우를 도우러 오게 되었다.

다른 이들은 길거리에서 무차별 난사를 통해 학살을 벌였지만, 이실리아는 일부러 대피소까지 사람들이 충분히 모이도록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대피소의 인원이 모두 가득차게 되었을때, 모든 입구를 염동력으로 막아세우고 대피소 안에다가 데스나이트들을 집어넣으며 간편하게 처리를 완료하는 식으로 요령있게 임무를 완수하였다.

다들 진우의 명령에 젊은 혈기를 과도하게 분출하며 대피소로 도망가려는 시민들을 공격하여 뿔뿔히 흩어지게 만들어서 처리 속도가 늦어지는데 반해, 이실리아는 요령있게 알아서 도망갈 수 없는 대피소로 모이게끔 하여 시민들을 손쉽게 학살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계 정복을 꾀하는 아크로스였다면 일반 시민의 피해는 될 수 있으면 최소화 했겠지만, 삼태극은 군림하되 지배는 하지 않는 세계 정복이 모토인지라 무릎꿇고 항복만 한다면 그 과정이나 후폭풍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차이점 때문에 생겨난 학살극인 셈.

"뭐, 나야 상관없는데 따라올 수 있겠어? 나 지금부터 저기 안으로 파고들어갈건데."

"예. 저는 소중히 보호받기만 하는 그런 동화속의 공주님 같은 역할은 싫어요. 제 소망은 보호받아야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되는게 아니라 부상을 입고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당신의 곁에 당당히 설 수 있는 그런 여자가 되는거랍니다."

"……."

예전에 아키가 했었던 대사와 똑같이 동화속 공주님 같은 포지션은 죽어도 맡기 싫다는 그녀의 말에, 진우는 어째서 두 여자들이 이토록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자극하는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둘 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순종하되,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동반자와 함께 지탱하고 기대며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존재로 남고 싶었던거야. 성격과 가치관은 달랐어도 사랑하는 남자를 향해 추구하는 방향은 똑같으니 당연히 서로의 존재가 거슬릴 수 밖에.'

그제서야 두 사람이 어째서 견원지간처럼 사이가 나쁜건지 이해하게 된 그는 나지막히 웃으며 자신의 대검을 늘어뜨려 양손으로 잡아 자세를 낮추었다.

"마음은 고맙군.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나도 간만에 본실력을 제대로 내보일 생각이니 그 마음만 받을께. 그동안 전력을 낼만한 상황이나 적이 없어서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기사의 활약을 보는 공주님의 역할을 맡아줘. 그럼!"

"아!"

쉬익!

그럼 이라는 부분과 동시에 그의 모습은 눈 깜짝할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이실리아는 살짝 토라진듯한 표정을 지어보였으나, 이내 데스 나이트들에게 명령을 내려 최대한 도망갈 수 없게끔 포위망을 구축하였다.

"하이~"

"에……?"

갑자기 두 남녀의 알콩달콩한 무드가 연출되면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재수없게 가장 앞쪽에 나서 있던 신체 강화 이능력자는 방금전까지만 해도 거의 70~80보 거리에 있었던 치우가 눈깜빡하는 사이에 자신의 눈앞에 도착해 있자, 잠시 바보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바이~"

퍽!

파삭!

가벼워보이는 동작이였지만, 순간적으로 한쪽팔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을땐 팔꿈치로 가격하는 자세와 함께 신체 강화자의 머리통이 박살나며 뼈와 살점, 핏덩어리가 산탄처럼 쏘아져나갔다.

투두두둑-

"……."

"……."

일반적으로 강력한 신체 강화자라면 자신보다 월등히 급히 낮은 상대에게 같은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머리가 터진 이능력자는 신체 강화 6등급과 4등급의 염동력자를 보유한 A랭크 이능력자로, 염동력을 자신의 몸에 두르며 공격력과 방어력을 강화하여 7~8등급의 신체 강화자와 동급의 전투력을 발휘한다.

단지 그 염동력의 내구력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불안정함 때문에 A랭크를 받고 있지만, 지금은 전투를 거의 치루지 않아 염동력을 몸에 두르고 있는 상태.

그런 이를 가볍게 팔꿈치 치기로 머리를 터트린 것이다.

"흠. 닭잡는데 소잡는 칼은 필요없겠군."

겨우 이정도 일격에 놀라는 수준에 불과하다면 용광검을 쓰는건 사치.

마치 자신의 소중한 무기의 격을 떨어뜨리기 싫다는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3m의 대검을 자신이 왔던 방향으로 내던졌다.

"무기가 없으니 전력으로 가도 되겠지. 부디 나를 실망시키지 말아달라,고!"

순간, 말을 잠깐 띄어서 힘있게 마무리 지은 진우는 바닥을 잡고 그대로 뒤집어 엎었다.

콰드득!

"마…막아!"

콘크리트 덩어리가 그의 힘에 딸려나와 이능력자들을 향해 날라갔고, 몇몇 염동력자들이 본능적으로 콘크리트 덩어리를 막기 위해 힘을 뭉쳤으나,

콰아앙!

바로 그 뒤를 따라 붙은 진우가 주먹으로 콘크리트 덩어리를 부수며 모습을 드러냈다.

후웅!

그리고 가볍게 휘둘러지는 라이트 잽.

하지만, 말이 가볍다는거지 순간적으로 그의 오른팔 전체가 사라졌다고 밖에 표현이 안되는 속도였다.

파삭!

재수없게 콘크리트 덩어리를 막으려 했던 염동력자는 과즙 많은 과일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머리 전체가 사라지면서 목 위로 피가 솟구쳐 올랐다.

"거리ㄹ……!"

누군가가 거리를 벌리라고 외치려 하였으나, 진우는 자신이 날려보낸 용광검을 소환하더니 6m의 빛의 결정체같은 검기까지 형성시켜 9m가 된 대검을 허리를 크게 비틀며 휘둘렀다.

"……."

"……."

"……."

그리고 찾아오는 끔찍한 정적.

마치 행위 예술가들마냥 각각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인간 동상처럼 굳어진 이능력자들의 모습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이해하지 못한 사정거리 밖의 이능력자들은 눈앞의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쿵-

그 때, 진우가 가볍게 발을 구르며 그가 있던 바닥에 금이 갈 정도의 충격을 가하자, 모든 이들이 입에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커…커흐어억……!"

"쿠웨에엑!"

쯔륵-

뒤이어 그들의 상체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어긋' 나기 시작하였고, '어긋' 난 상체는 스르르 무너지더니 이내 하체와 분리되어 땅에 나동그라졌다.

털썩- 털썩-

"아아아아아아악!!"

"살려줘! 살려줘어어어어!!"

몸이 잘려나간 충격에 입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던 이들은 절단된 허리 아래로 피와 내장을 쏟아내며 절규어린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아아……."

사정거리 밖에 있던 이능력자들은 눈앞에서 펼쳐진 지옥도에 공포가 뇌를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압도적인 전투력의 차이로 이능력을 내보일 기회도 없었다. 단지 바람 소리가 들려오면 누군가가 죽어나간다는 공포감뿐.

예전의 진우였다면 일부러 속도를 늦춰주었겠지만, 전력을 쏟아부은 그의 능력은 일본 이능력자들에게 저항의 의지를 뿌리째 뽑아올리고 있었다.

"킥킥킥! 내가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잖아?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은 자신의 신체적 능력뿐만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무기와 도구까지 사용한다는 뜻이란 말이지. 설마 무기를 버렸으니까 다시 안 쓸거라는 한심한 생각들을 하고 있었던거야?"

"끄…하아아…제…제발…살려주세…요…제발……."

백여명의 이능력자들을 단 한번의 공격으로 양단시킨 진우는 벌레처럼 팔로 기어온 이능력자 여성이 자신을 올려보며 사정하자, 아주 잠시의 고민도 없이 발로 머리통을 짓이겼다.

콰직!

으직- 으직-

여성의 머리통을 짓밟아 터트린 진우는, 뇌수와 살점을 짓밟으며 더러운것을 보았다는듯이 혐오스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디서 감히 못생긴 구더기같이 생긴게 어딜 감히 다가와?"

워낙 눈이 높아진 안목을 잡기엔 다가온 여자의 미모가 많이 떨어졌는지, 정말로 벌레를 본것처럼 그녀의 시체 잔해를 자근자근 밟아준 그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 후지미네가 없다?'

이능력자들을 방패삼아 공격할 것이라 생각한 후지미네가 사라졌다.

분명히 자신을 향해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분출하던 그녀가 사라졌다는 것은 두 개의 추론이 가능하다.

첫번째는 겁을 먹어 도망쳤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아이리로부터 진우의 능력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도망을 쳤다면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처음부터 도망쳤을거다.

두번째는 진우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를 하는것.

어떤 준비를 하는건지 몰라도, 그 준비는 욱일승천과 연관되어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니까 모습을 감춘거겠지.

'좋아. 어떤놈을 준비하는지 몰라도 네 년의 계획대로 이 녀석들을 처리해주지.'

후지미네가 무엇을 준비할지 기대한 진우는, 자신의 위용에 겁을 먹은 일본의 이능력자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나갔다.

후웅!

순간, 바람이 휘날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사라졌고, 다시 등장하였을때는 주춤거리며 거리를 조금씩 벌리고 있는 이능력자들의 정면에서 검을 휘두르는 모션을 취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감기에 걸렸습니다...

너무 더워서 평소에는 미풍으로 맞춰둔 선풍기를 약풍으로 올렸는데 그게 화근인듯 싶습니다.

머리가 살짝만 흔들려도 머리가 지끈지끈거리네요. 재채기를 하면 망치로 두드려 맞는 고통이 느껴지네요...

일단 병원가서 주사맞고 약 먹긴 했는데 아무 말 없이 연중하면 걱정할것 같아서 어제 써둔걸 최대한 붙잡아 올려봅니다.

내일은 쉬고, 모래나 늦어도 사흘후에는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다들 덥다고 배 내놓고 자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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