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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아니, 아직 내 능력은 절반도 보여주지 않았어요. 함정은 내 모든 능력을 꺼내고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할때 사용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예요. 조금 위험하다고 바로 꼬리 내릴 순 없지요.'
이곳은 솔직히 말하자면 상성이 맞지 않는다.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싸우기 편리한 장소는 번화가로, 그녀의 능력은 시가전에 특화되어 있다.
함정은 자신의 모든것을 내보이고서도 쓰러뜨릴 수 없을때 사용해야 하는 비장의 수단.
거기까지 생각해낸 후지미네는 그대로 번화가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치지지지짓!
"허쭈? 내가 도망치게 내버려 둘 것 같냐?"
그리고선 그 뒤를 쫓기 시작하자, 국회 정문 앞에는 수많은 시체와 전투의 잔해만이 남게 되었다.
"큿. 저 속도를 어떻게 따라가야 하지……!"
아크로스의 첩보원은 작지만 초고성능을 자랑하는 카메라를 들었지만, 특출난 이능력이 없는터라 그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걱정하실거 없답니다."
"!!"
그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품이 느껴지면서도 매혹적인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때렸다.
우드득!
그가 자신의 뒤에 있는 목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는 순간, 목이 돌아가면 안되는 방향까지 뒤틀리면서 그대로 풀썩 쓰러졌고, 뒤이어 그의 손에 있던 카메라를 염동력이 실린 발로 힘껏 즈려밟았다.
콰작!
"미안하지만, 진우씨의 진가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신체 강화 10등급 이외의 능력이 있다는걸 알려줄 순 없어."
생명의 반응을 감지한 데스나이트 덕분에 몸을 은밀하게 숨기고 있던 아크로스의 첩보원을 발견한 이실리아는 상대방의 정체를 알아봤자 그다지 큰 메리트가 없기에 단숨에 죽여버렸다.
진우는 자신의 히든 카드라 할 수 있는 재생 능력 10등급의 비밀을 지키고자 노예들에게도 그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는데, 이는 노예들을 못믿어서가 아니라 사이코 메트리들이 노예들의 정보를 읽을까봐 자신의 히든 카드가 공개될 것을 우려해서이다.
하지만, 이실리아는 본능적으로 진우가 신체 강화와 신체 변형 능력 외에 뭔가 더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고, 이 싸움으로 그 히든 카드가 개방될 것이라 생각하며 그를 위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진우씨는 마음껏 싸우세요. 제가 당신이 숨기려드는 비밀을 반드시 지켜드릴테니까요."
사이코 메트리들은 건물이나 도구의 기억까지도 읽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일의 중요도를 따지는 인간과는 달리, 지진이 일어나건, 핵폭발이 일어나건, 살인 사건이 일어나건, 그냥 길에서 걸어가는 일이건 모두 똑같은 높이의 일로 받아들이는 비생명체의 기억을 골라내는 일은 꽤나 힘든 일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이실리아는 진우와 후지미네의 전투가 벌어지는 근처의 모든 생명체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일 생각이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장님이라도 상관없다. 어딘가에 틀어박혀 꽁꽁 숨어있어도 상관없다.
라운드 나이츠 시절의 그녀였다면 왕실의 명령이라 해도 민간인을 죽이는 일에 극구 거부하였겠지만, 이미 한 남자에게 자신의 모든것을 바친, 뒤늦은 연심으로 불타오르는 지금의 이실리아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진해서 간신히 살아남은 민간인들을 죽이는 역할을 도맡았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확인한 그녀는, 자신을 따르는 데스나이트들을 향해 진우와 후지미네가 싸우는 경로 근처의 모든 생명체를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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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벗어나 시내로 들어선 두 남녀의 추적은 계속되었다.
후지미네는 건물 사이사이를 날라다니며 도망쳤고, 진우는 멈춰선 자동차들을 뻥뻥 차대면서 그 뒤를 추적하였다.
'혹시 나를 유인하려는건가?'
너무 대놓고 자신을 유인하는 분위기였던지라, 진우는 혹시 함정으로 자신을 유인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눈 앞의 택시를 발끝으로 올려치고, 다시 후지미네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어? 사라졌잖아!?"
분명히 큰 전광판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잠깐 눈 앞의 택시를 후려치면서 1초도 안되는 시간에 그녀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혹시 다른 방향이 아닐까 싶어, 그녀가 마지막으로 올라섰던 4층짜리 건물을 향해 가볍게 점프하여 올라선 진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렸으나, 역시나 그녀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순간,
파지지직!
"!?"
뒤쪽에서 강렬한 전기 소리가 들려오면서 황급히 몸을 돌리려 하였으나,
까지지지직!
"끄가가가가가각!!"
진우의 감각, 시야에도 잡히지 않았던 후지미네가 갑자기 뒤쪽에서 튀어나와, 광선검을 휘두르는 모 SF영화에 나오는 포스 라이트닝처럼 손에서 작은 번개처럼 생긴 푸른 전광을 내뿜어 그의 등짝을 지져버렸다.
진우는 등을 곧추세우며 고통어린 비명을 내질렀으나, 그 와중에도 용광검을 대검의 형태로 만들어 한 손으로 힘껏 후지미네를 향해 내던졌다.
쉭쉭쉭! 사칵!
후지미네는 포스 라이트닝같은 공격을 그만두고 재빨리 몸을 낮게 숙이며 거리를 벌렸고, 용광검은 뒤쪽에 있는 세로로 길쭉하게 나온 전광판을 잘라내며 강렬한 기세로 앞을 향해 날라갔다.
그런 용광검을 자신의 손으로 다시 재소환시킨 그는, 이미 충분히 거리를 벌리고 자신을 향해 명백히 비웃는 낯짝을 한 후지미네를 향해 이빨을 갈아보였다.
'이 빌어먹을 개쌍년이……!'
다른 고통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의학적으로 전기에 의한 고통은 다른 고통보다 피해자에게 큰 스트레스를 가한다.
그 고통에 몇차례나 당한 진우는 노예고 자시고 그냥 죽여버릴까 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이 그녀를 죽이는것보다 능욕하는족이 훨씬 더 장기적으로 이득이라 설득하여 살의를 가까스로 멈추었다.
"대체 무슨 마술을 부린거지? 분명 네 년의 모습은 사라졌었는데?"
"별거 아니예요. 단지 당신이 제 홈그라운드로 들어왔다는 것 뿐이지요."
'홈그라운드? 여기가?'
진우는 주변을 확인하였다.
크게 번화한 상점가로, 다양한 크기를 지닌 전광판과 간판, 그리고 일정한 높이의 건물들.
아무리 봐도 그냥 번화한 상점가,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이지 않는다. 특별한 장치는 커녕, 뭔가 특별해보이는 건물 자체도 없다.
'혹시 여기가 함정인가? 여기 어딘가의 건물에서 몸을 숨기게 만들어주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게 아닐까?'
계속해서 머리를 굴려가면서 어째서 여기가 후지미네의 홈그라운드인지 곰곰히 생각해봤지만, 결과적으로 답은 하나였다.
'공격이다! 계속해서 공격을 퍼붓다보면 어째서 여기가 홈그라운드인지 알아낼 수 있겠지!'
진우다운 생각이였으나, 정보가 부족한 지금으로선 가장 효율적인 부분이였다.
이미 짧은 대화와 대치를 하면서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감전에 의한 고통과 그 후폭풍까지 모두 회복된 상태.
진우는 다시 펜싱검 수준으로 용광검의 크기를 줄이며, 검의 끝을 후지미네를 향하며 외쳤다.
"폭뢰탄!"
그의 외침과 동시에 검 끝에서 주먹만한 크기의 불의 구체가 형성되었고, 약 1초동안 머물던 불의 구체는 총알처럼 빠르게 쏘아져나왔다.
파지직!
또다시 피카츄 모드(by 진우)가 되어 재빨리 거리를 벌렸으나 그런 행동을 이미 예상한것처럼 그녀의 시야에는, 불의 구체가 1초동안 검 끝에 머물던것 자체가 페인트였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자신의 도망칠 수 있는 퇴로를 향해 날라오는 화염 구체들의 모습에 재빨리 시야를 좌우로 굴려갔다.
쾅! 쾅쾅쾅!
예전엔 수류탄 터지는 수준에 불과하였지만, 용광검이 1급 유물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바주카포보다 살짝 낮은 수준의 위력의 폭발이 일어났다.
거기다가 화약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불의 기운이기 때문에, 폭발로 인한 콘크리트 먼지가 사라지자 곧바로 시야 확보가 되는 수준.
'아래다!'
그녀의 움직임으로 보이는 잔상이 건물 아래쪽으로 움직이는것을 확인한 진우는 재빨리 건물 아래쪽으로 내려갔고, 땅에 착지하자마자 한 손으로는 용광검을, 한 손으로는 견제용으로 사용할 권총을 꺼내보이며 주변을 경계했다.
분명히 건물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잔상을 확인했지만, 그 짧은 시간안에 후지미네의 모습이 사라졌다.
…파치……
"!!"
순간, 어디선가 특유의 전기 소리가 울려퍼지자, 그 작은 소리를 놓치지 않고 포착한 진우는 소리의 방향으로 권총의 총구를 겨누며 몸을 크게 틀었으나,
'전광판이잖아?'
거기에는 건물 기둥벽에 부착시킨 세로 모양의 전광판이 반짝이고 있었다.
'젠장. 대체 어디로 숨은거지.'
그렇게 다시 고개를 돌리고 주변을 확인하던 진우는, 아차 하는 표정과 함께 불현듯 반짝이고 있는 전광판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잠깐! 저건 방금전까지만 해도 빛을 내지 않았는데!'
한 낮에 전광판이 반짝인다면 아무리 밝아도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저 전광판은 붉은색, 주황색, 흰색 등등, 다양각색한 빛을 띄고 반짝이고 있단 말이다!
"설마!"
파지지직!
그렇게 다시 몸을 돌리려는 순간, 진우는 전광판에서 튀어나와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후지미네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늦었어요!"
크치지지지지직!!
"크하아악!"
저공 비행으로 빠르게 날라온 후지미네는 진우의 복부를 양손으로 후려쳤고, 놀랍게도 진우는 그녀의 공격에 맞아 주르륵 밀려나가면서 전기에 감전되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콰장창!
벽이 무너지고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건물 한쪽에 쳐박혀버린 진우는, 거친 기침을 연달아 토해냈고, 기침을 토해낼때마다 검은 연기가 튀어나왔다.
"켈록! 켈록! 빌어먹을…설마 전광판에 숨을 수 있을줄이야……!"
놀랍게도 그녀는 자신의 몸을 전광판에다가 숨겨서 은밀한 습격이 가능한 것이다!
"딩동댕. 드디어 정답에 도달하셨군요. 저는 전선줄만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그 곳을 통해 몸을 숨길 수 있답니다. 전선이 흐르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건 덤이구요."
여유만만한 자세로 오만하게 허리를 곧추세우며 진우를 내려본 후지미네는, 벽에 박힌 진우를 향해 명백한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게 제 힘의 전부가 아닙니다. 이런것도 있지요."
그리고선 왼 손의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총모양처럼 만들고, 중지 손가락을 검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뻗는게 아닌가?
"야 씨발, 잠깐만. 나 저거 봤어. 분명히 어디선가 봤다고."
하나는 과학시간때 봤었던 플레밍의 왼손 법칙의 손모양, 또다른 하나는 옛날에 잠깐 즐겨봤었던 애니메이션이였다.
하지만, 그런 진우의 말을 무시한 후지미네는, 자신의 전기 충격 공격에 움직이지 못하는 그를 향해 빙긋 웃으며 오른손에 자기장을 만들며 가까이 있는 금속성 물체를 끌어당겼다.
그녀의 손에 가장 먼저 날라온것은 작은 빠칭고 구슬들로, 수십여개의 빠칭고 구슬들이 그녀의 오른손에 다닥다닥 붙기 시작했다.
"빠칭코 구슬이라. 이런 상황에 참 효율좋은 녀석이 왔군요."
그리고선 빠칭코 구슬이 달라붙은 오른손을 왼손 검지 손가락 끝에 갔다대자, 구슬들은 자력에 의해 모이며 주먹 크기의 덩어리가 되었고, 그 상태에서 검지 손가락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치지-치지지지지지지직---!!
그리고 후지미네의 온 몸에서 유형화된 전기가 낙뢰처럼 몰아치기 시작하였고, 그 전기들은 그녀의 팔로 모이기 시작하였다.
"이런 씨발! 레일건이지! 그거 레일건이지!"
"잘 알고 계시군요! 그럼 사라지세요!"
콰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산탄처럼 쏘아지는, 음속의 십수배의 속도로 빠르게 날라오는 레일건 구슬들이 쓰러진 진우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콰콰콰콰쾅!
레일건 구슬들은 크레이모어처럼 산개하여 날라가 벽과 부딪히면서 엄청난 굉음을 토해냈고, 진우가 쓰러진 건물의 1층은 그야말로 모든것이 초토화되었다.
………….
………….
엄청나게 자욱한 콘크리트 먼지가 레일건 구슬들이 지나간 참상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후지미네는 이 공격으로 치우가 죽었음을 확신하였다.
쿠르르르르르르--
1층의 모든 기둥들이 부러지면서 그가 박힌 건물이 그대로 폭삭 주저 앉았고, 후지미네는 손 끝을 살짝 내저으며 아려오는 감각을 털어냈다.
일반적인 전기 사용 이능력자가 지금과 같은 기술을 사용했다면, 몸이 그 반동을 버텨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야말로 번개 그 자체가 될 수 있는 후지미네에겐 이정도 충격은 손끝이 아려오는 정도에 불과하다.
'후훗. 함정까지 사용할 정도의 적은 아니였군요.'
그녀는 괜히 함정을 설치했나 싶었지만, 그래도 400명의 이능력자가 죽은것보다 훨씬 값진 결과를 얻었기에 입가의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치우를 죽였어. 그랜드 아크와 동급의 이능력자를 내 손으로 죽였어……!'
"오호호호호호호홋----! 그래요! 나야말로 진정한 신의 후손! 이 세계를 지배할 진정한 주인이였던 거예요!"
솔직히 그동안 불안한 면이 많았었다.
자신의 야망은 세계 정복이지만, 그럴려면 반드시 그랜드 아크와 부딪혀야만 한다.
아크로스의 중심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그랜드 아크를 과연 자신의 능력으로 이길 수 있을까?
만약 이 능력이 통용되지 않으면 욱일승천은…아니, 일본 전체가 아크로스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데?
차라리 그랜드 아크와 협력하여 그가 자연사로 죽을때까지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하는게 안정적이지 않을까?
자신의 능력이 그랜드 아크에게 통용되지 않으면 모든것이 끝장이기에 일부러 아크로스와 손을 잡기로 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그랜드 아크와 동급의 존재인 치우를 처리하는데 성공하면서 그녀는 지금까지 숨겨왔던 자신의 야망을 대놓고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도쿄를 이렇게 망가뜨리긴 했지만, 당신 덕분에 저야말로 이 세계를 지배할 절대자임을 확인하게 되었어요, 치우. 그 답례로 당신의 여자들을 위대한 일본인의 씨앗을 받을 수 있는 영광된 자리에 임명하도록 하지요. 세계를 우리 대일본제국이 정복하게 된다면 전 세계는 위대한 인종의 씨앗을 받게 된 당신의 노예들을 부러워하게 될거예요!"
즉, 진우의 노예들을 위안부로 쓰겠다는 뜻이다.
이미 죽은 치우의 시체에게 들으라는듯이, 다른 사람이 들어도 이미 그랜드 아크를 죽일 수 있는 자신의 힘을 확신하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큰 목소리로 자신의 야망을 내뱉은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치우의 노예들을 하나하나 제압하고자 등을 돌렸다.
순간.
콰아아아앙!!
"!!"
무너진 건물 잔해가 밑에서 폭발이 일어나듯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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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할말이 없네요. -_-ㅋ